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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 心,想,和...

백제 금동보살입상 1 – 미소 띤 불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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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보살입상 1 – 미소 띤 불상을 찾아서...

 

답사여행을 다니다보면 얼굴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슬플 때, 기쁠 때, 근엄한, 느긋한, 친근한...

가장 많이 찾았던 건 아마 닮고 싶은 얼굴이 아니었나 싶다.

그걸 보편적인, 이상적인, 평범한... 어떤 수식어를 붙이든

갖춰진 품과 격을 찾으며 비움과 채움을 탐했는지도 모르겠다...

 

<1-1. 통일신라 불교예술이 절정에 이른 770년 전후 불상을 모아봤다. 하나는 표정을 잃어버린, 하나는 모두가 아는, 그리고 또 하나는 그때를 생각하며 현대에 표정을 삽입한... 경주남산 석조여래좌상, 석굴암 본존불,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물론 우리나라 답사여행에서 접할 수 있는 얼굴은 대부분 불상일 수밖에 없다.

종교적 이유든, 역사적 이유든 그게 가장 많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가장 쉽게 접하고 익숙한 표정을 우리는 절에서 만난다.

 

<1-2. 경주 금강역사와 안성 아양동 보살입상>

 

 

 

 

 

금강문에서 인왕상을 보고, 천왕문에서 사천왕을,

그리고 대웅전에서는 다양한 부처와 그 권속들을 만날 수 있다.

극락전, 대적광전(비로전, 광명전), 영산전, 약사전, 관음전(원통전)에서 주불을 보고,

지장전, 나한전(응진전)에서는 그 권속들까지 즐겨 볼 수 있으며,

조사당의 영정, 그리고 지금까지 본 불상과 권속들 뒤의 탱화/벽화까지...

우리는 조각을 통해 느끼고, 그림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접하게 된다.

 

<1-3. 영주 부석사 천왕문 사천왕상... 우리가 절에서 만날 수 있는 표정은 불상과 그 권속들의 그 어떤 표정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중, 오늘 관심을 두는 것은 <미소>다...

웃는 얼굴...

흔히 불교에서 미소하면 떠오르는 개념이 염화미소(拈華微笑) 혹은 염화시중(拈花示衆)이다.

그냥 앞뒤 빼면 이심전심(以心傳心), 심심상인(心心相印)...

마음과 마음이 통했을 때의, 하나가 됐을 때의 환희(歡喜)...

 

<1-4. 염화미소라 불러도...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과 금동 (관음)보살 입상>

 

 

 

 

 

지음(知音)과는 또 다르지만 아무튼 그럴 때...

득의(得意)와는 또 다르지만 아무튼 그럴 때...

불교에서의 보리(菩提)나 해탈(解脫), 열반(涅槃), 깨달음의 그 순간...

조금씩 내포하는 의미가 다르겠지만 입모양이 아닌 마음이 만드는 미소...

표정이 만들고 마음이 동하여, 느낀만큼 함께 지을 수 있는...

 

<1-5. 미소를 읽다... 경주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과 예천 한천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눈이 웃고 얼굴이 웃어

가식도 꾸밈도 없는 순수한...

그런 걸 뒤센 Duchenne 미소라 그러나?

행복한, 평화로운, 자유스럽고 자연스러운...

그런 미소를 보고 싶었다.

 

<1-6. 그냥 좋은...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과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생각해보면 그 많은 불상 중 미소를 간직한 표정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메시아로서, 영웅으로서, 신상으로서, 신격을 갖춘 깨달은 자의 표정이

항상 미소어린 자비자애로움으로만 표현되지는 않겠지...

그래서 기복(祈福)과 해방(解放)과 존숭(尊崇)의 묘한 조화를 지향하는

종교의 교주가 갖출 품격에서 미소는,

완성-완벽-이상적인 표정만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일 거 같기도 하고...

 

<1-7. 절에서 만나는 가장 익숙한 표정의 불상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소조여래좌상과 김제 금산사 미륵전 석고미륵여래입상>

 

 

 

 

 

그래선지 불상의 표정은 다양하다.

위계도 있고, 역할도 있고, 시기-상황도 있을 거고...

누군가는 악을 쫓아야 하고,

누군가는 위로해야 하며,

누군가는 포용하고 군림해야 하는 불보살과 그 권속들의 표정은

인간군상만큼 다양하고, 인간의 변덕만큼 다채로우며,

인간이 맞닥뜨릴 상황만큼이나 예측불가이기에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할 수 없겠지.

 

<1-8. 이런 강직하고 근엄한 표정도 있다... 영천 선원동 철조여래좌상>

 

 

 

 

 

그래선지 미소를 띤 불상은 귀하다.

때로 불상을 다듬고 조각하는 이의 손과 마음을 닮을 수도 있고,

무표정한 불상임에도 배례자가 보고싶은 표정으로 비틀 수도 있고,

어느 한시점 – 목적을 가지고 모인 군중들의 심리는 룰을 바꿀 수도 있다.

그 모든것을 미소라는 개념이 감당한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일 거 같다.

 

<1-9. 우리는 하나의 불상을 보면서도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

 

 

 

 

 

그래서 신상의 미소는 더 고귀할지도 모르겠다.

슬픔을 위로하고,

기쁨을 열락으로,

나를 알아주고,

나와 통할 수 있는 자유로움...

 

<1-10. 미소를 머금은... 활짝 웃는 모습과 함께 있으면, 딱딱한 돌에도 온기가 더해진다... 경주 남산 장창곡 미륵삼존상 협시불과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

 

 

 

 

그 모든것에 교감하면서 채우고 비우고 느끼게 만들려면,

하나로 묶어내려면 얼마나 압도적이어야 할까?

얼마나 크고 아름다워야 할까?

존재할 수 없는 현실, 정형화할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무개념을

인간의 언어로 인간의 표정으로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어떤 영역의 산물일까?

비워져야 느낄 수 있는 가벼움과 벽이 깨지고 차원을 넘나들어야 채워지는 평화로움...

그런 걸 교감할 수 있게 만드는 표정이라면

아름다움이란 개념 외에 다른 언어가 필요치 않을 거 같다.

 

<1-11. 그 중 딱 하나를 꼽는다면, 나는 이 얼굴을... 구미 선산읍 금동보살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