갑자기 그럴 때가 있다.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지고,
하늘이 멍해지며,
가슴 아래가 텅 비어가는 느낌...
모두가 떠난 자리를 서성이며,
일도, 때도 잊혀진체,
과거도 미래도
생각마저 멈춰버린 공허한 느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지금 이곳에 서있는지 굳이 물어 볼 필요조차 없는
허하고 휑한 느낌...
<귀신사 가는 길... 휑한... 그런 사진이 없군...쩝>
쏟아 낼 만큼 쏟아내고,
하고 싶은 만큼 다 말하고,
내가 원하는대로 방향을 틀고...
얼마동안의 준비를, 오늘 나는 충분히 다 뱉어냈을까?
얻은 것도 없고 끝난 것도 없지만
다시 시작할 수는 있겠다 싶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자리는 아니지만 불필요한 오해는 씻어 냈고,
과거는 공유했지만, 미래에 대한 우려만큼은 서로 자신이 없었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래를 취해야만 하고, 그들은 바라볼 뿐이다.
지쳐설까?
아직 끝나지 않아설까...
어깨는 땅속으로 꺼져가는 기분인데,
습관처럼 관성처럼 서 있어야만 할 거 같은 눈망울만 깜빡거리고 있다...
<홍천 물걸리 가는 길... 멀뚱멀뚱...>
그럴 때가 있다.
명절날, 종무식 끝낸 다음, 모두를 떠나보내고 혼자 사무실에 앉았을 때도 느껴봤고,
오르기 힘든 고개를 넘으며, 지칠대로 지쳐 하늘을 쳐다보기 힘들 때도 느껴봤고,
오늘처럼 뭔가 한 고비를 넘겼다 생각하면서도 사무실로 돌아가야 할 때도 느끼고 있고...
작은 안도감 때문일까?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에 대한 설레임 때문일까?
아니면 그로인해 풀어진 긴장감 때문일까...
이제 드디어 혼자라는 쓸쓸함? 외로움? 허전함? 휑함?
무엇이 내 몸에서 기운을 빼가고 있는지 찾아보는 중이다...
그래도 정해진 시간 내에 움직여야 한다는 책임감?
누군가 대신할 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감?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
그 무엇이 되어도 좋으니 조금만 더 정신을 가다듬고 한 걸음 더 내디뎌야 할 텐데...
이 지친 몸과 정신이 또 다른 실수를 만들지는 말아야 할 텐데...
잠시 지나온 시간을 되돌려보자는 숙제를 안고서 주춤거리고 있다.
<성주사지에서... 주춤주춤... 내 표정일까?>
다시 한 호흡 한 호흡,
땅과 하늘의 기운으로 머리를 채워본다.
한 걸음 한 걸음,
시간과 사람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가슴을 채워본다...
그렇게라도 일어설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야 하기 때문에 나는 다시 사무실로 향해야만 한다...
다시 또 부딪칠 때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 위해.
다시 또 서로 다른 시선으로 맞부딜칠 때도 내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기 위해.
다시 또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에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모두가 부정적이고 주저할 때 함께 일어설 수 있는 의욕을 북돋기 위해.
한계와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한만큼 바꿀 수 있다는 공감을 주기 위해.
다만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는 건 이게 진짜 모두에게 이로운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아직도 불안한 것은 지금의 선택이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의심이다.
아직도 힘든 것은 정말 이 길 외에 더 좋은 선택의 여지는 없는가 하는 망설임이다.
아직도 고심하는 것은 제3의 혹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산 마애불 앞... 아직도 망설임...??>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호랑이 등에 오른 곶감 도둑처럼...
브레이크가 고장난 내리막길 자전차처럼...
그렇게 가는 길이 화롯불을 향한 불나방이 아니기를...
그렇지 않기 위해 더 생각하고 더 고민하고 더 주저하고 있다.
그 우려와 머뭇거림을 불식시키기 위해 아직은 사무실에 불을 끄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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