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있다 보면 일도 많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요 며칠은 결코 유쾌하지 못한 사람과 실갱이 하느라
피곤과 짜증에 쩔어 있다...ㅠㅠ
오늘은 기어이 어딘가로 바람 쐬러 가리라 굳게 다짐했건만
정리해야할 무언가가 엉덩이를 더 무겁게 만들었는지
하루종일 꼼짝 않고 농땡이 치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부리나케 이것저것 서류를 만든다...
나는 왜 맨날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막판에 끝을 낼까?
어떤 일이든 시원하고 개운하게 끝내 놓고 노는 게 아니라
온갖 잡스러운 궁상을 다 떨고 나서야 일을 시작하고 느즈막이 끝낸다...
물론 기한을 넘기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 시작하기 전까지 여유롭지도 않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정리가 끝났고, 괜히 시간의 재촉을 자극으로 생각하나???
아무튼...
철근공이 속을 썩여 중도에 공사를 포기시키는 작업 중이다.
건설의 도급과 하도급 단계를 운운해야 충분한 이해가 없으시겠지만
우리가 직접 계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소개해준 하도급 업체 사장...
K씨 덕분에 사흘 동안은 내 시간을 차분히 갖지 못했다.
<기초와 지상3층의 규모가 비슷하다... 기초 깊은 곳이 3.7m 였고, 지상 3층의 보의 깊이도 3.6m 였다...>
자신의 표현대로 ;
일도 잘 모르면서 돈 액수만 보고 장밋빛 환상에 젖어 일을 시작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자금도 부족하고,
일꾼들도 통제하지 못하고
관리도 할 능력이 못되니 공사를 포기하겠단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그 다음 ;
이번 달 기성(돈) 받은 것 중 일부는 자신이 급한 일이 있어 써야겠고,
작년 8,9월 달에 일한 사람 노임 중 덜 준게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책임질 능력이 안 되고,
앞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얼마나 추가될지는 모르겠지만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당신 그게 말이라고 해?
그 돈은 내가 줬지만 당신 돈도 아니고, 내 돈도 아니야!
이건 일꾼들 노임라고~~~
그리고 이제 책임질 능력 없으니, 내가 얼마를 손해 보든 당신은 몸만 빠져나가겠다고?~~~
지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그 사람과 직접 계약한 골조업체 L 사장의 분통 터지는 소리에도 K씨는 ��하다 ;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능력이 없어서 책임지지 못할 약속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일도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저라도 살고 봐야하니 담보 잡은 것도 풀어주고 돈도 먼저 쓰겠습니다...
건설현장에서는 어떤 표현들이 욕인지 아시나요?
음~~~
물론 제일 많이 쓰는 욕 1,2,3순위는 18놈, x 같은 놈, 상놈(이건 쌍놈이라고...)이지요...^^
드문 경우지만 호로자식, 개 같은 새끼(에고...), 18을 조금 늘여놓은 c 부랄 놈...
(갑자기 블로그가 건설... 노가다 판이...^^)
(욕을 가만 분석해보니 ;
1) 성을 매우 속되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性은 본디 聖스럽고 娍한 것인데...
2) 조선 봉건시대의 계급, 혹은 계층적 차등이 지금도 있나? 상놈과 양반???
3) 원나라의 침략이 800년 전인데 오랑캐의 흔적을 아직도?
4) 그리고 빠지지 않는 욕이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인 개의 아이들(?)도 등장하고,
또, 새끼를 욕이라고 생각하는 걸보면 우리사회는 아직 수직적 체계???
5) 여기에는 빠졌지만 가끔씩 병신도 사용된다... 이것도 장애우들에 대한 인식이 문제...
음~~~ 이런 이야기도 내가하면 진지해지는군...쩝)
물론 앞에다 대놓고 이런 욕들이 오간다면 당장에 멱살잡이에 주먹다짐도 상상되시겠지만,
욕이란 건 대부분 당사자가 없을 때, 삼자에게 분풀이할 때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내가 자주 사용하거나 최대로 큰 모욕이라고 생각하는 욕은?
<인간 같지 않은 놈...>
우리 색시는 늘 그런다... 신랑~ 그건 그 사람들에게 욕이 아니야...^^
음~~~ 삼천포로 자주 빠지는군...
아무튼 도저히 참을 수 없고 가끔씩만 급한 성격의 무재가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K 사장님 !!!
도대체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일당도 못 받고 집에서 고통 받는 일꾼들은 당신 장난감이오?
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사장이고 오야지라고 명함 들고 다니오?
어떻게 자신이 힘든 것만 생각하고 수십명 일꾼들 힘든 것은 생각지도 않으시오!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어떻게 50년을 살았소?
무서운 사람이구만...
당신이 인간이야?
앞으로 어디가서 운동(유도)했다느니, 거짓말을 못한다느니, 책임감이라느니 그런말 하지 마...
운동한 사람 앞에서 더 화내봐야 얻어맞기밖에 더 하겠느냐 만은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어 얼마동안을 다그쳤다...
결론? 일단 보관하고 있다는 천만원은 직원 보내서 받아오고,
어디에 어떻게 쓰인지 모를 대략 팔천만원중 삼천만원은 책임지게하고,
일단 골조업체에서 삼천만원은 추가로 투입하기로 하고,
앞으로 공사에서 부족할 걸로 예상되는 오천만원은 책임지지 않기로 하고...
공사포기 각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쓰기로 하고...
여기까지 이야기가 잘 됐다 싶었는데 갑자기 어디선지 날아 온 전화를 받더니 또 돌변한다.
삼천만원은 너무 부담스러우니 책임 못 지겠고,
공사 포기각서도 지금 쓰고 싶지 않단다...
한가지 자신은 이 현장에서 받은 돈 한푼도 밖으로 빼돌린 게 없단다...
단지, 너무 급해서 생활비와 장비 구입비로 삼천만원 밖에 안 썼단다...
자신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지급받은 대금중 한푼도 밖으로 빼돌린게 없다는 결백이란다...
열나게 책상치며 이야기 실컷 했더니 대여섯 시간 지나서 전화한통에 도루묵...
<콘크리트 타설시 일정량마다 시험을 위해 몰드를 뜬다... 압축강도 시험을 하기 위한 시료 채취...>
내가 지금까지 핸드폰 통화를 길게 한 게 1시간 전후다...
대부분 기다렸거나, 볼 수는 없지만 즐거웠던 통화시간이다.
이번에 그 기록이 깨졌다...
토요일 오후에 1시간 51분간 통화...
그리고 엊그제는 밤 12시 반부터 40여분을 통화했고
어제는 한밤중 1시반부터 또 그만큼을 통화했다...
K 사장을 회사에 소개하고,
공사를 포기하는 마당이니 K 사장을 잘 타일러 달라고 중재해달고 부탁했던 사람인데
나보고 골조업체 편만들고, 삼천만원씩이나 부담을 시키려 작당을 하고
K 사장은 왕타 시킨다고 흥분을 한다...
<요즘은 동절기라 이렇게 보온장치를... 석유풍로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기름값이 너무 올라, 다시 갈탄으로... 온도계를 달아 놓고 일정온도를 일정시간 동안 유지하는 게 관리의 핵심... 가끔씩 화재염려로 야방이 돌아다니는데 가스 문제가 발생하기도...>
2라운드가 시작됐다...
이젠 K 사장에 J 모씨까지 상대해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몇가지를 자꾸 건든다.
음~~~
내가 수양이 부족한 건 나 자신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최소한의 예의와 합리적이지 않은 방법에 대해서는 굳이 참고 싶지 않다.
이제 칼을 빼야할까 말아야 할까...
<본격적인 아파트 외벽공사를 위해 갱폼이 입고된 날... 우리현장의 경우는 4층부터 아파트가 시작된다...>
년초부터 마음에 걸린 사소한 것들이 연속 벌어진다.
해서 오늘은 꼭 어딘가 마음을 다스리러 바람을 쐬고 싶었다.
서류 몇 개 만들게 있는데 담당직원이 잠시 개인일 보고 온다고 오후 늦게 들어오고
결국 직원 기다린다는 핑계로 컴 만지작거리다가 늦게서야 일 시작하고
조금 전에서야 한 묶음 서류를 준비했다...
사실 이번 일은,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K 사장을 만났을 때부터 예상을 했다.
그리고 K씨가 데려온 일꾼들과 소장, 일주일 지켜보고 K 사장에게 통지했다.
당신, 그런 사람들 데리고 일하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일꾼들 바꾸시고, 당신이 조금 더 책임 있게, 적극적으로 뛰어야 될 겁니다.
한달 반후, 우리가 준 돈들이 일꾼들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걸 직감하고
그때부터 직원들과 L사장에게 지급된 돈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더군다나 회사 오너의 지시로 소개받은 K씨였고,
또 골조업체 L 사장에게 소개했으니 더더욱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하려 했다.
<현재 8층 작업중인데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펌프카가 전체를 카바하지 못해 5층부터 분배기를 사용하고 있다. 건물이 높아지거나 넓을 경우 분배기 사용이 빨라진다...>
문제는 그 것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때 알아봤다니까?!
내가 그래서 이야기했잖아...
회사 오너에게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이미 보고하면서 단도리해 왔고,
L 사장에게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에 대해 숱하게 충고했고,
당사자인 K 사장에게는 내 나름 여러 가지 조언을 하면서 6개월을 지내왔는데
결론은, 상황은 변한 게 없다...
<가을때만해도 사무실에서 이렇게 산이 보였었는데... 이제는 저산등선이 1/5로 줄었다...ㅠ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튀어 나올 뻔 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말이 자꾸 변명과 핑계를 만들고 있다.
예상하고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 내 문제가 많다...
물론 K란 사람과 무관하게 내일도 콘크리트는 칠 것이고,
일하는데 지장은 전혀 없다.
단지, 엉뚱한 사람이 끼어들면서 괜시리 복잡해진 기분...
그리고 유쾌하지 못한 사람을 만났다는 게, 또 이렇게 정리된다는 게 안 좋다...
책임자로서,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정리하지 못했다.
K와 J씨란 사람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짜증과 불편함은 나 때문이다...
<어디 못간 대신 사진이라도... 운전 중 촬영... >
상황을 내가 의도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것...
그걸 참 싫어하는 모양이다...
집중력이 떨어졌나?
너무 쉽게 생각했나?
정성이 부족했나?
치성이 부족했나???
수양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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