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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산책> 치악산 구룡사에서... 070827

도산서원 정리가 길어진다...

ㅎㅎ 충분히 예상했지만 시작도 끝도 없이 길어지고 있다...

어쩐지 오늘도 건너 뛰면 허전할 것 같아서 사진 몇장을 올린다...^^

쉬어가는 의미에서...ㅎㅎ

 

몇가지 일이 겹치다 보니 조금씩 늘어지고 있지만 시작한 글... 끝은 맺어야지...

잠시 쉬면서 백중날 들렀던 구룡사 주변의 치악산 계곡물을 담아 보았다...

사진은 원본크기로 올렸다(더블클릭하시길...생각보다 시원하다... 그렇게 올리니 재밌기도 하고...ㅎㅎ)

오늘쯤이면 다 쓸지 모르겠다...

 

 

 

 

 

비가 온다.

비는 왜 온다고 하지?

비는 내리는 건데...

하긴 내리는 눈도 온다고 말한다.


내게로 온다는 건가?

어머니의 자궁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게

비가 내게로 온다는 건 양수를 유영하는 내게 전달된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일까?

(어머니라 쓰는 것보다, 엄마라고 쓰는 게 훨씬 정겹고 작아지는 느낌이 드네???)

가끔은 빗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줄 때도 있다...

 

 

 

 



山에 가서 山을 본다는 건... 가능치 않다...

山은 멀리서 보이는 것이지,

山에서 보는 건 山이 바라보던 우리들일지 모른다.

山에 간다는 건, 山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山을 느끼거나, 山이 지켜보던 나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닐까?


미쳐 그치지 않은 비가 머무르는 산은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 준다.

습함이 아니라 상큼함이다.

나무들이 내뿜은 산소마저 맑게 느껴지는 건

더위를 식혀주던 빗방울이 모여 계류를 만든 여울물들의 깊은 소리 때문이다...

살아있으면서 움직이지 않는 산과, 生死없이 생명을 품은 물은 그렇게 만난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필요에 의해 산사를 찾을 때가 있다.

망자를 위로하고 안녕을 기원하는 게 마음이고 바람이지만 때로는 격식도 요구되는 법...

급히, 그리고 짧게 찾은 치악산 구룡사의 익숙하지 않은 부산함과 어수선함은

산사의 가람배치와 무관한 나만의 적막과 침언으로 가려지기도 한다.

 

 

 


이층전각의 사천왕문은 낯설다 못해 조금은 짜증스럽다.

생각해보면 이층전각이나 규모를 갖춘 전각들은 옛 백제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백제의 우아함은 작고 귀여운 것이 아니라, 넉넉한 포용력이 뒷받침 된 높고 큰 맛이다.

구룡사 사천왕문은 시대양식도, 조화로운 건축형식도, 지역적 특색도 아닌

과시와 의지로 세상을 조롱하는 몇 사람의 아집일 뿐이다...

 

 


그래도 산사가 산사인 이유는 태동하지 않는 조요함이 산속에 머물기 때문이고

바위돌에 부딪히고 여울을 내달리는 생동 넘치는 물소리에 깃든 세상 저편의 소리와

습한 기운 가득담은 나뭇가지에 묻은 청량한 바람이 주는 향기가 넘실거리기 때문이고

숨바꼭질하듯 다가오다 멀어지는 구름과 하늘의 즐거운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삼각대 없이 찍다보니 조금 흔들렸다...> 

 

 



물이 많으면 넓어지고 저편의 암반은 멀어진다.

물이 많으면 빨라지고 서로의 싸움으로 소용돌이친다.

물이 많으면 바닥은 숨고 물보라는 승천한다.

애써 폭포라 이름 한 구룡소에서 승천한 아홉 마리의 용을 찾는다.

 

 


좁으면 급해지고 때로는 떨어져 폭포가 되고

넓으면 얇아지고 개울물이 되고, 여울이 되고, 계류가 되고, 시내물이 되고, 도랑이 되고

때로는 한곳에 모여 저수지가 되고 호수가 되고

그리고는 깊이도 모르고 넓이도 모르는 바다가 되는 물...

 

 


물은 스스로의 변화가 아닌, 자신이 머무는 곳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산은 음이요, 물은 양이라...

그러나 아무리 음양을 구별해도 물은 자신을 담는 그릇에 순응할 뿐인데...

우리는 물을 담는 그릇은 보지 않고, 물이 머무는 시간은 보지 않고,

다만 공간으로 기억할 뿐이다... 흐르는 물만 볼 뿐이다...



 

 

 


시간의 흔적과 공간의 자취가 바람결에 잠시 소통을 잊고 순간에 머문다...

산사라 이름 하기 난감한 구룡사에서 자연의 향기를 담아 본다...

잠시, 짧게 또 다른 기억의 편린들을 필름에 담아 본다...

그날도 오늘도 만나야 할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다...

 

<구룡폭포, 구룡소에서... 첫번째 사진이 조금 더 맘에 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