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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여행> 두타산행-추암일출과 청옥산에서...9208

* 사진 찍었던 날에 약간 혼돈이 있어 찍었던 날짜만 다시 표기한다...

* 들어가는 말 일부를 수정하고...^^

 

하루종일 내리는 비...

어디론가 가고 싶은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주 어수선할때 예전의 글들을 꺼내 읽으며 지난 시간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대학다니다가 군대가고 무슨 일좀 하다가 원주로 내려왔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세번째쯤 변화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는데...

건설회사에 2년 가까이 지내다가 두타산에 오른적이 있다.

새로운 의미도 찾고 싶었던 차에 두타산 무릉계곡에 푹 빠졌었다...

 

그후로 몇번 갔었고 조난을 당할뻔도 했던 산이 두타산이다.

무슨 고집이었는지 하루에 세번 정상을 올랐었다.(아마 93년 10월이었을 것 같다^^)

길도 없는데 방향만 생각하며 새 길을 찾겠다는 고집으로...

결국 달보고, 별보며 보이지도 않는 길을 뒹굴며 내려왔던 산...

 

ㅎㅎ 이글이 92년 8월말에 쓴글이니까 15년이나 된 글이다...

앞에, 중간에 길고 긴 글들이 있는데 몽땅 잘라냈다...

그리고 단어들, 조사들 몇개 손 보고...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어 한구절(^^표시)을 추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길게 썼었다... 여기에 옮긴 부분은 산문식으로 쓴 부분에 한한다...)

 

언제 시간내서 두타산에 올라 사진들 다시 찍어 올리려 생각했는데 몇개만 올린다.

92년 8월, 93년 10월, 2001년 5월 사진들이 혼재 되어있다.

(몇년후 스캔했었는데 컴용량 생각하느라 작게 했었다...^^)

액자 두세개 만들어 가끔 보는데 컴에 올린 사진이 작아서 아쉽다...

훨씬 좋은 폭포고 산인데...

 

편안한 마음으로 건설회사에 발디딘지 얼마 안된 내 모습을 생각해 본다...^^

잠깐 어디가서 물구경이라도 하고 와야겠다...

폭포를 보고 싶은 날이기 때문이다...^^

 

 

<철원 삼부연 폭포... 소리가 참 좋았던 폭포... 폭포 사진만 모아봐도 재미있을텐데...> 

 


   추암에서 일출을 바라보다...

   

   해가 뜬다.

   날이 밝아 온다.

   수평선 멀리, 구름 밑에서

   빛으로 밀어낸 어둠을 마지막까지 벗기며 바다에서 해가 올라온다.

 

 

<9310/추암 촛대바위... 요즘 보고싶은 일출은 북한산으로, 그리고 한강으로 떠오르는 해다...> 

 

 

   일출은 아름다워야 하는가?

   바다와 하늘을 붉은 색으로 가르며 커다란 원을 그려야하는가 ?

   타인들의 언어로 그려지는 그런 그림과 똑같아야 멋있는가?

   그러나 내게 중요한 것은

   자연의 시작과 가까워진 공간과 시간만큼 행복하다는 것.

 

   설사 일출이 구름 속에 그냥 묻혀 버려도,

   바다가 토해내는 둥근 원을 그려내지 않아도,

   빠알간 빛줄기가 자신만을 위해 비추지 않아도,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을 밝게 비추지 않아도,

   일출을 볼 수 있는, 아니

   일출을 보기 위한 그 기다림만으로도,

   기대와 희망,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볼 수 있다는 기회만으로도,

   일출은 나에게 탄성을 요구한다.

   일출은 나에게 환한 웃음을 비추어 준다.

 

 

<9208/ 추암 촛대바위... 애국가의 한장면으로 유명해졌지? 그때는 철조망을 뚫고 들어갔었다...> 

 

 

   늘 떠있는 하늘의 해.

   항상 해 뜬 다음에야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나의 게으름.

   모두가 항상 봐왔던 해의 출몰은, 때로는

   이렇게 아름다운 시간으로,

   때로는 잊혀졌던 사실로 내게 다가온다.

   일출로 사라지는 별들의 반짝거림,

   일출로 사라지는 밤의 적막과 고요함,

   일출로 사라지는 평안한 안식,

   그러나 우리들은, 사라지는 그 모든 것보다도

   지금 이순간의 새로움과 환희를 찾기 위해 일출을 미화한다.


   왜 ?

   일출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함과

   일출을 읽어 보려는 풍부한 여유,

   그리고 일출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수많은 언어와 시간들,

   일출,

   그 자체로 완성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우리들은 살아있는,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의 정서로 노래한다.

   우리들의 시가 있어 일출의 아름다움은 그려질 수 있다.

 

 

<동해바다... 가끔은 동해의 깊고 푸른 물결과 바위에 부딪힌 포말을 보고 싶을때가 있다...> 

 

 

   일출의 아름다움은,

   일출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맑고 투명한 열린 마음을 필요로 한다.

   하늘의 태양처럼 환한 그런 마음을...

   일출은 그래서 아름답게 노래된다.

   그렇게 일출의 멋으로 간직된다.

 

 




   두타산행 - 청옥산 정상으로...


   무릉반석이 도착한다.

   넓다 !

   적당한 물줄기가 비껴나가며

   때로는 급하게, 때로는 완만하게 흐른다.

   급하면 좁고, 완만하면 넓게.

   좁을 땐 빠르게 흐르고, 빠르면 좁은 선택만이 주어진다.

   완만함은 주변의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하지만,

   흐름이 없다면 방향이 없어진다.

   그러나 이 모든 느낌과 생각은 넓은 반석이 있기에 가능한 것,

   무릉반석은 넓다.

   넓게 열려 있음은 무한한 가능성을 인간에게 제공한다.

 

 

<9310/삼화사 올라가는 길 앞에 넓게 펼쳐진 무릉반석... 참 넓다...> 



   물이 노랗다 ?

   물빛은 바위의 색, 돌의 언어다.

   바다는 파랗다.

   하늘이 파랗기 때문이다.

   무릉계의 물은 노랗다.

   본디의 색이 무색이거늘 주변의 환경에 물이 순응한다.


   깊다 !

   세 발짝 들어가면 허리,

   돌을 던지면 얼마동안 돌멩이는 수영을 한다.

   노랗던 물이 이제는 파래지고

   드디어는 검푸름으로 변한다.


   깊이가 없는 물,

   그런 물은 항상 검고 푸르다.

   깊이가 없는 물, 그런 물은 두려움을 준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거부의 대상이 아닌 감탄의 대상이요,

   신비의 감상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노랗고 검푸른 계곡은

   맑다.

   깨끗하다.

   쾌청하다.

   그리고 힘이 있다.

   그 힘이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9208/ 두타산 쌍폭포중 한줄기... 가장 좋아하는 폭포중 하나다...> 




   학소대를 지나

   쌍폭포를 지나

   용추폭포가 다가온다.

   이름 모를 바위들이 더 많고

   이름 모를 나무들이 더 많고

   모양 없는 돌멩이들이 더 많다.


   자연만을 느낄 것인가?

   멋만을 생각할 것인가?

   자연의 신비만 노래할까?

   예전 생각들...

   이런 곳에서 살면... ...

   집을 짓고, 사랑하는 연인과 한평생 살면... ...

   자연을 노래하고,

   시를 노래하고,

   수많은 무상과 무위와 무념을 갈망했던 자연의 정경,

   나는 그런 조화를 그린 적이 많았다.

   물론 그 자체의 예찬만으로도 기뻐했고.

 

 

<양양 가는 길... 같은 강원도 산이라도 두타산에서는 이런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청옥산 올라가는 길은 계곡에 계곡만 이어져 주변에 보이는 게 없다...ㅠㅠ> 




   자연은 항상 극복된 모습, 완성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허위에 비유되고

   세속에 비유되고

   소인에 비유되고

   무질서에 비유되고

   부조화에 비유되고

   그리고 허무와 영달에 비유된다.


   자연은 인간의 삶과 늘 반대의 이상으로만 노래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삶이 통일되는 그 어떤 모습과 감동을 우리는

   노래하지 못한다.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을 보호하며,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말 밖에.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

   가장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사회,

   시간이 역사로 표현되기 시작한 인류사의 증거인 자연,

   무념무상의 허실을 실타래처럼 얽어 놓고

   계산과 정리를 위한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연이 주는 감상과 감흥은

   아직도 잔잔한 흥분으로 나를 들뜨게 한다.

 

 

<담양... 자연의 색감을 생각하면 항상 먼저 떠오르는 사진이어서 붙여본다...> 




   사진은 그림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찍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빛의 각도와 명암에 따라 달라진다.

   방향과 구도에 따라 달라진다.

   주제에 따라 달라지고,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현상된 사진은

   무척이나 더디게 그려진 낙서다.


   그 낙서마저 똑같이 해석되지 않는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보는 순간의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이야기 하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간직하고자하는 감동도 달라진다.

   미술은 그런 것이며

   예술은 그런 것이며

   인간의 삶은 그런 것이다.

 

 

<0105/ 용추폭포 올라가는 길... 무릉계곡이 한 부분일듯...> 

 

 


   왜 ?

   저마다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가장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 ?

   사진기라는 도구와

   사진기를 다루는 사람과

   현상된 사진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깊이가 비교적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영혼의 눈높이가 비슷할 때^^

   작품은 채색되어 노래되고

   그러기를 바라는 인생은 시작되고

   또 그렇게 끝난다.

   그 인생의 깊이만큼.

 

 

<발왕산에서... 가끔 태백준령 어느산이든 오르면 동해바다까지 보고 싶은 욕심이 간절하다...> 

 


   산이 있어서 올라간다.

   정상이 있어서 올라간다.

   산은 보기위해 존재하기 이전에

   인간의 정복으로만 노래된다.

   건강을 위하여

   건전한 여가를 위하여

   충분한 휴식을 위하여

   자연스러움의 확인을 위하여.

   그리고 누구도 가보지 못한 시간을 독점하기 위해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도구의 하나로 산에 오른다.

   분명 산행은 인간의 자기 과시 이전에

   등산하고자 하는 충분한 역사와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등산은 인생에 비유되는지 모른다.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밑에서 바라볼 때와 위에서 내려 볼 때

   준비와 과정과 결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노력과 땀의 대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연과의 싸움, 자신과의 싸움에 대해 생각할 때

   도전과 성취와, 가능성과 인내력을 이야기할 때


   산이 있어 인생이 있는지,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어 인생을 산행에 비유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산이 있어 정상으로 향한다.

 

 

<9310/두타산 두번째 산행... 조난 당할 뻔했던 때... 나는 두타산이 그렇게 크고 넓은지, 태백산맥의 산줄기가 그렇게 광할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사람이 다닌 흔적들은 남아있는데 길도 없고 오로지 동해바다를 보며 내려오고 싶다는 열망에 결국 돌고돌아서 세번 정상에 올랐었다... 고집불통...^^ 6시쯤 출발해서 11시 넘어서 내려왔던 것 같다... 길이 푹꺼진 절벽...^^>

 

 

 

   올라갈 때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한다.

   그러나 내려올 때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법.

   올라갈 때, 힘이 든다.

   내려오기는 또 그만큼 어렵다.

   목표가 있으면 방향이 있고, 수단이 있고 결과를 생각한다.

   또한 포기가 생기고, 고집이 생기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생각하고.


   산행은 자신과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외로움도 느끼고,

   타인이 내민 마음의 고마움도 알게 되고,

   그리고 성취의 기쁨도 준다.


   산행이 아닌 그 무슨 행동이라도

   자신과 친해지는 시간이 된다면,

   그건 분명 소중하고 향기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과거의 자신,

   현재의 활동,

   미래의 계획,

   자신의 삶에 대한 무척이나 많은 회상과 영상들이

   한걸음 한걸음마다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9310/쌍폭포-용추폭포 올라가는 길의 계곡...사진이 부족해서 그렇지 정말 좋은 계곡이다...> 



   힘차게 올라가던 나의 발걸음은

   정상에 다가와서는 1분 동안 40여 걸음 밖에 걷지 못했다.

   힘들수록 무수히 주저 안고 싶었고

   수없이 뒤를 돌아본다.

   4시간동안 나는 3팀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의 인사가 유일한 힘.

   경험을 나누는 것, 타인의 기억에 남는 것, 동행의 사람을 본다는 것,

   그것이 힘이고 원동력일 수 있다.


   하고 있다는 자만과 할 수 있다는 오기는,

   말라오는 입술처럼 애처롭다.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의 주문밖에 없었다.

   나는 하고 있으며,

   할 수 있다는 암시.

   나는 다짐한다.

   가자 !

   나는 할 수 있다 !

   가자.

   할 수 있다.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암시는

   하겠다는 의지로 바뀐다.

   온통 땀이다.

   옷이 땀으로 변하고 가방도 젖고 그 속도 땀으로 젖었다.

   단내가 나는 입 냄새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으로 적셔진다.

 

 

<9208/ 쌍폭포중 한줄기... 요즘같이 물이 많을 때면 정말 환상적인 곳이다...^^>

 


   보지 않은 정상은 희망을 준다.

   어떤 산일까,

   어떤 모습일까,

   알 수 없는 그 모습, 보이지 않는 그 모습,

   단지 정상이라는 의미에 꿈을 키운다.

   그 꿈은 이정표에 기록된 시간이 키워주고

   먼저 올라갔던 사람들의 격려 속에 힘이 생긴다.


   아무리 힘들어도

   먼저 올라간 사람이 있기에 뒤따르는 것이며,

   뒤따르는 나의 늦은 발걸음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나에게 처음이라는 의미는 항상 경건하고 겸손함을 요구한다.

   그 경건함을 나는 땀으로 메우는 것이다.

   땀의 보람과 성취는,

   지금의 모든 아픔과 의지와 정열을 보상해 줄 수 있을 것이다.

 

 

<0105/ 쌍폭포... 지리산 불일폭포와 함께 가장 마음에 남는 폭포로 기억한다...>

 


   지금 여기에서 포기한다면,

   내려가는 그 길마저 고통스러울 것이다.

   아니 내려가는 그것마저 포기할지 모른다.

   이제는 포기한다는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일 수도 있다.


   하나의 선택은 책임을 수반하는 것이고,

   책임은 지속성을 요구한다.

   그 지속성을 단절할 때

   모든 계획과 지금까지의 과거는 백지가 될 것이다.

   파괴될 것이다.

   후회하지 않은 선택,

   그것은 항상 어려운 것이지만

   자아실현과 성취의 기쁨을 보장해 줄 것이다.

   성취는 도전을 필요로 하며,

   도전은 노력과 땀을 필요로 하고,

   그 땀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인간은

   자연과의 싸움,

   타인과의 싸움에 앞서,

   자신과의 투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은

   모든 삶과 역사의 끝맺음이기도 하다.

 

 

<0105/ 쌍폭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쯤 보이는 계곡의 경취는 정말 아름답다...^^> 




   결국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

   이 주위에서 나는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

   가장 높이 서있다.

   가장 멀리 볼 수 있다.

   ... ... ...

   ... ... ...

   ... ... ...

   경치로서의,

   정상으로서의 청옥산은,

   충분한 기쁨과 상쾌함을 주지 못한다.

   만약 두타산으로 올라갔다면 ?

   정상을 향한 선택은 분명 올바른 것이었지만,

   장소를 변경한 선택은 분명 초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나의 선택이었고,

   나의 한계였다.

   그 한계가 나에게 또 다른 목표를 제공하지만

   나는 나의 선택을 인정하고 존중 한다.

 

 

<담양 나무하늘... 나는 청옥산 정상에서 동해바다를 볼 줄알았었다...ㅠㅠ>

 


   이제서야 이제서야

   나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래 원점이다!

   정상이라는 끝은 이제 시작이라는 시점이 된다.

   원주에 내려온 1년 8개월,

   청옥산 정상에 오른 나의 좌표,

   나는 이것이 원점임을 인정한다.


   나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이시기를 돌이켜보고 평가할 것이다.

   평가를 위한 출발 !

   그것이 나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 ... ...

   ... ... ...

   ... ... ...

 

 




   산을 내려올 때,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내려왔다는 여유가 확인될 때 잠시,

   인간은 뒤를 되돌아 볼 것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 애써 여유를 찾으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일부러.


   15시 30분에 시작한 하산,

   첫길, 험한 길, 많은 시간,

   너무 늦은 시간임을 느낀다.

   산을 내려올 때

   사람들은...

   인간은 이제서야 내려간다는 의미를 생각한다.


   아름다울 것 같은 무수한 광경들을 포기하고

   관성으로, 무념이 재촉하는 발걸음에 몸을 맡기며 내려간다.

   100여 미터가 훨씬 넘을 것 같은 폭포도 포기하고,

   계곡의 물굽이도 포기하고...

   짧은 시간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9208/ 3단으로 이루어진 용추폭포... 마지막 물줄기...> 

 


 

   웅장한 계곡에

   작은 몸을 맡겨본다.

   시원하다.

   차다.


   등 뒤의 물소리는 두려움을 준다.

   바라보이는 계곡의 파편들은 무아의 경지를 열어 준다.

   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바로 이런 것.

   두려움과 신비.


   깊은 호흡을 필요로 한다.

   깊숙한 호흡에서

   맑은 정신을 되찾아 본다.

   몸을 씻는 것은

   깨끗한 정신을 되찾는 것일까 ?

   그래, 긴 호흡이 필요하다

   강함을 필요로 한다.

   준비가 필요하다.

   나에게서 다시 시작하자.


   자연에 맡긴 몸은

   다시 옷으로 가려졌지만,

   자연에서의 느낌과 감흥은

   항상 나를 벗길 수 있을 것이다.

   발가벗은 몸 !

   발가벗은 정신 !

   발가벗은 경험과 지식 !

   자연은 그것을 일깨워 준다.

   ...


 

 

 * 내가 본 계곡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이곳 1) 동해 두타산의 무릉계곡일대 2) 영월 내리계곡 주변 3) 화순 동복주변이다. 그리고 설악산과 지리산의 계곡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방점이 산으로 집중되고, 금강산을 가본다면 어쩔지 모르겠다...^^

 

* 산 좋아하시는 분들께 꼭 추천하는 곳이다... 두타산이나 청옥산은 동해시에 위치하고 1400m가 넘는 조금은 험한 산이다... 해서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2시간 정도 차분히 계곡만 다녀오셔도 충분히 마음을 씻을 수 있다고 감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