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잠시 헛생각을...^^ 070912
입술 한쪽이 근질거린다.
사무실에 앉아 있질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시간들에
미리 몸이 말한다... 피곤할 것이라는 추측...^^
주말을 원주에서 보내고
월요일 아침부터 손님맞이 하는 마음이 바쁘다.
가끔 우리의 필요에 의한 만들어진 수순이지만
내부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뭔가를 재촉하게 만든다.
현장 상황을 보여주며 최근의 부동산 흐름에서부터
지역권의 분양상황과 인근 현장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현장의 공정진행과정을 비롯한
회사의 원칙과 오너의 경영방침과 스타일까지...
숱한 이야기들이 비즈니스란 이름으로 경계 없이 넘나든다.
작년에 입주한 타워 내부를 안내하고
모델하우스를 살펴보는 시간...
물론 담당자도 있고, 모니터들도 있지만
컨셉과 의도에 대한 이야기들은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원주까지 왔는데 횡성한우 먹는 게 좋지 않느냐는 주문에
매운탕 먹으려던 계획을 변경한다.
현장과 사업지를 벗어난 사람들에게 공통된 주제는 한정된다.
정치이야기는 무겁고, 사는 곳 이야기도 공감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아이들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도 않는다.
잠깐 드라마와 연예인들 이야기가 나오더니 평창올림픽 비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마지막 귀결은 골프이야기와 경제...
그리고 일하는 과정에서 체크된 여러 회사의 정보들...
그나마 공통점이 있다면 숙소생활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
죽전으로 올라간다. 아파트에서 상가로 이야기 주제가 바뀐다.
신일부도, 세종부도, 대주에 관련된 이야기들...
중국, 베트남, 필리핀, 카자흐스탄, 중동 등에 진출한 건설업체 이야기가
죽전지역의 상가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저렇게 이야기들이 흘러가고...
열심히 해 보자는 한마디로 월요일 하루가 지나간다...
캬~~~ 오늘은 어떻게 움직이나...
본사 출근했다가, 어쩌면 강릉까지 가야할지 모르는데...
어제 하루 종일 쫓아다녔는데 오늘은 또 그렇게 돌아다녀야 한다.
색시가 속옷을 챙겨주면서 한마디 한다.
신랑은 역시 <머리형>인간이야...
애니아 그램을 응용했다는 체질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내 몸과 마음을 진단한다...
피곤할거라 미리 생각하는 거지...?!!!
색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사무실 컴이 말썽이다...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네...
통신회사에 연락 취하는 이대리 책상에 앉아 잠시 메일과 블로그를 점검하고...
누군가가 지켜보는 컴에 앉아 개인공간을 뒤적이는 건 역시 불편하다...
직원들은 항상 그러겠지...
소송을 막아보려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
굴러다니는 이야기까지 취합하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결론은 <어쩔 수 없음>이다...
건설공사에는 분쟁과 소송이 <built-in>되었다는 모 부장판사의 말이 생각난다...
피해 갈 수 없다면 충분히 준비하는 거... 달리 길이 없다.
회사 소송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법무법인의 담당 변호사는 어리다...
^^ 내일 모레 사십대에 들어선 변호사들을 어리다고 말하면 조금 그렇지만
내가 편하다는 말 일거다...ㅎㅎㅎ
며칠전 둘째가 순산했다는 말에 축하를 건네줬는데
동료 변호사는 아직 아이가 없다네...
아이를 쉽게 가질 수 있고, 순산한다는 건 무엇보다 큰 축복...
이쪽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긴지 이삼년 됐는데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이제는 건설 소송관련 자료들이 칸칸이 채워졌고 많이 인정받는 눈치...
건설쪽 전문 변호사로 나서라고 종용하면서 책도 내보라고 권유해 본다...^^
같이 10여건의 소송을 진행했는데 승률 100%...
어린 게 아니라 능력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늘 설렁탕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는데
간만에 H변호사까지 불러 국수전골로 식사를 하고 급하게 일어섰다...
그들이 바쁜게 아니라 내 맘이 바빠서...
강릉에서 4시 반경에 약속을 잡았는데 벌써 두시가 다 됐다...
강남역에서 동쪽 끝까지 간다는 게 만만해 보이질 않는다...
분당에서 출발한 동료에게서 전화가 온다...
여주 지났는데 어디쯤 오십니까...
크흐~~~ 이 정도면 따라 잡을 것 같다...^^
둔내 쪽에 카메라 설치돼 있는데... 두 번째 전화가 늦었다...
카메라를 보면서 브레이크를 잡는 성의를 저 경찰 아저씨들은 인정해 줄라나?
강릉 휴게소에서 핫바와 핫쵸코 한잔 마시고 강릉으로...
불법 유턴 두세번을 반복한 끝에 위치를 찾고 미팅이 끝난다...
강릉까지 왔는데 회라도 한사라 하고 가지?
^^ 그런 여유와 한가로움이 보장되지 않나 보다...
오늘 일과가 끝났다...
6시가 다 된 시간인데 그냥 원주로 가기가 너무 섭섭하다...
그래~~~ 강릉까지 왔는데...
^^ 맘만 먹으면 그리 멀지 않은 길인데도 쉽지가 않았다...
객사문 공사도 끝났을거고(오래됐겠지만...) 굴산사지 당간지주도 보고 가야지...
동료들은 먼저 출발하고 지도 없이 찾는 길은 항상 헤매게 만든다...
기억력이 짧든지, 방향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하든지...
몇 번 돌고 돌아서 객사문을 바라본다...
좋다...^^
잠시의 여유가 주는 시간의 공백은 그렇게 또다른 향기로 채워진다...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이렇게 과감하게 배흘림을 적용한 기둥도 없을 듯...
단청되지 않은 담백한 건강미에 살짝 나래를 얹은 맛배지붕이 당당하다...
저만한 크기에서 저만한 짜임새를 갖추기도 쉽지 않은 건물...
고려시대, 몇 남지 않은 목조 건축물이다...
갑자기 수덕사 대웅전이 보고 싶네?^^
아니다... 이 규모면 수덕사 대웅전보다는 작고, 부석사 조사전 보다는 크고
봉정사나 무위사 극락보전과 비슷할까?
그래도 객사문이 갖는 기능때문인지 훨씬 간결하고 의젓하다...
게다가 문의 기능으로 인해 모든 게 노출된 단순한 구조가
정말 건강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나무결은 미황사 기둥이 더 좋다는 생각...^^
아예 카메라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지만 노출만 재 본다...^^
그래~~~ 마음에 담고, 머리를 식히는데 꼭 장식에 연연해할 필요는 없지?
애써 자위하는 한구석에 사실 아쉬움도 작지 않다...^^
기왕 나선 김에 신복사지 삼층탑을 보고 굴산사지로 가지 뭐...
이쯤? 저쯤? 기억에 의존하는 게 때로는 스스로를 실망시키기도 한다...
아파트 뒤, 야트막한 야산에... 그래 어린이 집...
^^ 몇 번 묻고 물어서 찾았다...
아무도 답해주는 이 없었지만...ㅎㅎㅎ
내 스스로 국보급 보물이라 인정하는 삼층석탑이다...
고려시대의 특징이 고스라니 살아있는 삼층석탑은 지광국사현묘탑 분위기다.
보살상은 한송사지나 월정사 구층탑 앞의 보살상의 연속선상에 있고...
어느 것 하나도 허튼 솜씨가 아니고 간단치 않은 내공을 갖추고 있다...
삼각대까지 들춰 맸지만 셔터속도가 1/30초가 아니라 30초에서 찍힐지 의문이다...
포기한다는 건 늘 마음뿐이고, 나의 선택은 항상 이리도 가볍고 간사하다...ㅎㅎㅎ
풍만하다기 보다는 듬직하고 강건한 방형의 불륨에
굄돌의 과장된 돌출과 옥개석의 화려한 반전이 참 기막히게 조화된 탑이다...
단순함과 화려함, 강직함속에 숨은 장치들이 한없이 확장되는 느낌...
우직함이나 여림만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의연함과 장엄함이 당당하다...
그런 사람, 그런 석공, 그런 모습을 보고자 하는 이의 염원이 숨어있겠지...
사람도, 시대도, 세월도 그런 힘들에 섞여 오늘에 이르렀을 거고...
내일도 바쁠 것 같다...
어제와 똑 같은 일정에 다른 손님들이 찾아온다.
다시 원주에서 용인까지 움직여야 할 거고
사무실에 차분히 앉아 있을 겨를은 없을 듯...
굴산사지를 찾는 길이 너무 어둡다...
항상 파란 하늘아래에만 유적을 찾는 게 아니라는 생각은
당장 내일의 일정에 한풀 꺽일 수밖에 없다...
이제 출발해야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하늘이 더 어둡게 느껴진다...
강릉에서 하루자고, 동해 일출도 기대해 볼까 하는 마음도 사라지고
차는 대관령으로 향한다...
아무튼 다음에 가면 굴산사지 당간지주를 즐길 수 있겠지...
이런저런 일들 끝내고 잠시라도 거닐 수 있는 시간이 있고
한적하게 바라볼 무엇인가가 있어 즐겁다는 생각...^^
<배형>은 무엇이든 부딪치고 본다는 스타일이고
<가슴형>은 분위기만 맞춰주면 뭐든 한다는 스타일이라는
색시의 분석이 생각난다...
근질거리는 입술 왼쪽을, 역시 머리로 만지작거리는 나는 <머리형>일지 모른다.
미리 피곤하고, 미리 준비하고, 또 그 와중에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
내일(오늘)도 바쁘겠지만 그렇게 또 다른 일탈을 꿈꾸며 손님들을 기다린다...
그런 길에서 생각나는 사람들이 그립고, 동행의 즐거움을 혼자 찾지만
역시 <생각>이 앞서 있는 나는 모든 걸 <공상>으로 채우고 있는지도 모르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