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9권 현제의 세기를 읽었다.
지은이는 시오노 나나미, 그리고 김석희가 옮겼다.
지금까지 읽은 건, 카이사르 4,5권과 9권, 그리고 7권 일부를 읽은 것 같다.
로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다.
그리고 이태리에는 그 유적들도 많다.
그러면 그 정신은?
2000여년이 지나 시오노 나나미라는 한 작가에 의해 재구성되는
책을 읽으면서 그 정신에 대한 생각들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엄밀히 내게 편한 문체가 있는데
하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글이고 또 하나는 유홍준의 글체다.
둘 다 역사물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같다.
하나는 로마의, 또 하나는 우리나라의 이야기이지만...
물론 시오노 나나미의 다른 책이나,
유홍준의 초기 저서는 다른 분야들도 있지만,
역사적이란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나는 문학에 하나는 미학에 가까운 글들이지만...
하나는 완전한 영어식 문체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의-엄밀히- 나의 정서와 거의 같은 우리식 문체다.
전자는 간결하고, 짧고, 단정적이다.
후자는 길고, 은유가 많다.
그러나 둘의 글은 분량은 많지만 핵심을 놓치지 않고,
길지만 읽기가 매우 수월하다.
한권을 보통 2∼3일이면 읽을 수 있는 편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또 사료가 풍부하고, 인용이 많다.
그러나 그 사료들의 해석이 매우 현대적이고,
인용에 대한 성실한 인도로 자신들의 이해를 나에게 설득하는 편이다.
둘의 글은 절대 개인적인 생각과 주장을 담았다.
그러나 절대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 할 우리가 접하기 힘든 사료와 고증을 택하고 있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대중적인 유물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관찰이 살아있다.
그래서 철저히 개인적인 견해임에도 불구하고 보편성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
전문적 식견과 안목을 동원하면서도 철저히 대중적인 필체를 가지고 있다.
두 사람에게는 역사가 살아있다.
인물로, 유적으로...
유홍준의 글과 관심이 유적에 대한 심미안에서부터
그 내면의 인간에 대한 고찰과 사회정치적 배경까지 확대발전 해 나간다면,
시오노 나나미의 글은 유적과 역사에 대한 치밀한 재구성을 통해
역사적 인물의 내면과 그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것을 통해 알아낸 사람들을
지극히 애정을 가지고 관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관심과 애정 !
아마도 이 두 단어가 그 사람들의 글이 편하게 내게 전달하는 모체일거라 생각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말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의 글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절대 하나의 잣대에 얽메이지 않는다.
전문적인 대상을 일반화시키는 핵심은 여기에 있다.
만약 그들이 하나의 잣대를 일관되게 글의 중심에 놓으려 한다면,
그 글들은 그 순간 딱딱한 논문이 되 버릴 것이다.
그들은 유물을 비교할 때도,
사람을 비교할 때도,
역사적 사실을 비교할 때도
절대 동일한 잣대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담이 없다.
그러나 그 잣대들은 소위 지적 유희를 가능케 하는
다양한 안목에서나 가능한 쉽지 않는 대비다.
그래서 그들의 글은 자유롭다.
개인적인 수양의 관점,
사회적인 영향력의 관점,
역사적인 필연성의 관점,
예술적인 심미안의 관점,
그리고 정치적인 주도력의 관점 등
그들이 동원하는 잣대는 실로 다양하며,
이 모두는 우리가 늘 접하는 화두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글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글은 역사적 死(사)실을 서술하지만,
현재적 의미로 재해석되고 새로운 안목을 제시한다.
살아있다.
그들의 정신처럼.
그들의 글은 다분히 비판적이다.
이점이 있어 여전히 나는 좋다.
직접적으로 현재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또 현재를 비아냥거리거나 풍자하기도 하지만
절대 그들의 비판을 스스로 허튼소리로 전락시키지 않는다.
그 점이 그들의 강점이다.
비판을 지적유희로 바꿀 수 있다면 이건 필자들의 역량이다.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고증,
그리고 새로운 해석과 현대적 재구성,
스스로의 목적을 현재화시키고 있다.
전문적인 분야를 일반화시키고,
대중적인 관심을 전문가적 분석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면 이건 대단한 즐거움이다.
그 즐거움이 있어 그들의 글은 장수한다.
왜? 글 쓰는 이, 스스로가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읽는 나도 즐겁다.
그들은 절대 사회 정치적 배경으로만 모든 것을 해석하지 않는다.
소위 사상과 정치에 개인사를 무시하지 않는다.
연애 이야기도 나오고,
사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역사적 개개인의 삶을 절대 고뇌에 찬 개인으로 전락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개인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관찰을 충분히 서술한다.
이쯤이면 대단한 필력 이다.
그들의 글은 절대 잡다하다.
그러나 그 잡다함을 원고지의 장수 채우기로 전락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되어 있다.
그리고 잡다함마저 새로운 자료로 부각시킨다.
자신들의 노고를 공치사하지 않으면서도 인정하게 만드는 그들의 편력에 감탄하는 이유다.
그들의 글은 역사물인 만큼 교훈적이다.
그러나 그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배움은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가치라 해도, 모두가 공감하는 주제라 해도,
그들은 새로운 안목과 새로운 관점에서 교훈을 준다.
그 점은 나를 고맙게 만든다.
교훈이 살아있고, 그것이 내게 자극적이라면
나는 절대 환영이다.
자극이 즐겁고,
배울 점이 있고,
그리고 아름답다면 나는 무조건 그 자극을 원한다.
아직까지 나는 그들의 팬이다.
그들이 내게 자극을 주는 한...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의 로마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이태리에 있는가? 글쎄?
그리스에서 바톤을 넘겨받은 이후 그리스의 정신은 로마에 있었다.
그럼 로마의 진정한 계승자는 누구인가?
프랑스? 스페인?
우선은 영국일 것이다.
로마보다 더 로마식을 채택한 건 영국이 아닐까?
로마의 모든 관심은 지금도 영국에 그대로 살아있다.
로마황제의 사냥에서의 동경대상이 사자였다면,
영국을 통일한(독립을 완성한?) 리어왕은 사자왕으로 불렸다.
그러나 영국보다 더 철저한 건, 독일 아닐까?
그들은 문장까지도 로마의 독수리를 채택하지 않았는가!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로마의 계승자로 자처하는 이들이 로마시대에는 철저한 변방이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변방에 로마의 정신이 살아있다?
이번에 읽은 트라야누스나 하드리아누스의 출신은 변방이었지만, 오히려 현제의 시작이었듯이?
기억이 맞다면 미국의 문장은 독수리!(미국이 쌍독수리 인가? 독일인가?)
정말 로마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미국이
현대의 가장 절실한 로마의 계승자가 되고 싶은지도 모른다.
하긴 중세 유럽의 모든 고갱을 미국은 실현하고 있고
다민족 연방체제인 미국인들에게,
스스로 내세우지는 못해도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로마의 정신과 역사일지도 모른다.
동양과 서양의 가장 큰 차이라면 이점이다.
서양의 뿌리는 그리스-로마라는 공통된 역사.
동양은 다양하다.
먼저 중국이 있고, 인도가 있고, 아라비아(이란)이 있다.
거기에 라틴아메리카도 있고, 아프리카도 있고...
물론 이점이 지금 이야기의 초점은 아니지만,
그리스와 달리 로마는
다양성을 수용할 체계와 양식, 그리고 사상이 있었다.
자신감도...
아무튼 서양 - 엄밀히 유럽은 로마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 거대한 나무임은 분명하다.
유럽이 로마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고,
그 일부를 동양인(일본인)인 시오노 나나미가 담당하고 있다.
물론 나는 여기에서 로마에 대해 재해석해야할 현재적 의미를 정리하고 싶지는 않다.
이점은 다방면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주 어렸을 때, 내가 나를 모를 때는 아마
영연방의 하나인 캐나다나 호주에서 지내는 게 좋을 듯싶다.
소위 비교의 단계에 이른다면,
프랑스나 독일에서 중등교육을 받으면서 자아를 만들어 가는 게 좋을 듯싶고,
사춘기와 청년기에는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활동을 시작하면 새로운 자극들이 있을 것 같고,
30대 전후에는 말레이시아나 아르헨티나 등 개도국에서 활동하고,
40대 전후에는 일본이나, 오스트리아나 터키가 가까운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좋을 것 같고,
50대 전후에는 아프리카나 중동, 혹은 라틴 아메리카가 좋고,
60대에는 중국, 인도 등이 좋을 듯싶다.
그리고 인생의 노년기에는?
한국이 제일 적당할까?
물론 부분들을 특화했지만 이게 지금의 세계를 보는 나의 눈일까?
아무튼 두 글은 담백하지만 절제가 있고,
문향이 있고,
인향이 있으며,
역사의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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