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4-6> 남성적인 혹은 여성적인 (2)...(4. 남성적인 탑...)
4. 남성적인...
먼저 <장군>같이 든든하고 강건하며, 당당한 탑을 고르라면
<경주 천군리 삼층쌍탑>이 맨 먼저 떠오른다.
(낙산동 삼층탑도 당당함에서는 빠지지 않지만, 군인 같지는 않다.)
<경주 천군동 삼층쌍탑... 보물 168호, 7.5m, 황복사탑의 기름진 미감보다는 이쪽이 훨씬 당당하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그 당당한 체구하면서도 느긋한 풍채는
산전수전 겪어가며, 더 높은 고지를 향해가는 장수 <야전 사령관>의 형상인데
당당한 어깨로는 하늘을 떠받들기에 하나 꿀릴 게 없고,
굳쎄고 튼실한 하체는 땅속 깊이 뿌리를 둔 참으로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갖췄다.
긴장감과 여유를 함께 갖춘 참 좋은 탑이다.
여기에 화려한 전공과 후광까지 갖춘 별 다섯 개 <참모총장>감의 탑을 생각해보면
<강릉의 신복사 삼층탑>이 아닐까?
확실히 이 탑은 천군리 삼층탑이 가지고 있는 당당함과 의연함,
그리고 믿음직스러운 안정감에 화려한 풍채까지 갖추었다.
<강릉 신복사 삼층석탑... 보물 87호, 4.55m... 발해가 멸망하고 고려가 그 유민들을 받아들이던 가장 진취적인 때에 만들지 않았을까? >
굳이 참모총장이라 말하는 건 야전(野戰)의 긴장감이 없고,
너무 꽉차게 갖추어서 더 이상 나아갈 진취적인 기상이 부족하게 보임 때문이다.
그러나 화려함과 복잡함이 난잡하거나 어수선하지 않고,
오히려 내공이 꽉찬 튼실함과 절제됨까지 갖추었다면 결코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이 탑을 국보급 탑이라 생각한다.(나 같으면 국보로 당장 승격시킬 것이다...^^)
이에 반해 <광주 춘궁동 동사지의 오층탑>은
당당하고 의연함은 갖췄지만 포용력과 카리스마는 떨어지고,
너그러운 구석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진취적인 기상이 덜하다.
<광주 춘군동 동사지 오층석탑... 보물 12호, 7.5m... 신라와 후백제의 영향이 잊혀져가던 시기가 아닐지...>
물론 그렇다고 유약하고 초췌한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자신감과 묵직한 힘에서는 누구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긴장감 하나가 없어진 모습이 그런 차이를 만들었다 생각되는데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고등학교 교련선생님>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여기에 힘으로는 날 따라올 사람 있냐고 큰소리 칠만한 탑이 하나 있으니,
<안성 봉업사의 오층탑>이 아닐지...
품격에서는 천군리 삼층탑에 떨어지고,
차분함에서는 동사지 오층탑에 떨어지지만,
완력과 힘자랑에서는 큰소리 칠만한 굵은 허리를 가졌다.
<안성 봉업사 오층석탑... 보물 435호, 7.8m... 신라의 이층기단도 완전히 사라지고, 전체적인 미감도 투박해지고... 단, 저 굵은 허리를 보라...^^>
비슷한 형태의 충주 미륵사지 오층탑이 <시골장터의 투박한 씨름꾼> 같은 느낌이라면
<충주 미륵사지 오층석탑... 보물 95호, 6m... 이제는 조금 더 거칠어져 가는 느낌... 후방 군대의 하사관 같지는 않는지...^^>
상주 상오리 칠층탑은 <순박한 나무꾼>
<상주 상오리 칠층석탑... 보물 683호, 9.21m... 참 순박하지 않나? >
춘천 근화동 칠층탑은 <새까맣게 그을린 농사꾼> 이미지고,
<춘천 근화동 칠층석탑... 보물 77호, 6.38m... 5단 층급받침의 의미는 사라지고, 1층 몸돌아래 굄돌이 강조되는데, 이탑에는 앙화로 이루어져 있다...>
봉업사탑은 배부르게 잘 먹은 <포도대장>의 느낌이 아닐지...
<봉업사 오층석탑... 정말 우직하지? ^^>
그리고 춘궁리 오층탑의 도회적 이미지와
봉업사 오층탑의 장대함이 약간은 유약하게 섞인 탑이 있으니
현재 중앙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있는 <개성 남계원 칠층탑>이다.
<개성 남계원 칠층석탑... 국보 100호, 7.54m, 1283년... 옥개석(지붕돌)이 완전히 곡선으로 변형된 고려계 탑의 전형이다...>
허우대도 멀쩡하고 나름의 치장과 외투를 갖췄지만,
어딘지 선한 느낌에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보이는 게 <만석꾼 3대독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