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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서...

오늘> 못된 습관들... 0807

 

 

 

무더운 나날.

몸도 지쳐가고, 마음도 지치고...

쉬이 결론 나는 게 없어, 자꾸 일에 끌려 다니는 기분이다.

아무 생각 없음 !이 명상의 상태라지만

지금은 평상심도, 중도도, 무아도 아닌 지극히 어수선한 마음임은 분명하다.



“ 내가 자꾸 일을 미루나? ”

현장을 둘러보다 김부장이랑 조과장에게 툭 던졌다.

“ 네~~~ ”

무조건 반사처럼 들리는 “네”소리에 깜짝 놀라 또 묻는다.

“ 미루는 게 많은가 보네? 얼만큼? ”

약간의 주저함이 보이더니 역시 비슷한 투다.

“ 80% 쯤~~~ ”

허걱???

“ 자네들 일하기 어렵겠네? ”

약간의 반성과 함께 잠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


“ 구조와 수순(혹은 선후), 그리고 시비에 대해서도 미루나? ”

약간의 머뭇거림...

“ 아니요 ”

“ 내가 미루는 건 디자인과 소재 아닌가? ”

“ ... ... ”

“ 그리고 그것은 자네들이 나보다 더 많은 연구를 해서 내게 결정을 촉구해야 되는데,

아무 준비없이 자신들 생각만 툭하고 던지니,

내가 연구하고 내가 결정하면서 나타난 문제 아닌가? ”

이쯤 되면 완전 역전이네?  ^^


기왕 나간 김에 확실히 못을 박아둬야겠다는 못된(?) 장난기까지 발동한다.

“ 내 결정이 늦어서 일이 늦어진 게 있나? ”

“ ... ... ”

“ 다른 현장과 비교해보면 결론적으로 훨씬 빠르지 않았나? ”

“ 늦은 적은 없지만, 바쁠 때는 있었던 것~~~ ”

김부장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과장이 끼어든다.

“ 그러니까 저처럼 두세개 샘플 만들어 놓고 보고하면 금방 결정 나잖아요...”

이젠 김부장과 조과장의 연합전선이 깨졌다... ㅋㅋ

이 정도면 완전히 성공인가?


그래도 마음먹고 한말들인데 그대로 묵힐 수는 없다는 반성도 뒤따른다.

“ 그래도 미루는 게 습관이 되면 안 되겠네? 스타일을 바꾸든지 성격을 바꿔야겠군 ”

“ 성격을 바꾸시지요? ”

크흐~~~ 결국 한방 맞았다... ㅠㅠ



내가 미루는 80%가 중요한지, 미루지 않는 20%가 더 큰지는 별개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까지를 포함하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될 거고...

그래도 더 좋은, 혹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찾다가 일을 몰고 다닌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게다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직원들, 담당자들이 나보다 더 많이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게

애초 무리일지도 모르고, 괜한 불만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서 이런 생각들이 부쩍 늘었다.

그들에게 준비를 요구하고 교육하는 것과 그 경험이 그들의 자산이 되는 것도 별개이겠지만,

지금 스타일이 직원들에 대한 책임의식과 엄밀한 역할분담을 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편하자고 요령을 피우는 것인지도 불분명한데다,

일을 몰고 다니는 스타일이 좋지만은 않은 것임에는 분명하다.


열 번 생각하고 준비해서, 한번 움직여라...

많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보다, 충분히 준비해서 한 번에 집중적으로...

직원들은 빠르고 느림을 이야기 하는데, 나는 시급하고 중요한가 아니면 부차적인가를 찾고,

직원들은 결정된 것 지시받길 원하는데, 나는 스스로 준비하고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어차피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것은 서로의 몫...

나도 변하고, 그들도 변해야 서로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더운 날...

내일 또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지치는 날...

내가 미루는 이유와, 직원들의 준비 자세에 대한 미묘한 줄다리가 어설피 섞였다.

실제 머릿속을 맴맴거리는 것들에 대한 실마리는 찾지도 못하면서

엉뚱하게 직원들에게, 그리고 나에 대한 변명이 설왕설래 한다.

괜시리 궁시렁거릴 핑계꺼리 하나 찾아 횡설수설 하고 있다...

 

 

나는 쉽게 결정하지 않는 것을 즐기고, 직원들은 결정되지 않은 것에 답답해하고,

나는 느리게 판단하여 빨리 행동하고, 직원들은 기다리다 지치고...

선의든 타의든 기다림과 느림이 현명하지 못한 결정으로 귀결되는 것만큼 최악은 없다.

(장고 끝에 악수처럼...^^)

기다려야 할 것과 빨라야 될 것에 대한 나의 눈높이를 조절해야겠다는 생각...

고집은 아니지만, 느린 속도로 세팅된 나의 시각이 바뀌어야 할 듯싶다.

 

여전히 미루는 것은 좋지 못한 습관...

뭔가 바꾸기는 바꿔야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