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모방과 흉내를 거부한 독창성 - 다보탑과 똑같은 탑은 없다
이런 가치와 배경을 갖는 다보탑은 만들어진지 1300여년 동안 모방과 재현도 불허한 독보적인 지위로 군림해왔고, 근대인 1900년대 초반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경주발굴과 함께 그 위상이 재조명되어 수학여행의 추억과 함께 부활했지만, 그 양식적 특성에 대해 충분한 검토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으로 대하는 다보탑과 실물로 접하는 다보탑은 위용과 느낌에서부터 완전히 다르다... 건축이 아닌 조각으로서 이 정도 척도면 휴먼 스케일은 이미 벗어난 것이라 봐도 틀리지 않을 듯... 대웅전에 들어선 첫 느낌의 다보탑은 우리 시선을 꽉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왜냐하면 일견하기에 다보탑은 장대한 기단부에 비해 위축된 탑신을 가지고 있어 전체적인 조화에서 석탑이 가져야할 상승감과 긴장감을 살리지 못했고, 몇층탑으로 구분해야할지도 정리되지 못한체 복잡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어지럽지 않는 화려함과 수많은 부재들이 결구되면서 이뤄낸 정교함 등 입체적 완성도만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보탑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구조에서부터 충분히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보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상하층이 너무 태가 날 정도로 급격히 수축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경주석탑보수사업단에서...>
먼저 다보탑은 그 현란한 기술과 복잡한 기획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했으면서도 석탑으로서 고유한 미감을 살리지는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석재의 질감에 의존한 불탑이 아니라, 미륵사탑의 실험정신을 계승한 목탑의 양식과 결구를 사용한 한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상하층의 분절적이고 이중적인 구조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된다.
<다보탑의 상륜부가 더 작아지게 보이는 각도는 아마 이 정도 지점일 거 같다... 해서 다보탑의 비례와 체감을 일반 석탑에 맞게 바꿔봤다...^^>
<변형 1... 먼저 기단부는 손대지 않고 상층부 탑신 볼륨과 비례를 키우고, 상륜부의 부피도 키웠다... 3층으로 이루어진 탑신은 내가 상층 기단부라 생각하는 부분의 1.5배 정도로 높이고, 단면적도 비슷하게 수정했으며, 상륜부도 기단부만큼 높였다... 이정도면 훨씬 좋치 않았을까? ㅋㅋ 그림판으로 수정...>
물론 이런 양식의 석탑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는 역시 같은 모목석탑의 체감을 적용한 정혜사탑이 그것이고, 또 하나는 진전사지 부도에서 보이는 승탑의 이중구조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지나친 안정감으로 상승감이 완전히 배제된 다보탑이 석탑에 맞는 적정한 비례와 균형을 갖추려면 상층부의 볼륨이 더 컸다면 하는 아쉬움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변형 2... 변형 1의 비례를 적용하여 조금 더 먼거리에서 수정해봤다...>
<변형 3... 탑신부는 그대로 두고, 상륜부는 키우고, 상층 기단부를 줄여봤다... 석탑으로서 체감은 이런 비례를 이루는 게 좋치 않았을까?^^>
<다보탑의 원 모습... 위 변형된 그림들과 원형을 비교해보시면, 탑신부와 특히 상륜부가 생각보다 아주 작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보탑은 불탑의 상징성과 추상적 형식의 구상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설명하는 텍스트로 바라봐야 제 맛이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즉 석가탑은 기운과 느낌을 즐기면 되지만, 다보탑은 사용설명서를 읽듯이 꼼꼼히 뜯어봐야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다보탑 단면도/경주석탑보수사업단에서... 약간 기울어져 있지만, 다보탑이 큰 수리없이 천년 이상을 버틴 것은 탑신의 무게가 하부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휨모멘트와 횡력에 약한 적층식 석재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상층부의 압축력으로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 어쩌면 상층기단부의 넓은 판석이 버틸만큼의 무게로 탑신부를 만들기 위해 탑신의 부피와 볼륨을 조정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
조금만 살펴볼까? 당장에 다보탑은 몇층으로 이해할지부터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나처럼 상-하층 이중 기단부에 3층의 탑신을 갖췄다고 볼 수도 있고, 단층 기단부에 2층의 탑신으로 구성됐다고 설명될 수도 있다. 물론 내 관점은 정림사탑이나 미륵사탑, 그리고 탑리리탑이나 정혜사탑처럼 감실이 있거나 목조건축 양식까지를 1층으로 바라보는 관점과 충돌하는 것이며 매우 자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목탑 기단부에 하-중-상층으로 이루어진 탑신을 올렸다고 이해하는 시각을 무작정 잘못됐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다보탑은 어떻게 해석되고 있을까? 아마 가장 일반적인 관점이 위 도해가 아닐가 싶다... 경주석탑보수사업단에서...>
<이를 정리한 세부 명칭... 솔뫼님은 기단부/탑신/상륜부로 나누어 구분하였다...>
<그러나 나처럼 해석한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보탑을 생각하면서 나와 생각이 같은 시선이 있다는 게 즐거웠는데, 지금도 이 구분을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 구분을 기준으로 설명하려한다... 용인 호암미술관에서...1997년도... 나만 안 변했나??>
왜냐하면 다보탑이 만들어지던 750년대면 불탑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인도의 스투파 양식이 직수입되던 시기일 뿐만 아니라, 이미 당나라에서는 선종이 일정한 지분을 가지면서 확산되던 시기로 고승들의 사리탑이 조성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리고 당시 통일신라는 중국과 인도 불교의 사상적 흐름과 불교미술에서 변방도 아니었고, 석굴암 본존불 뒤쪽 맨 마지막(십일면관음보살 위쪽) 감실 좌우로 문수보살과 유마거사를 대치시킬 정도로 대승불교를 온전히 이해하고 모든 것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석굴암/Daum 이미지에서 스크랩... 본존불 좌우로 감실이 보이는데, 왼편이 유마거사상이고 우측이 문수보살이다... 유마경에 나오는 유마거사와 문수보살의 대화장면을 캡처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지혜의 화신 문수보살은 손가락 2개를 펴며 세상은 둘이 아니라 말하고, 유마거사는 침묵으로 일관한 모습이다... 물론 부처까지 등장하면서 끝나는 유마경의 포인트는 '평등성'에 대한 논쟁인데, 전체적인 구성은 부처도 보살도 아닌 출가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깨달음과 깊이가 보살을 뛰어넘어 부처와 동등하다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대승불교의 최후경전으로 불린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석굴암 유리창 밖에서도 두 감실이 보인다...>
때문에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담은 무덤이라는 불탑의 성격이 불교의 심화와 함께 상징성이 서서히 해체되면서, 깨달은 누군가의 무덤(묘탑墓塔) 즉 승탑의 태동기였다는 것을 간과할리 없는 김대성과 아사달은, 혁신적인 불탑양식의 창조에 눈과 귀를 열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만 했던 시점이다.
<한번쯤 다보탑의 전체적인 구성을 도면으로 살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경주석탑보수사업단'의 사진과 도면을 그대로 인용한다...>
<상륜부... 이 도면을 기초로 지금은 결실된 부분을 모두 보수하였다...>
<참고로 이미 다보탑의 팔각 지붕돌 낙수면에서는 연화문에 새겨져 있었고, 지붕돌 하부에도 물끊기 홈이 파여 있다... 이때가 750년대니, 석등 상부의 연화문이나, 석탑 하부의 물끊기 홈의 연원은 다보탑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3층 지붕돌 평면도... 2m66cm면 석가탑 1층 지붕돌 넓이와 거의 같다... 결코 작지 않은 크기인데 높게 있어서 작게 보일 뿐이라는...>
<3층 지붕돌 앙시도... 바로 아래 버선 같은 8개 기둥의 평면을 확인할 수 있다...>
<2층 지붕돌 평면도... 다보탑이 팔각원당형으로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2층 몸돌의 팔각을 1/3층과 똑같은 방향으로 세우지 않고 이처럼 한번 더 틀었기 때문이다... 훨씬 복잡하게 보이면서 팔각원당형의 기본 구성까지 상쇄시켰다... 원형도 아니면서 다각형도 아니게 보이는 장치는 이런 안배에 의해서 가능해졌다...>
<2층 지붕돌 앙시도... 3층에서는 난간을 메스(덩어리)로 일체화시켰는데, 2층과 1층에서는 난간을 완전히 목조건축 기법대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 눈에는 연화문이 새겨진 2층 지붕돌이 원형으로 보이지만, 도면으로 확인하면 완전한 팔각형이다...>
<1층 지붕돌 평면도... 2층에 세워진 난간의 평면도다...>
<1층 지붕돌 앙시도... 그리고 1층 탑신은 5각형으로 만들어진 8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백제가 좋아했던 숫자가 5인데, 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각형 기둥이 아니라 목조공예에서나 볼법한 형식으로 가공됐다...>
<상층 기단부 지붕돌 평면도... 1층 지붕돌과 상층 기단부 지붕돌의 넓이가 2배 정도 차이난다... 면적으로는 1/4이니 그만큼 작게 보인다... 상층부에서 급격한 수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지점이다... 참고로 지붕돌은 5매로 구성되어 있고, 절단된 부분이 있는데 그곳으로 상층부 탑신에 고인물들이 흐르는 퇴수구다...>
<이처럼 내부에 고인 물을 처리하기 위한 장치가 있었다는 말이다... 물은 석재에 생기를 돌게도 하지만, 화강암에 물은 오염뿐 아니라 조직을 약화시키는 상극이기도 하다... 기술자의 고심을 볼 수 있어 재밌다...>
<상층 기단부 지붕돌 앙시도... 심주와 4개의 우주를 확인할 수 있는데, 단순한 사각형이 아니다...>
<하층 기단부 갑석 평면도... 0 친 부분에 사자상이 있고, 갑석에는 어떤 구멍도 없는 것으로 보여 상층 기단부에는 난간이 없었다고 추정된다...>
<지대석 평면도... 계단을 제외한 내부 하층 기단부 갑석의 넓이가 석가탑과 거의 같다...>
<석가탑 지대석 주위로 팔방금강좌가 있듯이, 다보탑 주위로는 8각의 지대석이 있었을까?... 그러나 이 수치는 위 도면과 비교하면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데... 솔뫼님 블로그에서...>
<다보탑 남쪽 단면도... 이 방향에서 보면 기울어진 부분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위 남북종단면도와 달리 난간의 세부 모양을 확인할 수 있어 참고로 올린다...>
<다보탑 북면/경주석탑보수사업단 자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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