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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늘> 작은 상처, 큰 불편...090627

 

발바닥이 곯았다.

첫째 이유는 무좀균, 이차 감염으로 제법 신경 쓰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이차 감염이 되었냐고?

손톱깎기로 잡혀있는 물집을 터뜨리고 짜내는 유희의 후유증이다.


다래끼, 염증, 화농증 약만으로는 안 되겠는데요?

항생제를 드셔야 되는데 아무래도 병원에 다녀오셔야 처방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이틀동안 약 사먹을 땐 다들 사오는데 왜 제가 직접 왔는데 안 주세요?

발바닥, 그거 쉽게 안 낫습니다.

외과에 가시는 게 빠를 거 같은데요?


서울 사무실에 놔뒀는지 약이 보이질 않아 어제밤부터 약도 못먹고 맘은 불안하고,

게다가 언제 병원에 갈 시간도 없고...

교통사고 난 상황에도 병원엘 못 갔는데 발바닥 조금 곯았다고 병원에???

일단 약을 먹고 버텨볼까?




사람들 뇌의 30%는 손에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하긴 뇌라는 놈이 하는 일이라는 게 눈,코,입부터 시작해 소화기, 순환계통 등등등

심지어 기억이나 선택의 영역까지를 포괄한다면 30%라면 결코 작지 않은 비중...

그중 엄지손가락에 할애한 비중이 70%라고 하지?!


그럼 엄지손가락 하나에 내 머릿속 뇌의 21%가 집중되어 있다는 말이고,

다시 양손이니까 반으로 쪼개면 11.5%

특히 내가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니까 대략 3.5 : 6.5의 비율이라고 따지다면

오른손 엄지손가락 하나에 뇌의 대략 13.7%의 비중이 있다는 말이겠군...

 

뜬금없이 왠 숫자놀이냐고? ^^
상처에도 경중과 대소가 있겠지만, 우리가 혹은 내가 생각하는 작은 상처라는 게

내 몸과 내 맘, 그리고 내 습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때문이다.

일정기간이겠지만, 작은 상처하나 치료되기 전까지 나는 큰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게 세상이치...

뭐 이런 이치가 있어 바늘구멍에도 댐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지 않을까?(허걱~ 너무 비약이군...ㅋㅋ)


지난번 엄지손가락 살짝 베여 며칠간 밴드 붙이고 다니며,

세수는 물론이고, 물건 들 때, 타이핑 할 때, 심지어 밥 먹고 화장실에서도

생각보다 많이많이 불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분명 있었다 싶다.

그렇다면 발바닥, 그것도 오른쪽 발바닥 한가운데는 몇%쯤 뇌가 관장을 할까?




무엇보다 걷는 거부터 신경 쓰인다.

발등으로 걷다보니 발은 꼬이고, 절뚝거리게 되고,  

균형이 깨지니 왼쪽발 디디는 것도 비딱해지는 거 같고...

그게 다 순망치한의 묘려니 생각은 하지만 불편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

일단 큰 맘 먹고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외상 치료를 해야하니 불안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핀셋을 움켜잡는 의사의 표정은 나긋하다.

하긴 내게는 불편이고 안쓰러움(발바닥에 대한)이지만,

의사에게는 일이니 건수고 이런 정도의 고름이라면 장난꺼리겠지.


우악스러운 손길이 지나갔지만 누런 고름 아래쪽 검붉은 부위는 건들지도 않는다.

생각 같아서는 메스로 확 째버리고 화농이라도 뽑아버렸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만큼 성나지는 않은 듯 싶고...

무좀과 함께 치료하시고, 주사 한방 맞으시고, 약 드시고, 꾸준히 치료하세요.


근 20여년의 노하우로 이런 고생을 한 적이 없는데,

이번 무좀균과 백혈구의 전쟁의 상흔을 돌보는 게 착오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분명, 손톱깎기 라이타로 지지고 콧김도 쐬고 나서 작은 물집을 터뜨렸는데

알콜로 소독하고 아까징끼라도 발랐어야 함을 놓친 게 후회막급...


다음에 무좀균과 상처부위를 건드릴 때는 충분히 생각해야겠다.

터뜨릴 건지, 말려서 뜯어 낼건지, 물에 불려서 떼어 낼건지...

그래도 그 작은 물집 톡하고 터뜨리는 쾌감이 심심찮았는데 이젠 참아야할까?

애꿎은 무좀균에게 따지지는 못하겠고, 발바닥에겐 미안하고...


아무튼 어줍잖은 손놀림에 붕대까지 감고 반창고로 질끈 동여 맨 발을 보자니 우습다.

돌아다닐 일은 많고, 맨날 구두만 신어야 되는데

쨍쨍 내리쬐는 불볕 여름에 쩔둑거리며 다닐 일도 만만찮고...

아무래도 며칠은 발바닥에 땀이 더 날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