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
오랫동안 잊어버린 물음에 갑자기 멍해진 머리...
나는 언제부터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잃어버린 거지?
왜 그런 마음이 내 가슴에서 지워진거지?
<현장에 올라가 멈춰 서 있는 내 마음을 본다...>
지금까지 나에게 떠난다고 싶다는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지금 / 이곳을 버린다, 회피한다, 잊는다가 아니라
어딘가 간절할 때, 무언가 갖고 싶을 때,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을 때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내게 “떠나고 싶다”의 반대말은 “여기 있고 싶다”가 아니라 “돌아간다”는 말 아니었나?!
<내 눈에는 꽉 차 있는 미래의 이 공간이 남들에게는 삭막한 허허벌판으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조금의 틈새와 반짝이는 호기심, 흐트러지지 않은 긴장감만 있었다면 나는 늘 떠날 수 있었다.
혼자여서, 일탈이 보장되었기에, 잊고 떠날 수 있어서 만들어지는 너그러운 여유와 방만이 아니라
간절한 물음이 있고, 자유롭기를 바라고, 꿈꿀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늘 기다렸다.
시(詩)서(書)화(畵) 문(文)사(史)철(哲)은 아니어도, 독(讀)서(書)사(寫) 경(經)사(史)철(哲)을 그리며...
<사방으로 시선을 돌려 본다... 한 번은 부드럽게...>
그런데 문득 이야기도 꿈도 낭만도 메말라 버린체 떠나야 한다는 그 자체를 잃어버린 나를 본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 페이스와 컨디션이 언제부터 지속됐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길어졌다.
떠남의 욕망을 잃어버린 건 너무 지쳤거나, 끝을 모르거나, 충분히 비우지 못했기 때문일까?
사람과 역사와 예술의 향기에서 멀어지면서 귀가 닫히고, 입이 막히고, 기다림을 눈감아 버렸다.
<또 한번은 거칠게...>
지금의 상황에서 닮고 싶은 탑도 없고, 마음 놓을 공간도 없고, 자유를 꿈꾸는 바람도 없다.
숨 쉴 틈 없는 시간들, 자꾸만 미뤄지고 쌓여가는 업무들, 끝없이 밀려오는 위기들...
이제야 떠나지 않아 자꾸만 멀어져 가는 것들이 보이고 놓쳤던 많은 것들이 간질거린다.
어쩌면 향수와 꿈과 의심을 잃어 못 떠난 게 아니라, 떠나지 않아 그들이 멀어졌다는 생각...
<때로는 방향을 바꿔...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넓은 광경이 이처럼 좁아지고 작아지는 사진을 안타까워하며...>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부드러운 빛이 들면 사진기를 들고 옥상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아직도 바다위에 떠 있는 배를 보면서 이국과 태평양을 생각하지 못하고,
수분 간격으로 오르고 내리는 꼬마 비행기를 보면서도 그 어떤 호기심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자극과 바람, 향기와 향수, 그리고 비움과 채움의 균형이 깨져버린 풀죽은 나를 바다에 투영시킨다.
<비행기가 어디로 갔나??? 역시 안 보이는군...^^ 저 물이 꽉 찼을 때 나의 놀음도 끝나겠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비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호기심과 자극, 그거 없는 내 모습은 너무 초라하지 않는가?!
다시 꿈을 꾸려면 나는 떠나야만 한다.
그때 그 다짐을 오늘 또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안타까운 나를 보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고선사탑을 열심히 그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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