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원... <복원이란 의미>는 무엇일까?
폐허의 복구, 관계의 회복, 원상 복구...
모두 복원의 다른 표현일까?
그렇다고 우리는 카피한 도자기를 복원이라 부르지 않고, 재현된 鐘(종)을 복원이라 하지 않고,
복제된 금관을 복원이라 부르지도 않는다.
<낙산사 동종... 종에 대한 관심을 특별히 갖지 못했던 96년쯤... 다행히 이런 사진이라도 남겨두어 낙산사 동종을 살펴볼 수 있었다... 최근에 범종각과 범종을 복원-종은 복원보다는 재현이 맞겠지-했다는데 아직 가보진 못했다...>
<선림원지 범종... 낙산사 동종보다 더 크게 아쉽고 안타깝다면 선림원지 범종일터... 범종이 만들어진 게 804년인가? 그 긴긴 세월 원형을 간직했던 이 범종은 625 전쟁에 참화를 입게된다...>
<선림원지 범종의 재현... 춘천박물관에서... 이렇게 전체적인 모습을 가늠할 수 있어 좋타... 물론 종은 소리를 들어야 제맛이겠지만...>
재기? 재생? 복원과 비슷한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부활일까?
그럼에도 문화재를 <원상태로 되돌린다>는 의미의 복원은 부활과는 다른 뉘앙스가 담겨있는 게 분명하다.
때문에 화재로 손실된 낙산사 동종의 복원은 역사적 가치에서 그 존재의의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폐허로 변한 폐사지의 복원은 그 분위기에서 공간의 완성태로 만족을 줄 수 없으며,
비색이 재현되었다고 만들어진 도자기에 고려청자의 깊이를 찬양하지 않는다.
그렇게보면 문화재 복원은 과거 형상의 재현과는 또 다른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포괄하는지도 모르겠다.
<국보 114호... 이번 "천하제일 비색청자"전에서... 너무 아름다운 선, 색, 형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었던...^^>
<포도넝쿨무늬 표주박모양 주자... 나는 이 청자가 왜 국보가 아닐까 고민해봤다... 너무나 환상적인 색깔... 지금도 여전히 국보가 아님을 의심하고 있다...^^>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연꽃넝쿨무늬 정병... 크흐~~~ 이 청자도 한참을, 한참을 봤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말... 이럴 때 써야할 수식이라는 생각뿐...^^ 아무튼 이 비색을 복원하고 재현한다는 것은 즐겁고 장려할 일임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재현된 청자에 우리는 그만한 가치를 부여할까?>
그래서 답사여행 중에서도 복원은 하나의 화두이기도 하고, 또 장벽이기도 하고, 목적이 되기도 한다.
이 상태가 좋은지, 아니면 복원이 좋은지...
사료적 가치가 우선인지, 예술적 완성도가 우선인지, 문화적 취향이 우선인지도 쉽지 않지만
복원의 목적은 무엇인지, 복원은 항상 最善(최선)인지... 등등등...
문제는 일단 복원을 염두에 두더라도 몇 개의 잣대가 있어야 함에 우리는 어려움을 겪는다.
<음식은 아껴도 집 치장하기를 즐겨했다는 고려인들이 벽에 붙였던 타일이다... 청자 타일이라... 기막히지?^^ 이런 경우는 복원이라기보다 보수라는 표현이 맞겠지...>
먼저 하나의 공간, 하나의 기물, 하나의 역사를 복원하는 출발은 시간의 끈을 벗어나진 못할 것이다.
그것도 <과거라는 시간> 말이다.
왜냐고? 미래를 복원할 수 없으며, 현재란 복원의 시점일뿐 복원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복원을 위해 수집해야할 과거의 정보는 문화재의 형, 색, 향뿐만 아니라
당대의 사상과 정세, 문화적 수준과 취향, 그리고 이를 가능케한 기술과 자연환경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인사동의 돌장승... 나주의 불회사(↓)와 운흥사(↓↓) 돌장승을 복제(?)한 것이다... 이런 복원작업은 매우 고맙고 장려해야할 일이겠지?^^>
여기까지 준비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많은 것을 염두에 두면서 복원에 접근해야 한다.
최고의 榮華(영화)를 보기 위한 복원인지, 최악의 결과를 잊지 않기 위한 반면교사에 만족해야 할지,
똑같은 대상을 염두에 둔 복원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설정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복원의 두 번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복원의 목적과 의도다.
<회암사지(↑)와 고달사지(↓) 전경... 폐사지의 복원은 어디까지가 한계이고 어디까지가 최선일까?>
더군다나 문화재는 문화예술적 감성과 직결될 터,
사회분위기가 통합적인가 아닌가, 시대의 요구가 발전지향적인가 아닌가,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은 풍족한가 아닌가에 따라서도 복원의 품과 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복원이란 완성된 것일까?
현대의 과학기술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할 수 있을까? 또한 지금까지의 사료는 부족함이 없을까?
바로 <복원의 만족도, 혹은 완성도>가 아닐까 싶다.
<국보191호 황남대총 금관... 국립중앙박물관... 진본과 복원된 모습을 비교하고 싶은데 사진이 없어...^^>
하나의 공간 혹은 기물을 복원하는데는 그 시대가 동원할 수 있는 기술과 문화적 성숙도,
그리고 역사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수적이겠지...
여기에 하나를 더 첨가한다면 미래를 위한 여지를 남겨놓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가 없는가까지...
<나주 금성관에서... 강릉의 객사문과 같은 문이라고 보면 될 듯...>
계획없이 떠난 전라남도 나주답사에서 나는 복원의 의의와 의미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고향이고, 어렸을적 성묘 때마다 드나들었던 나주였지만
진정으로 나주라는 공간적 카테고리를 느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역사, 문화재, 공간의 복원이라는 것이 현대의 우리에게 얼마나 상상력을 풍부히 살찌우며
하나의 지역에 친밀도를 느끼게 할 수 있고, 역사의 실체에 다다를 계기가 될 수 있는가에 감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다녀본 나주읍성의 복원된 몇곳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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