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건축공간(建築空間)과 공예(工藝)
𝐈. 論
3. 문명이 만든 역사문화유산
1) 문명의 시작 : 무덤과 묘, 성전과 성당
문명이 만든 첫 번째 역사문화유산
문명의 층위를 이루는 정치적, 경제적, 상업적, 종교적, 철학적 인간에 대한 고찰을 통해, 나는 인류가 만든 (정치적) 계단과 (경제적) 그릇 등의 유형자산이 (상업적) 시장과 도시라는 환경에서 어떻게 종교와 국가와 철학이라는 무형의 개념을 만들었는지 그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첫 번째 역사문화유산으로서 무덤과 묘, 성전과 성당이 왜 문명의 잣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초도 설명되었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무덤과 묘
앞선 이야기들을 총합한다면, 무덤과 묘는 인간의 공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자의 공간이다. 육체의 공간이면서 정신의 공간이며, 이승의 영역이면서 눈으로 볼 수 없는 저승의 영역이다. 한 인간의 시간을 담았지만 정체된 공간이며, 산자들이 만든 죽음의 공간이다. 또 앞선 말을 반복한다면, 집중된 권력이 주도하여 사회구성원 모두의 자본과 지혜를 담아, 살아남은 자들의 거주공간보다 더 크고 높게 만든, 이미 멈춰서 상실된 생명에 영원한 시간을 부여하는, 그 시대 그 사회의 기념비다.
성전과 성당 / 궁전과 궁궐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죽은 자들이 묻힌 무덤과 묘를 살아있는 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살아있는 자는 변하지만, 죽은 자의 위업은 변하지 않는다. 멈췄기 때문에 훼손되지 않고 더 높은 영향력으로 부활할 수 있다. 여기에 산자의 권력이 보태지면 더 큰 신화가 만들어진다. 왕은 죽은 아버지의 신화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바로 성전과 성당이 된다. 무덤과 성당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는 말이다.
또 궁전이 된 성전과 성당에(무덤과 성전의 차이가 있다면, 빛을 적극적으로 차단했느냐 받아들이는가이다) 거주와 행정집무와 방어 등 부속시설이 붙여지면 궁궐이 된다. 그리고 만약 국가로 도약하면 궁궐은 신도시의 중심이 된다(하나 덧붙여 특정지역의 문명이나 민족이 만든 묘와 성당의 크기는 현재에도 그 규모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나는 무덤과 묘가 문명의 요체이자 시발점일 뿐만 아니라 한계와 가능성을 내포한 문화 DNA이고, 인류의 건축도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덤과 성전, 성당과 궁궐건축은 문명의 척도가 된다.
2) 건축공간과 공예
답사여행 및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분류
그러면 인간 문명의 척도는 건축만으로도 충분할까?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포함해 사회와 역사, 그리고 유무형으로 이루어진 정치, 경제, 문화의 시스템과 아이템들, 그리고 과학과 예술, 종교에 걸친 유산들은 수없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에는 인간이 형성한 권력과 금력, 지력과 정력, 그리고 정신력이 곁들어져 시간과 공간, 그리고 관계를 촘촘하게 짜 맞추며 유산을 남겼다.
먼저 앞서 시작했던 첫 번째 유산인 계단과 그릇은 공공재와 사유재산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간접과 직접적인 자산 또는 동산과 부동산으로, 다른 측면에서는 건축공간과 공예품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접근을 포함해 정치적, 경계적, 상업적, 종교적, 철학적 인간 - 즉 사회적 제관계의 총체인 인간이 남긴 유산은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접근하는 목적과 의도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겠지만, 나는 크게 건축공간과 공예품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건축과 공예
거주와 비움, 그리고 기념적 의식(儀式)이 공존하는 건축(建築)을 시간과 공간에 대한 목적의식적 점유의 방법이라고 나는 규정한다. 때문에 건축은 곧 공간경영(空間經營)이 되며, 그 기능 및 사용연한에 대한 의도와 무관하게 인간사회역사의 정치경제문화와 과학예술종교가 투영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건축 및 공간경영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 공예(工藝)는 현재의 기술로 탐구하는 실용과 상징에 대한 유형화된 아름다움이다. 즉 그때 그곳 그사람에 의해서 정지된 완성이다. 그래서 나는 건축공간과 공예를 큰 틀로 놓고, 문명과 문화 유적과 유산을 분류하려 한다.
3) 문명과 문화
문명과 문화
먼저 문명과 문화 ; 문명은 물질과 기술, 문화는 정신과 가치에 방점을 두는 것처럼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적 접근으로 생각해보면 문명과 문화는 상하위 개념보다 시차에 가깝다. 즉 근대에는 문명을, 현대에는 문화라는 개념으로 역사유산의 범위를 확산시켰다는 것이 올바른 접근일 거 같다.
왜냐하면 세계 4대문명을 특정 문화의 하위개념으로 접근하는 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공간적 범위에서도 세계 4대문명은 도시나 나라보다는 광역의, 그렇지만 민족이나 인종과 일치하지 않고, 세계적 개념도 아니지만 정신과 가치의 영역인 문화가 없다고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명과 문화는 중복도 있고, 방점은 다르지만 나는 양쪽을 모두 열어놓고 있다.
문명과 투자
① 현재의 의미에서 문명이란 무엇일까? 나는 투자(投資)라고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공투자, 예측불가능한 문제에 대한 사전투자,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가치투자. 결국 지속가능한 시간에 대한 투자다.
② 근대의 문명은 보편적 가치, 과학적 지식, 그리고 주체와 연대에 대한 투자였다. 결국 공간적 확장을 위한 투자였다.
③ 이에 반해 중세와 고대의 문명은 훨씬 직관적이고 직접적이며 특정집단의 특별한 투자였다. 중세는 종교의 내면화와 국가의 정립, 상업적 부의 증대를, 고대는 집단공동체의 생존과 번영과 기념을 위한 토목과 건축, 그리고 문화를 문명이라 칭한다.
④ 결국 개인과 가족, 국가와 기업이란 현대적 근간에 대해 얼마만한 밀도로 투자 했는가로 나는 분류한다.
즉 투자는 인간-인류가 계단(정치적 권위)과 그릇(경제적 잉여)이란 것을 만들고 거래(시장에서의 교환)를 해오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다만 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것에 대한 차이와, 집단성과 합목적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문명으로-역사화 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를 가져왔다. 즉 내가 골라보는 우리 역사문화유적은 한반도의 문명, 한국의 문화가 담길 수밖에 없는 투자를 통한 결과라는 보편적 틀 속에 있으며, 그렇게 한국적인 미로 역사화 되었다.
시대별 문명의 특징 ❶ 동물적 생존과 야만으로부터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원시인류는, 문자와 청동기, 그리고 도시의 출현과 함께 고대문명을 개화한다. ❷ 철기사용으로 생산량과 인구가 늘어나고, 법을 집행하는 왕이 세습되는 왕조국가가 영토를 넓히며, 신이 인간내면에 자리 잡는 종교가 체계화되면서 인간은 중세문명을 꽃피운다. ❸ 신을 벗어나 인간의 주체성을, 신분을 벗어나 계약으로, 과학을 앞세워 세계화를 지향하면서 이제야 인류는 근대문명을 열었다. ❹ 개개인의 경험과 지혜가 집단문명을 만들고, 집단의 확대와 연결은 문명을 가속시켰다. 문명은 무형의 경험과 지혜를 확대와 연결을 위한 유형의 투자를 통해 완성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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