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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늘> 창원 결혼식에서 만난...080301

* 며칠 자리를 비울 것 같네요...

* 그날 보았던 매화 색감이 참 좋았는데...^^

* 주말 잘 보내시구요...^^*

 

 

 

 

김선생님 아들이 결혼을 한단다.

멀리 창원에서...

날아온 메시지가 얄이형꺼...

두말없이 가겠다고 통보를 하니

빵형이 고민을 한다.

哀事에는 꼭 가겠지만 祝事까지 가야 되냐고...^^


3시 결혼에 12시가 넘어서 출발...

초행길인데다 만만치 않은 거리...

밟고 당기니 불가능한 시간만은 아닌가 보다.

지나가는 모든 시간에

낙이 들어설 여유는 없고, 단지 이동뿐이다.

이건 불행이다... ㅠㅠ


간신히 시간을 맞추면서도 창원을 처음 음미해본다.

마산, 창원지역...

우리나라 80년대 노동운동의 한 획을 그었던 마창지역...

이제야 창원이란 이정표를 바라보며 우리의 현대사, 혹은 나를 돌이켜 본다.

 

<080302 통도사에서... 색감은 화사한데 구도는 어지럽고...> 




솔이 결혼한다고 가족회의를 했는데,

모두의 반응이 <결혼은 왜 하는데?> 였어...

ㅎㅎㅎ

베를린과 뉴욕에서 촉망받는 한국의 신인작가로 이름을 날리는 규나,

박사코스를 밟는 쌍둥이 동생 돌이나 결혼식에는 관심이 없고

결혼을 빙자해 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더 즐거운 모양이다...


참으로 간만에 뵙는 김선생님...

그간 책도 몇권 내시고, 인터넷에 집필활동을 꾸준히 하시며 아예 창원에 눌러 앉으셨다.

“ 내가 얼마 전에 집을 수리했거든... 멀리서 왔는데 집 구경이라도 해야지...”

빵형, 열이형에게는 훨씬 깊은 정들이 있어선지

가족들 모두, 그리고 김선생님 집에도 애착이 많다...


사람에 대한 애정은 함께 나눈 추억과 영혼의 교감에

삶의 구석구석에 대한 열린 마음과

뿌듯한 정감이 담긴 작은 관심들을 필요로 한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들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나는 너무 단조로운지도 모르겠다...^^

 

<김선생님 서재...>  




고건축을 배워 목수로 나선 후배 주도하에 마창지역 사람들,

문인 회원들, 인근에 내려와 그림 그리는 교수, 같이 차 마시는 친구,

그리고 마을사람들의 품앗이가 조금씩 보태어져 40여일간 수리했다는 집...

조금만 나서면 바닷가의 풋풋한 비린내가 대나무 숲에 안겨있는 시골집...


집이란 보아서 좋은 집이 있고,

사람이 좋아 공간으로 기억되는 집이 있고,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모여 포근하게 보이는 집이 있을까?

아마도 살아가면서 자신과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집이 애착이 깊을 것 같다...


대청마루를 양쪽으로 막은 듯한 거실, 왼편의 서재,

오른편에는 부엌과 침실, 그리고 침실에 딸린 작은 방은 아직 드레스룸으로 꾸며지고 있다.

물론 나의 시선은 거실과 침실을 더한 것보다 넓은 서재,

그리고 이집의 포인트인 처마를 연장해서 마당과 내실의 점이공간으로 바뀐 <다실>이다.

 

<처음엔 사진기를 꺼내지 않았는데, 분위기를 담고 싶은 욕심에 해 다 떨어진 한밤중에 셔터를... 인물 없는 사진이 귀해서 재탕...^^> 


폐백으로 받은 이바지 먹거리가 몇절음씩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고

사발로 나오는 커피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차가 다실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간만에 가족들과 함께한 규가 낡은 앨범들을 가지고 나오고

쿠바 풍이라 생각되는 라틴아메리카 음악이 흘러나오는 다실...


빛바랜 사진들 앞에 시간도 멈추고 공간의 제약도 벗어난다.

마음들이 열리고 미래의 압박에서 벗어나면 사람들은 편해지나 보다.

가족 중 한사람이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떠나는 시간에 우리들은 과거를 돌아본다.

리필 되는 커피와 라틴아메리카 음악은 끊이지 않고 난로는 활활 타오르고...

 

 

<통도사 매화... 보았다... 좋았다... 생각해도 좋고...ㅎㅎㅎ>

 


잠시 마당에 서서 담배하나 꺼내들고 별을 바라본다.

이미 때를 지난 겨울바람도 그리 차갑지 않고 쌀쌀하지도 않다.

바닷바람의 옅은 비린내가 남아있나?

아니면 아직 텅빈 논과 밭의 흙 내음이 마음을 물들이나?

뒤편의 대나무 숲의 청명할 것 같은 바람에 잠시, 잠시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 깐돌아 들어와서 담배 피워... 오늘은 다실에서의 금연... 해제다...^^ ”

돌이의 애원으로 특별히 하루만 해제된 금연구역에 벌써 4명이 담배를 꺼내들었다.

지난 이야기들, 지낼 이야기들...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뒤범벅된 꾸밈없는 이야기들이 다실을 또다시 채운다.


잠깐 화장실 다녀올께요...

작은 꽃들로 채워졌을 마당 화단은 아직 봄을 찾지 못한 체 휑하고,

건너편 별채, 작은 공간은 불이 꺼져 쌀쌀하다.

하얀 바탕에 아프리카 풍으로 디자인한 조그마한 건물이 화장실이다.

 

<화장실... 재밌다... 나무 그림자도 담았어야 했는데...> 


잘 칠했지...

그림 같지...^^

넓직한 화장실 내부에도 책꽂이가 있고

똑딱이 스위치에서 시골집의 정겨움이 묻어나고,

파란 뺑끼칠 된 대문 옆, 화장실 벽에 달그림자 하나 걸렸다...




자고 갔으면 하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길을 나서기로 했다.

간만에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시라는 핑계보다

창원까지 내려왔는데 그냥 올라가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나와 빵형의 사전모의 때문...

이럴 때 열이형의 표정은 대략 난감이다...

집에도 못가고, 김선생님 집에 머물지도 못한체, 계획에 없던 외박을 해야 하니까...^^

 

<어디 갔었냐고 물으신다면 ; 통도사 앞에서 자고, 통도사 - 간월사지 - 망해사터 - 청송사지...> 


집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왔다.

며칠 우울하고 복잡했던 머리에 잠시 공간이 하나 생겼다.

휑했던 마음을 채울 수는 없지만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

 

<내가 탑 좋아하는 걸 알고서는 탑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간월사지 쌍탑... 장항리 오층탑이 생각나는 인왕상 조각이 인상적이었던 탑... 좋았다...> 


 

서재에 겹겹이 채워진 책들...

쿠바풍 음악이 흐르던 다실...

아프리카풍으로 디자인된 화장실...

그리고 얄이형, 빵형과 함께 창원엘 다녀왔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역시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