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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늘 일기? 090617

* 안부도 전하지 못하고...

* 잊어 먹기 전에 몇가지 메모로 人事를 대신합니다...^^

* 즐겁고 좋은 날이시길~~~ 

 

 

1.

 

많이 바빴다.

정말로...^^

하루에 원주, 인천, 서울에서 다섯 번의 약속을 지켜야했고,

쉽지 않은 일들을 처리해야했다.

때로는 주임, 대리처럼, 이사, 사장처럼...

 

생각하면 모두들 바쁘게 산다.

비슷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일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꿈을 위해, 사랑을 위해...

단지, 조금 느긋하게 대처하는지, 여유롭게 즐기는지,

혹은 즐겁게 부딪치는지, 아니면 일에 끌려 다니는지...

 

잠깐 생각해봤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가는지...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지,

누구를 생각하는지,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이 내게 무슨 의미인지...

 

 

 

2.

 

교통사고가 있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타고,

그리고 걸었다.

 

처음엔 가지고 다니던 많은 것들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고민스러웠다.

옷은 무엇을 입을까?

가방은 무엇을 들어야할까?

최소로 필요한 짐들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좀 심하게 말하면 머리에 쥐가 나도록 가볍고, 작고, 최소의 소지품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지니고 있지 않아도 삶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지니고 다니건, 무엇을 들지 않건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다만, 부족할 것 같았던 내 마음이 문제였을 뿐...

내가 얼만큼 적게 가지고 움직여야하는지 애초에 세상은 관심이 없었을지 모른다.

무엇을 갖추고 준비해야 하는지도 세상은 관심이 없다.

 

실제로 필요한 건 딱 하나 ;

내가 움직일 것인가, 말 것인가...

세상에 여전히 존재하는가 아닌가의 차이를 아는 것뿐...

준비된만큼 내가 아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만큼 세상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며칠 걸리지 않았다.

차가 없었으니, 공간이 없었으니, 손이 두 개밖에 없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3.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걸으면서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들을 나누기 시작한다.

 

책을 보는 사람, 신문을 보는 사람, 무엇인가를 손에 들고서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

핸드폰을 만지는 사람, 노트북을 보는 사람, 혼자서도 어딘가와 교류하고 연결되려는 사람...

차창밖을 바라보는 사람, 광고판을 보는 사람, 주어진 무언가를 두리번거리며 공간을 배회하는 사람...

잠자는 사람, 혹은 눈은 감았으나 자지않는 사람, 행동을 멈추거나 생각을 멈춰야 편한 사람...

그리고 허공을 응시하거나 혹은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지만 표정과 눈빛이 살아있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가슴과 머리는 과거에 머물고 있거나, 현재를 복기하거나, 미래를 꿈꾸고 있지도 모른다.

 

태도와 행위와 표정을 제각각이지만 이렇게 다섯부류로 나눌 수 있을까?

훨씬 많은 경우가 있겠지.

우연한 인연으로 만들어질 필연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나와 똑같은 악세사리나 옷이 나와 똑같음을 한탄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너무 바쁘거나 너무 한가로워서 굳이 무엇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을 거고,

피로와 만취로 몸을 가누는 것조차 귀찮은 사람도 있을 거고,

동료들 혹은 가족, 연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고...

 

정차장이 한마디 덧붙인다.

그렇게 지켜보는 강모씨 같은 사람도 또하나의 부류에 포함시켜라고...^^

 

 

 

4.

 

사는 게 너무 재미없지?

정말로 재미없다...

하나 같이 살얼음판인데다, 도대체 마음 놓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거의 유일한 낙이라면 <기다림>일까?

 

근데 재미로 사나?

누구 말처럼 의무로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데...

생각해보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궁금해진다.

재미? 그럼 재미가 없으면 죽어야겠네??? ^^

충만함? 그래, 무엇인가 몸과 맘으로 느끼는 충족감도 사는 이유로 빼놓을 수 없을 거고,

기다림, 혹은 희망? 미래를 계획하는 인간으로서 희망이 없다면 존재이유도 없을지 모르지...

 

프로필에선가 꿈, 힘, 이름을 위해 사는 게 아닌가 하고 말했던 적이 있다.

물론 그 어떤 것도 자신이라는 범주에, 가치라는 정체성에, 관계라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하겠지.

건강, 성격, 이력... 사랑, 평화, 자유... 가족, 연인, 직장... 이렇게 표현하겠지?

이것들을 묶으면 너무나 다양해지는 스펙트럼을 붙들고 나는 결말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늘은 <재미>라는 말에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

무엇을 생각할까?

포근한 허벅지를 배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내 이야기 실컷 하다가 푹 잠드는 거...

지금 내게 제일 재미있는 일이란 이런 걸까? ^^

 

 

 

5.

 

지금처럼 몸과 맘이 무거운 이유가 뭘까?

그 심원을 찾아보고자 했다.

무엇일까?

일의 무게와 시간의 가벼움? 혹은 풀어진 마음?

더 내려가 본다.

 

<불안>인 듯 싶다.

상황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불확실해진 여건...

덩달아 타이트해지고 좁아드는 행동반경,

그리고 내 의지...

 

이유는 찾은 거 같다.

내 마음을 다시 설계하지 못한다면

나는 <불안>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 싶다.

내 마음에서 不자를 떼어내야만 (便)安해질 거 같다.

조금 더 걸으면서 하늘을, 별을, 바람을, 달을, 구름을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