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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서...

건설> 건축자재값 상승과 관련한 메모...080502

 

철근 등 건축자재 상승과 관련한 메모... 080502



1.


수년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철근 안 필요하세요?

여차저차해서 몇만톤 확보했는데 언제든지 필요하면 말하란다.

결재는 현금이고, 세금계산서도 끊어준다는 말도 붙여서...

 

<지하 공사중... 작년 초기부터 철근값 인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톤단 2~3만원이 한두달내에 오른다는 말에도 바짝 신경을 쓰곤했는데...ㅉㅉ> 


관련기관에서 현장 점검을 나왔다. 오늘은 환경분야...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고물상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관내에서 요즘 돈버는 데는 고물상밖에 없어요!

몇 년 전까지 일이십개 고물상이 지금은 백개가 넘어요.

아마 에쿠스 이상 대형차에서 허름한 옷차림이 나오면 열에 아홉은 고물상일겁니다... ^^


뭐하십니까? 장거리 운전 때마다 전화로 심심함을 달래는 업체사장이 있다.

오늘은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요?

일산 들렀다 강릉 가는 길에 생각나 전화했습니다.

요즘은 아무리 쏘다녀도 재미가 없네요...

한달전 견적 넣고 계약하라고 오라는데 자신이 없단다.

한달전 견적가가 10억이었는데 도장 찍으려고 다시 체크하니 2억이 올랐다는 말...


물가가 심상찮게 거론되고 있지만 건설현장의 자재값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년간, 혹은 반기, 분기 단위로 움직이던 자재 값에 인상기한이 사라진지도 오래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정말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데 여기저기 한숨소리만 들린다.

 

<주상복합이다보니 지하4층과 지상4층, 두번의 기초공사를 해야했다... 지하에서는 1.8m, 지상에서는 보포함 3.6m... 아무래도 주상복합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공사비, 특히 골조공사, 창호공사와 관련된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 



2.


작년 여름, 가을쯤인가 해외경제란에 1단으로 원자재 동향에 관련된 소식이 하나있었다.

브라질이 중국에 철강석 수출단가를 70%를 올려 달라 해서 협상이 결렬됐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끝이 보이지 않은데다, 달러가치는 하락하고...

게다가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출드라이브 운운하며 환율을 떨어뜨리고...


물론 나야 일개 회사원인데다, 지금의 현장도 어쩌면 작은 규모일지 모르나

그런 가십들이 개인적 관심차원을 넘어선 회사일과도 직결될 것임을 방기할 순 없는 일...

아마도 그때부터 금속, 창호를 비롯한 전분야 업종들 계약을 서두르고

이미 계약한 업체들에게 자재 구매와 관련된 내용들을 협의했던 것 같다.

 

<요즘은 토목공사비용도 상당히 상승했다고 한다. 운반비, 유류비 등 상승으로 장비대가 오르고, 아스콘을 포함한 모든 자재들도...> 


이런 일이라는 게 나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또 아니다.

미리 미리 견적 받고, 계약을 서두르지만 이번엔 업체들이 계약을 미룬다.

열흘, 보름 간격으로 뛰어 오르는 자재값에 자꾸 견적가액을 조정하기 때문...

결국 대부분 업종 계약을 끝냈지만 기 계약한 업체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불만이 적지않은 모양이다.


사실 물가연동제가 적용되고 자재값이나 인건비가 폭등수준으로 오르면

일부 정부 발주공사에서는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건설업체의 경우, 하청업체들에게 인상분을 반영해준다 해서 분양가를 올릴 수 없다.

또 하나, 만약 자재비나 인건비가 내려갔다 해서 계약금액을 삭감할 수도 없는 일이고...

 

<타워크레인 조립 장면... 이제는 장비사용, 운용, 운반 모든 비용이 상승할 것이다... 물론 지난달 운반비 인상폭은 30%에 가까웠고, 그것도 업체들의 일방적 통보를 건설사들은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실 IMF 금융/외환위기 시절 많은 업체들이 부도/파산하였지만

직전에 계약하여 공사를 진행했던 업체들은 낮아진 인건비 등으로 엄청난 이익을 봤다.

부의 편중이 불황기에 극심해진다는 일반 경제논리가 검증되었던 순간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한때의 태풍으로 무시하기엔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3.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지만 레미콘, 콘크리트 타설 장비업체의 파업이 있었다.

순전히 납품단가와 장비운용 단가의 조정문제였지만 사실 내용은 일반 파업과 달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업은 노동력의 재생산과정이 자본으로부터 보호 받는데서 시작하지만,

이번 일의 심각성은 생산자 혹은 유통업체가 소비자를 상대로 파업을 벌였다는 점이다.

그것도 일대일 협상이나 정부의 기능을 통한 조정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한 파업의 형태로...

 

<지하층 콘크리트 타설 장면... 레미콘도 7%를 올린지 한달이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14%를 또 올려주어야했고, 이때 레미콘 납품없체와 장비운용업체가 공동보조를 맞추어 파업을 벌이는 바람에 건설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소비자가 납품업체를 상대로 납품단가를 인상해달라고 애원하는...

환율하락과 달러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중국산 제품과 유가는 사실 폭등수준이다.

낮은 질의 중국산이 포스코 등 국내 철강제품값을 추월하면서 생긴 웃지 못 할 에피소드다.

결국 총선이 끝나자마자 톤당 12만원씩 연거푸 두차례나 인상을 했다.


철관련 제품이 폭등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부에서 매점매석을 단속한다는 기사도 있었지?

그래~~~ 진작에 이런 대책들이 나오면서 규제할 것은 해줘야지...

문제는 철근을 소비할 건설업체를 돌아다니며 벌금을 매겼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

생산을 늦추고, 중간 유통업체들이 출고를 미룬 매점매석을 단속한게 아니라

최종 소비자가 원가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혈한 추가부담에 벌금을 매겼다니...

 

 


경제질서, 경제원칙, 경제논리...

모든 게 엉망이고 뒤엉킨게 현실이다.

물론 경제에는 정의나 합리나 양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대책이나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들의 바램이나 정부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다.



4.


철근값 폭등을 고려해서 골조공종을 겨울동안 서둘렀다.

지금 22층까지 공종을 추진했으니 사실 골조공사는 95%이상을 달성했다.

철근이나 레미콘은 사실 99%가량 투입되거나 입고되어 있는 상황...

문제는 며칠 전에 일어났다.


이제 옥탑까지 5~6개층이 남아있는데 철근 잔량을 맞추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10mm 한차, 13mm 한차가 당장 필요한데 현금으로 선입금해야만 납품해주겠단다.

이 현장 처음 시작할 때 철근 1톤에 47만원 가량이었는데 지금이 94만원...

딱 두배 올랐다.

 

 


작년 여름부터 준비하고 큰 차질없이 지냈는데 막판에 철근잔량으로 고민을 해야하다니...

보름전에 입고한 것과 비교하면 두차에 천만원이 올랐고,

당장에 현금 5천만원이 필요하다.

하루종일 밖에 있으면서 짜증이 멈추질 않는다.


잔량파악을 협력업체에 미룬 현장직원들이나

꼼꼼하고 확실하게 자재주문을 하지 않은 본사직원들이나 책임회피에 온갖 핑계만 댄다.

책임감의 부족인가, 아니면 주인의식의 부재인가...

툭툭 던지는 식으로 체크하고 지시하는 내 스타일의 문제일까, 권위부족일까?

 

<지상 4층에서 라멘구조가 월식으로 바뀌면서 아파트 기초공사를 따로이 시공해야했다... 구조적인 안전을 위해 시스템을 적용하였었다...> 


사실 이 현장 전체 공사비나 골조공사에서 철근상승분과 얼마간의 이자는 극미할지 모른다.

나도 한때는 그런 숫자놀음과 비율체크놀이에 빠져 현실을 보지 못했을 때가 있었지만,

10,000,000이란 숫자로 점검하고 0.1% 등의 비율로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문제는 현실의 변화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안이함과 준비부족이 심각한 것이지...



5.


당장 투입되어야할 철근문제는 해결됐다.

또 대부분 업체들 계약도 끝냈고, 기계약된 업체들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최초의 실행예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추가부담도 줄이고 있다.

물론 일부업종의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에 대해서는 우리쪽의 추가지출이 필요할거고

전혀 움직이지 않는 분양시장에서 생기는 현금흐름에서 유동성확보도 시급하고...

 

 


더 큰 문제는 우리 현장을 벗어나서 인것 같다.

지금의 자재비 상승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계, 전기, 금속, 목재, 도배, 수장, 내장, 장비, 가구 등 어느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단순한 건설자재비 인상이나 일부 품목의 매점매석 문제로 덮어질 성질이 더 이상 아니다.


일부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더 큰 폭의 자재비 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브라질의 파업이 해소되고, 중국경제가 긴축을 펼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게다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에 투자하기 시작하면 더 끝이 없어질 것 같고...

수출드라이브라는 구시대적 환상에 젖은 잘못된 환율정책까지 덧칠되어 정말 심각하다.

 

 

 


유가폭등과 환율, 그리고 달러가치 하락의 여파일까?

조금 더 크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2차 여파일까?

하나 더 나간다면 우리 경제구조에 대한 정부 조절기능도 인식전환이 필요하겠지?

하나하나 짚는다면 끝이 없을 주제들이다...

 

<원할한 내부공정 추진을 위해 15층까지 기포-코일-방통(내부 전용공간 바닥미장) 공정을 추진하였다...> 


아무튼 분양가 상한제니, 서민 생필품 품목 규제니, 경제살리기니 하는

뜬 구름식의 정책들이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요술방망이가 필요한 게 아니라

개별의 사안들이 안고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 그 맥을 짚는게 우선인듯 싶다...

우선 물가인상과 연관된 문제들에 대해 메모만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