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생일이란다...
生日...
기억해주는 이와 기억의 필요를 느끼는 이...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다...
내가 잊어도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2003년 촬영... 이 사진만... 나머지 사진은 모두 용산 가족 공원에서...>
늘 한강변을 달리게 된다...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한강을 좋아하고 북한산을 좋아한다...
산이 좋고, 물이 좋고...
내 영혼의 투명도와 무관하지만
내 심성의 정갈함과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물이 좋고 산이 좋다...
허점투성이에,
내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한 심신의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강이 좋고 북한산이 좋다...
여늬 서울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처럼...
용산가족공원...
한강다리 건너면 멀리 않은 거리...
박물관만이 유일한 휴식의 공간은 아닐진데
늘 관심에서 비껴있었고, 애써 찾지 않았다...
그래, 오늘은 내 생일이라는데 가족이란 이름이 붙여진 공원에 가잔다...
조금은 늦은 오후...
지는 해와 석양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무거웠던 몸 때문인지 더위를 피하려해선지 떨어지는 해를 보며
나들이를 나선다...
<조금 어둡지?... 늦은 시간이라는 게...>
생각보다 좁은 곳...
비슷한 규모의 공간에서도 우리는 공간경영의 이치를 터득한다...
원경과 차경...
산과 물을 끌어들인 원림과 조경의 완성도는 공간을 경영하는 이들의 안목...
정해진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내 것이 아닌 자연을 품에 안고,
네 것도 아닌 바람을 끌어 올 수 있다면
자연의 부분인 인간을 완성하고, 소우주의 역할을 다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길과 미군부대에 가려 남산이 사라지고
아파트와 주상복합 빌딩에 숨어 한강이 느껴지지 않는다...
넓은 곳을 좁게 느끼게 만들고
작은 곳을 깊게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선택이며 안목이다...
그런 점에서 용산가족공원은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인지 모른다...
<살아 있음은 언제 어디서든 호기심의 대상이고 축복이다... 그들이 우리를 관찰하는지도 모른고...^^>
대부도에서의 이산행렬을 반성하며 오늘은 뭉쳐 있기로 했다...^^
나무도 보고, 꽃도 보고, 물도 보고, 산소도 마신다...
철봉에도 매달려 보고, 사진 찍는 햇살이도 찍어보고...
엄마 얼굴만으로도 미소 짓는 똘똘이와 눈 맞춤만으로도 벅찬 시간들이다...
사랑하는 이들 속에서 사랑을 찾고
사랑하는 이들과 떨어져 있으면서도 사랑을 찾는
나는 가벼운지 모른다...
아니면 무겁지 못하거나...
공원에서 치킨도 배달되네...
우리는 얼마 전에 짜장면도 시켜먹었어요...
배달하고 도망가는 오토바이를 붙잡아
케익떡 대신 치킨과 탄산음료를 공수 받았다...
내 나이가 몇이지?
20대는 꿈을 위해, 40대는 힘을 위해, 60대는 이름을 위해...
아무도 묻지 않는 나이를 애써 숨기며 이제 시작임만 생각한다...
45, 50이란 나이의 무게가 생각만으로도 버겁다면 나는 아직 시작인가?
무엇을 이루고, 무엇이 부족한지 생각하지 말자...
부모를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이들만 추억하자...
과거에서 조금은 자유롭고, 미래에서 조금은 위안을 삼으며
지금과 현재만을 생각하며,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만 기억하자...
작은 행복이 모여서 큰 행복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커다란 행복이 있어 작은 불행이 숨겨지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행복이고, 불행은 불행일 뿐...
무거움은 답답함이고 가벼움은 자유스러움일까?
조금은 답답할 것 같은 공원에서 나는 이순간의 기쁨을 즐긴다...
모든 것을 쪼개고, 찢고 나누어서 감정을 다스리도록 훈련받았다...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즐거움과 그렇지 않음이 공존하는 게 우리네 삶인데
모든 것을 묶어서 하나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
<햇살이 촬영...>
부족함과 넘침, 함께함과 떨어짐...
공감의 거리만큼 유대의 깊이가 있고
나눔의 친분만큼 정서는 살가워지는 법...
오늘은 웃음과 기쁨 속에서 생일을 축하 받고 있다...
<햇살이 촬영... 기와로 만든... 손톱이 재밌다...ㅎㅎ>
모두에게 감사하는 만큼 미안하고,
모두에게 미안한 만큼 노력하리라...
나의 채움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되고,
나의 충만이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미 타인이 아닌 사람들을 나는 나와 구별하려 하는 건 아닌지...
이미 내안의 생명이 되어있는 이들을 무엇으로 가름하고 가늠할 것인가...
가족과 함께하면서, 나는 나를 이루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한다...
내가 그들에게 남는 의미와 정도의 차이를 굳이 묻지 않는다...
내 안에 깃들고 남아있는 그들의 체취를 기억하고 싶다...
햇살모가 햇살이에게 토끼풀 팔찌와 반지를 만들어 준다...
오늘의 기쁨과 새로움이 내일의 추억과 향기로 남을지...
작은 행복들이 모여 영원을 채워주고 충만하게 해준다면
이보다 감격할 일이 있을까?
굳이 바라지 않고, 단정하지 않아도 순간의 소품들은 그렇게 깊이 저장될 듯...
햇살이 토끼풀 반지가 차에 매달렸다...
ㅎㅎ 햇살이의 생일 선물이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보이고, 옅은 석양도 보인다...
생명이 가공되어 상징이 되고, 징표가 된다...
이 반지도 언젠가는 풀리겠지...
풀리고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고, 또 그렇게 산화되겠지...
그러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애틋해 하지 않는다...
그 모든 게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일인데
나의 의지와 바람으로 만남과 잊혀짐을 조정할 수 없는 법...
눈에 보이지 않아도 영원한 것이 있고,
존재하는 영원을 기억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용산가족공원에서 사진을 찍는다...
연초록 빛도 담아 보고
토끼풀 반지도 끼어 보고
가족공원도 생각해 본다...
생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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