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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여행-趣,美,香...

탑2-2> 느낌이 있는, 닮고 싶은 - 정혜사지탑...0803

탑과 함께... 080305


1. 내가 제일 좋아하는...

2. 느낌이 있는, 닮고 싶은...

3. 바람과 함께, 빛과 함께 단아한 모습으로...

4. 남성적인 혹은 여성적인...

5.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의 미감...

6. 역사와 함께... 목조번안탑

7. 역사와 함께... 모전석탑의 다양한 미감

8. 놓치기 싫은...

9. 보고 싶은...




 

2. 느낌이 있는, 닮고 싶은...


엉뚱한 생각 하나해봅니다.

살아온 시간이 많지 않아도, 탑을 보면 괜시리 저마다의 나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년시절의 여리고 귀여운 모습의 탑도 있고,

스무살 전후의 준수한 느낌의 청년기에 닮고 싶은 탑들도 있고,

중년에는 중년에 맞게, 마흔 다섯 살 전후의 장년기에는 장년기에 맞게,

그리고 노년의 조금은 관조와 회한의 맛이 느껴지는 탑들도 있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탑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어울리는 두 탑을 찾아가 중매를 서봤습니다...^^

고선사탑과 술정리탑이 어울리지 않을까요?

 

<고선사지탑... 경주박물관, 국보 38호, 686년, 9m> 

 

 

감은사탑과 석가탑의 범접하기 힘든 완결성을 덜어내니

당당함과 의연한 강건함에서는 고선사탑을 따라올 이가 별반 없고,

우아함과 세련된 기품에서는 술정리탑에 비견될만한 탑이 드물지요.

 

<술정리탑... 창녕, 국보 34호, 5.75m> 

 


문제는 워낙 고고한 성격으로 이름들이 높은지라 서로 잘 어울릴지

혹 영혼의 치수가 같을지,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두 탑이 결혼했다면 어떤 모습의 2세가 생겼을지...^^

소년시절부터 청년, 중년, 장년, 노년으로 나누어 골라 볼까요?


2-1) 안강 정혜사 십삼층석탑(국보 40, 780년, 5.9m)

2-2) 예천 개심사 오층석탑(보53, 1010년, 4.33m),

2-3) 경주 미탄사 삼층석탑(미지정, 8세기후, 6m),

2-4) 담양 읍내리 오층석탑(보물 506, 고려, 7m),

2-5) 경주 양피사 삼층석탑(보물 124, 8세기후, 5.6m),

2-6) 영양 설악산 진전사 삼층석탑(국보 122, 8세기후, 5m),

2-7) 구미 황학산 직지사 청풍료뒤 삼층석탑(보물 1186, 9세기후, 9m),

2-8) 청도 봉기동 삼층석탑(보물 113, 8세기중, 5.47m),

2-9) 산청 지리산 단속사 삼층쌍탑(보물 72, 9세기, 5.3m),

2-10) 서산 용현계곡 보원사 오층석탑(보물 104, 고려, 9m),

2-11) 구미 낙산동 삼층석탑(보물 469, 8세기, 8m),

2-12) 강릉 신복사 삼층석탑(보물 87, 고려초, 4.55m)

2-13) 충주 중원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6, 785년, 14.5m)

2-14) 의성 사자산 관덕리 삼층석탑(보물 188, 9세기, 3.65m),

2-15) 경주 장항리 오층석탑(국보 236, 8세기, 9.1m)




2-1) 안강 정혜사 십삼층석탑(국보 40, 780년, 5.9m)

 

 

 


천진난만하면서 밝고,

바르면서도 고운심성을 가졌을 것 같은 소년들을 생각하면

저는 안강의 정혜사 십삼층석탑이 먼저 떠오르는군요.


가지런하면서 자유스럽고,

안정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모습...

무엇이라 규정하기 힘들지만 변화무쌍하고,

독창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모습...

 

 

 

 

참 특이하게 생겼지요?

지붕돌과 몸돌의 구분이 없이 차곡차곡 포개 올린 탑신,

아기자기한 십삼층의 탑신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기단부,

그리고 이제는 없어졌지만 막돌 테두리에 흙으로 만들어 놓은 하층 기단...

누구를 닮지도 않고 자신과 비슷한 아류도 만들지 않은 독창적인 모습이지요.


몸돌 구별없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탑신을 보면, 무작정 포개놓은 책들이 생각나는데,

책을 읽으면서 생각은 정리하지 않고, 얼마나 보았는가가 중요한 아이들이 연상되지 않나요?

여리고 귀엽게 느껴지는 탑신과 너무나 안정적인 기단부를 바라보면,

부모의 사랑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꿈만 무럭무럭 키우는 새싹처럼 느껴지고...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자신을 이해해 주기만 바라는 것 아닐까요?

정혜사탑의 독창적이고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모습을 바라보면

누구와 비교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전,

오로지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연스러운 순수가 생각난답니다.


타인의 기준에 자신을 얽매여 놓치 않은 천진난만함...

주장도 없고 대답도 없이, 줄기차게 물어보며 자신의 호기심만 채워나가는 동심...

사랑할 줄은 모르지만 얼마나 사랑받는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천진난만함...

자신이 이해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늘 부족한 관심에 목말라하는 여림...

 

 



그러나 정성스럽고 잘 갈무리된 혹은 걸러진 모습...

너무 예쁘지요?

앳띤 모습으로 사랑스럽고,

세련됐지만 여린 모습은,

한없이 사랑받을만한 곱고 어여쁜 자태의 아이들 같지 않나요?


우리 햇살이와 똘똘이도 이런 모습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래도 모든 사랑을 받기만 하지만, 항상 부족해 하는 목마름이 느껴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