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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여행-趣,美,香...

탑4-4> 남성적인 혹은 여성적인 (3)...(3. 여성적인, 실상사)

 

 

 



5. 여성적인...


내가 남성과 여성으로 꼽는다는 기준이 결국은 나란 사람의 마음이겠지만,

너무 남성을 군대, 힘 같은 권력의 요소로만 선별을 했다 싶다...^^

물론 이런 기준은 여성적이라는 개념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ㅠㅠ

날씬하고, 세련되고, 우아하고, 아름답고, 예쁘고, 참하고, 곱고, 기타등등 기타등등...ㅎㅎㅎ

(크흐~~~ 나의 본래 기준은 몸과 마음의 조화인데...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서 멈출 수는 없으니

일단 술정리탑, 원원사탑을 빼고 여성적인 탑을 꼽으라면 어떤 탑들이 떠오를까?

아마 첫손에 꼽으라면 김천 직지사의 삼층탑을 말할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말한다면 남원 실상사의 삼층탑이 있을 것 같고...

너무 일방적인가?

 

<원원사 삼층쌍탑... 이만한 탑은 정말 귀하다... 남자는 여성으로, 여자는 남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우아한 남자보다는 우아한 여자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 


여림과 가냘픔, 부드러움, 세련됨 등이 여성의 전유물도 아니고,

날렵함, 경쾌함, 우아함, 단아함, 정연함이 남성과 배치되는 개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느낌은 여성과 남성에 대한 분명한 차이를 선험적으로 강요한다.

차별이 아닌 차이와 구별은 우리들의 감성을 보다 풍부하고 충만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석가탑이나 술정리탑, 원원사탑은

남성이 바라보면 여성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여성들이 바라보면 미소년 같은 중성적이며 심지어 남성적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남자라는 점이며, 게다가 보편적이지 않을 나의 주관은

성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부정하진 않겠다.


여성적 느낌을 같거나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탑이 몇 기 더 있는데,

경주 박물관 작은 둔덕 위에 자리 잡은 <안상문양의 삼층탑>에서부터 시작해 본다.

작지만 왜소해 보이지 않고, 수수하지만 정성스러운 매무새를 갖췄다.

그러나 아직 여성적인 농후함은 부족하고, 밝고 풋풋한 <여고생>의 이미지다.

 

<경주 박물관의 삼층석탑...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근데 왜 이 탑이 여고생으로 보였을까? > 


철원을 넘어가면 <도피안사>라는 절집에 석굴암 삼층탑과 비슷한 유형의 탑이 하나있다.

앙화와 복련을 갖춘 팔각원당형의 기단부에 여리고 살포시 앉아있는 이 탑은,

몸은 충분히 성숙했지만, 아직은 조심스럽고 부끄러워하면서도 화사함을 쫓는 모습이

마음은 10대, 나이는 20대 후반의 <큰 애기> 혹은 <새 색시> 같은 느낌이다.

 

<철원 도피안사 삼층석탑... 보물 223호, 4.1m, 865년... 이 탑을 생각하면서 나는 꼭 석굴암의 삼층탑을 봤다는 생각을 한다...> 


비슷한 또래의 단아하고 정돈된 모습을 갖춘 비교적 여성스러운 탑들이 있으니,

<팔공산 부인사의 삼층탑, 대둔산 대흥사의 삼층탑>이 그들인데,

잘 교육받고 자란 <양반집 규수>같은 느낌으로,

부인사 삼층탑은 성숙해지고픈 내면이, 대흥사 삼층탑은 화사한 외면이 강조되었다.

 

<대구 팔공사 부인사 삼층석탑... 대구시 문화재 17호... 보물급은 아니라지만 잘 생기지 않았나? 다소곳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해남 대둔산 대흥사 응진전 삼층석탑... 보물 320호, 4.3m... 참하게 생기지 않았나? ^^> 


세상사 돌아가는 연륜과 성숙에서 이들보다 한 차원 높은 탑들을 골라보라면

<홍천 물걸리 삼층탑>은 외로움과 고고함을 갖춘 <허난설헌>이 연상되고

(왜 이탑을 생각하면 낙향한 양반네 과부 며느리가 생각날까?)

 

<홍천 물걸리 삼층석탑... 보물 545호, 4m... 고고한 느낌의 이 탑에서는 왜 외로움이 생각날까? > 

 

 

 

<원주 거돈사 삼층탑>은 차분함과 내면의 절제를 두루 갖춘 <신사임당>이 생각나고,

(이 탑은 40을 넘어선 양반집 안방마님으로 봐도 무방할까?)

 

<원주 거돈사 삼층석탑... 보물 750호, 5.45m... 참 평화로운 곳이고, 또 그만큼 평화로운 느낌의 탑이다...> 


<경주 장항리 오층탑>은 지천명을 넘어 이순의 경지에 이른 모습인데,

참 곱게 늙었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 세월을 관조하는,

집안 어르신들 다 돌아가시고 마지막 살아계신 <종가집 큰고모> 같다.

<경주 장항리 오층석탑... 국보 236호, 9.1m... 고귀한 여성같은 그런 느낌? 이건 조금 심했지? ^^>

 

(사실 장항리 오층탑은 여성적이라 보기에는 억지가 많을지도 모른다...ㅋㅋ

진취적이고 포부당당한 카리스마나 포용력이 부족할 뿐, 엄밀히 중성적 이미지가 강하다) 



6. 실상사 삼층쌍탑


이제 날씬함으로 돌아가 볼까? ^^

이런 유형의 탑은 실상사와 직지사의 탑들이 단연 돋보인다.

날씬함보다 가늘고 긴 탑들을 꼽으라면 화순 운주사를 비롯해 고려계 탑들이 우선 떠오르나,

흔히 <세장(細長)미>로 불리는 고려계 탑들은 날씬함과는 전혀 이질적인 느낌이다.

 

<92년도에 찍은 경복궁내 경천사지탑... 지금은 용산 중앙박물관 실내로 들어갔지?... 이런 느낌을 날씬하다고 말하지는 않잖아...^^> 


그리고 상륜부가 온전하거나 복원된 탑들에서 늘씬한 미감이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경 봉암사 삼층탑은 이들 탑에 비하면 꼿꼿한 선비 같은 강직함이 우선 보이고,

직지사의 대웅전 삼층쌍탑과 비로전 삼층탑은 굳건하고 정연한 느낌이 강해

여성적 이미지로만 느껴지지 않음이 나의 시각이다.

 

<남원 지리산 실상사 삼층쌍탑... 보물 37호, 8.4m... 날씬한 미인 같은 모습...> 


먼저 <실상사의 삼층쌍탑>을 먼저 본다.

지리산자락 비교적 너른 터에

얇고 늘씬하면서 비교적 정제된 모습의 실상사 탑들을 보면

약간의 치장은 마다하지 않지만 여전히 수수하고 여린 순박함이 느껴진다.

 

<실상사 경내... 잘 꾸며진 공간이다...> 


언듯보면 화장기 없는 수수함에 군더더기 없는 차분함을 갖추고 있고,

풍만하지 않지만 탄력이 느껴지는 날씬한 자태와 엷은 맛은

조금은 밋밋하지만 숫기어린 새색시의 차분함도 느껴진다.

말하지 못한 기다림...

드러내지 않는 설레임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날씬함을 유지하고픈 실상사 삼층탑이 갖춘 감상이다.

 

<실상사 삼층석탑... 기단부가 조금 낮아지고, 옥개석이 조금 더 넓었으면 어떤 맛이었을까?> 


다만, 안정된 이중 기단부의 튼실함은 신라계 삼층탑의 전형임을 느끼게 하고,

지붕돌의 비례에서 낙수면이 층급받침 부위보다 두툼한 점은 시대적 퇴조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낙수면중 마구리면(전각) 반전이 강조되어 전반적인 느낌을 약하게 만들었고,

얇아진 지붕돌에 비해 충분히 넓어지지 못한 점이 경쾌한 느낌을 반감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도시의 풋풋한 아가씨처럼 건강함은 잃지 않았다.



*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 직지사는 내일 올리든 다음에 올리든 해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