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세상보기...

연평도 도발> 도대체 뭘하자는 건가?...101123

 

 

 

 

1.

글을 시작한지 며칠 되었다.

애초 시작했던 말머리는 적절치 않아 요약으로 대체한다.

 

- 북한군의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만행은 용납될 수 없다.

 

- 중국을 압박하여 북한을 통제한다는 것은 가능한 외교전략일까?

- 미항공모함을 동원한 무력시위로 북한의 도발행위는 근절될 수 있을까?

- 혹시 미 항공모함의 출현으로 인해 중국의 패권국가로의 진출에 명분을 주는 것은 아닌가?

 

- 천안함 사건이후 현정부와 군당국의 비대칭 전력 강화의 실체는 무엇인가?

- 천안함 사건이후 현정부와 군당국이 추진하는 정책과 절차는 왜 똑같아야 할까?

- 천안함 사건이후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승복했지만, 북한은 제재되지 않고 더 강경해졌다.

- 천안함 사건이후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기반을 마련했고,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높아졌다.

  

- 북한은 사회주의 정권이 아니라 군사-왕조체제에 불과하다.

- 북한의 본질은 통제와 복종과 폭력에 의존하는 전체주의적 군국주의에 불과하다.

- 북한의 사회주의와 주체사상, 그리고 선군정치는 정권유지를 위한 정치적 수단일 뿐이다.

 

- 우리 정부는 연평도 도발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할까?

- 북한과 전면전을 벌이자는 것인가?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것인가?

- 대북 적대감과 긴장감 조성을 통해서만 국가의 정체성은 확립되고 유지 되는 것인가?

- 한미군사동맹을 더욱 증대시키고, 내부적으로는 좌파를 척결하는 것이 현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가?

- 연평도 도발이 햇볕정책과 잃어버린 10년 동안의 결과라면, 현정부는 3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 국민에 대한 무책임과 군사적 전략적으로 무능력하다는 비판에 대해 현정부는 그렇게 자유로운가?

 

이런 문제제기를 가지고 써봤는데...

이미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으니, 아래 글은 읽을 필요가 없다.

다만, 머리를 비우기 위해서 메모해 본다.

 

 

 

 

2.

 

연평도에 북한군의 포격이 있었다.

NLL 경계선 밖에서 날아온 포탄이 국군의 군사기지와 민간인 거주지역을 불바다로 만들고,

아군의 대응사격으로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비화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긴장된 순간.

국군 2명의 산화를 포함해 20여명의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를 낸 참사가 어제 벌어졌다.

(11.24일 공공근로에 참여했던 민간인 2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견돼, 전사망자는 총4명)

 

 

아군의 대응사격과 확전을 방지하자는 전통이 교감되었는지 더 이상의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한순간의 실수나 전방의 말단 군사조직에서 벌렸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엄청난 사건...

더군다나 전시에도 보호되어야할 민간인을,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역에 폭격을 감행한 것은

그 어떤 변명과 이유를 댄다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폭거이며 야만적인 만행이다.

 

 

그리고 이번 북한군의 폭거는 초병들간의 교전도 아니고, 해상에서 벌어진 국지적 충돌과도 다르다.

영해, 영공 모두가 우리의 영토이지만 민간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영토에 대한 폭격은 질이 다르다.

휴전이후 최초의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번은 사건은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었고,

또한 정전협정을 완전히 무시한 무력도발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전쟁행위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튼 절제된 대처가 필요하겠지만 도대체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먼저, 야만적인 북한군의 만행에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청천벽력같은 포화속에서 충격에 빠졌을 연평도 주민들에게서 보았던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

정치적 평가와 외교적 수사에 허우적거리는 정치권과 행정부의 무기력한 처신에 대한 분노,

그속에서 느끼는 전체주의에 대한 향수와 극단적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가 복잡한 심정을 만들고 있다.

말이 길었지만, 북한의 실체에 대한 고민과 함께 국제관계 등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3.

 

지난 며칠간 숨가프게 돌아갔던 군사적 외교적 행정적 대응들은 거의 전시에 가까운 긴박감이 흘렀다.

항공모함을 포함한 미7함대 주축 전력이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서해상으로 진출하였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서울로 날아와 이대통령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6자회담을 제안했고,

유럽과 일본, 러시아는 연평도 참사를 규탄하면서 물리적 충돌의 여파를 가늠하기 시작했으며,

우리 사회 내부는 군기강 해이와 전시태세를 비롯해 색깔론까지 총체적인 분란에 휩싸이고 있다.

 

 

더 이상의 확전이 방지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지만 연평도를 통해 우리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고,

연평도에서의 군사적 대응을 비롯해 현재 준전시체제에서의 대처가 적절한가에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먼저 미국의 항공모함이 과연 중국과 접경지역인 서해에 진출하면 앞으로 북한이 잠잠해질지 의문이고,

중국을 압박하여 북한을 통제한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선택할 유일한 외교 전략으로 적합한지,

북한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받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실효성을 얻을지도 의문이다.

 

 

먼저 북한의 무력도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국민 모두는 중국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제정세의 세력관계를 서방세계와 정부만이 아니라 국민모두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더 이상 북한의 대화 파트너나 교감을 이룰 수 있는 주체로 우리는 무시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될 수 없다.

애초에 퍼주기를 했다거나, 퍼주는 돈이 많거나 적어서 우리정부가 북한의 파트너가 된 것은 아니겠지만,

문제는 중국이외에는 누구도 북한의 대외교섭창구로 적당하지 않으며 실질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노출됐다.

 

 

유일한 혈맹이라는 북한을 감싸는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다.

중국은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 나서지 통일이나 대한민국을 위해서 나서지 않는다는 게 근본적 문제다.

중국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한반도 긴장완화의 필요성 때문인지,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의 동참인지,

아니면 북한과의 대치를 위해 우리의 주적개념에 중국도 포함시킬 것인지 분명한 입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의 중국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를 끌어들이는 우를 범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지만,

중국을 우리 구미에 맞춰 움직인다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보다 어려울지 모른다.

 

 

또 하나는 미 항공모함의 동원이다. (특히 이 문제는 우리의 요구였는지 미국의 부탁인지 확인되어야 한다.)

과거 냉전체제에서 핵잠수함이 활동했던 이유는 공공연하게 항공모함이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투반경이 1,000km, 작전반경이 3,000km라면 북경과 상해는 물론 중국전체가 작전범위에 포함된다.

그래서 항공모함이 군사훈련에 공개적으로 투입된다면 중국이 환영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한미동맹을 세계에 과시하고 북한의 위협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출동했다는 말은 엄청난 비약이다.

이번 북한 도발이 한미동맹의 수준과 긴밀함, 항공모함의 위력을 몰라서 벌어진 일이 애초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천안함사건에서 북한을 겨냥해 항공모함이 동해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평도도발이 벌어졌는데,

만약 또 다른 도발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무슨 카드를 쓸 것이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리고 북한의 위협에는 미항공모함이 동원된 한미 연합군사훈련만이 유일한 대안이었을까?

항공모함의 투입은 중국을 자극하여 국제적이고 전면적인 긴장상태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중국까지 군사적 대치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전혀 동떨어진 조치가 아닐 수 없다.

 

 

 

 

 

4.

 

그러면 이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연평도 도발에 대한 우리 군과 정부의 대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이들이 북한의 비인도적이고 명백한 범죄행위와 우리군의 대응에 분노와 짜증을 동시에 쏟아내고 있다.

특히 통쾌하지 못한 대처, 혹은 속시원하게 보복하지 못한체 피해만 받았다는 결과에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물론 스타크래프트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과 현실의 전쟁과 전투는 명백히 다르겠지만,

우리군과 정부는 공격과 방어, 두가지 모두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그것이 우리를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이미 천안함 사건에서 정부는 비대칭군사력의 보강과 함께 군사기와 기강확립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해,공군에서 벌어진 연이은 사건사고는 군기강의 총체적 해이에 우려를 드러냈고,

천안함 사건이후 취약지점이던 서해 NLL지역에서 또다시 북한의 비대칭적 공격과 도발에 허점을 노출했다.

비대칭전력이란 무엇인가? 전면전 위주로 편제된 군전력에 취약한 테러 및 국지전 대응능력 향상이 아닌가?

연평도 참사의 문제점은 주적개념이나 교전수칙의 문제가 아닌 첨단 무기의 운용과 전술지침의 부재였다.

 

 

이미 알려진대로 K-9자주포는 대당 단가가 39억이나 되는 최첨단 무기이며, 발사지점 포착기능도 있었다.

625때 무기나 70년대 생산된 미국의 중고품이 아니라 자주국방의 기치아래 개발된 국산 첨단 고가장비다.

게다가 북한 해안포진지는 이미 충분히 노출되어 있었고, 해병대등 우리군인들도 충분히 무장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군은 북한의 해안포 기지를 초토화 시키지도 못했고, 자주포는 고장난채 발사되지 않았다.

비대칭 전력강화는 정치적 구호나 좌파척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체적 시스템과 체계적 점검이 필요했다.

 

 

혹자의 말대로 우리가 받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교전 당시밖에는 없다.

만약 북한의 공격수단보다 한단계 위의 미사일 등의 무기를 사용했다면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무기보다 더 큰 살상력과 첨단 시스템을 가지고도 아군측의 피해가 컸다면 군당국이 책임져야지

군기강 해이를 문제 삼으면서 휴가 떠나려다 복귀한 장병이나 철모에 불이 붙어도 응사했던 장병 개개인을,

철없는 젊은 아이들, 해이해진 군기강 운운하면서 군인정신의 부재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또한 비대칭 국지전은 군사기지와 군인들 간의 교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며 분석이다.

그렇다면 북한과 대치에서 무력충돌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서해NLL지역의 군사기지와 행동반경은

최소 민간인과 분리되거나 최대한 이격되어 민간인 피해를 줄이거나 그 여지를 애초에 근절했어야 했다.

민간인 거주지역에 포탄을 난사한 북한의 행동은 용납할수도 없고, 어차피 이성적판단을 기대할수 없었다면

우리군 당국자나 행정부에서는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인 보호조치부터 강구했어야 옳다.

 

 

방공호 문제도 그렇다. 촛불이외에는 아무런 시설도 없는 방공호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혹자는 이것도 잃어버린 10년동안 좌파세력이 정권을 잡으면서 운운할지 모르지만, 너무 한심한 지적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방공호는 이미 알려진대로 1970년대 이후부터 아무런 보완이나 보수가 없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군사적 충돌만이 아니라 지진, 홍수 등의 자연재해와 화재 등 인재에 대비한 방호공간,

즉 구호와 대피, 피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것도 식량과 전기, 수도, 피복 등이 갖추어진 전천후 성격의.

 

국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예상했든 하지 못했든 북한의 도발로 거주지는 파괴되고 피난민은 발생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정부와 여당에 없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북한에게 책임지라고 할까?

정부는 정책으로 야기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그런데 피난시설은 물론이고 국가위기사태에서 발생할 사태에 대비할 법적 제도적 장치와 예산도 없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것까지 준비할 수 있는 사려깊은 대책은 아니지만, 당장의 무대책이 정부의 수준이다.

남들은 전쟁과 무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비대칭 전력 운운하면서 방기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도대체 현정부와 군당국이 말하는 군사기 진작과 군기강 확립, 그리고 비대칭 전력 강화의 실체는 무엇일까?

원전수출의 패키지로 추진하는 해외파병이나, 군복무기간 연장, 군사상자에 대한 위로금과 상여금 인상,

사이버 테러를 빙자한 인터넷 검열이나 야간 집회시위의 근절, 헌법에 북한 주적개념의 부활이 그것인가?

미 항공모함이 서해에 진출하고, 미국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면 없는 비대칭 전력이 자연스럽게 증강될까?

실질적인 조치는 하나도 갖추지 않으면서 정치적 구호와 대북 긴장감과 적대감 조성이 본질인지 묻고 싶다.

 

현정부와 군당국이 바라는 것은 ; 북한과 한번 시원하게 전면전을 벌여 죽기 살기로 싸우고 싶은 것인지,

종북좌파에 의해 잃어버린 10년 동안 북한에 퍼주기만 하다가 이꼴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인지,

폐기처분해야할 무기들 때문에 고생하니 무기개발과 신무기 구입에 재정지출을 늘리자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군인들의 해이해진 기강과 정신을 뜯어 고치기 위해 반공 이데올로기 교육을 하겠다는 것인지

한미동맹 아니면 북한의 전쟁야욕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살상당하고, 착오가 아닌 의도적인 도발이 영토를 불바다로 만들었는데

북한이 경고했는데 무시했기에 발생한 참사라거나 관용과 대화를 운운하는 것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하지만,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북한이 도발했다고 떠들고다니며, 남의 항공모함을 끌어들여 동맹을 과시하고,

잃어버린 10년동안 퍼주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3년전의 정권 탓이나 하는 건 정말 천박하다.

전쟁,범법행위에 민간인이 살상당하고 국민 불안감이 증폭됐다면 그건 현정부의 무책임과 무능력 때문이다

도발을 자행한 북한을 규탄하고 응징해야 되지만, 정부와 군 책임자는 절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5.

 

이야기를 돌려, 나는 내가 바라보는 북한에 대한 관점, 혹은 입장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연평도 도발을 김정은 세습체계 공고화를 위한 의도된 침략이라는 분석도 있고,

외교적이나 군사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관점이 키가 될 것이고,

그 점은 결국 북한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앞선 글을 통해 현재 북한사회를 사회주의로 보지 않고 왕조체제라 말한바 있다.

북한이라는 틀을 통해 고착된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현존하는 사회주의는 북한,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남미, 동유럽을 통해서 규정되기도 힘들다.

사회주의 사상이나 역사적 변천에 대해 다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고전적 혹은 수정적 관점에서도

북한을 사회주의 체제를 갖춘 국가로 결코 볼 수 없다는 게 내 입장이다.

 

우리는 노동당이 집권하던 토니 블레어 총리시절의 영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부르지 않았고,

룰라 대통령이 브라질사회민주당 소속이라고 해서 브라질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터부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사회주의라는 기묘한 굴레를 씌워 사회주의=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주의=북한=가난=평등=진보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편하고, 그래서 이득을 얻은 이들이 있지만,

내가 굳이 북한을 군사왕조체제라 강조하는 이유는 북한으로부터 진보라는 개념을 분리하기 위함이다.

 

한발 더 나아가 현대의 사회주의에서 프롤레타리아 일당독재와 급진적 혁명, 일국적 관점을 벗어나

생산과 소유의 공유를 시장의 관리와 공공재의 사회적 책임으로 대체하는 수정적 관점으로 바꾸면

GDP(국내총생산)의 51% 가량을 세금으로 환원시키는 스웨덴이 현대 사회주의의 대표라 말할 수 있다.

국가 경쟁력 1위, 교육 경쟁력 1위, 복지 1위의 자본주의 국가를 사회주의의 현대적 완성이라 말하면

보수와 자유를 이야기하는 측에서는 불쾌하겠지만, 현재 유럽 선진국의 국정방향은 스웨덴과 다르지 않다.

이미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 인간의 품격을 갖춘 자본주의는 배타적 대립을 벗어나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위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북한체제를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라 불러야 할까?

국민들의 경제적 번영은 고사하고 원조가 없다면 먹고살 식량과 전력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과

폐쇄와 고립을 자주로 호도하면서 비인간적 통치수단으로 명령과 세뇌에 의존하는 반민주성,

게다가 군사력과 핵무기를 통해 자위를 갈구하는 반인륜적 폭력성이 그들의 실체인데?!!

그들의 본질은 통제와 복종과 폭력에 의존하는 전체주의적 동원체제를 갖춘 군국주의에 불과하다.

 

또한 김일성-김정일에 이은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 체제를 보면 그들의 실체는 더 선명해진다.

물론 3대 세습이 웃기는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미국에서도 2대에 걸친 대통령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지금도 중동이나 일부 아프리카 군사-왕조정부에서는 대를 이은 세습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불쾌하고 역겹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세습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북한에서 사회주의란 한마디로 군사정부의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명분과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며,

해방과 분단, 그리고 625전쟁이후 김일성 일가가 한것이라곤 조선왕조의 김씨왕조로의 재편뿐이었다.

 

 

 

 

 

6.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이 한창일 때 일부에서는 우리사회를 식민지 반봉건사회나 식민지 반자본주의론,

그리고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도 신식민지를 붙여 미국에 종속적 위치를 강조한 입장이 있었다.

현재의 상황분석은 미래의 목표를 잉태하는 것이며 그로 인한 규정은 모든 전략과 전술의 근간이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내부가 아닌 북한에서 우리사회를 식민지 반봉건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목표는 여전히 반제국주의 투쟁과 남한의 미국으로부터의 해방이 전략적 과제가 된다.

그렇다면 북한에게 여전히 주적은 미국이며, 한국정부 즉 남한은 미국의 괴뢰정치 집단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으로부터 군사적으로 영토를 수호할 국방이 최우선의 과제가 될 것이고,

모든 백성(?)들은 경제적 궁핍과 문화적 결핍에도 불구하고 준전시체제에서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사적인 상명하복과 통제와 감시, 비민주적인 일당독재에 이의를 제기해서 안 된다.

그들의 분석이 맞다 틀리다는 오로지 당과 수령만이 판단할 수 있으며 그것은 주체사상으로 완성된다.

 

문제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점, 식민지(?) 한국의 경제력과 모든 수준이 북한을 압도한다는 점,

그리고 구소련을 비롯한 모든 사회주의 진영은 몰락하고 국제적 연대는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

게다가 경제성장은 둘째치고 원조와 배급체계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무능력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명분과 정치적 기반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군사적 적대감이 유지해야 된다는 점이

북한정권이 처한 현실이며, 선군정치는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

 

게다가 김영삼, 김대중과 노무현의 연이은 집권은 식민지라는 명분도 존립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한국의 경제력 성장과 대외개방은 반봉건 혹은 반자본주의라는 규정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말하는 주체사상에 기초한 사회주의를 유지할 만병통치약은 무엇일까?

유일한 방안은 미국의 한반도 개입과 한국과의 끊임없는 군사적 긴장 외에 그들의 존립기반은 없다.

즉 그들의 반제 식민지 해방전쟁의 실체는 정권유지와 주민통제를 위한 정치적 수단일 뿐인 것이다.

 

 

내가 북한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분석할 수 없지만, 그들의 본질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분석이 맞다면 북한을 상대로 한 냉정하지 못한 대응은 그들의 의도에 휘말리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북한 군부의 입장을 더 강화시킬 것이고, 혹 선군정치에 올인 한 북한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억압과 피폐는 물론, 제2, 제3의 연평도 참사나 보다 직접적이고 확대된 충돌로 인해

우리의 피해는 누적되고, 한반도의 전쟁가능성은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국제정세는 급격히 부상하는 중국으로 인해 팍스아메리카 체제가 흔들리는 시점이다.

즉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인접한 한국이 미중의 군사적 카드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크다.

이라크에서 종전이 선언된 이후 미국은 천안함 사건뿐만이 아니라, 중일의 영토분쟁에도 개입,

대만에 대한 지원을 가시화하면서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외교적 헤게모니 구축에 전력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도 확인되었지만,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고, 중국 영향력은 확대되었다.

 

 

이런 시점에서 친미회복과 좌파척결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위험한 선택은

과연 미일과 중국으로부터 자율적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킬지 우려스럽다.

정권유지를 위해 북한 군부는 우리 민족의 생사를 담보로 너무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 일본은 한반도의 평화가 아닌 호시탐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주판알을 튀기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동북아시아에서 군사력 무장과 한반도 긴장고조에 박자를 맞취주고만 있다.

 

 

 

 

 

7.

 

이런 분석과 우려를 가지고 어제 있었던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해 나는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나는 어제의 폭거가 김정은의 지시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굳이 김정은의 지시가 없었다 하더라도 북한 군부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또는 김정은에게 군부의 존립근거를 확인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정은이 주도했냐 아니냐가 아니라, 북한 군부가 주도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왕조행세를 하며 봉건적이고 우스꽝스러운 3대세습 체계를 갖추었는가는 실상 중요하지 않다.

G7이었던 캐나다도 영국의 왕을 인정하고 호주도 영국연방체제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가 원전을 수출하려는 아랍에미리트나,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왕은 있으니까.

그렇지만 군부가 자신들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려하고,

내부결속과 외교적 차원의 선전활동이 아닌 우리에 대한 무력 충돌의 강도를 강화하려는 점,

NLL이든 군사훈련이든 어떤 명분을 들먹이면서라도 군사적 대립 수위를 갈수록 높이면서,

이제는 영공/영해에서의 선언적 대응이 아닌 민간인을 대상으로 포격을 가한다는 것은 극히 우려스럽다.

 

 

문제는 이러한 군사적 충돌과 대립에 현재의 정부의 대처가 현명하고 슬기로운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사실 보수적 성격의 친미성향의 이명박 정권이었기 때문에 침략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북한의 군부는 자신의 존립근거가 흔들리거나 주민들에 이데올로기적 통제수단이 약화되면

언제라도 긴장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으며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대중 정권이 친미적 성향이 아니어서 핵무기 개발과 군사적 충돌을 했던 것도 아니고,

노무현이 진보적 성향이 아니어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공공연하게 진행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현정부에 들어와서 북한의 군부가 선택할 카드는 폭과 명분이 다양해진 점은 분명히 있다.

잃어버린 좌파 10년 동안 진행된 모든 대북공약을 현정부는 너무 쉽게 폐기해버렸고,

그나마 최소한의 활로를 얻었던 대북 경제적 지원과 민간인을 통한 교류를 차단해 버렸으니까.

또한 미국의 중간선거 등 내부의 필요에 의한 강온의 전략에서 우리는 너무 편향적으로 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과 선군정치 선택은 그들 내부의 필요가 우선적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이점을 망각한체 우리 정권의 성향에 따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잃어버린 10년동안 북한에게 퍼주다보니까 미사일 실험, 핵무기 개발, 군사적 충돌이 있었을까?

만약 그런 이유로 책임을 져야한다면, 현재는 이명박정부의 강권대치 때문에 민간인이 죽었을까?

물론 정치는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며 국정운영이란 지속적인 안정감 유지가 목적이다.

때문에 이번 민간인들의 사상에 대해 북한의 책임은 분명하지만, 현정부의 무책임도 지적되어야 한다.

흔히 인용되는 손자병법에서도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책이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상책인데

현정부는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고, 싸움=전쟁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무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8.

 

또 한가지 지적해야 될 점은 현정부의 대북 외교라인에 대한 검토와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미 천안함 사태에서도 확인되었지만, 친미 일변도의 외교정책은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

노무현 정부까지 유지되던 대북 직접 협상은 사라지면서 북한에 대한 주도권은 완전히 상실하고,

한미일-북중러의 대립구도가 부상하면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엊그제 연평도 북한의 돌발과 참사에 대해 세계각국은 우려를 표명하며 비인도적 처사를 규탄했다.

그리고 이러한 참사를 막기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압박하거나 요청하고 있다.

피해의 당사자이며 궁극적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할 한국의 입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는 우리나라 국민들마저 북한을 다스리려면 중국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친미일변도 외교를 균형외교로 수정해야한다고 비판하는 정서적 토양이다.

 

 

갖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유엔 안보리까지 천안함 사건을 확대시켰으면서 우리에겐 주도권이 없다.

그리고 전세계 어느나라도 동북아시아의 긴장과 갈등해소를 우리정부에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이 의지하는 것은 중국이고, 중국은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패권국가로 나서면서 우려되는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다.

대만과 중일 영토분쟁에서 미국의 간섭을 부정하는 중국에게 북한은 군사력증강의 유효한 카드다.

 

 

그럼에도 우리정부는 책임자 처벌과 사과를 요구하면서 더욱 강경한 대응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동조를 호소하면서 외교적으로는 북한의 만행을 폭로하고 규탄하며 제재를 요구하며,

강고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미국 항공모함을 불러 들여 중국을 자극하는 합동군사훈련을 준비 중이다.

천안함 사건때 진행했던 대북 요구와 국제적 외교, 군사적 대응 등이 하나도 틀리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에 대한 반성은 보이지 않고 왜 똑같은 수순을 밟을까?

 

 

돌이켜보면 천안함 사태에서 외교적, 군사적 이익과 대북협상권은 철저히 미국중심으로 귀결되었다.

미국과의 대등외교를 외치던 하또야마 총리는 실각하면서 오끼나와 후텐마 미군기지는 존속되었고,

중국을 겨냥한 걸로 보이는 초대형 군사기지가 미군 주도로 14조원이 투입되어 괌에 착공 되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함공모함이 우리의 서해, 중국의 동해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한국에서의 전작권 협상과 일본의 미군기지 이전 등을 통해 막대한 지출을 양보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천안함 사건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승복했지만 북한은 제재되지 않고 더 강경해졌다.

이제 중국은 패권국가를 지향할 명분을 얻고 있고, 일본은 무기수출과 군사력 증강을 다시 모색하고 있다.

11.28일 중국의 6자회담 재개요청을 한미일은 묵살하고 있다. 혹시 중국의 명분 쌓기는 아닐까?

중국을 압박하여 북한을 통제하고, 결국 미국 주도의 일본 한국의 공조체제로 중국을 견제한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빌미로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과 일본의 무장만 도와주고 있다.

 

물론 현재 중국은 안정된 성장을 위해 한반도의 안정이 필요하며 북한은 전략적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G2로까지 급부상하는 중국에게 미국에 버금가는 부국강병의 전략은 늘 달콤한 유혹이 될 것이다.

만약 중국이 상황타개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미국의 군사적 긴장강화를 추진한다면 무엇이 우려될까?

자본주의 축적과정에서 공황의 인위적 회피에 가장 확실하고 많이 사용된 방법은 전쟁이었고,

이라크 종전이후, 금융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미국과 패권을 지향하는 중국의 대척점이

한반도라는 게 우려스럽다.

 

 

 

 

 

 

9.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며 항구적인 안녕과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국정운영 방향이다.

그러면 현정부의 대북 강경대응과 제재를 통한 북한의 굴복 강요는 국정운영 방향에 일치할까?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무력시위를 통해서만 가능할까?

대화를 요구하고 북한군부가 존립한 근거를 희석시키며 그들의 정체성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방법이아닌가?

사건 발발시 단호한 군사적 대처도 중요하지만, 항구적인 안정을 위한 평화체제 구축은 더더욱 중요하다.

 

 

이미 앞에서 말했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의 성격이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를 구분하지 않고 도발해왔다.

박정희 대통령 때도 그랬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도 그랬다.

그들의 도발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감행했던 도박인데, 현재 우리는 기회가 될 때마다 긴장감을 강요한다.

직간접적 도발이 난무했던 박정희 대통령 때도 대화와 타협, 그리고 강경책을 혼용했었는데,

현정부는 군사동맹만이 아니라 외교와 대북정책에서 강경일변도의 정책만을 강조하며 불안하게 만든다.

혹 북한 군부처럼 우리정부도 국가 정체성을 확립시키기 위해 대북 적대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으로부터 독도를 지키기위해 해군력을 증강하자며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고 군비지출을 확대하다가,

분쟁지역에 국군을 파병하여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며 국격과 국가브랜드를 높이자더니

이제는 비대칭전력의 강화를 위해 국지전에 대비한 야포, 미사일개발이 군전력증강의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연평도 도발로 국방장관의 입에서 미국의 전술핵 도입검토까지 나왔다면 우리나라는 완전 전시체제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한반도의 긴장은 높아지고 미일중러의 외교적 군사적 개입은 증대되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에 군국주의에 대한 열망도 높아지면서 군부는 점점 비대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발에 대한 군사적 응징 운운하면서 진행되는 고조된 대북 적개심과 긴장감의 피로도는 어디로 귀결될까?

현재의 국민적 정서로 보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증대시켜 친미동맹 강화와 전작권은 유지되어야 하고

복지나 교육 등의 재정을 감축해서라도 갖은 명분으로 국방 선진화를 위한 군사적 재원은 증대되어야 한다.

권력이 있는 곳에 돈이 있고, 돈이 몰리는 곳에서 권력이 커지는 것은 자본주의의 생리다.

결국 군사재원의 증대는 전시동원을 전제한 군국주의 경향을 띠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G20리더를 자처하며 대량살상무기 근절과 세계평화 운운하면서 무력대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건 무슨 의도인가?

 

 

혹시 이런 모든 움직임이 북한을 빙자한 내부의 시대착오적인 좌파 정책의 척결 때문이라면 이건 심각하다.

햇볕정책으로 이 모든 참사가 벌어졌다고 그 반대로 찬바람 부는 봉쇄정책을 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도대체 언제까지 잃어버린 10년과 햇볕정책을 모든 불행의 씨앗으로 무책임과 무능력을 회피하려하는가.

북한을 주적으로 피아를 구별하고, 내외부의 적을 색출한다는 논리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사고다.

천안함 사건때보다 국민들 불안감은 더 높아지고 전면전을 우려하고 있다면 그것이 올바른 국정운영일까?

국민들이 분열되고 불안해하는 이유는 현정부와 군당국의 명쾌한 전략과 전술을 읽을 수 없기 때문아닐까?

 

 

연평도도발을 통해 우리는 대북관계와 대중관계, 그리고 대미관계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미국에 대해 할말을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도 우스웠지만, 중국에 할말을 하겠다는 것도 유치한 발상이다.

게다가 북한을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것인지, 고립을 통해 내부적으로 붕괴되는 것을 주도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전략에, 그 북한이 중국의 일개 성으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더더욱 위험한 도박이다.

북한의 실체에 대해서도 분명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내부의 군국주의에 대한 움직임도 제어되어야 한다.

우리국민들이 분열되게 보이는 것은 척결되지 않은 좌파때문이 아니라 전략없는 무능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워하면서 따라한다고, 북한의 전체주의를 비난하면서 혹시 우리는 닮아가고 있는 게 아닌지.

군사적 도발에 군사적 응징, 분풀이와 책임추궁에 우리의 선택은 좁아지고 감정적이 되고 있다.

폭력과 긴장은 지속적이며 보다 큰 자극을 먹고살아가는 괴물일지도 모른다.

내말만 옳고 무조건 따르라는 권위주의와, 일치단결을 앞세운 전체주의의 위협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군사문화의 증대와 권위주의와 냉전적 사고의 득세, 전체주의의 압박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다.

군사독재 시절 같은 후퇴는 아니지만, 대북 적개심의 고양은 더 큰 군사적 도발만 초래할지 모른다.

 

 

 

 

 

10.

막상 칼을 뽑으려니 북한을 잃을 게 없고, 우리는 얻을 게 없다.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타협하고 물러서자니 정서적으로 용납할 수도 없고 더 큰 사고가 우려되고.

합리적 설득은 애초에 불가능한데다, 적당한 타협도, 현실적 방안도 없으니 분통만 터지는 상황...

무시하자니 상황은 더 꼬이고, 잊을만하면 건들고, 갈수록 날카로워지는데 어디로 튈지 예상도 못하겠고...

아무리 생각해도 한방으로 정리할 방법은 없는데, 내부의 잡음과 소란은 더욱 귀는 거슬리고...

 

게다가 더 답답하고 더 한심한 건, 초기에 확실하고 단호한 대처와 주도면밀한 대비가 없었다는 점이다.

우수한 화력과 첨단무기에 철통같은 태세로 물샐틈 없이 방비되고 있다는 전방부대가 허점투성이었고,

무차별적인 북한의 포격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대피와 방호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었고 하지도 않았다.

군사적으로 비대칭 전력을 강화한다면서 가장 취약한 지점에 현재 운용하는 무기도 점검하지 않았고,

외교적 봉쇄와 강경일변도를 3년동안 추진해오면서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방지하지도 못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규탄과 분노를 하면서도, 현정부와 군당국을 비판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어째든, 현재 이런 상황이 대화에 의지했기 때문에, 관용과 포용이 넘쳐서 일어난 일일까?

그래서 이제는 대화를 스톱하고,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을 포기하고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면 해결될까?

대화와 인내는 방법이고 신뢰축적을 위한 조건일 뿐이지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유일한 대안도 아니다.

게다가 상대는 대화도 통하지 않고, 주체사상과 내부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서는 진전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봉쇄와 압박은 북한의 체질을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통일을 앞당길 전략이 될 수 있을까?

현정부는 햇볕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번이라도 제대로 봉쇄정책을 확실하게 펴보자고 강제한다.

햇볕정책의 알레르기 반응을 비난할 필요는 없으나 봉쇄정책으로 상황이 악화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다시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고, 봉쇄정책도 문제가 많다면 상황은 진퇴양난, 딜레마다.

그러나 예상과 결과가 일치하고, 힘쎈 놈이 대빵하고, 투자만큼 성과를 갖는다면 세상이 얼마나 쉽겠는가.

그리고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돌아간다면 “정치”가 왜 필요하고 “외교”가 왜 필요하겠는가.

그 딜레마를 풀어라고 내 세금 떼어서 대통령 월급주고 국무위원, 국회의원 월급 주는 것이지

내가 무슨 전문가고 뾰족한 대책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분명한 것은, 햇볕정책만 탓하는 것이 무능력해 보이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이순간 필요한 것은 속시원한 보복과 전국민이 결전의 의지로 무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

분명 도발에는 신속한 대처와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지만, 확전은 막아야 하고 주도권은 잡아야 한다.

이런 시기일수록 원점으로 돌아가 원칙과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고심과 여론의 수렴이 아닐까 생각된다.

원칙이란 ; 한반도의 평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고,

목표는 한법전문을 수정하지 않는 한 평화적 통일이다. 아무리 정책이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지만,

영구분단을 통해 불편하지 않은 이웃나라로 지내거나 물리적으로 복속시키는 것이 목표가 될수는 없다.

 

문제는 현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은 군사적 무력시위고 목표는 봉쇄와 제재로 못을 박은 듯하다.

천안함에서 연평도에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고있는 북한의 악랄한 실체를 알리는 게 목표고,

전작권을 연기하든, 항공모함을 출동시키든 국방비를 최대한 증가시키든 무력시위 강화가 원칙이다.

그래서 북한은 고립되고 약화되어 더 이상의 국지적, 혹은 전면적인 폭력 도발을 포기할까?

궁지에 몰린 쥐가 가끔씩 발악도 해주고 고양이도 물어주기를 기다리고 즐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그 누구도 변명하거나 옹호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행위를 응징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방법이 우리나라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내가 현정부와 군당국의 대처에 우려하는 것은 “봉쇄전략”이 가져올지 모를 더 큰 위협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보다 국민들 불안이 커진 것은 봉쇄전략 때문이 아니라 그다음 대책을 가늠할수 없기때문이다.

봉쇄전략을 옹호하고 찬성하는 국민들도 많겠지만, 그 이후를 불안해하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다.

국방과 외교정책 선택은 정부의 몫이지만, 그 결과가 불안을 고조시키는 것은 무책임과 무능력일 뿐이다.

 

 

11.

이제 몇가지만 메모하고 정리한다.

연평도 도발로 세계가 동요하고 있는데 정부여당은 4대강 예산과 종북좌파 척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평도 도발로 섬전체가 피난했는데 그 예산이 정부예산이 되어야 할까?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되어야 할까?

또한 4대강 사업이 중요할까? 아니면 비대칭 전력증강이 더 우선적이어야 할까?

긴장이 조성되고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면 현재 시급한 것은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검토다.

 

하나 더 나간다면 현정부를 견제하고 국정운영에서 지분을 가지고 참여하는 야당의 문제다.

북한에 대한 정책과 통일을 위한 방안이 왜 아직까지 퍼주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현정부와 보수집단의 퍼주기 논란의 저급함과 편협함에 빠져 같이 허우적거리는 것이 안타깝다.

게다가 시기 부적절한 언사와, 북한을 규탄할 때와 정부를 견제할 때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더 한심하고.

특히 비대칭 전력 강화에서 누락된 국민들의 안전과 피해자 지원시스템에 대해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내개인적으로는 항공모함이 왜 진출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야당의 역할은 모든 의문에 대해 묻는 것이지, 자신들을 방어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게 아니다.

충실히, 보다 더 많이, 보다 더 깊이있게, 그리고 책임있게 물어라.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그리고 언론에 대해서도 꼭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이미 천안함 사건을 통해 우리국민들은 세계 어느나라 사람들보다 수준 높은 무기 전문가가 되었다.

이제 연평도 도발과 너무나 친절한 언론 덕분에 교전규칙과 군사전술의 전문가까지 되고 있다.

도대체 언론은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알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은 심도 있는 분석과 넓은 시야, 그리고 장기적 안목이지

반복되는 사실로 감정을 우선하고 선택의 폭을 묶어두는 일면적 시각과 근시안에 빠지고 싶지 않다.

 

아무튼 전면전으로까지 치닫지 않은 것은 분명 다행한 일이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리스크는 환율과 주가, 혹은 수출기업 등 경제적인 측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일상의 삶을 훨씬 더 불안하고 피곤하게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정과 신뢰를 만드는 것은 만사람의 지혜와 평생을 걸어서도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깨는 건 한사람이면 충분하며, 그것도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

우리가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몇몇의 불장난으로 잃을지 모를 안정과 평화다.

 

주변 지인들의 자제들이 이번 연평도 도발을 보면서 드러낸 반응들이 있다.

전쟁일어나면 나도 군대 가야겠지?

기특하다, 우려스럽다를 떠나서 왠지 답답해지고 무기력해지는 내 자신을 본다.

 

우리 똘똘이는 며칠 계속된 뉴스속보를 보면서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나보다.

엄마, 오늘 또 사람들 죽었어?

반복되는 필름을 과거로 인식하지 못하고, 늘 “오늘”로만 이해하는 똘똘이에게 전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언제까지 전쟁이 지속되어야 하고, 얼마나 더 큰 규모의 전쟁을 똘똘이에게 보여줘야 할까?

그래서 뉴스를 켜지 않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