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분양대행사 선정...
<2009년 9월>
금융위기, 신용위기 1년여가 지나면서 출구전략과 한국의 성과에 대해 대대적인 선전홍보가 있었고,
신종플루의 공포가 서서히 일상화되면서 우리들의 정서는 왠지 불안하고 뭔가 미심쩍은 상태였던거 같다.
모델하우스 2차, 3차 내부 평가회들이 진행되었고, 지속되는 모텔생활은 나를 더더욱 어수선하게 만들고,
마지막 분양가 결정과 승인, 모델하우스 오픈 시기 등을 가지고 첨예하게 논란이 있었던 시기.
다음달 정도면 개원하는 안과에 대한 여러 가지를 주워들을 수 있었는데, 생각할 꺼리가 적지는 않았다.
나야 안과나 병원의 생리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다 어깨 너머로 준비과정을 지켜보면 이것도 분명 사업.
주변인구 20만명에 안과 하나가 적당하다는데, 크게는 검진과 수술, 수술은 백내장과 라식으로 구별된단다.
90년대까지 의대내에서도 상위 클래스가 선택하는 게 안과고, 개원의중 1,2위를 다툰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신체부위중 가장 작은 눈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첨단 기계의 정밀성과 의사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가장 주요한 장비들은 독일제가 많았고, 추가적으로 미국제가 보조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물론 내가 본 안과에 국한될지도 모르겠지만, 독일제품의 강세는 예상했지만, 일본제가 없다는 게 의외.
흔히 카메라만 봐도 명품은 독일제, 대중성은 일본제의 등식이 여기에서는 보기좋게 예상을 빗나갔다.
검진보다는 수술이 돈을 벌 수 있고, 수술은 결국 장비싸움이라는데 투자될 자본이 미래가치를 결정한다.
라식수술이후 보이지 않았던 바닥의 머리카락에 충격 받아 청소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분 생각도 나고,
신종플루 때문에 열심히 손 씻기 운동이 시작되면서 안과의 매출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소식도 듣고...^^
실무적인 그러나 회사간 자존심 문제로 지연되었던 동시분양 TV 광고가 시작됐다.
이제는 우리가 드러낼 모든 수단들이 동원되지만, 갈수록 광고 홍보의 질과 깊이는 왠지 시장과 겉도는 느낌.
시장과 소비자의 심리, 그리고 우리의 의도를 꿰뚫을만한 탁견을 찾아 광고한다는 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전략적인 기획을 가지고 각각의 수단과 방법을 일관성 있게 리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들이 하고 싶은 말과 기억에 남게 남기는 - 그것도 15~20초 내에 만든다는 건 역시 만만치 않다.
추석 전후를 기준으로 언제 오픈할 것인가가 주요한 논의주제로 부각이 되고, 각사의 이해관계,
오히려 이해관계보다는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예상하는가의 차이가 오픈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감리자 이의신청이 완료되고 계약을 체결, 착공신고까지 제출했지만, 아직 분양가 심의는 미지수...
각 건설사들이 얼마를 받고 싶은가는 논의에서 벗어나고 이미 시장이 강제한 분양가가 너무 무겁다.
분양가 원가를 결정하기도 이전에 이미 오래전(2008년 겨울)부터 이곳의 분양가는 언론에서 결정됐다.
한편 몇몇 건설사들의 사전 홍보작업도 있었지만, 주변 부동산들의 기대금액을 벗어나기 힘든 상태...
나는 가격의 심리적 저항성보다는, 공급자의 무기력과 은행의 통제가 더 큰 요인으로 생각했지만 요지부동.
분양대행사와 계약은 끝났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공사와 관련된 협력업체는 현장의견을 중시하지만, 분양대행사의 선택만큼은 오너의 결정이 중요하다.
공사가 잘못되면 다시 뜯어내고 고칠 수 있지만, 분양대행사의 실패는 회사의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
분양대행사는 신뢰와 실적, 규모 등 소위 계량화되는 수치와 효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숙고에 숙고를 거듭했지만, 내 의견이 주장되고 받아들여지기에는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았다.
턴키식의 분양대행과 광고홍보를 제외한 분양대행, 그리고 직영운영체계 등으로 발주방법은 나뉜다.
나의 주장은 한방으로 판가름날 현장이 아니고, 조금 더 회사의 전략을 가미하려면 직영운영이 맞다는 것이고,
회장님의 판단은 단지의 규모나 상승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분양대행이 현명하다는 의견으로 양분됐다.
문제는 분양용역을 맡길 회사의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대행사의 내부체계에도 문제가 많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양대행으로 결정했고, 사업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에서부터 나는 다시 고민...
전반적인 틀은 잡았지만, 특히 대행사 내부의 갈등은 초기부터 짙은 의구심을 자아냈지만 이미 떠난 화살.
모델하우스에 대한 2차 3차 평가회가 누적되면서 내부가 그런대로 틀을 맞춰갔다.
각사 모델에 대한 암묵적 탐방과 상호의견 교환들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확인하면서 바꿔나간다.
사실 투자와 실수요자의 비율, 주요 투자자의 밀집지역과 실수요층의 요구사항은 마케팅 전략의 핵심...
게다가 이곳의 특수성은 일반 수도권 배후도시나 강남 출퇴근이 주요한 타켓이나 이슈가 아니며,
세컨드 하우스나 노후 생활자, 외국인 임대, 외국 생활자의 임시 거주 등 다양한 수요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평면과 구조는 결정되었지만, 내부 인테리어를 어떻게 꾸밀까는 정말 주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아무도 만족하지 못했다.
마지막, 분양가 확정...
아무도 공개하지 않고 숨기고 있지만, 이미 각사의 주요한 방향이나 마케팅 전략들은 드러난 상태...
도대체 시장이 원하는 가격대는 얼마이고, 우리는 어는 선을 책정해야 할까?
은행의 통제는 만만치 않고, 중도금 시점, 공사기간과 입주시점, 그리고 각종 법규의 검토...
게다가 분양보증서를 발급 받으려면 우리들은 분양가를 가급적 신속히 결정해야만 한다.
모델 하우스 공사와 오픈 시점, 그리고 분양가 결정을 위해 잠 못드는 밤은 계속되고,
모델에서 모텔로, 모텔에서 모델로 이어지는 나의 발걸음은 계속 무거워만 갔다.
한편으론 게으름으로, 또 한편으로 외로움으로,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함으로...
거의 2년 반, 짧게는 10개월여의 두려움과 걱정과 불안함이 거의 정점에 다다른 시기.
하루에 한번 하늘을 보고, 하루에 한번 달을 보고, 하루에 한번 바람을 느껴야만 한다는 생각외에
나의 마음에는 아무것도 담을 것이 없었다.
비우고 채움?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워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