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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여행-趣,美,香...

신라시대 삼층석탑 42> 통일신라 석탑의 제작 편년에 대한 메모(1)...1310

 

 

 

 

 

   2) 통일신라 석탑의 제작편년에 대한 몇가지 메모

 

 

지금까지 석가탑, 다보탑을 정점으로 해체되기 시작한 시대배경과 불국사의 의의에 대해 살펴보았고, 이제 780년을 전후한 석탑들에 대해 소개를 해야 하는데, 그에 앞서 750년을 전후한 시기 석탑에 대해 몇가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두가지 첨언하고자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질만한 상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몇 살이나 먹었을까를 궁금해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관심이기도 하지만, 대뜸 몇 살이나 됐냐고 묻는 것은 맹랑한 질문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나이란 것이 그 사람의 모든 걸 내포할 수도 있지만, 실제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와 느낌, 나이와 심성은 서로 동떨어진 별개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이 혹은 제작 편년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면서 가장 고급스러운 영역이 되기도 한다. 역시 석탑을 바라볼 때 편년을 아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시대배경과 변화의 흐름을 추적하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다만 모든 문화유산들이 그렇듯 정확한 편년을 가진 석탑이 드물다는 게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 명확한 제작 년도를 확인할 수 있는 석탑은 손에 꼽을만 하다. 사리함에 기록된 년표가 명확한 황복사탑(692년), 석탑에 제작의도가 기록된 갈항사탑(758년), 그리고 동화사 비로암탑(863년)과 축서사탑(867년), 보림사탑(870년), 해인사 길상탑(895년) 등이 전부가 아닐까 싶다. 물론 기록과 현존 유구의 일치성을 근거로 한차례 가공하면 감은사탑(682년), 석가탑(741년), 법광사탑(828년)의 제작편년을 추적할 수 있지만, 실제 대부분의 석탑은 이들을 기준으로 종횡으로 배치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다행히 600년대말과 750년 전후, 그리고 860년 이후의 기준점은 명확해 큰 혼란은 없지만, 아무래도 전성기 통일신라 석탑의 편년에 대한 연구는 740년 석가탑 전후를 어떻게 배열하고 800년 전후의 석탑을 구분하는 척도가 무엇인지를 찾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고민들이 있어 우리는 석탑의 양식과 결구, 그리고 느낌을 찾게 되는데, 나 역시 석탑의 편년을 바라보는 나름의 기준을 가져보려 했다. 개인적인 관점이고 편년을 따지는 기준보다 내가 석탑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정리겠지만 크게 눈에 보이는 거, 숨겨져 있는 거, 그리고 느껴지는 것 세가지로 나눠보는데, 여기에 기록이나 설화를 하나로 묶으면 석탑의 편년도 하나의 역사로 우리들에게 재구성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사람들과 사귈 때와 같은 순서가 되겠지만, 맨처음은 첫 느낌이 중요할 것이고, 다음은 외모에 대한 관찰, 그리고 내면의 양식과 결구를 보고 마지막으로 종합적인 상을 그리게 되는데 결국은 느낌으로 마무리되는 거 같다. 이를 잠깐 정리해볼까?

 

맨 먼저 첫 느낌 ; ①호기심을 자극하는가 ②새로운가 ③탄탄한가 ④큰가 ⑤좋은가? 물론 나 같은 아마추어에게 봐야한다는 의무는 없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느낌이 있는 혹은 느낌이 오는 것’이 아닐까 싶고, 실제 그런 순서로 답사여행을 진행해왔지만, 역시 내 기준으로는 내게 새로울수록 그리고 구성이 정성스러울수록 좋은 거고, 규모(6m가 넘는가 혹은 4.5m 이하인가)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 거 같다. 그리고 좋은가의 문제는 석탑을 바라보는 내내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되지만, 보는 것만으로 좋은 것도 있고, 만져보고 싶은 것도 있고, 그 맛에 취하는 것도 있으니 그 판가름이 첫느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닐 거 같다.

 

두 번째는 눈에 보이는 것 ; 일정한 거리에서 설정된 석탑에 대한 첫 느낌은 관찰을 통해 더 깊어지거나 혹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가까이에서 포착되는 첫 번째 지점이 상층기단부와 일층몸돌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눈높이면서 제작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시선의 높이이기 때문이니 당연하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에서 석탑 미감의 반은 결정되는 거 같다. 아무튼 기단부는 ①이단인가, 단층인가, 혹은 이형인가, ②우주와 탱주의 숫자는? ③갑석의 부연 유무와 돌출상태는 어떤가를 보고, 지붕돌로 가면 ④지붕돌의 두께와 ⑤층급받침은 몇 개고, ⑥낙수면의 경사와 ⑦전각의 반전상태와 ⑧절단면의 두께 등이 들어오고, 마지막 ⑨하층기단부와 상층기단부의 괴임의 형상과 두께를 살펴보게 된다. 이런 요소들이 석탑의 미감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편년을 추정하는 매우 중요한 단서임도 분명하다.

 

여기까지가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시적 정보라면 조금 더 전문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식과 결구방식을 찾게 되는데 숨겨진 것들이란 ; ①각층 혹은 전체 부재의 숫자는 몇 개고, ②각 부재의 결구와 가공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③사리공의 위치와 ④사리갖춤의 내용물은 무엇인지, 그리고 ⑤석탑과 관련된 기록과 설화들을 찾게되면 우리가 알고자 하는 석탑의 해독과 기원들을 추정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 부분은 말 그대로 보이지 않은 별도의 노고가 필요한 것이니 우리들이 쉽게 접근할 내용은 아니지만 확인할 수만 있다면 매우 유용한 정보임도 분명하다.

 

물론 숨겨진 것들에 대한 정보의 인지여부와 무관하게 나 또는 우리들은 석탑을 이해하고 읽게 된다. 첫느낌과 보이는 것들의 정보가 재구성되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들의 느낌은 유형의 언어와 잣대로 틀을 만들게 되는데 여기에서도 크게 세 단계가 필요한 거 같다. 하나는 ①체감률에 따른 상승감과 안정감 혹은 긴장감, ②상층 기단부의 넓이와 높이 비례, ③일층몸돌의 넓이와 높이 비례, ④기단부와 탑신의 단면적 혹은 용적의 비례, ⑤그리고 지붕돌의 깊이와 두께 수리적이고 기술적인 척도들이 종합된 외형에 대한 느낌이 그것이고, 또 ⑥기념비적인가 공예적인가 ⑦남성적인가 중성적인가 여성적인가 느낌을 읽는 게 두 번째고 마지막으로 ⑧당대의 시대흐름과 일체성 및 종교적 교리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가와 ⑨관념적 혹은 기술적 완성도가 어떤 파급력과 영향력을 미쳤는가를 판단해 보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렇게 정리하면 질린다 싶을 정도로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라 평하실 분들이 있겠지만, 굳이 말로 글로 표현하면서 나열해서 그렇지 우리들의 느낌과 관찰이라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또 사람의 일생을 기준으로 대략 100년(우리나라 문화유산 지정의 기준이 100년전 물품이지?)이 넘는 문화유산 중 질적으로나 양적인 면에서 보물급 이상 가장 많은 수량과, 건축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의 석탑이 전국에 산재되어 있다면 한번쯤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어 나름 생각하는 기준을 모아봤으니 이해하시기 바라고, 이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살펴본 통일신라 말기까지의 우리나라 석탑 편년을 정리해본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