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3-8> 중금리 삼층탑에 올라앉아...08082*
...
바람이 가을빛으로 채워지던 날,
현장에, 사무실에 메여 있기에는 너무 지리한 날...
어디론가 무작정 나서야만 했다.
순간, 멈추지 않은 시간이 가끔은 <글>이란 그물에 걸려 영혼을 드러낸다.
마음을 조각한 <글>에 지금 이 순간을 새기고 심은 욕심이 생길 때가 있다.
짧았던 순간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고 싶어서...
오늘(땡땡이...^^)은 횡성댐 인근의 중금리 삼층쌍탑을 찾았다.
<망향의 동산, 중금리 쌍탑에서 바라본 횡성댐...>
<지난 겨울...>
바람 불어 좋은 날,
시린 마음에도 기분이 좋다.
파란 하늘에 마냥 머무는 마음,
허한 시선에도 힘들지 않다.
그윽한 시선 담을 욕심에 올라선 탑...
이리 통쾌한 기분은 自由일까 逸脫일까?
<절대 따라하지 마시오...^^>
내 등에 기댄 천년세월의 탑이
그립다 웃는다.
그 긴긴 시간을 채우지 못해 적적했다고.
불러 낸 이름이 향기가 되고,
잡히지 않는 얼굴은 구름이 되고,
흐르지 않는 너른 품은 결이 되고...
식지 않는 탑의 온기에 시간이 멈추고
몰려드는 구름은 부드럽게 공간을 채우고
그렇게 그렇게 깊어지는 마음...
<감은사탑, 두번째...>
그대, 탑에 올라 본적이 있는가?
나, 이제야 올라 서 보았네?!
천년을 버텨온 돌이 닮아질까봐
행여 탁해진 내 땀으로 오염이라도 될까봐
미처 채우지 못한 공허한 외침이 전염될까봐,
눈으로 담고
호흡으로 느끼고
마음으로만 그렸지...
막히지 않는 울타리를 넘지 못했고,
지키지 않는 시선을 의식하고
누구 붙잡는 이 없어도 그렇게 바라만 봐야한다고 생각했지.
<충주 빈신사지... 그때...>
탑이 담은 세월을 느끼고 싶어
탑에 서린 소망을 만지고 싶어
탑을 쪼은 정성을 담고 싶어
누군가의 흉내를 내며 손끝을 내밀었어.
따뜻한 온기는 햇볕을 담았고,
더덕 더덕 주근깨는 물기를 담았고,
거칠어진 살결은 바람을 담았고,
두손 가득 안은 팔에는 향기가 묻어났어.
<정림사 탑...>
그대, 탑을 만져본 적 있나?
나, 그때 탑이 하는 말을 들었어.
말하지 않는 사연을 들었고,
묻지 않는 질문에 위안을 주었고,
고요한 적막은 너그러운 품이었지.
그렇게 작은 손끝으로 전달된 느낌에
나는 역사를 읽었고
당신을 만든 혼에 흐르는 눈물과 땀을 보았고
당신을 향하는 마음에서 아름다움을 노래했지.
그대, 탑을 안아본 적 있어?
나, 그렇게 탑에 안겨보았지.
부드러움으로
너그러움으로
안타까움으로
안을 수 없는 탑에 나는 그렇게 안겨 보았어.
바람에 움직이지 않고
비를 피하지 않고
눈을 이기며
해를 담고
스스로 걷지 않는 탑에 내가 안겼지.
도도한 흐름도 있었고,
답답한 웅크림도 있었고,
애잔한 기다림도 있었고,
스산한 허전함도 있었고,
그리고 당당한 외침도 있었지.
그래도 아직은 탑을 몰랐지.
나만 찾았던 거야.
그대, 탑에 올라서 본 적이 없다고 했지?
나, 이제 탑에서 세상을 보네...
바라보던 시선에서 당신의 눈높이로,
치켜든 고개에서 당신처럼 의연하게,
이제는 당신과 하나 되어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보고 세월을 기다렸네.
고여있는 물을 보고,
햇빛을 받아들이고,
풀과 나무를 바라보았지.
왜 그렇게 통쾌했을까?
왜 그렇게 좋았을까?
물론 나도 지킬 건 지켰다네.
내가 밟은 판석은 보수한 돌이야.
내가 디딘 판석은 하얀 살결이었어.
내가 앉은 판석은 기계로 깎은 부분이야.
아직 내가 천년을 깔고 앉을 배짱은 없거든.
아직 나는 숱한 사람들의 정성이 스민 돌에 흙을 묻힐 수는 없었거든.
탑을 보아야할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거든...
그래...
그래서 더 좋았는지 모르겠어.
누가 시키지 않아서 좋았고,
누가 보지 않아서 좋았고,
아무도 몰라서 좋았고...
나는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네.
그대가 빌려준 좁지 않은 품에
살짝 기대어 있었던 거야...
잠시,
앞으로 없을지도 모르는 그 잠시의 시간이 내게는 환상이었지.
당신은 보기보다 컸고,
생각보다는 작았지.
내 작은 몸하나 의지할 곳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었고,
짧은 시간 내어줄 넉넉한 여유를 남겨 두었고
다만,
다만 내가 그대로 누워 하룻밤 유하기에는 충분치 못한 장치들이 있었지.
거미줄이야...^^
모기도 시샘하고,
석양도 놀리고
배고픔도 재촉했지?
그래도 기다렸다네.
당신 품에서 별을 보고파서,
당신 품에서 달을 보고파서,
당신 품에서 시간을 잊고 싶어서...
모든 게 멈춘 건 당신 때문인지, 내 마음인지는 나도 몰라.
모든 게 정지 된 것은 내가 당신과 하나가 된 것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나를 잊었는지 모르겠어.
그냥...
그냥 그렇게 머무를 수 있게 자리를 내어 준 게 좋았어.
고맙고,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지.
나, 그렇게 당신과 함께,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을 있었지...
그대, 탑에서 세상을 바라본 적 있어?
그대, 탑에 올라서 본 적 있어?
그대, 탑을 안아 본 적 있나?
그대, 탑을 만져봤나?
그대, 탑을 본적 있나?
나, 오늘 탑에 올라서서 그렇게 있었다네...
나, 오늘 탑에 올라 탑을 보질 않았다네.
나, 오늘 탑에 서서 나를 잊었다네.
나, 오늘 그냥 그렇게 있었다네...
<왜 올라갔느냐고 묻지 마시오...ㅎㅎ>
생각할 수 있다는 거...
이렇게 함께 있다는 거...
그건 행복한 일인가 봐...^^
<이 방향으로 사진을 더이상 찍을 수 없었다... 망원경이 설치된게 눈에 너무 거슬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