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곡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436호, 830년 전후, 불상 101cm, 대좌 89cm, 성산구 대방동 비음산 불곡사 비로전.
창원을 대표하는 역사를 논하려면 구산선문 중 하나인 봉림산문을 빼놓을 수 없고,
문화재에서도 봉림산문 개창자, 진경대사 심희의 보월능공탑과 탑비를 꼽을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두 유물이 중앙박물관으로 이전된 이후 지귀동 봉림사지 삼층석탑 하나만으로
창원을 찾기에는 아쉬움이 많았고, 특별히 마음을 담을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보물이 있으니, 불곡사 석불좌상이 그것이다.
<창원 봉림사지 진경대사탑/보월능공탑/보물362호/923년/높이 2.9m/중앙박물관... 라말려초의 과도기 승탑으로, 탑신은 길어지고 지붕돌이 지나치게 커진데 반해 기단부가 약화되면서 안정감과 정연한 느낌이 사라졌다... 하대석과 기대석이 하나의 돌로 가공되었지만 옥개석과 함께 귀꽃이 솟았고, 상대석 앙련에 괴임이 강조되었다. 타원형 북모양의 기단부 중대석도 고복형 석등처럼 기하학적 문양으로 단순하게 처리되었고, 지붕돌은 내림마루(우동)이 강조되었으며, 낙수면 경사가 긴장감을 잃으면서 신라말→고려시대 특유의 과장된 곡선을 보이고 있으며, 지붕돌과 앙화 사이에는 분실된 부재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탑비는 보수 때문인지 경복궁에서 이관 후 전시되지 않고 있으며, 삼층석탑 역시 봉림사를 떠나 지귀동 상북초등학교에 위치하고 있다...>
하늘사랑님 블로그에서 찾은 매우 아름다운 유물로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일신라 석불좌상의 특징과 장점을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다.
단아하고 정갈한 상호에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까지 편안하고 자애로운 분위기.
지권인을 갖추기 위해 약간 움츠린, 여기에 왼쪽에 비해 살짝 넓은 오른쪽 어깨까지
사실적인 느낌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자연스럽게 처리한 석공의 심미안이 경이롭다.
<불곡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석불과 좌대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수작이다...>
<가슴까지 올라온 지권인을 고려한다면, 움츠러든 어깨가 오히려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나는 이 모습을 절정의 기량이 쇠퇴하기 시작한 경직이나 위축된 모습이 아니라, 훨씬 고도의 심미안이 만들어낸 순간의 포착 - 그래서 생기는 긴장감이라 표현하고 싶다...^^>
<서 있는 상태에서 바라본 모습과 앉아서 바라본 자태는 느낌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관람자의 시선이 주는 변화다(유물을 만들 때 X가 어느 지점에서 감독하고 교정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답사의 쏠쏠한 묘미 중 하나다)... 올려다 본 모습에서 이 불상은 가장 안정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발주자 혹은 감독자 X는) 굽어보는 권위가 아니라 포용하는 자애를 원했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리고 왼편에서 바라보면, 석불좌상은 등이 쫙 펴진 바른자세로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단단하다는 느낌과 함께 위엄을 갖추려는 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왼손보다 오른손이 앞으로 나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인데도, 편안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래서 이 불상은 왼쪽보다 오른쪽에서 바라보는 게 더 편안하다... 이런 미묘한 변화들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즐거웠고, 이 모든 변화를 담아낸 석공에 깊이 심취할 수 있었다...>
미륵곡, 천황사 만큼은 아니지만 볼륨감 있게 양각된 앙련의 곡선들이 풍성하게 보이고,
3단괴임 아래 중대석은 팔각원당형 몸체에 8구의 불보살들이 세련되게 조각되어 있으며,
돌출된 괴임받침 아래 8매의 쌍엽 복련도 우아한 곡선과 높이로 풍성한 느낌을 살렸다.
여기에 복련 하대석 아래 기대석엔 넓은 안상과 복스러운 사자상까지 온전한 모습을 갖추니,
1940년대까지 땅에 묻혔던 게, 이 불좌상에겐 전화위복의 수난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 좌대를 살펴볼까?... 손망실 없이 온전하게 남아있다는 게 정말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다...>
<상대석, 중대석, 하대석, 기대석 4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 밑을 받치고 있는 건 지대석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상대석 앙련은 볼륨감도 있고 복스럽다(비슷한 무늬는 찾지 못했다)... 참고로 상대석 하부의 괴임은 700년대 조성된 석불좌대와 비교할 때 1단이 더 있다(내 생각...^^)... 즉 이전까지는 두툼한 2단으로 구성되었으나 800년대 넘어서면서는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처럼 미세한 선이 추가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경주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보물136호/700년대 중반/높이 4.36m 좌대... 좌대의 초기형태를 잘 표현하고 있어 불곡사 좌대와 비교도 할 겸, 연화좌를 표현한 앙련이 가장 풍성하다고 생각되어 골라봤다...>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1213호/770년 전후/전체높이 1.23m 부분... 앙련의 볼륨감만 생각한다면 천황사 석불좌상의 연화좌가 가장 자유스럽다고 생각된다... 미륵곡과 비슷한 경덕왕대 작품으로 생각된다...>
<하대석 복련과 돌출 형태 괴임... 이런 형태로 내가 본 게 19기쯤 되는데, 불곡사 석불좌상의 조성연원을 추정하는 주요 단서라 생각해 잡아봤다... 이전에 비해 장식적 요소들이 많이 추가되어 사치스럽게도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균형과 비례를 깨뜨리지 않은 범위에서 구성하여, 화려하지만 번잡스럽지 않고 정성스럽게 보인다...>
<기대석의 안상...>
아쉽다면 광배, 석불좌상 왼쪽에 남아있는 광배의 파편은 원형을 추정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마모되고 조각이 깊지 않은데, 두광 주위로 3곳 정도에 문양이 남아있다.
정교한 원호가 아니어선지 미륵곡 또는 이천 영월암 석조불대좌의 광배가 연상되는데,
아마 세곳의 문양은 연꽃이거나 화불, 또는 이들의 조합이 아니었을까 추정해본다.
참고로 내 생각이지만 이런 유형의 완성태는 원주박물관의 광배가 아닐까 생각되고,
어떤 모습이든 광배까지 온전하게 남았다면 전혀 다른 완성도로 다가왔을 거라는 생각...
<불곡사 석불좌상의 광배 파편... 온전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이 아닐런지...>
<경주 남산 미륵곡 석불좌상 부분... 불곡사 광배를 자세히 보면 두광에 꽃매듭 혹은 화불처럼 보이는 흔적이 있어 그런 요소들을 모두 갖춘 광배를 찾아봤는데, 일단 미륵곡이 생각났다...>
<이천 영월암 석불좌대와 광배... 영월암 광배는 미륵곡에 비해 훨씬 커지고 제대로 된 원형에 가까운데, 꽃매듭이 없어지고 아주 작은 화불이 조각되어 있다...>
<원주박물관 석불좌상 부분으로, 원주의 4기 석불좌상 중 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석불좌상의 광배 부분이다... 미륵곡에 비해 완전한 원형을 갖추고 있으며, 영월암에 비해 불상의 두상 비례에 맞춰져 훨씬 조화롭게 느껴진다... 연화문과 어우러진 초문과 두광이 매우 세련되게 느껴진다... 불곡사 광배의 완성된 형태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불곡사 석불좌상을 보면 내원사 석남암수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떠오른다.
다만 지권인이 가슴쪽으로 더 올라왔고, 어깨가 약간 더 움츠러들었으며,
내원사 석남암수쪽이 훨씬 부드럽고 온화하며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숨길 수 없고...
또 나발과 상호는 동화사 비로암, 중앙박물관 비로자나불과 비슷한 느낌이 들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공주박물관의 서혈사지 석조불좌상과 친연성이 강하다고 생각된다.
<불곡사 석불좌상 부분... 육계는 작지 않은데, 귀가 작다... 그래서 더 불편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느껴질까?...>
<산청 내원사 석남암수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1021호/전체높이 1.67m... 766년 조성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가장 초기 비로자나불 중 하나로, 운반을 위해 깎인 등과 하반신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원만한 느낌과 자연스러운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석불좌상이다...>
<합천 백암리 대동사지 석조여래좌상/높이 2.53m... 모습은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찾으라면 이 석불좌상을 고를 수 있지 않을까??...>
<공주 서혈사지 석조여래좌상/보물979호/높이 1.8m... 목이 가늘고 수인도 다르며, 전체적으로 여성스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불곡사 석불좌상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이 석불좌상을 떠올린다면 나만의 생각일런지...>
<불곡사 석불좌상 부분... 불상들을 찾다보면 법의와 매듭 등도 보게 되는데, 하반신쪽 주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 중 하나다. 석불좌상을 조각한 석공들의 마지막 고심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도 시대적인 양식의 변화가 첨가되겠지만, 특별히 정형화해서 분류하기는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고, 일단 불곡사 석불좌상은 오른발바닥까지 모두 가린 상태에서 느슨한 U자형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오른손쪽 도포의 접힌 부분까지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처리했는데, 이런 형태는 비로암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비롯 간월사, 법주사 수정암 석조여래좌상에서 찾을 수 있다...>
<대구 동화사 비로암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244호/863년... 살찐 모습과 큰 귀 등이 불곡사와는 다르지만, 나발이 선명하고 하반신을 가린 주름이 비슷하다... 물론 시대적으로 1세대(30년) 이상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보은 속리산 법주사 수정암 석조여래좌상 부분/동국대 박물관... 불곡사에 비해 비로암이나 수정암쪽 주름이 좌우대칭처럼 더 간결하고 정돈되게 보인다...>
그리고 좌대의 중대석과 하대석 사이의 돌출된 괴임(몰딩)이 좌대에서 가장 큰 특징인데,
이는 이천 영월암, 의성 만장사, 원주 출토 3기의 석불, 중앙박물관, 부석사 자인당 3기,
구미 해평동, 동화사 비로암, 괴산 각연사, 임실 진구사지, 공주 서혈사지, 성주 금봉리,
그리고 동국대 박물관의 법주사 수정암 등과 같은 양식이며, 이런 유형의 좌대는,
통일신라시대 사치가 가장 극성이고 또 그래서 왕실에서 불사에 대한 규제가 심해진
830년대 전후(800년대 초반부터 860년대까지)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걸로 생각되며,
창원 불곡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불곡사 좌대 부분... 중대석 돌출괴임(몰딩)과 같은 양식을 가진 석불좌대 중 오늘은 원주지역의 좌대만 소개하고자 한다...>
<원주박물관 석조비로자나불상 좌대... 원주에는 총 4기의 석불좌상이 있는데(1기는 실내, 2기는 야외, 1기는 춘천박물관에 전시), 이 중 3기의 좌대가 같은 유형이다(실내에 있는 1기는 중대석 아래쪽이 손실되었지만, 원형은 동일한 양식이 아니었을까 추정한다)...>
<원주박물관 석조비로자나불좌상2 좌대... 장수왕에 의해 한성시대를 마감한 백제가 천도를 고려했던 지역 중 하나가 원주였고(결국 백제는 웅진(공주)으로), 국원경(충주), 서원경(청주), 남원경(남원), 금관경(김해)과 함께, 고구려 멸망 이후 북원경이 설치된 원주는 통일신라 5소경 중 하나였는데도 크게 집중된 바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석불좌상 4기가 존재했다는 것은 경주 외에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귀한 경우로(공주에 3기가 그 다음?!!), 이 지역이 정치군사적 목적 외에도 문화사상적인 영향력도 충분했고, 이를 가능케 한 경제적 여력도 풍부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참고로 용운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까지 포함하면 원주에는 5기의 석불좌상이 있는 셈이다)>
<춘천박물관의 원주출토 석조비로자불좌상 좌대... 다만 이들 석불좌상의 양식과 유형이 동일해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일시적 부흥과 단절 - 이 점이 원주의 한계였다고 생각된다... 또 이들이 만들어진 시기는 경덕왕의 전제정치가 거세되면서 지방분권의 바람이 거세게 일기 시작한 때가 아니었을까 추정되며(800년대 초중반), 결국 4기의 석불좌상 조성은 당시 원주에 파견됐던 특정 귀족(대아찬 급) 혹은 개인의 열망이 집중된 결과였을 거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원주지방 석불좌대만 소개하지만 이런 유형은 당시 전국적으로 넓게 유행했던 양식으로 보인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지만, 또 도심 속 작은 야산에 위치해 조금은 낯설지만,
주변의 번잡함을 모두 잊고 오랫동안 뜯어보며 마음을 한적하게 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창원에 간다면 혹은 온다면, 꼭 한번 친견할만한 우수한 보물이다.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다...>
<수미단에 갑갑하게 갇힌 다른 절집과 달리 좌대까지 온전히 노출시킨 불곡사의 처사가 맘에 들고, 고맙기도 하다... 측면도 매우 안정적이다. 아쉽다면 코가...>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고 오른손이 작아 아쉽지만, 평온하고 자애로운 느낌...>
<화려한 단청과 석조불상의 질감이 잘 대비된... 정갈하고 단아한 느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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