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바람과 함께, 빛과 함께 단아한 모습으로...
3-1) 합천 매화산 청량사 삼층석탑(보물 266호, 4.85m)
2-13) 의성 사자산 관덕리 삼층석탑(보물 188호, 3.65m)
3-2) 양양 미천골 선림원터 삼층석탑(보물 444호, 5m)
3-3) 원주 거돈사터 삼층석탑(보물 750호, 5.45m)
3-4) 경주 남산 용장사터 삼층석탑(보물 186호, 4.5m)
3-5) 합천 황매산 영암사터 삼층석탑(보물 480호, 3.8m)
3-6) 홍천 물걸리 삼층석탑(보물 545호, 4m)
3-7) 성주 백운리 법수사터 삼층석탑(경북 86호, 6m)
3-8) 횡성 중금리 삼층쌍탑(강원 19호, 6m)
한동안 무거웠던 마음 털고 싶어 펜을 들었다...^^
지난여름이었지?
선림원터 다녀온 게...
(선림원지라는 말보다 선림원터가 더 좋지?)
생각보다 괜찮은(? 좋은) 탑도 있고, 정성스러운 석조물들이 있지만,
역시 하나 하나의 유물보다는 풍광(風光)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윽하면서도 생기가 느껴지는, 발랄함이 숨겨진 그런 곳.
차분한 마음을 만드는데는 여전히 탑이 좋다...^^
<선림원터...802년 해인사를 창건한 순응법사가 804년에 세웠다고... 처음 화엄종파였지만, 홍각선사가 중창하면서 선종으로 전향...>
<바로 앞 개울물... 가만 앉아 있으면 나지막한 물소리가 들린다... 탁족을 즐기며 한참을 있었지...>
<01년 양양 가는 길에...>
강원도 양양 미천골,
선림원터...
그대 가 보았나?
조용하고,
너그럽고,
잘잘한 설레임이 넘치는 미천골...
작은 개울물 끼고서 결코 좁지 않은 절터,
하나 있다네.
평화롭다 말하기엔 좁고,
좁다고 말하기엔 넉넉하고,
풍요롭다 말하기엔 깊고,
깊다고 말하기엔 그리 높지 않은 곳...
그래서 내게는 너그러우면서 조용한 곳,
살랑거리는 바람에 작은 웃음들을 간직한 곳,
그윽한 눈매의 처사들이 세상 담 쌓고 오순도순 인생을 이야기하며
엉덩이 붙이고 앉아 노닥거리게 딱 좋은 곳이라네.
아마도 미천골 선림원터에 모닥불을 피워놓으면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도 필요 없고,
내 미처 경험치 못한 미래의 이야기도 어울리지 않는,
지금의 숨소리와 새소리와 물소리,
그리고 바람소리만을 이야기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그림하나 그릴지도 모르겠네.
<겨울과 여름... 이 방향이 대략 동쪽일것 같은데...>
<남쪽... 바로 아래쪽으로 개울물(?)이 흐른다...>
<서북쪽? 야트막한 야산이 가까이 붙어 있다...>
동쪽 바다에 해가 떠올라도 속살을 쉬이 드러내지 않아 잔잔한 안개를 머금을 거고,
남쪽은 날카롭지 않지만 낮지 않은 봉우리 하나있어 시원한 공기를 드리워주고,
서쪽을 바라보며 길고 긴 석양에도 한숨소리 내쉬지 않는다면 쓸쓸하지 않을 정경이고,
굳이 높이를 알 필요 없는 북쪽에는 작은 능선하나 있어 차가운 바람을 막아줘.
가만 눈 감아 봐.
졸졸 물소리~
솔솔 바람소리~
짹짹 새소리~
찌르르 풀벌레소리~
번잡한 세상소음은 졸졸 물소리에 떠내려가고,
싱그러운 미소는 솔솔 바람소리가 응원할지도 몰라.
짹짹 새소리는 머언 하늘로 시선을 인도하고,
찌르르 풀벌레소리는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을 노래할지도 몰라.
조심히 앉아 눈을 떠봐.
맑은 하늘~
밝은 구름~
흥미진진한 석양~
투명한 별들이 보일거야.
맑은 하늘은 당신의 마음을 위로해주겠지.
밝은 구름은 당신을 자유롭게 만들거야.
적당한 석양은 부드러운 달을 기다릴거고,
쏟아지는 침묵은 반짝이는 별이 만들어주겠지.
손을 잡고 걸으면 상큼한 향기에 취하고,
손을 놓고 바라보면 그윽한 눈맛춤에 취하고,
등을 맛대면 따스함에 졸리웁고,
가슴을 맛대면 달콤한 입맛춤에 취하겠지.
그런 그윽함을 그린다면 선림원터에 가봐.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적당한,
꼭 필요한만큼, 내가 움직일만큼만 적당한 미천골 선림원터에 가봐.
그곳에 묻힌 향기 찾으면 당신은 천년을 산 것이고,
그곳에 담긴 바람 찾으면 당신은 자연을 노래할 것이고,
그곳에 떠도는 색 찾으면 당신은 마음을 놓을 것이고,
미천골이 내민 손 찾으면 당신은 맑은 기운을 찾을거야.
<석등, 높이 3m, 보물 445호... 선림원터의 석물들이 모두 그렇지만, 아담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은 세련된 모습을 갖췄다...>
<장구통 모양의 석등을 고복형이라 하는데, 연화소반 두개를 붙여놓은 모습이라고도 설명한다... 석등 지붕돌(옥개석)의 귀꽃과 하부받침(기단석) 복련의 귀꽃, 그리고 중간돌(간주석)이 고복형으로 바뀐 것은 전라도 일대의 선종이 신라전역으로 파급된 것을 의미한다... 진전사터에서 시작하여 다시 100여년의 시차를 두고 선림원터로... 광주 개선사지, 용암리 석등에 이어 선림원으로 이어진 고복형 석등은 후백제의 견훤에 의해 화엄사 석등으로 완성된다... 그 시기를 전후해 청량사 석등이 만들어지는데,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의 미감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다...>
<부도, 1.2m, 보물 447호... 기단부 중간돌(중대석)에 운룡문 형태의 부도를 대표하는 게 여주 고달사지 부도(국보4호)다... 선림원 부도가 최초의 양식이라 생각한다...>
<홍각선사 부도비, 보물 446호, 886년...>
<부도비의 제작년식을 따질때 비석받침의 장식을 많이 보는데, 앞발과 비석받침의 물결무늬가 독특하다...>
미천골에 앉아 노랠해도 좋아.
조금은 나약하지만 정성스러운 거북이와 이무기를 바라보며,
꺾인 생이 못다 한 노래를 불러도 좋지.
1200년 전 그 양반이 닮고 싶은 생을 끄집어내어도 반가울거고,
1200년 후 내가 불러낸 그 양반과 담소를 나눠도 좋겠지.
미천골에 앉아 그림하나 그려도 좋지.
앙증맞지만 가볍지 않은 석등을 바라보며,
작은 석등이 이고 있는 산만큼은 꼭 그려봐.
꺼져버린 등불이라 우겨도 좋고,
아직 타오르지 않은 마음을 그렸다고 해도 뭐랄 사람 없겠지.
<어떤 모습이었을지 한번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깨져버린 부도에 가부좌를 틀어도 좋아.
누가 깼는지, 누가 가져갔는지 원망은 말자고.
사라져버린 위쪽에 내가 앉았잖아?
이런걸 생각해낸 사람을 닮아보자고.
그래서 못다 만든 불심을 완성시켜보자고...
혹시 알아?
애초부터 만들다 말았는지...^^
<선림원터 삼층석탑, 보물 444호, 높이 4.1m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5m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흔히 멀지 않은 곳의 진전사탑을 닮았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말은 잊어도 좋다... 큰 기단부에 비해 약해진 탑신 때문이겠지만, 서로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니까... 처음 봤을 때는 참 작고 아담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봤을때는 전혀 달랐다... 그 맛을 이제야 느꼈다고 할까? 첫 이미지로 모든 걸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던 탑... 바라볼수록 기분 좋은 탑이다...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운기생동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탑이다...>
그리고 이제, 들어선 초입을 바라보면
지금껏 나를 지켜본, 탑이 하나 있지.
튼실한 기단, 날씬한 몸,
의연하면서 딱딱하지 않고,
정성스럽지만 나약하지 않고,
그윽한 눈매로 당신을 따르던 탑이 하나 있지.
기단이 높다고 탓하지 말자고.
몸돌이 여리다고 트집도 잡지 말고.
기단이 조금 낮았으면,
몸돌이 조금 더 컸으면 좋았겠다고 아쉬워 말자고.
천이백년을 살아온 연륜에서 먼저 고개를 숙여보자고...
그 딱딱한 돌덩이에서 작은 선하나 그려봤나?
저기 삼층 지붕돌에서 느껴지는 가냘픈 곡선 말이야.
부드러운 바람에 닳았는지,
달콤한 향기에 숙였는지,
맑은 기운에 눌렸는지, 살짝~
정말 살짝만 공굴린 흔적...
<지붕돌들에 살아 있는 저 옅은 곡선... 한참을 바라봤다... 묘한 매력에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던 선(!線, 鮮, 禪? 璇!)이었다...>
그걸 봤다면 선림원을 다 본 게 아닐까?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시리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게,
작은 웃음과 살짝 들뜬 마음만 내보인,
그 여린 정성을 보았다면 채워지지 않을까?
그윽한 눈 맛은 당신 마음을 닮았고,
부드러운 느낌은 당신의 손,
그리고 숨겨진 정성은 당신의 향기를 담았나 봐.
<참 기분 좋은 곳... 생각할수록 좋은 곳... 편하면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그런 곳이다...>
머무는 아늑함은 배웅 받는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지.
그래도 아쉽지는 않지?
우리는 함께 있었잖아.
그리고 또 함께 있을거고.
앞으로도, 또 앞으로도...
그렇게, 그렇게...
조용하지만 명랑한 기운을 얻고 싶을 때 오겠지.
좁지만 답답하지 않은 바람이 그리우면 또 오겠지.
속삭이는 시가 노래가 되고,
설레이는 마음이 촉촉이 젖으면 머물겠지.
강원도 양양 미천골, 선림원터.
조심스러운 그윽함...
그 낮지 않은 울림을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어.
<01년... 이제 겨울이... 양양가던 길에서의 사진을 다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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