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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보살입상 2 – 좌대와 미소
보고 싶었던 미소가 있다.
과연 볼 기회가 있을까 싶었던 불상이 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볼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정말로 기쁜 마음으로...
백제의 금동보살입상이다...
2-1
생각해보면 많은 미소가 수식어를 갖고 있다.
한국인의 얼굴을 비롯해 백제의 미소, 신라의 미소, 천년의 미소...
그리고-또는 순수한, 천진무구한, 화사한, 상큼한, 아름다운 미소...
참 많이 찾고, 많이 보려 했다.
그리고 오늘, 같이 웃을 수 있는 미소를 본다...
<2-2. 한국인의 얼굴 안동 하회탈, 백제의 미소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신라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
아래턱이 두툼한 게 같이 출토된 부여 규암리 금동관음보살입상을 닮았다.
짧은 인중과 작은 입술에 통통한 아래턱은 구미 선산읍 금동보살입상 같다.
<2-3. 구미 선산읍 금동보살입상과 부여 규암리 금동관음보살입상...>
비슷한 손놀림이라 우기고 싶지만, 하관에 살이 많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눈에 띈다.
광고의 어딘가, 영상 속의 누군가에게 본 듯한 맑은, 너무 현실적 미소가 낯설다.
2-3
벗겨지고 거칠어진 피부와 부러진 손가락에 잃어버린 대좌...
그리스 ‘바다의 아프로디테’처럼 뭔가를 짚어야만 완성될 거 같이 허전한 오른팔,
<2-4. 백제 금동보살입상과 바다의 아프로디테/폼페이 전시회 중... 포도넝쿨이나 의자 등에 기댄 조각들을 본 기억이 있는데, 못 찾겠다... 꾀꼬리>
여성스럽다고 말하기엔 작은 엉덩이에 비현실적으로 비튼 골반...
짧고 가냘픈 다리 때문에 무너진 균형과 그로인한 어색함...
2-4
과장스러운가?
불안한가?
이 불상을 빚은 이의 맘으로 들어간다면 ;
잃어버린 좌대를 다시 받치는 것만으로 이 모든 불편함이 해소된다.
그렇게 왜곡은 조화를 찾아가고, 인위적 과장은 자연스럽게 치유되고,
어설펐던 불편함은 완전한 균형으로 자리 잡는다...
<2-5. 7세기 초반 금동입상의 좌대 중에서 가장 어울리는 좌대를 골라봤다...
백제 금동보살입상은 좌대에 디딤판을 두고 이를 좌대에 붙이는 방식(후대의 발밑에 꽂을대를 둔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을 중심으로...
왼쪽부터 서울 삼양동 금동관음보살입상/고구려/국보127호, 구미 선산읍 금동보살입상/삼국/국보183호, 공주 의당 금동보살입상/백제/국보247호, 부여 규암리 금동관음보살입상/백제/국보293호>
너무 유명해서 손대기 싫었겠지만,
또 다른 작위가 더 큰 왜곡을 조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내가 규레이터라면 적당한 높이의 좌대를 만들었을 거 같다.
대좌를 잃어버린 또 다른 국보 184호 구미 선산읍 금동보살입상처럼...
미켈란젤로와 베르니니의 조각도 기단과 배경, 그리고 부재가 절반 아닌가?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살짝...
<2-5, 뜬금없을지 모르겠지만, 서양 조각상에서도 좌대는 중요하며, 개인의견이지만 미켈란젤로와 베르니니만큼 기단부를 잘 활용한 작가도 없다는 생각에서 비교한다...
시대의 문제도 있지만 불상들이 너무 점잖지? 종교와 신화에 접근하는 사고패턴이 다른 거다...^^
구미 선산읍 금동보살입상/신라/7세기/국보184호/대구박물관, 다비드 모조상/미켈란젤로/1504년/피렌체 팔라초 베키오 입구, 아폴론과 다프네/베르니니/1622~25년/로마 보르게세 미술관/위키백과에서...>
그럼에도 부족함이 없다.
심상으로 그려보는 상상을 시각적 실체가 없다고 아쉬워만 할 필요는 없으니까.
<2-6. 여러 방향과 각도로 백제 금동보살에 구미 선산읍 금동보살 좌대를 붙여봤다... 머리로 상상하는 것을 손으로 그리는 건 역시 어렵다...^^
좌대가 받쳐짐으로써 클 거 같은 머리는 균형을 잡고, 짧을 거 같던 다리는 비례가 맞아진다. 역으로 본래 불상의 머리가 작았거나, 다리가 굵고 길었다면 좌대로 인해 모든 비례와 균형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누가 이런 그림 완벽하게 그려줄 사람 없나???>
그래도 맞춰보니 좋다
없는 걸 탓할 수도 없고...
아무튼 여전히 좋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만큼 환한 미소를 짓는 표정은 없기 때문이다.
2-6
그리고 한두번 봐서 질릴 미소가 아닌, 가슴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온도까지 있기 때문이다.
강요받지 않은, 그냥 스며들어 오래고 잔잔하게 내 심상에 체득으로 남는다면,
그게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경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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