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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서...

잡생각> 건축 - 마인드 맵...0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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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을 하나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건설현장에 있으면서 기존의 경험과 감각,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야 하는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다.


생각만큼 혹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물론 가장 커다란 이유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엄혹하다는 것이고,

그런만큼 움직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협소하다는 것이고,

그리고 작은 실수 하나라도 쉬이 간과할 수 없다는 객관적 조건 때문이다.


모두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모델을 오픈하고 분양에 뛰어들어야 한다.

공사비는 상승했고, 분양은 예측할 수 없으며, 우리가 가용할 자금은 바닥이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점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

지금의 무거운 분위기는 잘하면 본전, 자칫 잘못하면 모든 걸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하루에 열두번씩, 아니 천갈래 만갈래로 나뉘는 경우의 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수십, 수백가지의 시나리오가 존재하고, 그 파장은 아무도 예측/예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이 프로젝트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이고,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는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경험부족인지, 능력부족인지 모르지만 벅차기도 하고 숨이 막히기도 한다.

과정하나 하나가, 예상되는 결과 하나 하나가 뜬구름처럼 막연하지만

너무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선택은 가장 결정적으로 회사의 운명을 가름할 것이고,

향후 수년간 내가 운신할 수 있는 상당부분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결국 수년전의 선택과 결정의 댓가를 나와 우리는 매우 혹독하게 치르는 셈이다.

어쩌면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순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불안과 초조,

그리고 긴장의 순간들이 이제 마지막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행한 것은 반전의 기미가 없다는 것이고, 다행인 것은 아직 체념하지 않고 있다는 거...


지금의 상황은 충분히 예상되었지만, 우리가 준비할 것은 많지 않았다.

웃기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까마득한 장벽을 만날 때마다 운 좋게 버텨왔다는 점이다.

후후~~~ 어쩌면 체념과 포기의 기회도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는지 모른다.

많은 준비를 해왔지만, 더 많은 계획이 필요했고,

모든 걸 예상했지만, 아무것도 해결한 것이 없었다.



 

2.

 

주변에서, 지금의 내 모습과 회사 사정을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이며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격다짐이네 ~ !

얼마전 만난 열이형의 한마디 평가였다. ^^


그래도 지금의 전부를 걸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이 말에 대해 조금 여유롭고 느긋하고 핵심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너의 전부??? 회사가 아니고?

얼마전 만난 빵형의 조언이었다.


후후~~~

이 두마디가 지금의 내 마음을 조절하는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내가 어거지에 가까운 지금의 이 상황을 버티는 힘은 무엇일까?

도전? 희망? 경험?

바닷물이 짠지 안 짠지, 우리는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운명과 기적일까? 하하하

아마 이런 개념들까지 끌어들어야 할 정도라면 심각하기는 심각한 모양이다.


일에 대한 욕심일까?

개인이 거스를 수 없는 시장과 사회 메카니즘에 대한 의도적인 편승일까?

무엇으로 버티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으로 버텨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보니

마른 수건 짜내듯 머리를 헤집어도 편안하고 가벼우면서 열의를 만들 그 무엇이 떠오르지 않는다.


딱~ 한마디 고르라면 ; 실패하지 않고 싶다는 말일 거 같다.

실패가 주는 여파가 무엇인지 나는 충분히 알고 있고,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지금 이 순간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실패와 좌절>의 여파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 지금 이 일을 충분히 즐기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물줄기를 거스릴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걸 분명 알면서도,

작은 성공들과 궁극적 목표는 별개의 경로를 가진 카테고리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조직과 네트워크에서 나의 존재의미가 일의 성패와 긴밀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의 바람과 운수와 희망사항은 애초 충분히 객관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런 것들로 나를 무장하고 있고, 나를 독려하고 있고, 나를 채찍질하고 있다.


회피하거나 물러선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집중하고 몰입한다는 말에 익숙하다.

후회하지 않는 책임은 선택의 지침이었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 편안 불편을 막론하고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끈기나 집념이나 신념이나 뭐 그런 개념과는 무관한 나의 습관들을 찾아본다.


이제 남은 거라면 체력일까? 

흔들리지 않는

지치지 않는

버틸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3.


일을 시작하면서, 일을 하면서 일에 대해 뭔가를 말하는 것은 늘 조심스럽다.

나를 합리화시키기에 급급할 수 있고,

나의 자랑과 변명에 우선할 수 있으며,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을 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성도, 준비도, 기획도 나는 나를 과시할 수 있는 계기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중심적으로, 타인을 도구로,

어려움은 과장하고, 작은 결과를 침소봉대하고,

원인과 결과를 도치시키고, 나의 희망과 냉혹한 현실을 재단할 것이기에

일을 하면서 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한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말들을 모아서 쏟아 놓고 있다.

아무 말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생각에 머물던 모든 말들을 내뱉었다.

쉽지 않기 때문일거고, 복잡하기 때문일거고, 한호흡 쉬고 싶기 때문이리라.

새로운 무엇을 찾고 싶어서라기보다, 있는 것들의 정돈이 필요하기 때문일 거 같다.


낙서를 해 봤다.

주변의 일들을 재배치하고 정돈할 나침반을...

다시한번 재정립해 본다.

설계와 분양, 공사와 자금, 그리고 일정에 대해...

 

 <마인드 맵?>

 <ㅋㅋㅋ 결국 별두개를 그렸다...

색깔도 아주 촌스럽다...ㅠㅠ 3원색을 과감히 사용해 보리라 생각했더니...ㅉㅉ

한동안 그렸지만, 내겐 유용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이걸 틀로 쓰면 되니까...

생각해보면 복잡하기도 하다...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삼각형(설계-분양-공사, 설계-분양-광고, 설계-공사-자금 이런식으로 삼각형을 만들면 수십개가 나오니까...ㅠㅠ)이 적지 않지만, 지금의 일과 업무분담, 그리고 시기적 경중에 대해 대략의 원칙적 틀로 사용하기로 했다...

 

몇가지만 더 메모하면 ;

외부조건은 은행, 허가권자, 정부정책 등이 포함되는 것이고,

내부조건은 전통이나 브랜드 가치, 경영방침 등이 포함되는 것이고,

시장조건은 주택정책, 부동산 경기, 유동자금, 전세가, 주택보급률, 인근재건축, 국내경기, 세계경제 등이,

그리고 조직이란 나 또는 회사의 맨파워, 또는 사업주체를 표현하는 말이다...

다음엔 이 별표를 가지고 제대로 한번 써 봐야겠다는 생각...>

 

 


결국 별 두 개를 그렸다.

나를 중심으로 혹은 회사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분담과 종합, 선택과 집중, 핵심고리와 부차적 요소들...

다시 틀을 정립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야겠다.


원칙을 벗어나지 않지만 마음은 열고,

몸은 무겁지만 사고는 자유롭게,

바쁘게 움직이지만 생각은 여유롭게,

그리고 냉정하게 바라보지만 표정은 편안하게...

결국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결론이 나는군...^^


두려움을 버리고 흐름을 타자.

후회가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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