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생각해보니 일주일만이다...
여행도 현장근무도, 집도,
그리고 본사 근무도 내게는 모두 출장인 것 같다.
<광주집에서... 그리 넓지 않은 아파트지만 온갖 꽃과 나무와 풀로 가득채워진 공간이다...>
서울에서는 가족과 함께 지내고
현장생활이나 여행의 대부분은 혼자 지내는데
누구와 함께라는 것과 무관하게 왜 마음은 항상 출장인지 모르겠다...
오디세우스는 귀향할 집을 갈구했다면
나의 출장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긴팔을 무안하게 만들었던 초여름의 햇볕도 구름에 가려지고
촉촉한 빗줄기에 잠시나마 틈새를 즐겨본다...
시원하게 젖은 바람도 상큼하고,
물오른 나뭇잎들도 이제는 앳된 색깔을 벗어나 신록을 자랑한다.
일상을 나눌 수 있는 그 어떠한 믿음(?!)이 자꾸 지금을 정리하게 만든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어머니 생신을 묶어서 광주로 향하는 KTX
드실만한 것 이것저것 며칠씩 간격으로 집에 보내드리고
가족과 함께 기차에 올랐다...
처음 타본 KTX... 가족석이 참 좋다...
운전은 하지 않고 장거리를 간다는 게 그렇게 맘이 편하다.
자연을 보고, 이야기도 하고, 생각도 하고...
물론 책을 가지고는 갔지만 색시와 햇살이, 똘똘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벅차다...^^
왜 꼭 차를 고집했지?
최근의 들뜬 기분이 연장되어선지 하나하나가 새롭고 즐겁다...
<KTX에서 똘똘이와 햇살이... 많이 컸다...ㅎㅎ 내 아이들이 늦은건지 지인들 애들이 빠른건지...^^>
<세모녀... 알콩달콩...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참 즐겁다...^^>
색시... 저 색 좀 봐... 봄 색깔은 역시 연두색인가 봐...
이제는 연초록이라 단어를 바꾸었지만 너무나 고운 색깔로 다가온 오월의 햇빛...
가족의 기를 듬뿍 받아서 그렇지...
역시 색시의 한마디면 내 열 마디를 가름한다...
너무 곱다... 찬란하리만치...
퇴원하시고 많이 좋아지셨지만
나이와 세월을 속일 수 없는게 사람의 몸인가 보다...
형제들까지 모인 광주 집은 여전히 초록의 색깔로 가득이다...
<녹색의 다양함 혹은 자유스러움이 지금의 내 마음을 닮았는지 모른다... 가까이서도 찾을 수 있는...>
분재, 난, 꽃나무들... 그리고 수석과 그림...
두분 다 퇴임하신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뒷받침을 못해 드리지만 이제라도 최선을 다해야할텐데...
막내 이모와 사촌까지 모이니 아이들의 웃음만으로도 식당이 넘친다.
아이들이 있고 어른들이 계시고...
하는 것은 없지만 그렇게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들...
그래서 형제자매는 모여 있게 되나?
부족한 것들도 많지만 별다른 다툼 없는 것에 만족한다...
절차와 수순, 그리고 강도...
역시 가정의 분위기는 어른들의 역할이 크다...
그런 면에서 불만이 있지만 부모님이 편하시다면 고집을 내세울 필요는 없고...
농촌과 도시의 어중간한 중간에 우리 가족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처갓집의 화목함과 정겨움은 역시 지방과 농촌이 주는 안온함인지도 모르고....
<딸자랑은 팔불출이라는데... 지금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서울에서의 바빴던 일정은 햇살이의 편지로 정리되고 원주로 내려오는 길...
약속시간에 약간의 틈이 생긴다.
급하게 문막으로 차를 돌려 흥법사지를 찾기로 했다...
꽤 오래전 답사... 결국 놓친 길을 찾지 못하고 반계리 은행나무를 본다...
연초록 아름다운 빛깔을 담고 싶다...
지금의 마음에, 지금의 시간에, 지금의 나이에...
이제서야 느껴보는 찬란한 빛깔...
녹음보다 연하고, 갈색의 허함을 채워주는 생명의 빛깔...
<원주시 문막면 반계리 은행나무...>
노란색, 분홍색, 흰색, 그리고 녹색의 그 어디쯤에 연초록이 존재한다...
봄의 색깔로 이름 붙여 본 상큼하고 발랄한 색깔이다...
약간의 따뜻함과 조금의 시원함, 그리고 활기를 담은 은근함...
자연과 시간과 계절을 다시 느끼게 만들어 주는 선명한 빛의 향연...
800년을 넘었다는 반계리 은행나무를 다시 본다.
고목, 거목을 바라보면서 드는 경외감이란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다...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이 땅의 세월을 가늠해주는 이정표 같은 거목...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소원과 기원을 가득 담아 그렇게 서 있다...
<나무속에 길이 있고, 너른 품이 있고, 생명이 있다...>
백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은
타인을 겨냥하고, 사회를 걱정하며, 천년을 기획하지만
정작 우리들이 접하는 것은 문자와 기억과 시대의 상징들이다.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희미해지고 잊혀져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의 의미는
내게, 소중하고 고귀하게만 느껴진다...
기억되는 많은 것들과 기억되고자 노력하는 많은 것들...
그 모든 것을 이 은행나무는 모두 알고 지켜보고 있을까?
어쩌면 바람보다는 자유로운 현대의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공간의 걸림돌을 비웃고, 시간을 뛰어넘고자 하는 인간들에게
나무가 주는 가르침이 그렇게 공허하고 가볍기만 할까?
지켜주는 이 없는 조그마한 둔덕에 우뚝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
또다시 세월이 흘러 우리들이 운명을 탓하고 세월의 덧없음은 한탄할 때도
나무는 그렇게 그 자리를 지키고 또 다른 이들의 친견을 받을 터...
정작 우리는 무엇으로 기억되고 무엇으로 남을지...
블로그를 시작한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렇게 기억의 창고에 저장된다...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배움의 교감도 크다...
그리고 최근의 나의 정서마져 블로그에 빠지게 조정되었다...
나만의 공간에 스스로 도취되어 잠시의 위안을 찾기도 하고
타인의 공간에서 부족했던 많은 감상들과 정서들을 갈구한다...
말하지 않은 많은 것들과, 말하기 어려운 찰나의 감정들도 소중한 공간...
아쉬움도 많고, 기다림도 생기고, 간절함이란 단어도 끄집어 본다...
나의 오랜 과거가 몇 장의 사진과 몇 줄의 문자로 전환되면
타인에게는 정보가 되고 현재의 교감으로 끝나기도 하고,
또 그런 이유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범벅된 공간으로 변질되고...
지금과 순간만의 공간으로 모든 게 치환되는 블로그란 묘한 매력에
너무 깊이 빠졌다...
언젠가부터 위안이란 사치를 덜어내고 싶다는 생각...
언젠가부터 비움이란 주문을 걷고 채움이란 빈 공간을 소망하는 순간...
개념의 유희와 교감의 간절함에 스스로 자유와 부자유를 저울질하는 모습...
순간에서 행복의 주는 충만함에서 미래를 기대하고 싶어 하고,
긴장감을 풀어주는 맑은 정서로 심연의 정화를 갈구하고,
복잡함을 정리해주는 탁견의 예리함에 자극을 즐기는...
하나 더 나아가면 교감과 존중이 주는 행복에 끌려가는 모습도 이해되는...
그런 묘한 감정의 어디쯤에 머무는 나를 본다...
다시 한 번 되내이지만 사람을 사랑하는지,
아니면 사랑이란 개념을 사랑하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사랑에 푹 빠져 버렸다...
끌리는 감정을 거부하기도 힘들고,
호불호의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싶지도 않다...
<채워진 아름다움도, 아직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 빛을 발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색으로 채워야할지>
기억되는 사람과 기억되고자 하는 나...
역시 기억이란 문제는 혼자만의 고민은 아닌 듯싶다...
기억하는 사람과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
함께와 미래와 지금보다 나은 교감의 문제는 늘 그렇듯 어려운 문제다...
<내가 걸었던 흔적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대지는 나만의 공간이 아니어서인지도 모르고...>
여전히 나는 맑고 밝고 고운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여전히 나는 깊고 넓고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을 생각하며...
여전히 나는 내가 생각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을 선택하고자 한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안목과 선택이
우리들의 역사와 삶과 미래와 함께 하기를 원하고...^^
<내가 보고자 하는 모든 것을 채울 수는 없다... 하지만 채워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탈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주체도 못하면서 가늠도 못하면서
사랑이란 그물망에 욕심껏 마음껏 담아두는 시간이다...
몇 년 후의 나는, 지금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까 ?
<바람을 렌즈에 담을 수는 없지만, 흔들리는 나뭇잎은 마음에 담을 수 있다... 조금 어지럽지만>
요즘, 나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틈나는 대로 유럽에 대한 책도 읽어야 되고,
신라 전성기 탑에 대해서도 정리하고 싶은데...^^*
그리고 최근의 세상사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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