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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잡생각...

나는 사이보그다...

* 글씨가 작아서 조금 키웁니다...

  멀리서 오신 <우와>님께...^^

  

1.

나는 사이보그다.

아톰만화를 보면서 나의 사이보그 기질은 시작됐을지 모른다.

소머즈와 600만불의 사나이, TV프로를 보고 자란 나는 사이보그를 열망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열광한바 없지만 나는 점차 사이보그에 적응한다.

AI를 보면서 피노키오를 대체할 미래 동화를 발견한 나는 사이보그에 안심한다.


근데 사이보그가 뭐지?

간단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사이보그란 한글을 치면 ;

CYBORG... 뇌를 제외한 기능을 기계장치로 개조한 인간이라고?

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을 뜻하는 사이보그는

어쩌면 현대의 문명을 인간이란 범위로 축소시켜 접근한 개념일 수도 있다.

여전히 내가 사이보그라면 내게 남은 건 뇌뿐인가? ㅎㅎㅎ




2.

나는 다리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언제나 든든한 나의 다리이다.

내게 밥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건 더 이상 배꼽이 아니다.

손목에 있든, 주머니 속에 있든, 책상 앞에 있든 시계바늘이 바로 나의 시간이다.

나의 귀는 더 이상 자연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핸드폰이든 전화든 유무선의 장치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책상에 앉으면 나는 컴퓨터를 켜야만 하고...

혼자 있을 땐 항상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지상을 피부와 접촉하지 않고 이동한다.

왜? 나는 사이보그이니까...^^


굳이 내 주위의 모든 물건이 기계가 만들었다고 강변하지 않아도 좋다.

굳이 내가 존재하는 모든 세상물질이 기계가 아닌 게 있냐고 반문하지 않아도 좋다.

굳이 내가 살아가야할 미래의 모든 시간이

기계를 벗어날 수 있냐고 항의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이니까...




3.

근데, 근데 말이야~~~

내가 굳이 사이보그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말해야할 이유가 있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내가 기계장치와 결합하지 않은 게 뭐지?

뇌... 그리고 덧붙이면 마음과 감각인가?

이 세 가지를 붙들고 인간임을 외쳐야할 이유가 있나?


감정의 유무로 인간과 기계(혹은 로봇)을 비교하던 초등학교 시절은 유치하다.

신체접촉과 사랑으로 인간을 한정시키던 꿈 많은 시절은 부분에 불과하다.

이상과 꿈은 역사법칙과 사회시스템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단 결론은

사이보그와 별개의 문제다.

프로이트를 교재로 택하든, 사르트르와 친구를 하든

존재의 문제도 사이보그와 대립항을 이루지는 않는다.

역사와 사랑과 미를 현실로 담아내는데 여전히 사이보그는 상수가 아니다.




4.

자신의 목숨과 학살을 담보로 미국시민권을 얻기 위해 참전했던

많은 미군복장의 이라크전 참전병사들과 사이보그는 다른 문제고...

파업할 권리가 없는 공장을 위해 기계장치로 대체돼 가는 공장과 사이보그도

별로 연관성이 없고...

권위와 개혁과 비젼과 현실을 재단하는데도 사이보그는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

게다가 건설과 사업과 분양에도 사이보그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의 신체 어느 부분도 기계장치에 맡긴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어쩌면 사이보그보다 더 기계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신체의 어느 기능보다 더 중요한 나의 부분을 기계장치에 맡겼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 나의 뇌...

나의 머리를 기계장치가 대체하고 있다...




5.

자료를 열심히 찾다가 몇 개가 빠진 걸 발견하고

결국 60여개의 디스켓을 재검색하고

다른 컴퓨터에 입력시켰다가, CD와 USB로 옮겨서 다시 내 컴퓨터에 저장을 했다.

긴긴 시간, 컴 앞에 앉아서 문득 나의 존재를 돌아본다.

나는 나의 기억과 기록을 뇌에서 찾는 게 아니라

컴퓨터의 기억장치에 의존하고 있었다.


돌연변이 X도 아니고,

매트릭스의 네오도, 스미스도 아닌데...


초록이 지천으로 깔리고,

후덥지근한 공기에 탁한 하늘을 보면서

나는 사이보그를 생각한다.

내가 인간이어야 할 이유를 절실히 느끼지 않으면서 나는 사이보그를 붙잡고 있다...

단지 20여장의 CD와 60여장의 3.5인치 디스켓이 나의 전부인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