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산책 1... 부여박물관으로...
전주에서 올라오는 길...
결핍의 건조함 때문일까?
아니면 뭔가 어수선한 울림 때문일까...
<이 모습이 딱 나일지도 모른다...ㅎㅎㅎ>
많이 돌아다니고 흐트러진 일주일...
오늘은 아마도 그 정점이 아닐런지...
원주에서 아침, 전주에서 점심, 서울에서 저녁...
일주일 동안 각각 한두번씩 간곳을 오늘은 하루에 돌아다닌다...
<귀면상 같은 이수? 생각할 꺼리가 많은...^^>
청양 장곡사에 다녀오리라 굳게 마음먹었건만
색시의 한마디에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나보다...
신랑이 제일 어른이니까 참석하든지 알아서 하숑~~~
코빼기만 비추겠다는 마음에는 변화가 적다...^^
내가 시작하지 않은 일의 성과를 (내가) 가지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무관심하거나 최선을 미루는 건 결코 아니고...
단지, 일의 성과는 나의 참여여부와 무관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
해서 시작한 일은 끝을 보지만
참여의 정도와 수준에 나의 시간과 정성은 비례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을 뿐이지...
한낱 객으로 얼굴도장 찍는 자리에 무게 잡고 있을 이유는?
세상사는 사람 대부분의 대답처럼, 그 이유는 충분히 있다... 많다...
아직 세상을 철없이 사는 내게, 익숙하지 않을 뿐...
해서 <코빼기만 비추기>에서 <저녁까지는 먹기>로 약간 수정했다...
갑자기 2시간이 사라진 기분...
장곡사는 포기한다...
대신 부여에 발길이라도 담고 가겠다는 욕심...
이런 나를 색시가 알면 가만있지 않겠지만
나중에 알면 한마디 할게 분명하다... 차 많이 막혔어?
실은 약간의 여유가 있다는 생각에 전주박물관에 들리러 계획했었다.
문제는 동쪽으로, 남쪽으로 서울에서 조금 더 멀어진다는 거.
답사여행 코스잡기에서 길들여진 나의 행적은 가장 멀리서 시작하는 거다...
해서, 여기서 더 멀어지면 안 된다는 핑계로 부여로 행선을 바꾼 것.
조금만 짬을 내면, 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고
둘러볼 곳이 적지 않은 곳이지만
왠지 부여박물관에 뜸했다는 생각...
부여박물관이 서운해 할 이유는 없으나, 내가 아쉬워 찾기로 했다...
<석조... 물이 자유스러운건지, 석조가 분방한건지... 꼭 생긴 모습만큼 채워지나 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이기적이다...
생각할수록 무척 이기적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정말 이기적이다...
내, 오늘서야 그것을 깊이깊이 깨달았다...^^
저녁에 색시한테 교육 받았다... MBTI 평가지 꺼내놓고...ㅎㅎㅎ
부여로 들어가는 길목에 일단 머릿속을 비우기로 했다...
마음도 비우고...
생각도 비우고...
잠시 산책을 나선 길이니 오늘은 짧게 생각하자만 생각하기로...^^
낮은 높이에 직선의 처마는 관공서가 주도하는 콘크리트 구조의 특성이다...
넓은 부지에 약간의 볼륨과 부분적으로 차용한 갖가지 장난들...
기와집도 아닌 것이, 석조건축도 아닌 것이, 조적조도 아닌 것이 현재의 부여박물관이라면,
예전의 부여박물관은 의미가 있는 건축이었다...
나는 여전히 김수근씨가 만들었던 옛날 부여박물관 건물이 좋다...
60년대, 일제 식민지의 모든 영화를 누리고, 유산을 물려받은 보수언론에 의해
<가장 일본적인 건축>으로 매도당하고 철거를 강요받았던 부여문화재연구소...
그래도 한국건축 1세대인 김수근과 김중업씨는 나름의 철학과 고집으로
전통의 미와 현대의 기술, 그리고 미래의 트렌드를 읽으려 한 것 같은데...
지금의 부여박물관이 주는 건축공간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지?
백제? 부여? 박물관건축? 한국적 건축? 하다못해 지역 건축의 특성?
딱 하나 느낀다... <관공서 건축>...
<사진이 없어 박물관도록의 사진을 인용한다...>
그래... 내가 언제 박물관 가서 건축타령 하러 왔나 자문하면서도
문화재를 담은 건축공간이 뭔가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만은 접지 못하겠다...
그래도 언젠가 왔을 때의 답답한 공간과, 멋대로의 야외전시는 바뀌었다는 생각...
땅이 넓어지면 하고 싶은 게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심인가 보다.
그러나 그 공간에 이야기를 뿌려놓고 꿈을 꾸게 만들어주면 좋으련만...
<석조... 부여 관북리, 백제 7세기, 보물 194호>
박물관에 뭘 보러왔지?
백제대향로? 백제의 불상? 근데 백제에 대해 제대로 알기나 한가?
ㅎㅎㅎ 유물과 유적으로 만나는 고대인들과 우리들의 선인은
역시 생활상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고서는 디테일한 그림이 잡히지 않나보다...
그래서 선사유적은 대충 건너뛰고 <청동기>에서부터 다시 살펴본다...
세계문명 어디에서도 금속을 다루기 시작한 인간들에게는 비슷한 미감들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짧게 잡아 3,500년을 잡거나
이집트에서 고조선까지 청동기에 시절에 만들던 무늬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하긴 지구의 역사를 생각하면 찰나에 존재하는 5,000년간,
인간이 변했으면 얼마나 변했겠는가 싶기도 하고...
<대쪽모양동기... 박물관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지만 예의상 후레쉬 사용을 안했고, 수동 카메라는 셔터소리가 너무 커서 디카만 사용했다... 사진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이해하시고...>
몇 년의 주기로 반복된다는 아메바 무늬를 이집트나 중동의 고대인들은 즐겨 사용했고
체크무늬나 기하학적 무늬, 게다가 화염문 같은 불꽃무늬는 수천년간 디자인의 핵심에 있고
굳이 브랜드를 거론하지 않아도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모든 디자인은
한마디로 <고대문양들의 차용>에 불과하다.
<한국식 동검... 이건 수동 카메라로 찍은건데 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현대에 조금 변한 게 있다면, 문자가 디자인 되고 형상과 더 다양하게 결합되었을 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색깔의 조합에서 훨씬 자유로워졌다는 것뿐이 아닐지...
음~~~ 세모, 네모, 원에서 벗어난 유일한 건축구조가 하나 있기는 한 것 같다...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
아무튼 그런 이유로 청동기의 무늬와 형상을 살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박물관 내부... 백제의 여러 문양들...>
<부여 동사리 오층탑, 고려 11세기... 다양한 장식들이... 상륜부가 차라리 없었다면?>
한 가지 새롭게 보는 것은 <토기>다...
백제에도 토기가 있었네?
ㅎㅎㅎ 세상에 인류의 역사를 바꾼 토기와 문자와 칼이 어느 세상에 없었겠는가마는
나는 지금까지 백제의 토기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신라나 가야의 토기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 있는 것 같고...
늘상 익숙하고 친숙한 전시박람과 문예비평을 통해
백제와 고구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부여나 고조선이 가진
토기의 특징을 나는 알지 못한다.
백자의 형과 선이 어떻고, 청화의 깊이와 철화의 문양이 어떻고
분청사기가 어떻고 청자가 어떻고 무수히 박물관을 드나들며 자질했던 감식안이
토기를 보고는 뭐라 할 말이 없다...ㅎㅎ
즐거운 일이다...
복잡함과 정교함을 문물의 척도로 삼으려는 나의 얄팍함이 가벼워서...ㅎㅎㅎ
불과 철과 칼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가 문명의 깊이와 지속성을 좌우하던 시기...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곡식을 담고, 음식을 나눌 수 있는 그릇이란 대단히 깊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
보관과 저장, 그리고 분배와 서열이 가능할 수 있는 문명의 시발이 토기이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가 훔쳐온 불이 추위와 짐승에서 인간을 보호하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프로메테우스의 뜻이 <깊이 생각함> <미리 생각함>인가요? <지혜>는 불에서 나왔다?)
선언하는 순간이, 농경을 통한 정착의 시대이고, 인간이 토기를 만든 시기다...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 그릇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대단한 변혁...
흙을 다루는 불의 온도에 따라 우리는 토기와 도기, 자기를 구별한다.
자연히 토기와 도기와 자기는 질과 내구성, 위생적인 측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고
정제된 흙의 성분과 유약과 문양에 따라 소위 심미적인 공예품으로 감정되지만,
토기는 토기 자체로 色과 線과 形과 體가 평가되지 못하고, <장식>으로 판단된다...
굳이 하나 더 생각한다면 가야의 뿔잔(角杯)을 보면서 지중해와 남해를 연관시킨다는 점...
그래도 나 같은 문외한을 위해 토기의 중요성을 감지하고
문명의 교류를 확인하고 증명코자 하는 많은 이들의 노고가 인정되어
박만식 교수가 기증한 토기들이 한 공간을 차지하고
토기파편에 붙어 있는 개구리 한 마리에 고고학자들은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백제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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