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폭포 사진만 올리려고 생각하니 너무 건조한 것 같고...
* 그렇다고 새로이 뭔가를 쓰려니 이번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음이 사실이고 ;
보고 싶어 보고 왔는데, 왜 갔느냐고 묻지 마시길 ^^
* 언젠가부터 고등학교 다닐 때 썼던 시를 올려보려 했는데 마침 잘 됐다는 생각...ㅎㅎ
* 쌍폭포 사진은 더블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폭포를 찍은 사진에 한하여 원본크기로 올렸는데,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더블클릭하시면
크게~~~ 시원하게 보실 수 있을 듯...(이게 애초의 의도였음... 시는 나중에 추가한거고...^^)
* 사진만 보시길...
너무 어릴적 글들이다보니 웃으실 것 같아서...ㅎㅎㅎㅎㅎ
* 이 모든게 영화때문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한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반성의 시간도 있었고...^^
* 자연과 다시 친해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동해 두타산 쌍폭포에서 생각하는 어린시절... 070813...
우르르릉...
굉음이다...
투명한 무색의 물들이 모여
녹음의 푸르름을 간직한 채 흩어졌다 모이고 또 흐른다...
잔뜩 찌푸린 하늘 사이사이 작고 짧은 파란 빛깔들도 미소로 다가오는 시간...
자연을 걷는 마음은 조금은 헐겁고 충분히 자유롭다.
굳이 와야 할 이유도 없고
왜 가느냐고 묻는 이도 없다.
보고 싶어 나선 길에 목적은 없다.
그냥 보고 싶은 걸 무엇으로 막겠는가...
생각보다 먼 길이다...
치악산 주변을 살펴보며 갈 곳을 찾았다.
춘천, 홍천, 여주, 충주, 단양, 제천, 영월...
생각보다 선택의 폭이 넓지만 간만에, 아주 간만에 폭포를 닮고 싶다...
결국 두타산 쌍폭포네...^^
휴가철 차량들 사이사이...
늦은 출발은 늘 과정을 재촉한다.
200km 가까운 길... 생각 보다 멀었다...
귤도 챙기고, 양갱도, 사탕도, 물, 쥬스, 이온음료, 새우, 오징어링 등등등
간만에 삼각대도 들고, 렌즈도 세씩이나 준비하고
비옷, 양말, 수건, 반반지, 모자... 한 짐 잔뜩 지고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짙은 녹음만큼 시원할 것 같은 두타산이지만 장마의 끝자락에 습한 기운만 가득하다.
일기가 불안정 하겠지만, 수량은 풍부하겠다고 위안하며 산으로 들어간다...
<무릉계곡에서 바라본 삼화사... 두타산, 삼화사... 그 이름을 벗겨보는 것도 재밌는데...^^>
생각해보면 사람과 사회를 알기 이전에 자연을 대하는 법을 먼저 배웠던 것 같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우선인 유교와
무위자연의 모습을 닮고자 자유로워야 할 것은 도교,
그리고 약간의 선행과 시간의 무한한 연장인 불교...
내 몸에 간직된 한국인의 DNA는 그렇게 어린 시절의 좌표였을 듯싶다.
산과 들 속에 뛰노는 천연스러움이 아닌
의도된 접근과 해석의 도구로 다가온 자연이 내게 그리 편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규제된 학교생활과, 학습과 이원화된 가정이 담지 못하는 자아의 분열은
말하지 않아도 일방적 관계형성이 가능한 자연 속에 묻어 놓고 싶은 게 많았을지 모른다.
게다가 내가 살아야할 사회와 인간관계는 결코 책속에 존재하지 않았고
선생님들의 말과 시험지로도 충분할 수 없었으며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의 의식 속에서도 쉬이 감지하지 못했던
나의 우둔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턴지 연지도 조성되고... 범일국사, 삼국통일과 왕건, 신라시대 창건과 개명, 그리고 이전...>
자연은 그렇게 나의 친구가 되었고,
때로는 도피처로, 때로는 안식처로, 때로는 꿈을 담는 지표가 되었다.
산을 바라보면 호연지기를 떠올려야 했고
물을 바라보면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배워야했고
하늘을 바라보면 꿈과 의지를 채워야 했다.
가끔 먼지 풀풀거리는 옛 일기장을 꺼낼 때가 있다...
틈틈이 컴에 저장하면서 과거의 나를 추적하는 것도 쏠쏠한 웃음으로 남기도 한다.
그때 이런 일, 이런 생각이 내 모습인가 하는...
오늘은 아직 고등학교에 다니던 姜武材군의 81년 8월달 일기장을 들춰본다...
^^ 이제 과거를 향한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본다...
(그 나이에도 내게는 생각할 과거와 추억이란게 있었나 보다...ㅎㅎ)
< 추억이란... >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 지지 않는 것...
남에게 간섭받지 않는 꿈과의 경계,
허황된 꿈이나 망상이 아닌 분명한 과거,
젖어들어도 미치지 않을 것이요, 생각해도 말릴 수 없는 것,
남에게 강요하거나 강요당하지 않고 오직 간직하는 자만의 자유...
들어가면 나오기 싫고, 잊어버리면 잃어지는 것.
다시 생각하면 되새기게 되고, 잊어버리면 없어지는 것.
아쉬움과 부끄러움에 붉그스레한 미소가 퍼지는 게 추억이다.
한없이 품어도 되고, 어루만져도 되지만 너무 비약하면 재미없는 게 추억이다.
그리고 항상 아쉬움을 간직한 화려하게 피지 않는 지지 않는 꽃이다.
한계선이 없는 영원한 꿈이다.
아마 인간이 간직할 수 있는 잊을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꿈이다.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현실이다. <810826>
오늘은 준비할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다.
자연을 벗 삼아 혼자 노닥거리는 그런 시간...
일도, 사람들도, 역사도, 사회도, 목적도 잊고
아무런 생각 없이 자연을 거닐고 싶다는 생각뿐...
자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니 먼저 자연을 불러봐야겠지...
< 乎 自然 >
저멀리 멀리 멀리
미지 속에 환상의 나래를 펴고
구름위로 둥글면서 꽃잎 속에 젖어드리.
푸붉은 산을 넘어
시냇물 노래 속에
너의 미를 희롱하며 나비처럼 숨어드리.
속삭이는 수풀너머
한낱 보이지 않는 존재 속에
온갖 사념 내던지고 나의 시를 이뤄보리.
탈속한 경지에의
광활한 대지 속에
생명의 외침을 만끽하리.
은은한 안개 속에
청아한 웅지 담고
푸르른 묏 빛 타고 마음껏 헤매보리.
드높은 하늘위로
오색구름 찬란하게
석양노을 바라보며 외쳐보리
아아 미지여 환상이여 자연이여 꿈이여 시여,
그리고 욕망이여. <810814>
<무릉반석... 늦은 시간인지 어둡다... 그렇지만 참 넓다...>
하루의 시작 또는 한해의 시작...
우리는 대부분의 시작을 태양과 함께하려 한다.
유독 해를 좋아하고, 해 뜨는 곳을 향해 동으로 동으로 이동했던 사람들이니
태양은 단지 인간의 생존조건임을 넘어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대상인지도...
나의 동해 두타산행도 항상 <일출>과 함께 시작한다...
< 일 출 >
이슬고인 대지 위에 스치듯이 젖어 가는
빠알간 태양.
떨림에 범벅 되는 경이와 새로움
심해선 저 밑에서 파아람을 먹어간다.
동그랗게 확산되는 신비로운
빛의 노래.
그냥 마냥 빨간 빠알간 태양
하늘하늘 가늘가늘 구름 속에 파묻힌다.
헤쳐 나온 태양 속에 날아가는 나의 희열
움츠리는 내 마음에 터져 버린 외침이여
야 야 야 야 야 ~~~~~~~~~
그대는 나만의 오직 나만의 태양이어라
기다리는 물결 위에 솟아오는 동해의 붉은 해여.<810812>
<무릉계곡, 삼화계곡... 두타산의 물은 항상 노랗다...>
거미줄보다도 복잡다단한 우리의 관계, 그리고 네트워크...
개개인과 사회와 경제관계로 얽힌 우리들의 좌표는 늘 공간개념을 차용한다.
그 모든 네트워크는 시간의 개념보다 공간적인 좌표의 개념이 강할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이제 땅에 발을 디디면서 나는 <대지>를 노래하려 했을지도...
< 大 地 >
파리한 잎새 위에 가냘픈 선의 곡조들
어둠속에 맺혀 신록에 잠겨든다.
먹풍에 휘말리어 청청한 대지위로 흐르는 듯 감실거리는 조요한 구름
냉냉한 공지 속에 내닫치는 지평선의 짙은 윤곽.
방울방울 빗줄기 넘나 잎새 위에 구슬구슬
투명한 조그마한 마음들.
고요한 비 내음에 내 마음은 젖어든다.<810813>
내가 그린 그 대지에는 그 어떤 관계의 그물망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연과 나, 내가 바라보는 그림으로만 정형화 되었을 뿐...
그 대지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장마보다 더 긴 비오는 날의 연속...
쌍폭포로 향하는 길에는 여전히 <비바람>이 함께했다...
< 비 바 람 >
끊임없이 퍼붓는 바람 따라
공허한 공간을 가느다란 빗줄기로 메우면서
냉기를 간직하고 한기를 발산하며 어둠을 깨뜨린다.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거대한 자연
한품은 듯 신들린 몰아치는 회오리
마음을 뒤흔들며 산천을 몰아세우며
영산강의 한을 품어 무등산의 기를 지녀 마음껏 외쳐 불어온다.
천하를 헤집고 돌아누운 경이로운 바람꽃
몰아치는 빗방울에 우연을 덮는다.<810831>
<굳이 이름이 없으면 어떤가... 우리가 보는가 기억하지 못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인데...>
영산강과 무등산이, 동해와 두타산으로 배경을 바꾸었지만
나서는 길에서 만난 자연의 우연을 경이롭게 받아들이고 싶었는지 모른다.
항상 비바람이 그치면 산자락에 안개와 운무가 어우러져 기묘한 그림들이 그려진다.
나는 그때, 그런 모습을 <바람꽃>이라 이름 지었던 것 같다.
< 바 람 꽃 >
촉촉한 대지위로 젖어넘나 흰구름아
天을가려 地를덮어 바람꽃을 일으키메
신비한 경이로움에 홀로 젖혀 바라본다.<810829>
<학소대... 생각만큼 물이 많지는 않았다... 관음폭포는 그래도 볼만 했을텐데...>
자연의 품에 안기면 마음이 열리지만 몸은 고달프다...^^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부터 내리 3끼를 굶고 있다...
물론 먹거리로 배낭을 가득 채웠지만... 아~~~ 홀아비의 처량한 신세...
비오듯 쏟아진다는 표현을 넘어서 흐르는 땀방울이
내 몸의 진기가 아니라 노폐물들이기를 바란다...^^
<용추폭포...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 검푸르다는 말이 실감나는...>
벌써 땀으로 범벅된 머리부터 발끝까지...
허약해질대로 허해진 나약한 내 몸뚱아리...ㅠㅠ
불쌍하게 지쳐가는 내 신체를 비웃는 듯 건장하고 강건한 나무들은 항상 진지하다...
씨앗의 선택과 대지의 선택은 늘 짙푸른 생명으로 세상을 받치고 있다.
산에 오르면 항상 눈에 먼저 띄는 게 <소나무>다...
< 솔 >
청송한 솔가지 이슬에 괴여 바람을 가를 때
파아란 세상, 곧게 품어보리
젖어드는 이슬 속에 청아한 기풍 감춰
흐르는 듯 드높은 하늘에 우러러
한 가지로 떠받아 기개세를 떨쳐보리.<810811>
<소나무 사진이 맘에 드는게 없어 주천강에서 빌려왔다...^^>
이십몇년이 지난 일기를 다시 읽는 게 때로는 어설프기도 하다...
내가 떠받치고자 했던 것은 어떤 것이어야 하고,
내가 지금 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기 전에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닮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물이다...
그리고 오늘 보러 가는 것은 물이다...
물이 가장 격정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폭포가 아닐까?
내가 폭포를 좋아하는 이유이고 내가 그리는 물의 모습중 하나이기도 하다...
넓은 강의 도도한 흐름도 좋고, 일망무제의 넓이와 깊이를 담은 바다도 좋아하고,
그리고 적당한 넓이와 그럴듯한 그림을 가진 쌍폭포를 좋아한다...
< 물 >
청산을 한 몸에 안고
광야를 감돌려
선학의 나래로
대지를 적시네.
거세되 화내지 않고
줄기차되 끊임이 없고
굼실거리되 곧게 흐르고
거대하되 자중하고
경쾌하되 한을 간직하고
흐르는 넘실거리는 헤매는 한줄기 그대
넘실거리는 물속의 청아한 고풍 얼을 숨기네.
겨레의 피와 눈물 정과 한과 또 생이 속속드리 맺혔으니
마냥 잔잔한 그대 나의 모듬을 간직하라.
그대의 거대한 웅지 속에 헤매는 나를 삼키라.
길을 만들고 길에 순응하는 그대 나를 감싸라.
뒤틀리는 격류
부딪치는 탄성
타오르는 물 조각
성난 물결
놀란 물줄기
굽이쳐 돌며 되 말리며
부르짖으며
고함치며
싸우는 듯 굼실거리는 그대
그대 물이여.<810815>
(* 이 시는 완전한 창작이 아니라고 기억하고 있다.
어떤 시집을 읽다가 영산강에 대한 좋은 싯구가 있어 상당부분을 인용했던 것 같다.
문제는 누구의 시였는지 기억도 메모도 없다는 게 불행...
내 것이 아니면 늘 이렇게 찜찜하다...^^ 참 좋아하는 시였던 것 같은데...)
재미없는 학교생활, 맘에 들지 않는 모든 관계들...
게다가 81년이면 광주사태(지금은 광주민주화운동이지만)를 겪은지 1년이 지난 시점이다.
지독하게도 한을 많이 생각했고, 사회에 무언가 해야 하는 강박관념도 깊었으리라...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겠다고 맘먹은 것도
실은 독립, 혹은 자립에 대한 의지가 아니었나 싶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광주라는 고향을 벗어나
내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내 몸으로 부딪힐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시기...
그 시기 많은 청소년기를 겪은 사람처럼 나도 그렇게 혼자를 강하게 꿈꿨나 보다...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어떤 사람이 되어야하는지 물에게 물어보곤 했었다.
폭포 주변은 항상 물보라가 인다...
게다가 지금처럼 비가 실컷 쏟아진 산속 폭포에는 습한 기운의 결정으로 이슬이 맺히고...
폭포가 만든 이슬인지, 새벽이 만든 이슬인지는 몰라도
나무줄기에 영글고, 꽃잎에 맺힌, 혹은 잎새가 머금은 <이슬>들이 새롭다...
< 이 슬 >
이슬이 나린다.
송이송이 방울방울
쉬리리릭
대지를 맴돌며 허공을 적시며
서리품은 안개 속으로
포근히 가라앉으며
선명한 잎사귀 위로
망울망울 수를 놓으며
한줄기 두줄기
시야를 적셔든다. <810901>
81년 여름과 가을... 자연을 노래한 시들이 작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스카웃 활동을 비롯해 밤낚시까지 야영 생활을 참 많이 했었다...
텐트치고 밥하고... 비도 오고, 눈도 오고, 바람도 불고...
스카웃 표어처럼 늘 <준비>되었어야 했던 시간들...
부모님을 비롯해 선생님들이 내게 주문했던 것은 항상 <낮은 곳으로 향하라>였던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려서, 꼭 이겨라>를 나는 교육받지 못했던 것 같다...^^
단체생활과 활동에서 나는 늘 제일 뒤에 위치해 있었던 것 같다...
후배들 챙기고, 처진 사람과 함께하고, 무슨 일 생기면 급히 대처하고...
자연 속에 머물든, 친구들과 함께 지내든 나는 언제나 <준비와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었던 것 같다.
나만의 공간은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관계가 되기도 하고...
게다가 서사가 배제되고 의지가 거세되면 남는 것은 실존이고, 혹은 외로움이 아닐까...
사회적 관계에서의 소외가 아닌 그냥 막연한 그리움과 외로움...
그 두 가지가 절묘하게 묶인 결과가 언제부터 시작된 혼자만의 여행이 아닐까?
혼자이면 준비의 부실이 문제되지 않고, 평가의 비판에서도 자유롭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에서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어떤 관계를 찾고...
지금도 가끔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찾는 <선녀>가 그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그리던 선녀의 모습을 내가 좋아하는 분들을 모두 불러 함께 즐겨본다...ㅎㅎ
< 이레느 까엔 당베르양의 초상 >
르노와르 1880 <* 파란딸기푸딩님의 자료를 빌려왔네요...^^>
Portrait De Modemoiselle Lrene Chahen d'Anvers
그림처럼 아름다운 슬픈 눈동자의 소녀야
아름다운 눈매,
울음 섞인 눈망울,
눈물 젖은 속눈섭 - 슬픔을 지그시 깨물며 허공을 찾아본다.
오똑 솟은 코,
선은한 귀,
홍조 띤 볼,
백설같이 하얀 목,
짙게 쓰러진 가느다란 머리카락 - 너무나 슬퍼 보인다.
무언 빛에 반짝이는 앵두 같은 입술,
수심 기른 눈썹,
터져 버릴 것 같은 슬픔잠긴 눈동자,
금방이라도 울음에 젖을 하얀 살결,
부드러운 턱 - 아름다워라.
가까이 있으면 언제까지나 지켜주련만,
만져 보고픈 어여쁜 자태,
안아 주고픈 몸매
위로해 주고 싶은 눈물,
젖게 해주고픈 입술,
뜯어보고픈 어여쁨들
영원을 나눠 보고픈 모습,
흘러내린 적갈색 머리,
꼬옥 껴안고 키스라도 해주련만...
더듬고픈 모습,
야윈 얼굴,
정말 새어나올 것만 같은 눈물 담은 눈,
조용히 살포시 입술을 포갠다. ... ... ...
다시 흩어지는 슬픈 눈동자,
왜 나에게는 그리운 미소를...
잃어버린 미소에 슬픔을 대신 담고,
수정같이 말고 깨끗한 눈동자엔 슬픈 빛만 발하고,
떼어버리기 싫은 그 입술에 슬픔만 어루 씹고
슬픔에 수그려진 하얀 목덜미,
세상 꺼려 내민 머리에 슬픈 사연만 - 정말 애무해 주고픈 그 황홀
그려지는 표연 속에 슬픔만을 기다리나
정성껏 빗겨 올린 검은 빛 금발,
비벼 주고픈 아름다운 얼굴
보내는 눈동자에 초점 없는 시선만
무엇을 그리는지
나는 모르는지...
슬픔만 먹고 자란 아름다운 소녀야
바라보는 두 눈동자,
감겨 주고픈 눈망울,
시선을 잃어버려 초점 없는 눈동자
바다 빛처럼 은은하며
여명처럼 고요하며
달빛처럼 조요하며
태양같이 영롱하고
무지개처럼 현란하며
옥석같이 고귀하며
별빛같이 반짝이며,
석양처럼 찬란하며,
바람꽃처럼 신기하며
눈빛같이 포근하고
바다같이 심원하고
요지경처럼 어지러우며
하늘같이 자애스러우며
성인같이 자비스러우며
자연같이 영원하며
연인처럼 다정스러우며
애인처럼 사랑스럽고
그림같이 아름다워라
난
그대의 눈동자에 반해버렸고
그대의 입술에 매혹됐으며
그대의 모습에 유혹되어
그대의 눈동자에 빠져버렸네
슬픔만 헤매는 아름다운 소녀야...<811001>
ㅎㅎ 그 당시 어지간히 좋아했었나 보다...^^
에궁~~~ 이런 그림 좋아했다면 미움 받을텐데...ㅎㅎㅎ
<계곡의 맨 위쪽에 용추폭포가 자리잡고 있다... 3단으로 떨어지는데 모두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그때였으면 이성에 대한 호기심 차원은 이미 넘었을 것 같고,
여전히 마음을 열고 영혼을 교류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도 아니었던 것 같고...
막연한 서정으로 이 아가씨를 참 좋아했었던 것 같다...
글을 남길 정도였으니...^^
그리고 지금 느끼는 거지만, 참 세상을 슬프게 보았나 보다...
우울이나 폐쇄의 문제와는 다르게 슬픔을 위안 받을 준비에 여념 없었다는 생각...^^
밑바닥에 무엇이 충동했는지 굳이 묻고 싶지는 않다...
세상은 슬프게 보면서, 내 자신에게는 무척 현학적인 모습...
혼자 웃고, 혼자 떠들고, 혼자 꿈꾸던...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한동안, 한참을 머무른다.
시간도 잊고 나도 잃고 그냥 그렇게 머물러지는 공간...
간만에 준비 없이 채워야할 그 무엇을 담지 않고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을 놓는다.
묵은 일기장에 채워진 자연의 노래에서 막연한 과거를 풀어 본다.
지금의 자연은 내게 무엇을 말하는지, 나는 자연에게서 무엇을 바라는지...
바라보는 그것만이 그려지던 시각을 무엇으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얼만큼 받았는지 저울질 못하지만 자립과 혼자를 꿈꾸던 시기...
대학이라는 변화를 준비하면서 그다지 유쾌하고 자유롭지 못했던 청소년 시절...
광주와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몸으로 읽으면서 응어리졌던 피해의식과 부족한 관점...
모든 걸 다 알고 경험했다고 생각하던 그때를 잠깐 들춰본다...
<쌍폭 바로 밑에 선녀탕... 아무도 몸을 담그지는 못했을 듯...^^>
늦은 시간에 비구름이 잠시 땀을 씻어주더니 갈림길이다...
옛길과 새길...
<옛길, 노약자 탐방 금지>란 문구를 보면서 새 길로 발걸음을 돌린다...ㅎㅎㅎ
어둑해진 하늘을 보며 내려오는 길에서 별을 본다...
< 밤하늘을 수놓는 별을 보며...>
떨리는 맥박 속에 부서지는 탄성이여
초롱한 눈망울로 별빛을 헤아리메
달빛은 조요하되 영롱한 별빛이어라.<810811>
미뤄두었던 삼화사에서 탑돌이를 즐긴다.
아담한 나말려초의 삼층석탑 한기와
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철불이 위안이지만
적광전에서 바라본 삼화사 경내는 조금은 흐트러진 느낌이다.
봉암사의 축소판 느낌도 있지만, 공간경영이란 모방과 덧붙임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듯...
갈림길, 옛길과 새길, 그리고 새롭게 조성되는 삼화사의 모습...
템플 스테이 하시는 분들의 한적한 발걸음도 범종의 맥놀이로 채워지고...
이만한 배경과 연륜이면 조금 더 사랑받고 오랫동안 기억될 가람으로 배치할 수 있을텐데.
옛길을 기억하지만 새길을 선택하고, 안목 있는 공간경영에서 밀도를 찾고...
갑자기 왜 <데자뷰>가 생각나지?
어쩌면 그때 <건축의지>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면 인간의 한계를 제대로 배웠을지 모른다.
<역사철학>에 대해 알았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시야가 넓혀졌을지 모른다.
<정치경제>에 대해 지도받았다면 사회에 대한 인식이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미학과 선택>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다면 삶의 지표는 긴 안목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충분한 나이에 충분히 담금질 되어 주체로 서기에
우리 사회에는 풍부한 사유와 교류의 장이 아직은 부족했을 때였는지 모른다.
<인문학의 가능성>과 <자연의 순수함>만이 나를 채울 유일한 잣대였는지도...
그때의 일기들을 모아보면서 드는 생각들이다...^^
아직 먹구름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나 보다.
오늘은 온전히 자연과 나만이 존재했던 시간이다.
두타산이 왜 왔느냐고 묻지 않는데, 애써 답을 구하려 하지 말자...
유독 쓸쓸함, 혼자, 슬픔에 젖어서, 세상과 역사와 삶을 찾으려던 어린시절...
그때 노래했던 자연을 오늘 두타산에서 생각한다...
대관령에서 내려오는 길은 만유인력의 법칙만큼 빠르다...^^
하늘에는 아직도 <달무리>가 져있다...
아직 비가 모두 그치지는 않은 것 같다...
< 달 무 리 >
하이사 조각 감싸는
노오란 달무리
울퉁불퉁한 구름위로
두홍빛 꽃을 맺는다.
검푸른 하늘 위로
고요히 빨리며
조요하게 내뱉는다.
초롱한 눈망울에
맥없는 허전함만
빛나는 달무리에
벗없는 외로움만
고요히 밝으며
쓸쓸히 빛나리라
고요히 밝으며
쓸쓸히 영원하라.<810828>
어렸을 적 일기장과 좋아하는 폭포사진을 오버랩 해보았다...
오롯이 자연과 나만이 존재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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