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고 마구 달리고 싶었다.
새 차 길들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 맘에 길하나 뚫어놓고 싶어서...
맨날 똑같은 색깔에, 똑같은 차 타는게 지겹지 않냐는 말도 있지만
차라는 게 맨날 틀린 색깔에 종류별로 골라타기도 쉽지 않은지라
결코 불편하거나 아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배기량이 조금 틀리다고 무겁지만 훨씬 부드럽다는 느낌이다.
길을 나선 분명한 이유와 행선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할까?
애꿎은 하늘과 달과 별과 바람을 바라보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
그냥 달리고 싶다.
한동안 사무실에 처박혀,
이곳저곳 경치와 상관없는 빌딩만 찾아다니다가,
끊임없는 말잔치와 이해관계와 성패만을 논하다가 잠시의 여유가
길위의 푸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럴 때,
이럴 때 필요한데...
꼭 이럴 때 필요한데,
갈데가 없다.
이번 일을 끝날 때까지는 말을 안키로 했다.
이번 일, 내 맘대로, 내 계획대로 다 풀린다고 생각 안하기로 했다.
어차피 칼자루를 내가 쥐고 있는 게 아니니 조심조심,
단 한번의 착오도, 실수도 치명적임을 알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긴장이 풀릴 게 두려워 결과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래도 한군데는 비워놔야 하는데 대체 틈이 없다.
사진기를 들지 못한지도 꽤 되었고,
어디 바람이라도 쐬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어렵다.
컴을 아예 들어오지 못하고 하루종일 밖에서 지내는 것도 비일비재하고,
그날 전화를 받지 못하고 내일로, 다음으로 미뤄놓은 것은 체크하기도 힘들다.
사진이라도 보고, 책이라도 한 페이지 읽고, 전화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사진은 노트북에 담겨있어 그만한 틈이 없고,
책이란 책은 원주 사무실, 숙소에 있어 한권도 없고,
유일하게 전화할 수 있고 쉬는 시간은 운전하며 이동하는 시간뿐인데,
시간도 짧은데다 서울시내 교통여건이 전화기 들고 운전하기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일들이 많다.
선후좌우, 경중완급, 대상과 층위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게
왜 이리 끝이 없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지 숨이 턱턱 막힌다.
알면서도 못하고, 모르지만 해야 하는 일들이 연속되고, 그게 벌써 몇 개월이 됐다.
누구 말처럼 대한민국 40대 가장들의 가장 보편이고 일반적인 패턴이겠지.
올림픽 대로로 퇴근할 때면 꼭 한강 고수부지에 들르려 노력한다.
잠시 산도 보고, 강물도 보고, 바람도 맞고...
운 좋으면 달도 보고 별도 보고 예쁜 색깔 하늘도 볼 수 있으니까.
10분? 20분? 단 얼마라도 멈추고 비우고 싶기 때문이다.
(다행중 불행이라면, 이럴 수 있었던 것도 두세번이 안 된다는 점...ㅠ)
집에 들어가면 10분, 20분이라도 햇살이, 똘똘이와 거니려고 노력한다.
별도 보여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손도 잡고 깔깔거리고 웃으며...
이제까지 그러지 못해서 10반이든 11시든 나선다.
그때는 정말 아무생각도 안하고, 다만 아이들의 온기만을 느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이건 똘똘이가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
하루에 한번은 하늘을 보려고 노력하고,
하루에 한번은 이유없이 웃으려 노력하고,
하루에 한번은 멍하게 생각 안하려고 노력하고,
가끔은 내가 무얼하려는지 돌아보려 노력하고,
그리고 때때로 그리움을 차곡차곡 들쳐보려 노력한다.
그 시간들이 길어지면 몸과 맘이 분리되기에 느슨해지고,
그 답답함이 짧아지면 어디선가 착오가 생기고,
그 무거움이 덜어지면 앞으로의 일들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내가 나임을 고집하는 순간, 늘 내 주위의 일들은 더 큰 출혈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차 한잔이 그립다.
이럴 때 바람의 향기가 그립다.
이럴 때 포근한 온기가 그립다.
이럴 때 잔잔한 웃음이 그립다.
이럴 때 소곤소곤 넋두리가 그립다.
무엇 때문이 아니라,
어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새콤달콤한 두근거림의 유희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머물 수 있기 때문일거라 생각든다.
그냥 그렇게...
오늘은 달리고 싶었다.
멀리 멀리...
이미 숨어버린 달을 탓하고,
반짝이지 않는 별을 아쉬워하면서도,
오늘은 신나게 달리고 싶었는데 금요일의 고속도로는 차가 많다.
기껏 달려서 원주에 왔다.
것도 아주 늦은 시간에...
잠시라도 편한 공간에 머물고 싶은데,
잠시라도 바라 볼 무엇을 찾는데 잡히지가 않는다.
잠시라도 필요한데 그게 곁에 없다.
그래도 잠깐 달렸다.
오늘은 여기까진가 보다.
딱 이만큼...
늦은 시간에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주변의 불빛들이 낯설게 보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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