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여행-趣,美,香...

탑1-6> 충주 중원탑(2) 야경... 오벨리스크와... 071108

姜武材 2007. 11. 9. 19:13

* 글을 올리고보니 중원탑(중앙탑, 탑평리 칠층탑...)에 대해 두번째 글이다.

* 첫글은 05년 9월에 쓴글인데 블로그에는 1년이나 지나서 올렸다...(아껴뒀었나 보다...^^)

* 오벨리스크에 대한 자료사진 한장을 첨부한다...

 

 

 

 

충주 중원 탑평리 칠층석탑 야경... 071108 

 

 

부릅튼 입술은 아물지 않고

목소리도 코 맹맹이 소리에 잠겨있고

여유로울 것으로 확신(?)했던 한주일도

아직은 무거운 몸으로 보내고 있다.


뭔가 잃어버리고 놓아버린 것들에 어수선한 마음

정신도 맑지 않고, 사라진 의욕도 재생산 되지 않는다.

<외로움>을 잃어버렸다.

<평상심>도 잊어버렸고

<낭만이라 이름붙일 꿈>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곰곰 생각해도 실마리가 잡히질 않네?

책도 글도 생각도 일도 사람도

모두가 멀리서 마음만 심란하게 만든다.

내가 멀어진 것인지 그들이 나를 버린 것인지...


큰 일 하나 끝내고 쉬라는 신호인지는 모르겠고,

정신 차리라고 다그치는 이는 없지만

대선이다, 경제다, 게다가 그리 느긋한 사정도 아닌데

나만 홀로 멍하고 청한 기운을 떨쳐내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

 

 

 

 


갑자기 서울 올라갈 일이 생기고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가 되었다.

고민 고민...

그리움은 넘치나 차마 손도 입도 떼어지질 않는다.

가을 엽서 한 장 띄우며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비우지만

오늘 기분은 또 그래서 웃음으로 번져가나 보다.

 

<한강변... 가을 햇살이 좋았던 날...> 


한강변을 달리며 역시나 보고 싶은 얼굴, 듣고 싶은 목소리를 그려보지만

주저주저 하다가 원주로 향했다.

오늘은 도저히 이대로 현장에 가고픈 마음이 아니다.

나를 추스르고 나와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디로 갈까...


원주 내려가는 길에 마음 한자락 쉴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달사지? 

언제부턴가 <외로움>을 잃어버려 고즈넉하게 마음을 풀지 못할 것 같다.

신륵사지?

정성스런 석등, 아담한 석탑, 그리고 강변을 바라보는 전탑도 있지만

내 마음을 담아줄 포근함과 넉넉함이 기억되지 않는 곳...

차라리 중원탑으로 갈까?

보수는 끝났을까? 탑은 볼 수 있을까? 너무 늦지 않을까?


오늘이 입동이란다.

추분이 지나면 하루에 일분씩 해가 늦게 뜬다.

또 그만큼 일찍 지겠지?

너무 따뜻한 입동을 시샘했는지 걷히지 않는 안개가 석양을 재촉하고

일단 충주로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0711 과천 서울랜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편안함이 우선이다.

바람의 소리, 하늘과 땅을 덮은 색의 향연, 그리고 빛의 조화...

때로는 사람의 향기가 버무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추억의 향수가 시간을 흐트려놓기도 하고,

때로는 환상의 향연이 꿈을 꾸게도 만든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그림을 만들고

늘 존재했던 그것들이 순간의 자극이 되고

또 그마저도 내 몸과 맘의 수치에 따라 천변만화 하는 게

자연의 친숙함이고 또는 놀라움이 아닐까...


충주로 향하는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바라본 태양이 그러했다.

운무에 휩싸여 검붉음을 토해내며

대지와 구름과 내 몸을 물들이는 참으로 평화로운 정경...

그 어여쁨에 몸도 맘도 한없이 풀어놓은 시간이다.

 

<며칠전 원주 내려오면서... 중원탑 보러가는 길 태양이 좋았는데 감상하느라 찍지를 못했다...^^> 


중원탑에서 바라보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잠시,

여전히 차는 아직 충주에 도달하지 못했다.




누가 중원탑이 보수중이라고 말했지?

늘 그리워했지만 저 웅혼한 자태로 다 보지 못할 것 같아 미뤄왔던 내가 미련스러웠다.

예전처럼 중원탑은 남한강변 둔덕에 튼실하게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임에도 이미 태양은 자취를 감추었다.

 

 


모든 경제적 선택은 속도와 편의를 무기로 삼는다.

공공의 목적으로 조성된 이곳 중원탑 주변의 공원이 시나브로 어두워짐에도

오로지 불빛이라고는 건너편 골프장 야간 라이트만이 남한강변에 반사되고

달랑 두 대뿐인 차량이 넓은 주차장에 놓였을 뿐,

오롯이 중원탑과 나만이 남한강의 흐름에 동화되는 시간이다.


언젠가 저곳에서 골프 치다가 강 건너 중원탑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다.

맘에 담아도 충분한 순간에도 나는 카메라를 생각했고

여유로운 머뭄을 그려봤다.

결국 OB를 두방이나 냈지만...^^

 

 


나 하나를 위해서도 조명이 켜질까?

6시가 지나가는 것 같더니 탑 주변에 하나 둘 불빛이 깜빡인다...

오늘은 야경이나 담아볼까?

잔잔한 가을바람에 중원탑의 풍광을 희롱하기에 딱 들어맞는 조요함이다...^^


 

 



참 크다...

기단부는 감은사탑보다 작지 않고

신세동 전탑, 미륵사지 서탑을 빼면

석탑 중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중원탑...


거대함이 불편하지 않고

안정감이 세련됨을 숨기지도 않는다.

높음은 상승감으로 강조되고

커다람이 의연함으로 승화됐다.

 

 


언젠가는 준수한 청년을 생각해봤고

또 어느 때는 아름다운 중년을 그려보기도 했다.

청년이라 칭하기에는 그 의연함이 예사롭지 않고

중년이라 단정하기에는 그 세련됨이 너무 좋다.

노년의 관조를 말하기에는 아직 웅혼한 기상과 도도함이 녹쓸지 않았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상징하기 위해 이리 멋지게 장엄했을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징과 매개는 항상 이렇게 크고 화려해야할까?

한반도에 전래된 이후 1000년간 불교적 상징은 그렇게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다른 이들은 무엇으로 그걸 대신했지?


기념비적 건축이란 말이 있듯이 르네상스를 지나면서

동서양은 공히 <건축적 상징>으로 인간의 의지와 철학과 종교와 권력을 표현했나?

건축은 이미 조각과 예술을 담든, 그 자체로 현현되든 역시 공간의 구획이다.

그럼 그 전에는 무엇이 상징이었지?


그림도 빼고, 인물이나 신을 형상화한 <상>을 빼면 솟대도 있고, 장승도 있겠지...

그러나 인간이 나무와 돌과 산과 강과 호수, 바다를 벗어나는 순간,

인간은 무엇인가를 만들고, 만들어진 그 무엇으로 또 다른 <힘>을 대신했다...

십자가도 깃발도 방패의 문장도, 심지어 회사의 심벌도 그런 것들의 일종일거고...

심지어 무덤도 다리도 길도 그런 힘들의 표현이었을까?

 

<로마의 콜롯세움 바로 옆...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로마가 만든 문은 나폴레옹에서 평양까지 이어졌지?^^> 



일본의 목탑, 중국의 전탑, 우리의 석탑도 그런 상징들 중 하나일 게다.

건축과 탑을 빼면 로마는 <문>을 만들었지? 중국은 <벽>을 만들었고...

그렇게 하나씩 빼가면 남는게 이집트의 <오벨리스크>가 동양의 <탑>과 비교되나?

<피라미드의 바늘>이라 불리는 오벨리스크는 <당간지주>와 비교해야 되나???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 오벨리스크... 나폴레옹이 가져 간... 아래 기단부에 옮기는 과정이 새겨져 있다...> 


이시스의 남편, 오시리스의 성기를 상징하기도 한다는 오벨리스크는

태양의 신 <라>의 상징이라 하는 게 맞겠다.

동양의 비석처럼 권위와 권력의 기록을 담았고

당간지주처럼 어떠한 공간 영역을 표현하는 장식이었고

그 꼭대기는 자신이 지키는 피라미드를 축소한 사각뿔 모형의 오벨리스크...

 

<로마 베드로 성당의 오벨리스크... 여기에는 십자가가 장식되어 있다... 기독교의 심장부에 이단의 상징물,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십자가... 그렇게 상징은 또 다른 상징으로 이어져 간다...>

 


세계에서 가장 높고 큰 오벨리스크는 무엇이고 어디에 있냐고?

당연히 미국이다.

1884년 워싱턴 DC에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기념비로 만든 것으로 높이 169m.

로마 시대부터 유출된 오벨리스크가 세계적으로 분포된 것은 침략의 상징이었지만

결국 이집트에서 시작한 그 어떠한 상징 구조와 체계는

거의 4,000년을 뛰어넘어 근대의 미국에서 종결, 혹은 완성 되었다.

 

<로마 라보나 광장의 오벨리스크... 로마 시대에 대략 12기 이상의 오벨리스크가 운반되었다...> 

 

<로마 스페인 광장에도 아우구스투스가 옮겨 온 오벨리스크가 있다... 오벨리스크가 엄청 높아 보이지만 실상 중원탑의 두배에서 두배반에 불과하다... 그만큼 중원탑이 크다는 말...^^> 


 

문제는 오벨리스크를 보면서 장엄하다거나 웅혼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20~35m 정도의 높이에 수백톤의 돌로 쌓아 올린 구조물에서

나는 상승감도 안정감도 세련됨도 장중함도 느껴보질 못했다...

 

<원주형태는 오벨리스크의 아류들이 아닐까? 스페인광장...>

<포로 임페리얼리의 트라야누스 황제 원주... 오벨리스크가 상형문자와 그림으로 새겨진 기록이라면, 로마시대의 원주는 그림과 문자로 만든 비석과 마찬가지다... 문맹률이 낮아지고 문자가 보편화 될수록 이런 상징물들도 조각과 문자로 양극화 되가는 게 아니었을까? > 

<런던의 트라팔카 해전 넬슨 기념비... 결국 근대의 영국도 로마의 원주를 흉내내었다... 하나의 양식은 그렇게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되고 권위가 된다... 2000년을 뛰어 넘어서...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 불리는 한쌍의 오벨리스크가 런던의 템즈 강변과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옮겨졌다... 이집트의 상징이 현대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순간이 아니었을지...>  

 

<오벨리스크의 세계 분포도... 자세히보면 이집트에서 로마로... 로마에서 유럽으로...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이후 유럽의 신대륙발견(1차 남아메리카, 2차 북아메리카, 3차 오세아니아)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로 진출했던 유럽 제국주의의 분포를 따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일하게 오벨리스크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 중국과 일본과 한국의 동북아시아다... 괜시리 탑이란 양식을 강조하다보니 견강부회의 자료까지 첨부하는 듯...ㅎㅎ>  


내가 왜 죄 없는 오벨리스크를 끌어다가 중원탑과 비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벨리스크의 숱한 아류들을 유럽에서 보면서도

<아름다운 감상>을 담아볼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리 복잡하게 <상징체계>를 끌어 들인듯...

 

<일본 나라 법륭사 오중탑...> 


나는 그러한 상징체계 중 가장 아름다운 미감으로

일본의 목탑과 함께 우리의 <석탑>을 꼽는다...^^




돌아설까 머무를까 고민하는 사이 가을하늘이 깊어간다.

하나 둘씩 탑을 향한 조명에 빛이 들어오고

그리 차갑지 않은 가을바람과

마냥 허전하지 않는 마음에 중원탑을 그려본다...

참 좋다...

 

 

 

 

 

<경관조명의 칼라와 눅스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지만 생략...^^ 돌도 쉬고 잠자고 싶을텐데 하는 생각이...^^> 

 



스산한 바람에 쌓인 그리움 회포 풀고

허허로운 강물의 도도한 흐름은 또 그렇게 중원탑을 지나치니

유수한 세월에도 숨기지 않는 의연한 기상은 누굴 기다리는가...


보지 않음이 그리움을 지우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린 바람한점, 그윽한 향기로 기다림을 재촉하니

말하지 않고 듣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대의 자태는 영원으로 기억되고...


외로움도 기다림도 잃은지 오래나

숨겨지지 않는 설레임과 새록새록 돋아나는 그리움은

허허로운 강물을 채우고, 스산한 바람에 온기를 불어 넣는다.


탑도 나도 잊혀지는 시간...

서있음과 바라봄도 이미 하나가 돼버린 공간...

하늘에 별 하나 찾아보며 잊혀진 것과 감춰진 것들만 찾아본다...

 

 

 

 

 

 




탑을 돌면서 나는 탑을 보지 않는다.

하늘을 보는가?

아니면 탑이 바라보는 그 어느 곳에 시선을 던지는가?

아니다.

나는 땅만 본다...


이미 마음속에 뿌리내린 탑이 나를 의심하지 않고

탑을 지키는 땅을 내가 의심하지 않는다면

천년의 세월을 넘어 수천 수만의 소망을 넘어

나는 말하지 않았던 언어를 그릴 수 있고

들리지 않았던 색깔을 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새겨진 탑의 자태에 굳이 묻지 않는다.

이미 느껴진 탑의 향기에 더 비울 공간도 없다.

이미 간직된 탑의 온기에 아쉬움을 탓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그 자리에, 다가설 수 있는 정성만으로도 이리 벅참을 즐기고 싶을 뿐...

 

 

 

 

 

 

 


이제 돌아갈 시간인가?

간만에, 참으로 간만에

즐겁고 즐거운 산책이다.


아름답다는 거...

그걸 볼 수 있다는 거...

향유할 수 있다는 거...

만남과 교감은 그래서 <충만해지는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