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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 心,想,和...

서산마애불의 어제와 오늘 ; 불상에서 다시 길을 묻다...140905

 

 

 

탑에서 길을 잃었을까?

탑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얼굴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다.

대상을 통해 나를 채우지 못하고

그냥 나를 편하게 해주는 거울을 찾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제일 먼저 찾은 건 감은사탑이었지?...>

 

 

 

답사여행 초기...

자연에서 시작한 여행이 역사문화유적 답사여행으로 바뀌고

공간건축에 대한 학습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깊어지고,

철학과 역사의 호기심이 살아 숨쉬는 인간의 손길과 영혼에 대한 갈증을 느낄 때쯤,

아마도 불상의 얼굴을 먼저 찾고, 그다음 추상화된 탑에 몰두했다는 생각이 든다.

 

 <두타산 쌍폭포... 나만을 위한 여행~ 처음은 폭포였지...>

<수덕사 대웅전... 그리고 답사여행의 처음은 건축이고 공간이었고...>

<영지석불... 그러다 어느날 불상의 얼굴에서 뭔가를 느꼈을까?... 결국 지금의 내모습인지도...^^>

 

 

 

 

한동안 정리에 몰두하던 열의가 의도하지 않았던 공백으로 주춤거리는 사이,

아무 생각없이 내디딘 발걸음은 다시 석불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나마 못된 버릇은 버려지지 않아 이젠 이렇게 저렇게 뜯어보는 습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제 서산마애불로 돌아가서... 예전엔 이렇게 (답답한) 보호각에서 한정된 상상의 나래를 펴야만 했다...> 

<그리고 어느날... 이렇게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다... 물론 옛날과 똑같은 환경은 없어졌지만...> 

 

 

 

전체를 우선시하며 정면을 응시하던 프레임이

이젠 수많은 관점과 틀어진 각도를 즐기는 내가 재밌다.

지금의 시선보다 예전의 입지를 다시 찾게 되고,

 

 

 

 

 

환한 태양아래서 찾던 선명함이

흐리고 비오는 불편한 날씨에서 봐야 더 깊이 있게 다가옴을 느끼게 되니,

이젠 이것도 새로운 병이 아닐까 내심 걱정된다.

꺾어봐야 제 맛이라고 우길지도 모른다는 바보 같은 생각...

 

<참 아이러니하게도 밝은 날 보는 것보다, 이 사진처럼 비도 내리고 잔뜩 흐린날 모든 윤곽은 선명하게 살아난다... 빛이 있어 색과 형이 있는 법인데 이 무슨 조화일까? ^^>

 

 

 

문명의 세례와 인공의 편안함 대신

자연에 노출된 무방비의 자연스러움이 훨 자유롭고,

 

<보호각도 철거 되고...>

 

<백제의 미소를 느끼기 위해 더이상 전등을 해가 뜨고 지는 방향으로 움직여보는 수고는 없어졌지...>

 

 

 

 

내려다보는 편안함 대신

나를 낮춰야만 올려볼 수 있는 불편함이 더 일체감을 느끼게 만드니,

이건 또 무슨 변화일까?

 

 

<문득 내려다 보는 것보다, 아래 사진처럼 올려다 보는 것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졌다...>

 

 

 

측면이 정면 시선보다 생각이 깊어진 게 아닌데도

정면사진은 야만이요, 측면사진은 문명프레임이라 높이치던 20세기초의 시선을 따라하고 있다.

 

 

<그리고 정면을 고집하는 것보다, 살짝 움직여 보는 것이 훨씬 다양함도 알게 되고...>

 

 

 

 

고풍의 우아함이 현대의 가벼움과 대비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지금 정면보다 측면을,

가까움보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그리고 일상적인 편안함보다 한번은 비튼 시선을 즐기고 있다.

이렇게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도 한때의 치기라는 걸 알만한 나이인데도 말이다...

 

<예전엔 보호각 안에서 한가지 조명과 한가지 시선으로만 이 불상을 만나야 했지만, 실제 이걸 조성했던 570년대 전후의 백제인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런 시선과 각도를 염두에 둔 건 아닐까?... 바위의 생김새도 있었겠지만 위 사진처럼 정면에서 바라본 본존불 좌우 협시불 간격은 이상하다 생각할 정도로 비대칭이지만, 이 정도의 시선에서 올려다보면 본존불과 협시불 간격의 부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제화갈라보살로 알려진 왼쪽의 협시불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오른쪽의 미륵반가사유보살상이 본존불을 향해 살짝 몸을 기울인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선인들이 남기고자 했던 미소인가?

서산 마애불... 여전히 좋다...

 

<지금처럼 석축과 돌계단이 없던 1960년대까지 서산마애불은 이런 시선으로 조망됐었다고 한다... Daum에서 스크랩...>

<예전 자료 사진은 어디에서 자리를 잡았었을까?... 다시 길을 찾아야겠지?... 과거와는 똑같지 않겠지만, 처음을 잃지 않은 마음과 자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