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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아랍에미리트 파병에 대하여...101112

 

 

아랍에미레이트(UAE) 파병에 대하여...

 

 

 

1.

 

뜨거운지 차가운지 뉴스를 잘 보질 않아 모르겠지만 UAE 파병에 대해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UAE뿐만 아니라 터키 등 중동/이슬람 지역에 원전수출이라는 ‘상업적’ 목적은 부정하지 않지만,

‘비분쟁지역에 파병’은 군 임무수행 능력향상을 위한 ‘국방 선진화’의 새로운 전략적 모델중 하나로

해외 전지훈련의 기회와 무기수출의 활로까지 열어 무기수출 7위국가로 나가는 직접적 이익 외에

원유 최대 수입국중 하나인 UAE와의 협력강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와 중동평화 기여 등을 위해

유엔이나 미국의 강제가 아닌, UAE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익’을 위해 파병하겠다는 정부입장에,

 

 

국회 등의 동의없이 끼워팔기식으로 논의된 파병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며,

여행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는 UAE에 파병은 현역 군인들의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과격 테러집단에 국가와 국민들이 ‘표적’으로 노출 될지 모를 위험이 있으며,

‘용병’식 파병의 나쁜 선례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게 반대의 논리인 듯싶다.

 

 

 

 

2.

 

외교와 국방 선진화에 문외한인 나이지만 한두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먼저 현재의 파병 문제를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때 논란이 종식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안보와 관련된 외교와 국방의 문제가 산술적으로 ‘계량’될 수 있는가로 접근된다.

흔히 효율이나 직간접적 파급효과라는 점은 어떤 관점에 서느냐에 따라 이어령 비어령이 된다.

게다가 정책과 외교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변하기 위한 능동적 외교나 중동평화 기여는 정치외교적 수사라 치고,

안정적인 석유자원 확보나 해외 전지훈련을 통한 군 임무수행 능력 향상은 안전에 우선할 수도 있다.

결국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찬성과 반대의 명분은, 논리를 위한 논리만을 반복할 뿐이다.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댓가로 얼마만큼의 국익이 증가되었는지 산출할 아무런 근거도 없으면서

우리는 명분을 위한 명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아주 지겨운 동어반복의 말장난에 빠질 뿐이다.

해외파병 문제는 계량화 될 수 없는 국익논쟁에서 빠져나와 실질적이거나 근본적 문제로 검토되어야 한다.

 

 

 

 

3.

 

우선 논의되어야할 이야기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해외파병이라는 수단이 원칙이 될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원전수출이나 원유수입국과의 능동적 외교를 위해 국가가 선택해야할 정책적 수단이

‘군대의 파병’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렇게 국가의 이미지가 생성되어야 하는가?가 되어야 한다.

만약 이런 논리라면, 중동의 석유 외에 남아메리카 등지의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또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각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는 군대를 파병해야만 한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국가 발전 전략이나 국가의 이미지로 이야기를 비약시켜 생각해보면,

일자리 창출과 수출다변화 등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군대를 파병하는데 찬성해야 한다는 논리는,

시장 개척과 안정적인 식민지를 확보하기 위해 무력으로 타국을 강제 합병했던 제국주의 시대논리나

대량살상 무기를 생산 수출하고, 무관을 파견하여 테러를 지원했던 나라들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UAE 왕세자의 요청으로 군대를 파병하고 식민지를 만들러 가는 것이니 1900년대 일본과 다르고,

미국에 협조적이고 UN 헌장을 어기지 않았으니 이라크-이란-북한, 소위 악의 축과 다르다고 설명되나?

글러벌 리더가 되기 위해 군사력을 증대한다는 것은 제국주의와 냉전시대 사고의 착각에 불과하며,

무기수출과 해외파병으로 국가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말은 세계평화 기여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

한번의 정책적 판단은 선례가 되고 원칙이 되며, 또한 굴레로 남을 것이기에 더더욱 신중해야만 한다.  

 

 

 

 

4.

 

이미 88년 활황으로 세계화가 가속되던 92년이후 국가발전 전략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특히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를 표방했던 10여년은 국가발전 모델에 대해 진전된 논의도 있었다.

 

일본/독일의 국제분업체계를 인정하면서 기초 소재 산업에 초점을 맞춘 국가경쟁력 강화방안,

영국을 모델로 동북아시아의 금융 서비스 산업의 허브로 성장하는 안뿐만이 아니라,

스위스/오스트리아 모델의 중립국 형태, 네델란드/스웨덴을 모델로 한 중소복지강국 안도 있었다.

결국 복지국가 모델과 금융자본주의의 절충으로 개방적 FTA가 추진되면서 방향을 잃었지만,

수출드라이브에 군사동맹을 조합한 부국강병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부세력의 착각에 불과하다.

 

 

지금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MB 정부가 내세우는 파병의 명분이 맞냐 틀리냐가 아니다.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부국강병이 제국주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함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처럼 분쟁이 있으면,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군대를 파견하는 게 선진국일까?

우리도 힘의 논리와 자유민주주의의 명분을 앞세워 세계에게 인정받는 군사강국이 되어야할까?

 

 

에너지 안보와 중동평화 기여가 대한민국 군대의 파병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당신과 현재 정부가 그리는 국가상은 세계 안보를 책임지는 미국과 같은 나라가 되어야만 한다.

부국강병을 통한 경제적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외교적으로 인정받겠다는 군국주의의 망령은

선진국과 제국주의를 동일시하는 제국주의론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 게 아닌지 물어봐야 한다.

 

 

중동에 대한 파병이 현역군인의 안전이나 한반도가 테러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중요하지만,

UAE 파병 논쟁에서 국가정체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는 정책선택의 관점문제이고,

파병이 군사력 증강에 필요한가 아닌가를 떠나 국회나 언론에서 실질적으로 논의되어야할 사항은

독자적인 해외파병이 국익을 위한 중장기적 포석에서 올바른 방향인가 아닌가에 맞춰져야만 한다.

 

 

 

 

5.

 

최근 영국에서는 재정적자 확대를 줄이기 위해 해외파병을 축소하거나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NATO를 유지하기 위해 재정의 2%를 국방비에 투자해야 한다는 EU의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국방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영국의 처지가 급박하기도 하지만, 필연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무한정 달러를 찍을 수 있는 미국에서도 핵무기 축소 등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고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는 지상명제에서 군사비 감축은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우리는 해외파병에 예비군 지원 등을 통해 신규 고용창출이라는 논리까지 제시되었다.

무기수출도 수출산업의 다각화고, 해외파병도 신규고용창출이라는 게 너무 어거지 아닌가?

군수산업 확대와 국방비 지출은 결국 재정지출을 통해서 가능한데 그것이 내수진작과 연결될까?

정부에서 인용하기 좋아하는 선진국에서는 재정지출을 통해 고용과 내수 소비를 강조하고 있고,

수출산업 경쟁력과 신규 고용창출을 위해 시급한 문제들이 적지 않는데 군수산업이 대안이 될까?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자주국방 요구가 적지 않지만, 해외파병은 별개 문제다.

게다가 동북아시아에 주둔중인 미군의 공백을 감당할 여력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우리의 재정상황은 복지분야와 노동시장을 유연화시킬 재원을 군비증강으로 돌릴 여력도 없다.

때문에 해외파병을 위해 지출되는 비용이 많은가 적은가를 따지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보강해야할 분야와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원칙이 논의되어야만 한다.

 

 

 

 

6.

 

원전수주를 위한 패키지로 진행되는 해외파병에 대해 간단하고 짧게 다뤄보려 했는데 욕심이었을까?

 

국익이라는 도그마에 빠지고, 국방력 강화라는 덫에 빠져 근본적인 문제들이 검토되지 않고 있다.

국가발전의 중장기적 목표나 이미지, 재정지출의 방향이 제외된 논의들은 무의미하다.

또한 해외의 자국민 보호와 해외에 투자된 산업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는 없는 상태에서

현역군인의 용병식 파병이 ‘국방 선진화’를 위한 창조적 대안인 것처럼 거론되는 것이 너무 한심하다.

 

 

경제적 이익과 경제활동 영역의 확장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해외파병을 정당화시킬 논리는 아니다.

해외파병이 군수산업 활성화나 국방 선진화로 비약될 이유도 없으며, 부국강병의 대안도 아니다.

그리고 글러벌 리더가 되기위한 선진국 따라잡기는, 선진국 흉내내기와 애초 다른 범주의 이야기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한다는 거창한 논리가 해외파병을 통해 완성되는 것도 아니며,

해외파병이 자주국방과 군사기 진작 및 군 임무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필수조건은 더더욱 아니다.

그리고 한번 더 반복하지만, 해외파병이든 국방비 증강은 결국 재정지출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재정지출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목적은 내수진작과 고용창출임은 충분히 강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