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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홍콩> 휴가출발... 짐을 싸면서...071221

 

휴가... 짐을 싸다... 071221

 

21일 출발할 여행 짐을 싸야 되는데 17일부터 마음이 바빴다.

두집 살림(?)을 하는 처지라 원주에서 짐을 한번 챙기고

다시 서울에서 또 한 번...

중간에 회사 행사가 있어 옷장 속에 좀 쓸고 있는 양복도 꺼내 가야하고...

으~~~ 연예인도 아니면서 차에 옷이 항상 몇 벌씩...


18일 재판은 연기가 되었다지만 이것저것 챙겨서 서울로 간다.

아직 여행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벌써 트렁크가 한 짐이다.

19일 회사 행사가 끝나고 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술 못 마시는 무재와 지내려니 벌써 몇 번째 2차, 3차가 없는 썰렁한 나날이라고...


결국 호텔 빠져나와 기다리고 있는 20여명과 함께 곰장어 집에서 소주 몇잔씩...

감사패 받은 업체사장이 술값 낸다는데 미안한 마음에 먼저 계산하고,

3차도 책임진다 선언하고 노래방 비슷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노래 못 들어 봤다는 협박에 등 떠밀려 두어곡 부르니 벌써 2시 가까이...

그래도 가족들까지 초청한 모임이라 이만하게 끝나서 다행이다...

 

<홍콩 낭만의 거리에서... 배를 탄 사람에게 낭만이 있는지는 몰라도 떠날 수 있음은 언제나 설레인 법인데...> 




졸린 눈 비비고 출근했다가 20일 늦게서야 짐을 싸기 시작했다.

모처럼 햇살맘, 햇살이, 똘똘이 데리고 떠나는 여행이라 이것저것 챙길게 많다.

멋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햇살이는 혼자서 한 가방을 차지하고

침 질질 흘리며 아직 기저귀 신세를 못 벗어난 똘똘이 짐 챙기려니 그도 한 짐...

결국 햇살맘과 나는 가방에 넣었던 옷가지, 하나 둘씩 빼내기 시작했다.


신랑... 이제 이정도 트렁크로는 턱도 없겠네?

으흠~~~ 언제 기회가 되면 따따블 큰 걸로 준비하지 뭐...

말은 시원해서 좋다만, 가방 세 개 꽉 채우고 손가방 하나드니 남는 손이 없다.

업고 다니기에는 너무 불편할 것 같아 휴대용 유모차도 빌렸는데 깝깝하다...

선물 몇 개에, 술 두어병, 그리고 기념품 하나라도 사게 되면 어디에 넣지???


5일간 여행에는 5일간의 준비와 5일간의 정리, 도합 15일이 필요하다...^^

근데 눈치껏 떠나는 여행인지라 5일 준비는커녕 출발 전날에 책자 두어권 사고

여행지 기온 체크 한번, 여행사 통화 한번, 그리고 떠나기 전날 한시까지 짐을 싸고...

도대체 준비되지 않은 여행을 하려니 맘이 차분하지 못하다...

 

<홍콩 리펄스베이에서...>  




내 차 트렁크는 늘 꽉 차있다.

행사용으로만 신는 구두 한 켤레,

혹시나 휘익 떠날지 모르는 답사를 위해 등산화 겸 운동화도 한 켤레,

카메라 가방에 전부 펴면 내 키보다도 큰 삼각대도 한 짐이고

언제 어디서든 운동하려다보니 **백에 옷가방 하나, 그리고 운동화 또 하나...


여기에 언제 필요할지 모를 접대용 선물 케이스도 몇 개 들어있고

사시사철 사용가능한 장갑, 양말, 목도리에 온갖 잡동사니도 한 짐...

장시간 운전에 대비해 음료수도 몇 개, 쵸코렛도 들어있고, 껌도 있고, 휴지도 있고,

게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둑판에 바둑알까지...ㅎㅎㅎ

사용빈도가 얼마나 되는가와 무관하게 나의 트렁크는 항상 내 몸무게보다 더 나간다.


집보다 집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훨씬 길고,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 방랑벽에 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구겨 넣다 보니 늘 이렇다.

생각해보면 집에 갈 때도 한 짐이고, 집에서 나올 때도 한 짐이고,

이제 공식 여행을 간다니 그도 한 짐이고...

 

<하필 이 글을 올리는 지금의 마음은 정말 심란하다...ㅠㅠ> 




살다보면 짐 쌀 일이 많다.

이삿짐도 짐이고, 누굴 만날 때도 짐(음료수라도)이고,

운동하러 나갈 때도 짐 싸야하고...

여행 간다고 짐 싸면서, 돌아올 때 늘어날 짐 걱정에 괜시리 비실비실 웃게 된다...


먹을 것 꽉 채워 떠나는 사람들은, 하나씩 비우고 또다시 하나씩 채운다.

아예 새롭게 채워질 가방을 위해 미리부터 큰 가방을 헐렁하게 비워서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

가끔씩 간소함을 좋아한다며 조그만 가방을 꽉채워 갔다가 가방만 두세개 느는 사람도 있고,

지금의 나처럼 늘어날 짐을 예상하면서도 더 이상의 여유를 갖지 못한채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홍콩의 도심지... 호텔에서...> 


사실 짐이 많고 적음이 문제는 아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필요할지 모르는 것들에 대비하는 물건들이 제대로 쓰이는지가 문제고,

두 손 가득 채워져 더 이상 여유롭게 행동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하고,

가끔씩 이기지도 못하는 짐들에 치여 번잡하게 생각할 사람들 시선이 걱정되기도 한다.


결국 짐이란 순간의 필요에 적절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고

이동과정이나 타인의 시선은 순간의 부자연스러움에 불과하다.

내가 얼마나 많은 짐을 가지고 다니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짐과 늘어나거나 줄어들 것을 충분히 예상하는 지혜가 중요하고...


그래도 생각해보면 여행의 고수일수록 짐이 단촐하다.

꼭 필요한 것들만 챙기고, 현장에서 가용할 도구운영에도 탁월하다.

짐으로 준비하는 게 아니라,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이 노련한 것이다.

보는 사람에게는 가볍게, 그러나 빈틈없는 준비...

캬~~~ 이런 고수가 되기에 아직 나는 여행경험이나 방법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양손 가득 들고나간, 남들이 보기에도 버거운 짐의 숫자에 짓눌려 다녔지만 많이 부족했다?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똘똘이 열이 38.4도...

예비용 해열제와 응급 감기약을 가지고 나갔지만 디지털 온도계도 안 챙겼다.

들고 나간 옷가지 몇 개는 입지도 않았고, 필름은 20통 이상 뜯지도 못했고...


짐에 치여 다니는 것을 불쌍히 여긴 동행들이 가끔씩 유모차를 끌어주고

그 와중에도 선물이다 뭐다 끊임없이 짐은 ��히 늘어나고...^^

결국 늘어날 짐에 대비해 가지고 간, 간이 가방은 짐짝 취급만 받고,

술한병에 딸려온 여행용 가방만 하나 더 늘었다...^^

 

<홍콩의 야경... 낭만의 거리에서...> 


여행에 꼭 필요한 짐...

짐을 싸는 것도 여행이고

짐을 푸는 것도 여행이고

짐을 달고 다니는 것도 여행이고

짐이 늘어나거나 혹은 줄이는 것도 여행이다...


인생이 여행이라는데

나는 여행을 시간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짐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마음은 가볍게, 양손은 더 가볍게 짐 쌀 방법은 없을까???


많은 개수의 짐 때문에 여행이 번잡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짐은, 여행의 혹은 삶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것들인데

욕심 많은 무재는 짐을 줄이려는 게 아니라

더 큰 가방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