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을 예술이라 고민하다 조각으로 바꾸어 카테고리를 만들고 야성미로 분류하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불교라는 영역보다 구현된 미감이 우선이니 나름 엄선된(?) 작품들이지만... 한반도를 이끌던 수많은 군주들 중, 호쾌한 야성을 드러낸 이들이 적지 않다... 이름만으로도 웅지가 느껴지는 광개토대왕부터, 동성왕, 원성왕, 태종, 세조 등등등... 그 중 아무래도 광개토대왕이나 영양왕, 문무왕 등은 격이 다르고, 그 다음으로 꼽자면 떠오른 이들이 무왕, 경덕왕, 광종 등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분류한 작품들이 바로 이들이 시대를 주도할 때 만들어진 것들이다... 위덕왕에 이어 우여곡절 끝에 왕위를 계승한 무왕... 그 무왕이 공을 들인 곳이 익산이고, 여기에 건설된 미륵사지, 왕궁리 외에 꼽을만한 곳이 연동리의 석조여래좌상이며, 내가 눈여겨 본 것은 광배다... 그리고 두말이 필요없는 경덕왕은 선덕여왕이나 문무왕 만큼 다양한 사적과 유적들을 남겼다. 그중 전탑과 석불좌상을 골랐다... 그 다음, 고려 광종시대... 당간지주와 석등, 그리고 철불을 꼽았다... 물론 이 설명은 선후가 바뀐 점이 있다... 꼽아 놓은 다음에 찾은 공통점이지, 애초부터 무왕과 경덕왕과 광종을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니까... 다만 그런 이유로 몇몇 석탑과 철불, 당간지주 등을 제외했다... 일관성의 문제 때문에...^^
익산 연동리 석조여래좌상 - 광배
보물 45호
600년경
백제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 조각상
국보 16호
750년경
팔부신중,사천왕
통일신라
청도 박곡리 석조여래좌상
보물 203호
780년경
금천면 박곡리
통일신라
충주 숭선사지 당간지주
954년경
신니면 문승리
고려
논산 관촉사 석등
보물 232호
968년
은진면 반야산
고려
영천 선원동 철조여래좌상
보물 513호
970년경
임고면 선정사
고려
익산 연동리 석조여래좌상 - 광배
앞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 석불좌상이 백제의 위덕왕과 무왕 연간, 특히 무왕과 관련있다고 생각된다... 아쉽다면 얼굴... 제짝이 아닌 상호 때문에 미감이 결정적으로 흔들렸지만, 그 의의와 완성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상현좌... 좌대까지 내려온 유려한 주름선, 그리고 유일하다 싶은 소인의 절묘한 조각... 여기에 서산마애불이나 국보78호 반가상, 그리고 정읍보화리나 영주 가흥리 석불 등의 얼굴이 조각되었다면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상상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현존한 석불좌상 중 가장 크고 거대한 광배가 압도적이다... 높이만 3.3m... (나원리탑의 일층 지붕돌 너비와 비슷하고, 땅에 묻혔던 광배는 부러지지 않고 일제강점기 시절 다시 세워졌다...) 여기에 새겨진 화불(3+1+3)과 극도로 간결화된 화염문... 태극문, 영기문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불꽃무늬에서 벗어나지 않는 문양이 내게는 너무 인상적이다... 백제 특유의 정교하고 복잡하고 세련된 연판문 두광무늬에 부정형에 거칠고 투박함에서는 분청사기나 조선후기 민요에서나 그려지던 철화나 동화 백자 저리가라할만큼 무심한듯 새겨나간 불꽃문양... 재밌다...^^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 조각상
청도 박곡리 석조여래좌상
논산 관촉사 석등
영천 선원동 철조여래좌상
(20)호쾌하고 투박한 야성미 - ② 건축
불교조각과 달리 고려시대부터 조선의 전 시대에 걸쳐 야성적인 건축들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전화를 감안해야 하지만... 다만, 호쾌와 투박함은 사실 이질적일 수 있고, 이를 야성으로 묶는 것도 조금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래서 각각의 중점적 요소가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고 접근했으면 좋겠다...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유교와 불교 두축에서 고르게 접근할 수 있고, 다만 고부향교나 노성향교, 선운사와 통도사에서는 각각 2개의 건축들이 골라졌다는 점은 내 스스로도 특이하다(이들의 공통점에 대해 고민 많았기 때문에...). 즉 고부향교와 노성향교, 통도사는 한사람이 손을 쓴듯 일관성이 있지만, 선운사는 투박하지만 호쾌하다는 공통점 외에 드러낸 미감은 다르다... 이들중 오히려 눈에 띤 것은 영주향교의 동서무와 운문사 만세루다... 영주향교 동서무는 규모와 차분한 비례를 벗어난 거친 야성이, 운문사 만세루는 역시 정연한 구조를 벗어난 호쾌한 느낌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매우 담백하지만, 눈여겨 볼수록 빠질만한 깊이가 있다... 멋진 건축들이다...
영천 거조사 영산전
국보 14호
1375년
청통신원리팔공산 526 석조나한상
고려
영주향교 동서무
(1588년)
철탄산, 영주여고
조선
고부향교 대성전, 명륜당
1597년 이건
정읍시 고부면
조선
논산 노강서원 강당
보물1746호
1602년
영, 덧지붕, 눈썹(가적)지붕
조선
고창 선운사 대웅전
보물 290호
1613년 중건
아산면 도솔산
조선
청도 운문사 만세루
1655년 재건
운문사 호거산
조선
논산 노성향교 대성전, 명륜당
1631년 중수 1700년 이건
송당리 월명곡
조선
고창 선운사 만세루
보물2065호
1752년 재건
아산면 도솔산
조선
공주 마곡사 대광보전
보물 802호
1813년 중건
사곡면 태화산
조선
합천향교 명륜당
1881년 이건 1430년 창건
영귀루, 대성전
조선
양산 통도사 해장보각
1887년
지산리 영축산
조선
양산 통도사 명부전
1888년 수리
지산리 영축산
조선
영천 거조사 영산전
영주향교 동서무
고부향교 대성전과 명륜당
논산 노강서원 강당
고창 선운사 대웅전
청도 운문사 만세루
논산 노성향교 대성전과 명륜당
고창 선운사 만세루
공주 마곡사 대광보전
합천향교 명륜당
양산 통도사 해장보각
양산 통도사 명부전
(20)호쾌하고 투박한 야성미 - ③ 도자기
도자기에서 호쾌하거나 투박한 야성미를 느끼는 것은 쉽지가 않다... 분야의 한계겠지... 그럼에도 귀면장식 청자는 그 규모와 포스가, 연판문 백자병은 담백하게 새겨진 문양이 주는 힘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이 느껴진다... 두개의 운룡문 백자 항아리는 워낙 뛰어나고 완벽한 태가 거칠거나 투박함과 상충될 수밖에 없지만, 운룡문을 그린 도공-화공의 자유의지는 우아한 태를 뛰어넘은 게 아닐까 싶어 골랐다... 귀면장식 청자는 섬세한 디테일이 정교하지만, 규모와 함께, 크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일그러짐과 유약의 변질이 오히려 투박하고 호쾌하게 보인다... 아마도 도공은 가마에서 꺼내자마자 한참 고민했을 것이다. 깰까? 말까?... ... 그래 이것도 맛이지... 그렇게 살아남았고... 또 납품 받은 이도 그렇게 살렸고... 마지막 사용한 이와, 고려 이후 800여년의 세월 동안 이를 관상했던 이들도 뭔가 일관된 마음을 가지고 이 도자기를 살렸을 것이다... 이들을 관통했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타협? 절충? 회피? 뒤로 미룸?... 그를 앞선 게 길들여지지 않음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골랐다... 운룡문 백자호는 별도로 소개할 거고, 백자 병도 볼수록 괜찮다... 몸통에 양각된 연꽃잎이 입... 도자기의 구연부까지 일관되게 올라갔고, 매우 깔끔하면서도 깜찍하게 마무리 됐다... 순백자의 뛰어난 색깔도 한 몫 하지만, 무엇보다 무심한듯 큼직큼직하게 양각된 연꽃잎이 하나하나 모이니 너무 힘이 있어 보인다... 도공은 꽃봉우리에서 솟아오른 주둥이를 염두에 두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기막힌 반전이 이 백자병에 탄탄한 힘과 강직한 기품, 그리고 거칠것 없는 호방함으로 다가와 좋았다... 한번보면 무식하지만, 두번, 세번 보면 탐난다... 그 정제된 거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