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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여행-趣,美,香...

탑4-1> 남성적인 혹은 여성적인 (4)... (7.직지사 삼층탑들)

* 원주에 내려왔다...^^

* 엊그제 올리지 못했던 글과 사진을 이제야 올린다...^^*



7. 직지사 삼층석탑 3기(대웅전앞, 비로전앞)

 

<직지사 대웅전 앞 삼층석탑... 보물 606호, 9m가량...>  


이제 직지사로 가볼까?

직지사에 가면 대웅전 앞에 두기, 비로전 앞에 한기,

그리고 청풍료 뒤쪽에 또 한기,

총 4기의 멋들어진 삼층석탑들이 있다.

 

 

<이 사진들은 99년도에 찍은... 한번은 너무 늦게 가서, 또 한번은 너무 오래돼서 마음에 드는 사진이...ㅠㅠ>

 

 

물론 꼭 닮은 대웅전과 비로전 앞의 세기의 탑은 문경 도천사터에서 옮겨온 것이고,

청풍료 뒤의 탑은 선산의 낙동강변에서 옮겨온 것이다.

 

<언제 다시 직지사 삼층석탑들에 대해 말할 시간이 있겠나 싶어서, 오늘은 직지사 삼층석탑들 사진을 이것저것 모아서 올려본다... 사실 앞에 소개하는 3기의 석탑들은 늘씬한 맛이 강하지만 여성적이라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준수하고 세련된 30대 후반의 남성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 

 


직지사 대웅전에 딱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두 탑과 비로전 앞의 탑은

한마디로 완벽한 신라의 석탑이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

날선 반듯함에 흐트러짐 없는 정연함,

게다가 균형잡힌 몸매와 나무랄데 없는 - 멋진 비례를 보고 있자면

신라시대 삼층석탑의 맛이 무엇인지를 확연히 드러내주는 정말 좋은 탑들이다.

 

<한번보면 신라의 탑은 이런 맛이라는 느낌이 확연하다...^^> 


삼층석탑의 전성기를 막 지나, 인근 상주 화달리 삼층탑보다는 작아졌지만

문경 봉암사 삼층탑보다 크고 안정적이다.

그리고 눈여겨 볼만한 가장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기단부가 1단이라는 점이다.

대체로 상주, 문경, 선산의 지역적 특징이라 말하고 있는데,

곰곰 생각해보면 의성의 탑리 오층탑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의성 탑리 오층탑... 국보 77호, 9.6m...고유섭 선생은 미륵사탑, 분황사탑, 정림사탑 등과 함께 한국 석탑의 기원중 하나로 이탑을 꼽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신라화한 고구려계 탑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신라화한 <고구려계 탑>이라 생각하는 탑리 오층탑은 목탑의 형태다.

(다소 엉뚱하지만, 탑리-빙산사-죽장동탑 등 모전석탑류 탑을 고구려계(오층)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기단부는 출입 가능한 목탑의 석축 기단의 높이와 비례가 비슷하다.

이런 유형의 기단부는 정림사 탑등 백제계 탑에서도 충분히 유추될 수 있으며,

 

 

<왕궁리 오층탑... 국보 289호, 8.5m... 개인적으로 정림사탑, 미륵사탑에 이어 3번째로 조성된 백제의 탑이라 생각한다...> 

 

왕궁리 오층탑에 영향을 받은 감은사, 고선사 탑의 낮은 기단부에서도 확인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우방교수의 왕궁리탑의 백제 기원설(무왕대 조성)을 믿는다)

 

<황복사 삼층탑... 국보 7호, 7.3m... 정식명칭은 경주 구황리 삼층탑으로 불린다... 이 탑에서 수습된 불상들은 국보 79호, 80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탑의 미감과 불상의 미감은 같으면서도 참 다르다... 아무튼 불상이 더 마음에 든다는...^^>   


이후 황복사지, 천군리 삼층탑에서부터 기단부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한 신라계 탑들은

나원리, 장항리 오층탑에서부터 2단의 기단부가 형성되기 시작하여(이론(異論)이 많겠지만)  

불국사 석가탑과 창녕 술정리 삼층탑에서 완벽한 모습을 갖추었는데,(갈항사탑까지)

이때는 2단의 기단부 외에도 주변으로 넓은 판석을 깔거나 금강좌 등을 두어

종교적 교리에 맞는 상징성까지 확보하였다.

(월광사, 봉기동, 기성동, 화달리 삼층탑 등은 그 전후의 시기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옥개석(지붕돌)의 반전 부위(모서리)는 보수된 흔적이 있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고 맘에 든다... 그 각진 세련됨이...^^> 

<일층 몸돌을 보면 왜 허리가 생각날까? ㅎㅎ> 

 

<하층 기단부가 생략되고, 넓은 판석이 깔려 있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을지 몰라도, 있는듯 없는듯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요한 미감을 형성한다고 생각된다...> 

 


문화 발전의 원동력은 개방이며 소통이고, 영양가 있는 관계의 형성이다.

고구려, 백제, 그리고 가야와도 엄연히 구별되는 신라의 지도층들은

적극적인 수입과 자연스런 인적교류, 전리품의 획득 등의 방법을 통해

양쪽의 문화를 흡수했으며, 법고창신(法古創新)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 줄 알았다.

 

 

 


석가탑과 술정리탑이 만들어진 최소 30여년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직지사탑들은

한층 높아진 단층의 기단부에 시각적 불안함을 덜어내려 주변에 넓은 판석을 깔아,

죽장동 오층탑이나 실상사 삼층탑에서 보이는 하층기단부의 불필요한 강조를 제어하면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아,(개인적으로 실상사탑보다 직지사의 탑들이 앞선 시대 것이라 믿는다)

간결함과 세련됨, 그러면서도 상승감과 경쾌함을 살린 매우 우수한 탑들이라 생각된다.

(거꾸로 술정리 탑의 주변 판석들이 온전하게 살아있으면 어떤 맛일지 상상해본다)

 

<직지사 비로전 삼층탑... 보물 607호, 9m... 미감은 대웅전앞의 쌍탑과 비슷하다... 그나마 복원된 상륜부의 노반이 작아서 다행이라는 생각...^^> 

<문경 봉암사 삼층탑... 보물 169호, 6.3m... 대략 879년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탑은 실상사 탑과 함께 온전한 상륜부로 가치가 높다... 물론 탑도 좋고... 직지사탑과 똑 같은 형식이다. 단층 기단에 하단의 넓은 판석까지...>  


단지, 실상사와 봉암사 탑의 상륜부를 차용하여 복원한 노반이상의 상륜부는 불만이 많은데

노반의 높이가 너무 건실하게 높고, 상륜부도 지금보다 15%만 가벼웠으면 어땠을까 싶다.

(높이에 대한 불만보다 보륜 등 하나 하나의 크기가 조금 더 작았으면 좋았겠다는 말...)

 

 


그리고 신라 하대로 내려올수록 신라의 삼층탑들은 어딘지 부족한 기운을 채우기 위해

기단부와 몸돌에 많은 부조를 두거나, 기단부를 유독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지사의 탑들은 정말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체감률 만으로 아름다운 미감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좁아졌지만 높아진 단층기단과 하부의 넓은 판석이 주는 미묘한 변화...

삼층탑에서 느끼는 전형적인 신라탑의 느낌에 작은 변화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졌다.

 

 



8. 직지사 청풍료 삼층석탑


오늘의 주제는 남성과 여성, 소위 성에 대한 문제인데 직지사 탑들에서 말이 많았다.

(늘 그렇지 뭐...^^)

이제 다시 주제로 돌아가면,

직지사의 이런 탑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탑이 있으니,

그가 바로 청풍료 뒤의 삼층탑이다.

 

<이 사진도 99년도에 찍은...>

 

 

문제로 지적되는 상륜부도 이탑에서는 거슬리지 않으니 그도 다행스러운 일이고...

(대웅전 앞의 두탑 상륜부는 무거워 보이고, 비로전 앞 탑의 상륜부는 낮아 보이지만)

 

<직지사 청풍료 뒤 삼층탑... 보물 1186호, 9m 가량... 옥개석 끝의 반전이 앞의 3탑과 비교하면 훨씬 경쾌하다... 그 하나의 차이로 탑의 미감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여성적인 탑이 아닐지...^^> 


여성스러움을 갖춘 탑들 중에 이만한 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화사하고 세련된 미감에 날씬함과 경쾌함을 고루 갖추었다.

이 탑 만큼은 지금까지의 미사여구를 모두 골라내어 써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흐트러지지 않은 정연함에 마냥 무겁고 진지하기 않은 경쾌함까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에 감칠맛 나는 세련됨까지,

충분히 안정적이면서도 하늘을 날듯 한 상승감까지,

그리고 내적으로도 충만해 보이고, 외적으로도 자신감 넘치는 건강함까지...

이런 맛을 알고 다듬을 수 있는 그 마음과 손에 경의를 표해도 결코 과하지 않을 탑이다.

 

 

 

<석재의 질감에서도 문경에서 가져온 앞의 3탑과 차이가 나는데, 아무튼 더 좋아보인다...ㅎㅎㅎ> 

 


사실, 오늘은 이 탑을 보고 싶어 달려왔다.

짧지 않은 거리에 막히는 도로,

그리고 이미 해가 떨어지는 늦은 시간...

(하필 카메라 배터리까지 말썽을 부려 다시 주차장까지 오가는 수고를 반복하고...ㅠㅠ)

<실제로는 이렇게 어두웠는데, 노출을 조작했다... 그래서 사진들이 힘이 없지만...ㅠㅠ>

 

(게다가 해는 이미 다 떨어져 어둑어둑해지는 바람에 ISO를 1600에 맞춰놓고 찍었다...ㅠㅠ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자리를 뜨기 싫었던 마음...

(결국 집에 가는데 5시간이나 걸렸다)

 

 


오로지 하나만 생각했고,

그리고 만날 수 있었다.

손을 내밀면 웃어줄 것 같은 그리움...

몸과 마음을 안아줄 것 같은 포근함...

그리고 모든 게 멈춰진 무념의 시간...

그렇게 채워지는 만남이 있고, 얼굴이 있고, 이름이 있다.

 

 


헤어지는 순간에도,

다시 만나는 순간에도,

그리워하는 순간에도 웃을 수 있는 연인...

오늘은 그런 연인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