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형만들기 실습
목조주택 교육이 끝났다. 입문과정인 만큼 목조주택의 역사와 개요에서부터 목재산업을 비롯해, 기초/벽체/지붕의 구조와 내외부 마감 등 모든 걸 다루었고, 한차례 모형만들기를 통해 구조와 공정의 디테일한 내용들에 대해 접근할 기회도 있었다.
그 중 경량목구조를 전제한 모형제작은 지금까지 배웠던 내용들을 실습해보는 시간으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 새로움은 자극이 되기 마련이고, 약간의 재미가 곁들여지면 호기심을 유발하게 된다. 실물 크기는 아니지만 제작방식과 공정은 똑같고, 목재 대신 폼보드를, 못 대신 본드와 하루살이핀으로 만든 모형이었지만 재미있었다. 특히 아파트와 상가, 철골 혹은 철근콘크리트조 건축경험이 전부인 나로서는, 모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목조주택을 비롯한 소형단독주택에 대해 접근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됐다.
<교수진 준비해온 모형... 실물의 1/10 크기로 만든 이 모형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입문단계의 우리들은 폼보드로 만들었고...>
교육이 끝나가면서 지금의 생각과 경험들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생각하는 목조 단독주택에 대한 모형을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 기회가 있을 때 해보지 않으면 생각만 어수선할 뿐 정리될 수도 없고, 모든 건 때... 타이밍을 놓치거나 뒤로 미루면 그건 살아있는 성과로 남기 어렵다. 어째든 교육이 끝나는 날까지 완성하리라는 당초의 계획의 달성하지 못했지만, 반틈의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 과정을 되짚어 본다.
<모형제작을 위해서는 단독주택에 대한 설계가 필요했고, 나는 내가 해왔던 방식대로 33평형 평면을 먼저 그려봐야 했다...>
2. 모형제작의 필요성
모형을 만들면서 들었던 생각이지만, 직접 공사에 들어가기 전, 사전에 모형을 만들어 본다면 건축주와 시공자, 그리고 설계 및 감리자 모두에게 목조건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상호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꼭 필요한 하나의 공정으로 간주해도 틀리지 않으리란 확신을 해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현재 실정은 구조를 포함한 목조주택에 대한 일괄적인 설계도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하게 된다니 더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이게 말이 되느냐 반문해봤지만, 현실이란다).
<실습 다음 과정, 지붕구조에 대해 배우면서, 이 모형에서 잘못된 점 12가지를 찾는 이야기가 있었다... 세부사항 하나하나를 체크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
공정추진 과정을 비롯해 공법과 구조, 그리고 세부 디테일 등 모든 게 축소된 형태의 모형만들기는, 건축주와 설계자의 의도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고, 주택이 완공되는 과정과 완성된 형태를 사전에 확인하고 체크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내 경험이지만 아파트 신축과정에도 주요자재와 공정에 대해 목업테스트(mock-up test)를 진행하고, 골조가 6~7층 진행되면 2층 정도에 각 평형별로 테스트 된 자재를 사용하여 샘플하우스를 만들고, 사전에 공사 전반에 대해 체크하는데, 단독주택에서는 모형제작 과정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도 허가도면으로 만든 모형과 같은 의미다... 360도로 촬영한 거실풍경...>
그 내용들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면 ;
1) 설계를 검증할 수 있다. 건축경험이 있는 분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가구배치는 물론 수도꼭지와 변기, 심지어 스위치 위치와 타일 크기 등 소소하게 부착하는 악세사리 하나에 따라서도 변경될 수 있는 평면구조를, 모형제작과정에서 디테일하게 체크할 수 있다.
<물론 아파트 단지 전체에 대한 디테일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조감도를 그릴 때도 세부 마감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2) 각 부분이 연결되고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기초와 벽체, 벽체와 벽체, 그리고 벽체와 지붕 등이 연결되는 부위에 구조적인 문제점과, 구조와 마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항 하나하나를 미리 체크해 공사에 반영할 수 있다. 공정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호간의 충돌과 간섭을 최소화 하는 것이 현장관리의 핵심요소이며, 현재의 제반상황을 고려해 본 결과 목조주택건축을 위한 모형제작은 현장관리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아파트 세대내부 천장의 환기와 소화배관... 저 닥트와 배관의 교차로, 우리는 아파트 층고를 각각 5~7cm를 높여야 한다... 건축의 각공정 뿐만 아니라, 전기기계설비와 건축마감의 간섭에 특히 유의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목조주택은 이런 문제를 층고조정 없이도 해결할 수 있다... 목조건축의 장점일 수 있다...>
3) 공사과정 중간에 흔히 발생하는 설계변경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공사를 하다보면 설계변경은 어떤 의도와 이유에서든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애초 설계를 변경하는데는 필히 구조적 변이는 물론 예기치 않은 하자의 발생 혹은 당시에 체크하지 못한 하자요인이 잠복될 수 있고, 결국 공사비나 하자보수비 증대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모형제작은 관계자들의 공사 이해도를 높여 공사 중 발생하는 설계변경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모형 중 한부분... 모형을 이렇게 만들었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오른쪽 옹벽에 자연석 계단을 설치하게 됐다... 모형은 건축과정의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4) 마감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어차피 모형은 구조체를 중심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구조체가 완성되면 곧바로 마감공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도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구조체가 완성된 다음에야 공간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며, 그때부터 평소 생각했던 마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때부터 자신이 생각한 가구나 악세사리 배치를 염두에 둔 구조변경을 요구하게 되고, 심지어 설계에 없던 다락방 신설요구 등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구조에 대한 이해와 마감에 대한 완성된 상상(이 상태에서도 일반 건축주들에게 완공은 여전히 상상의 범주에 포함된다)이 끝나기 전까지 구조변경을 위해 별도의 기간이 소요되거나, 정상적인 공정추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주공정은 아니지만 사전에 꼭 완결되어야 할 작업내용을 <더미dummy 공정>이라고 하는데, 사전 모형제작은 더미의 하나로 생각하면, 모형제작과 동시에(공사착공 이전부터) 마감공정 추진 계획을 세울 시간을 벌 수 있다.
5) 소요자재와 공사량에 대한 정확한 견적과 산출이 가능하다. 실물 크기의 1:20 정도의 배율로 제작되는 모형은 실제 공사에 투입될 모든 자재에 대한 체크가 가능하며, 부자재를 포함한 공사에 소요된 기간까지 계량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모형제작을 통해 투입 자재의 과부족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고,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보완조치를 위해 투입되는 필요불가결한 철물 등 부자재 추가에 따른 공사비 증대나 공사기간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결국 공사비 증대를 방어하면서 공사비 절감요인을 사전에 체크할 기회가 될 수 있어, 건축주나 시공자 모두에게 유용하다고 생각되었다.
<교육과정에서 만들어본 모형... 우습지? 그래도 이 모형을 만들기 위해 4명이 역할분담을 해야만 했다... 한사람은 스터디의 위치를 일일이 체크하고, 한사람은 지붕 서까래를 재단하고, 한사람은 자르고, 한사람은 헤더를 만들고... 그 다음 각각 하나의 벽을 맡아 붙이고, 결국 지붕은 모두가 달라들어 붙이고... 네명이서 디테일 하나하나를 이해하면서 조립하는데 5시간이 빠듯하게 걸렸다. 이 단순한 걸...^^ 문제는 이 모형만들기나 실제 공사나 시간차이가 크지 않는다는 점... 목조주택의 장점이다...>
비록 모형을 만들어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가볍게 정리해 본 것이지만, 아마 내가 직접 목조주택을 짓게 된다면 필히 설계에 근거한 모형제작을 사전에 주문하여 시공과정에 반영할 것이다.
그러면 모형제작은 어느 시점에서 필요할까? 당연히 공사착공 이전이겠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실시설계가 끝나기 전이 맞을 거 같다. 아시겠지만 설계는 크게, 기획스케치 ⟶ 가설계 ⟶ 건축신고 또는 허가를 위한 도서작성 ⟶ 실시설계 ⟶ 준공도서(설계변경 내용 포함) 작성까지 5단계를 거치게 된다.
<아파트 설계에서도 단지 전체에 대한 스케치 다음, 이런 모형 몇개를 만들게 된다. 아직 기획단계다... 결국 11개동을 8개로 축소하여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너무 조밀하고 개방감도 없었기 때문에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여 층수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모형은 이런 문제점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여기에서 모형은 각각의 단계에서 각각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단독주택에서의 모형제작은 실시설계 전후에 진행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물론 현장 상황은 실시설계가 별도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대부분(철근콘크리트나 벽돌 구조를 전제한 설계도서를, 현장에서 목조로 재해석하는 게 현실이라고 하며, 그 이유는 목조구조설계가 일상적이지 않고, 모든 조건을 갖추려면 결국 설계비의 증대로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평면과 입면 위주의 도면을 뒷받침할 실시설계나, 세부 디테일에 대한 샾드로잉(Shop-DWG(drawing))은 꼭 필요하다 생각되며, 어째든 모형제작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이 실시설계에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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