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을 제법 멀리 돌아 잡은 행선이지만, 만수산 무량사는 늘 그렇다.
무덤덤한 나의 발걸음과 무관하게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사람들 발걸음.
그들에게 만수한 무량사는 무엇이 기억되고, 어떤 바람으로 느껴질까?
문득문득 두손을 정갈하게 가다듬고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해질 때가 많다.
염원과 기도...
나는 한번이라도 모든 마음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저들처럼 간절히 소망을 기원한게 있을까?
만수산 무량사에 서서 하나의 염원을 바라본다.
비워지고 채워지는 마음들이 모여 있는 푸근한 공간에 머물면서.
나를 위해, 너를 위해, 우리를 위해 소망하고 기원하고 한탄하며,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감사하고, 아직 맞서지 못한 시간을 축복한다.
건강과 안녕을, 행복과 행운을, 웃음과 울음, 생과 사, 그리고 도전과 성취를...
진실하지 않은 기도가 어디 있으며, 간절하지 않은 소망이 어디 있겠는가.
채워지지 않은 많은 것들을 위해 우리는 간절하게 기도하고,
비워지지 않은 숱한 것들에서 우리는 진실을 확인하려 애쓴다.
이루어 담고자 하는 환의의 미소도, 다다르지 못해 쓸어내는 허탈한 회한도
소망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기도의 과부족을 부질없다 탓한다고 풀어지지는 않는다.
나는 한번이라도 간절하게 염원한 적이 있을까?
나는 한번이라도 저들처럼 나무와 돌앞에 자신을 낮추고 주어진 것들에 감사한 적이 있는가?
나는 한번이라도 웃음과 울음에 내 모든 것을 비워본 적이 있는가? 채워본 적이 있는가!
나는 한번이라도 나보다 더 큰, 너 - 우리 - 자연 - 신 - 역사를 보듬어 본적이 있는가...
나는 저들처럼 생명이 없는 그 어떤 것과 진지한 대화의 마음을 열어 보았을까?
나는 저들처럼 인간이 아닌 그 어떤 것에 자신을 낮추고 공양의 성심을 다해 보았을까?
나는 저들처럼 내가 아닌 그 어떤 것에 간절한 염원의 주술을 갈망한 적이 있을까?
나는 지금 만수산 무량사 오층탑 앞에서 그들의 소중한 마음들을 엿보고 있다.
우리들의 기도와 염원은 의심에서 시작하며, 의심받지 않는 대상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나는 나와 나이외의 모든 걸 의심하고 있는지 모르며, 의심은 결국 믿기 위한 행위일지 모른다.
내가 나와 너, 또는 무엇을 비판하는 것은, 비판받지 않기 위함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기도와 소망은 믿기 위해, 믿을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만수산 무량사 극락전과 오층탑은 왜 저들에게 믿음의 대상이고, 기도의 공간이 되었을까?
그 공간과 형상과 건축이 내게도 나를 비우고 채울 수 있는 시간과 여유와 조건이 되고 있을까?
나는 나를 믿을까? 나는 우리를, 자연을, 신을 믿을까? 내가 찾고 있는 것은 어떤 믿음일까?
무량사에서 나는 기도와 의심과 믿음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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