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070523
잠깐 숙소에 다녀와야겠습니다...
혹시 누구 계시는지...
왜 우렁각시라도 숨겨놨을까 봐?
무슨 일인데?
소리 좀 들어볼 일이 있어서...
서울 갔다 내려온 숙소에 소리(?)는 없고
난데없는 청진기가 놓여있다...
진짜 소리(!)를 들으려 했나 보다...
아무데나 흘리고 다니다니...ㅉㅉ
하면서 생각해보니 이게 웬 횡재?
대부분의 남자들처럼 즐겁다...
장난감이 하나 생긴 기분...
직원들이 다시 찾을 때까지 이놈은 나의 노래개...
괜시리 뿌듯한 마음에 절로 미소가...ㅎㅎㅎ
듣고 싶다...
어린 햇살이 장난감인 프라스틱 청진기 말고
스틸에 뭔가 다를 것 같은 제대로 된 청진기로...ㅍㅎㅎㅎㅎ
히포크라테스를 흉내 내지는 못할지언정 소리는 듣겠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맨 먼저 내 배속부터 들어볼까?
시냇물이 아니라 강물처럼 흐를 것 같은 내 뱃속...
우우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기능의 문젠가? 사용자의 숙련도 때문인가?
가슴으로 올라가고 이마에도 대 본다...
가슴에서는 쿵쾅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들으며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었고,
머리에 대보고는 생각하는 사람(!)의 고상함을 느끼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걸그작... 그르릉...
귓속에 들어가는 청진기의 압박만 느껴질 뿐,
귀속 어디에서도 두근거리는 소리도
쫄쫄거리는 소리도, 반짝일 것 같은 신선한 바람소리도...
몇 번을 이리저리, 거꾸로 돌려보고
뒤쪽에 나있는 구멍도 막아보고
직접 청진기도 두드려보고...
심지어는 난초 대에 청진기를 대고 자연을 들어보려 했는데...
에에이~~~
기대가 깨지고 쓸모가 없어진 청진기가 나뒹굴고 있다...
오늘쯤이면 애들도 찾을테니...
필요가 없어진 청진기를 들고 나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비배관에도 대보고
벽에도 대보고, 피트에도 대 본다...
그래...
엘리베이터 소리는 충분히 들리겠지?
가만 가만... 스윽 쓰윽 거슬리는 금속 마찰소리를 피해가며
승강기 문에 청진기를 댔다...
띵동~~~
8층입니다...
... ... ...
... ... ...
엘리베이터에 멍청히 앉아서
멍한 머리를 흔들며 반성한다...
한동안...
다시 청진기로 소리를 듣고 싶다...
자연의 소리, 내가 살아있는 소리...
현미경으로 산을 찾고
망원경으로 꽃을 관찰하려는 내 모습이 더 천진하다...ㅎㅎㅎ
<만화경... 언젠가 일본에서 만화경을 사기 시작해서 이제는 몇개가 된다... 갈때마다 하나씩...
명분은 햇살이 선물인데, 내가 더 좋아한다...ㅎㅎㅎ 짧게 회귀하는 동심의 세계... 내 정신연령이다...>
아직 직원들에게 반납하지 못했다...
들어 보고 싶은 게 많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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