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갯벌에서 바다를 본다... 070520
신랑... 내일 또 내려가나?
아니... 월요일 본사로 출근할건데...
햇살이와 함께 간만에 현장학습이나 할까?
어디로? 대부도가 어떨까?
요즘엔 주말도 제대로 집에 있지 못할 때가 많다...
한주를 건너뛰기도 하고,
혹은 주중 약속이 있는 날이면 집에 들르는터라
가족 모두가 주말을 함께 있지를 못할 때...
색시의 조금은 조심스러운 제안...
간만에 바람 쐬러 간다는데 미안할 따름이다...
며칠 전 영종도 관련 일과 월곶 사업부지 관계로 와본 길...
그리 어렵지 않게 길을 나섰다...
간만에 갯벌로 나선다는 말에 햇살이가 제일 기쁜 표정...
햇살맘과는 몇 차례의 경험이 있지만
나와는 꽤 오랜만인 듯...
햇살이는 갯벌에서 뭐 할 건데?
조개도 잡고, 낙지도 잡고...^^
먹이사냥 하러 나서네...
그래~~~ 큼지막한 낙지 한 마리 잡아다 엄마 보신 좀 시켜드려요...
걱정 마세요...ㅎㅎㅎ
하긴 수족관에서 놀고 있는 문어보고 먹고 싶다는 햇살이 말에
주변사람들이 뒤집어졌던 일도 있었으니...
<생명의 흔적들...>
인천남동 공단과는 조금 떨어지지만
소위 인근 간척지에 필요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안산에서 시작하여 대부도, 탄도, 제부도를 연결하는 인공방조제를 만들어
화성까지 이어지는 바다를 막아 담수호로 기획되었던 시화호로 가는 길이다.
시흥에서 들어가는 낯선 길...
제부도 쪽이나 주변은 많이 돌았어도 정작 방조제 위를 걸어보진 못했다...
야~~~ 대부도까지 이어지는 방조제 길이가 만만치 않네...
밀리는 차속에서 갯벌과 낙지 보다는 시화호의 현재가 궁금했다...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물은 길을 만들고, 또다시 길에 순응한다... 그 물의 맑고 깨끗함은 우리 몫>
알아듣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햇살이에게 한바탕 시화호에 이야기를 꺼낸다...
햇살이가 태어나기 한참 전(80년대말), 엄마 만날 때쯤 만들어진 곳인데
공장의 오수와 생활하수 유입으로 물이 죽으면서 생태계가 파괴된 곳이야...
지금은 담수화 계획은 포기하고 바닷물을 유입하면서 농업용수도 포기한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개발행정의 표본인 곳이야...
<그 흔적은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아기자기하고, 때로는 미미하다... 그런 생명의 흔적은 늘 경이롭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습지와 함께 지구의 여러 모습을 대표하기도 하는데
갯벌도 죽고, 물도 죽고, 사람들만 살아 남아있지...
아빠... 저기 봐~~~ 갯벌이네...
길가 빽빽이 주차한 차들 너머로 갯벌에서 조개를 잡는 사람들이 보인다.
중간 중간 방조제를 비집고 나온 선착장에서는 회치는 소리가 한창이고...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용기다...
아는 것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겸손이다...
우리는 시화호를 파괴하면서 모르는 것을 알려하지 않았고,
아는 것의 부족함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자본주의는 겸손이라는 미덕이나, 겸손의 의지에서 자유로운 세상...
<우리는 파헤친 갯벌을 다듬지 않는다... 생명의 복원력을 믿는건지, 자연앞의 겸손을 모르는건지...>
죽음과 파괴는 느끼지는 자의 몫이다.
보존과 개발도 정말 장기적인 안목과 폭넓은 검토와 현명한 선택이 요하는 일...
다만 지금의 자연과 공간을 잠시 점유하는 우리들은
파괴는 빨리, 재생은 더디게 그리고 호들갑을 떨고서야 늘 제자리만 찾는다...
생명을 보며 즐거워하고, 이벤트에 들뜬 햇살이에게 갯벌은 갯벌일 뿐...
우리는 늘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먹어보고서야 인정한다...
아빠~~~ 신발 벗어야지...
쭈빗 쭈빗 머뭇거리는 나에게 햇살이의 보챔이 귀엽다...
물껑한 갯벌의 촉감에 약간의 호기심과 두려움이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후원자를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
그래~~~ 예까지 왔는데 햇살이의 추억을 위해 뭘 못하겠나...
생각보다는 딱딱한 갯벌...
그나마 우리는 대부도 서쪽, 바다를 향해 자리를 잡았다....
밋밋한 느낌은 바닷물이 빠지고 꽤 오래 동안 햇빛에 노출됐기 때문이겠지?
맑고 깨끗하지만 않을 것 같은 선입견은 역시 시화호가 준 언론의 영향이겠지...
물속에서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빠져나간 갯벌은
바다의 청소부, 게와 조개와 불가사리, 갯지렁이, 그리고 이름 모를 어패류들의 천국이다...
물론 우리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무수한 미생물들이 생명을 맡긴 곳이기도 하고...
갈매기와 새들도 또 다른 먹이사슬을 꾸미며 갯벌을 지키고 있다...
오늘, 나와 햇살이, 그리고 똘똘이는 갯벌을 파괴하러 왔다...ㅎㅎㅎ
여전히 우리 가족은 자연생태계중 먹이사슬의 맨 위에 군림하나 보다...^^
나의 움직임과 발걸음이 있을 때에만 갯벌은 자신의 속살을 드러낸다...
엊그제 다녀간 인간의 체취를 기억할지도 모르고
오늘 내딛는 나의 발걸음으로 수천 수만년 전의 결정이 부서질지도 모른다...
단지 넓다고만 짐작하기에는 너무 먼 바닷물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어머나... 비닐봉지도, 호미도 안 가져왔네...
아서라... 색시... 조개들도 살아야 다음에 온 사람들이 가져갈 게 생기지...
신랑... 키 좀 줘봐...
살림살이 한아름 담고 다니는 내차의 특성을 색시가 모를리없고...
카메라를 핑계 삼아 무거운 똘똘이는 햇살맘이 업었다...
파헤쳐진 갯벌에서 하얀 조개들이 물총을 쏘아대며 마지막 항거를 시작하고...
신기함과 즐거움에 깔깔 웃음 짓는 햇살이는 어느덧 다른 가족과 어울려 사냥을 시작하고...
어떡하든 사냥의 채집을 증명하기 위한 햇살맘은 비닐을 찾아 떠나고...
나는? 한적한 바닷바람을 렌즈에 담기 위해 물을 향해 멀어지고...
네명의 가족은 그렇게 세방향으로 나뉜다...^^
비릿하지만 풋풋한 바닷바람이 계절의 온기를 식혀준다...
마음 한쪽의 부산함도,
마음 한쪽의 무거움도,
마음 한쪽의 설레임도 모두 풀어 놓고 싶다...
자연이 있어 내가 있는데 오늘까지 자연을 벗 삼지 못하면 후회할지 모른다.
바다에 몸을 맡기고
바람에 마음을 열고
잠시나마 주어지는 자연의 향기에 가슴을 열어 본다...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맑은 하늘이 겹쳐지고
꿈을 위한 간절함은 짙은 갯벌에 묻어 놓고
오늘은 바다를 바라보며 뭔가를 찾아본다...
늘 바다를 볼 때마다 요구했다...
주문을...
바다여 주문을...
바다여, 내게 주문을...
떠다니는 배 한척이 바다를 가르고
깃발 꽂은 어부는 그렇게 갯벌에 어울린다...
먼 갯벌... 바닷물과 경계에서 그가 찾는 것은 무엇일까...
쏠쏠한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에게서 나는 또 다른 낭만을 찾는다...
크게 소리치지 못했다.
날아갈 새도 없고,
놀랠 사람도 없는데
큰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바다의 적막을 바라본다...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다의 경계가 불분명한 어딘가에 시선이 고정되고
잘잘하게 부서지는 포말들에 몸을 헤쳐 놓고
조금은 차가울 것 같은 바닷물에 일렁이는 가슴도 열어 놓고....
그렇게 작은 물결들이 만든 길을 보고, 바다를 느껴 본다...
내가 바다가 될까?
저 선착장에 머물고 떠나는 배는 유한하지만
바다에 끝이 어디 있고, 깊고 얕음이 어디 있겠는가...
너무 깊어 끝이 없고, 너무 넓어 품지 못하지만,
시선이 닿은 끝까지 가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 올 수 있는 곳...
바닷물은 유한하지만,
바다는 무한하고,
또 그렇게 하나 되는 곳...
둥근 지구에서 바다의 맛을 알고 싶다..
바다 한가운데 나무를 심어 본다...
새싹의 찬란함을 보았으니
이제 줄기를 곧추세우고
가지를 펴고, 또 과실을 맺고...
꽃도 아니고, 풀도 아닌...
나무를 심어보고 싶다...
바다 한가운데...
바다만큼 넓게? 혹은 하늘만큼 높게...
일상이 주는 여유와
자연이 주는 교감의 열림은
소중하고 귀한 시간들이다...
나의 몸과 마음의 무게와 부담을 떠나서...
그렇게 가볍게 가볍게 새처럼 날아 본다...
함박웃음 짓는 햇살이에게 두 봉다리의 조개가 들려있다...
없는 호미지만 이웃들의 친절이 비닐봉지를 채워주고
주는 것 없는 머뭄에, 나눌 수 있는 여유들이
생명이 지천에 깔린 갯벌의 포용력이다...
엄마는?
어~~~ 조개 밟다가 피나서 쉬고 계세요...
에고~~~ 잠시의(?) 헛눈팔기에 상처받는 이는 생기는 법인가 보다...
얼마 전 햇살이는 이국땅 모래사장에서 발을 베이고,
또 햇살맘은 조개잡이에 발톱을 베이고...
걷다가 뛰다가, 첨벙거리는 물소리도
햇살이의 두 손 가득한 행복만큼 정겹다...
나도 소중한 교감의 시간이 있었고...
시원한 찬물에 남은 흔적들을 씻어낸다...
바닷물보다 차갑고, 바람보다 시원한 수돗물이다...^^
발톱에 남은 갯벌은 또 다른 잔상...
그것마저 공들여 씻고 싶지는 않다...
세월의 흐름이 있으면, 다시 깎일텐데...
그날 저녁은 건너뛰고,
아침 된장국에 조갯살이 통통하다...
바다의 추억은 그렇게 몸속에 저장되고
바다의 바람은 그렇게 마음속에 남고...
참 즐겁고 예뻤던 시간...
벅차고 즐거웠던 시간이
그렇게 대부도와 서울하늘을 채워간다...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나는 그날부터 바다에 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아름답게 키우고 싶다...
갯벌에서 머물렀던 시간...
잠시 서울에서의 구름속 산책...
나는 꿈을 꾸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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