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용평에 머무를 것 같다...
업무와 휴식이 버무려진 애매한 시간...
주말에 잠깐 안동 산책길에 나섰는데
이유는 하나... 도산서원을 보러 갔던 길...
조선시대 정리를 위한 첫 걸음을 안동으로 내딛었다.
문제는 아직 밑그림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
게다가 안동을 이야기하려는 건지,
본 것을 말하려는 건지도 명확하지가 않고...
안동에 대한 몇가지 메모만 사진으로 남겨본다...
(사진은 19일 찍은 것과 예전것들을 섞었다...)
몇장씩만 골라서 올린다...
나중에 살이 붙으면 채워지겠지...^^
1> 하회마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칭하는 안동을 대표하는 곳중 하나가 하회마을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사원이 있겠지만
안동의 정신문화가 무엇을 남기는 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물론 내가 택리지를 주 텍스트로 삼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풍광을 보는 것은 사람을 보는 첫번째 문고리일지도 모른다...
2> 병산서원
서원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메모하기란 쉽지 않다...
도산서원과 함께 안동을 혹은 조선시대의 서원을 대표하는 곳이 병산서원이다.
그리고 건축적으로 병산서원을 대표하는 것이 만대루이고...
만대루와 도산서원을 같이 생각하면서 비교 되었던 게 판테온이다.
하나는 열린건축을, 또하나는 폐쇄된 건축을...
하나는 개방된 공간을, 또하나는 내부공간을 위한 건축...
기능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자연과 건축의지에 대한 비교의 문제이기도 하다.
3> 도산서원
할말이 많으면서도 없는 게 서원건축이다.
물론 서원답사가 건축에 국한될 이유는 없으나
조선시대를 전반적으로 그려야하는 이유는 충분할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병산서원과 비교가 된다.
들어가는 길에서 나는 왜 일본의 법륭사와 오사카성이 생각났을까???
현재의 도산서원 진입로가 언제 조성되었는가 보다 이황의 경학에 대한 이미지 때문일지도...
그래도 낙동강을 바라보는 느낌이 싫지는 않지만 반변천과는 뭔가 많은 차이가 느껴진다...
도산서원의 몇몇 모습들...
물론 이 부분은 후대에 조성된 것이다...
이황이 좋아했던 매화와 나즈막이 모란꽃들이 식재되어 있다...
볕이 따가울만큼 좋았던 시간...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군자를 더 좋아했을까 아니면 꽃을 더 좋아했을까?
저 절벽에 꽃을 보고 싶어요...
대부분 꽃을 따다가 혹은 따려고 낭떠러지에 매달린 사람들은 남자다...
왜 그렇지???
정면 4칸의 건물은 어딘지 어색할 수도 있다... 서대문 기념관에서처럼...
많은 편액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유독 스케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곳이 도산서원이다...
일본과 로마가 생각나던...
다음에 정식으로 글을 올릴땐 원본크기로 올려보고 싶은 사진들이 있다...
콜롯세움도 그중 하나다...
로마인과 조선인의 기질 차이일까?
한곳은 신체가 중시된, 죽음을 전제로한 경쟁, 그리고 기능에 덧댄 외부지향적인 건축과
또 한곳은 정신이, 타인과의 경쟁보다 더한 수양, 그리고 오로지 기능만이 존재하는 건축의 차이...
도산서원은 딱 한사람만이 들어가 책보고 잠자고 생활할 수 있는 스케일로 지어진 곳이다...
조선시대 이황이 그리던 사회와 인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들만의 조선을 만들고자 했던 것은 아닌지... 아직 생각중...
방안을 들여다보면서 갑자기 다산초당이 생각도 나고...
이런저런 생가들이 어지럽기만 하고...
그럴때는 하늘을 보는게 제일 편하다...^^
나서는 길에서 보았던 나무...
자유롭고 천연스러운 모습들을 보며 현재의 정치와 사회에 대해 잠시 생각을...
나무를 닮고 싶다는 분이 생각난다... 어려움...^^
나의 관점은 항상 1) 가능성 2) 열림 3) 시간의 공유로 모든 걸 판단하는 습관이 있다...
나서는 길에서 보았던 그림자...
꽃을 좋아하는 사람과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가끔 그림자를 찾는 사람...ㅎㅎ
배롱나무도 가끔 보여 웃어 본다...
4> 봉정사
항상 서원을 보면 절집과 비교를 한다...
물론 비교를 위해 절집을 찾는 것은 아니지만...
맛배지붕 건축물의 맛은 역시 측면이다...
그리고 그것을 대표하는 것은 역시 수덕사 대웅전이다...
도산서원의 입장과 마감시간은 정해져 있다...
절집에 그런 문구가 새겨진 곳은 없다... 자도 된다...^^
사람이 사는 곳과 잠시 머무는 곳의 차이,
혹은 살림살이가 있는 곳과 관리되는 곳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5> 탑들...
물론 안동이라 해서 탑을 빼먹기는 그렇다...
결국 도산서원만 보고 오리라 굳게 마음먹었지만 돌아다녔다...^^
신세동 전탑을 보면서는 꼭 낙동강을 보기로 마음 먹었다...
철길이 가로막고 있지만 안동댐의 수문이 바로 옆이다...
신세동 탑은 본래 어떤 모습이었을까?
동부동 전탑을 보면서는 타이베이의 101 빌딩(무역센터)이 생각난다...
그 이유는 낙수면과 층급받침의 완벽한 부조화 덕분이다...
그리고 전돌문양이 살아있는 조탑동 탑도 있다...
물론 내가 조탑동 탑을 좋아하는 이유는 탑신과 지붕돌의 비례가 석탑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게다가 1층 탑신은 석재인데다 이곳이 좋은 다른 이유중 하나는 <이오덕>선생님 때문이다...
물론 안동이라고 모든 탑이 전탑은 아니다...
옥동 삼층석탑을 보면서는 세가지 생각을 했다.
하층 기단부 판석을 보면서 충주 중원탑의 아름다움을
상층 기단부 판석을 보면서 1 x 3 = 3이지만 1.5 x 2 도 3 이라는...ㅎㅎ
절묘한 계산으로 기단부 판석은 3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아무런 장식이 없는 탑이 열심히 치장했다고 보이는 방법이 있다는 느낌까지...
6> 제비원 석불
돌아오는 늦은 시간...
이천동 석불을 그냥 지나칠수는 없다...
안동에서 영주로, 혹은 영주에서 안동으로 넘어오는 길에 자리잡은 제비원 석불...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을 지켜주었을 든든한 얼굴...
이 얼굴을 보면 항상 개성과 한양 사이 행인들을 지키고 있는 용미리 석불이 생각난다...
우리에게는 거리는 세가지의 의미가 있는 듯 하다...
공간적 의미에서의 절대적 거리, 실제적인 시간의 거리, 그리고 정서적인 거리...
안동...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다...
안동에 대해 다시 생각중이다...
경주, 공주, 부여, 혹은 서울과 비교도 해보면서...
안동에서 조선을 생각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오늘 그렇게 피해 다녔던 도산서원을 처음 가 보았다...ㅎㅎ
정말 기를 쓰고...
일부러...
온갖 핑게를 대며 피했던 도산서원을 거닐어 보았다...
조선, 유교, 서원, 선비, 이황, 스케일, 시대정신, 인성, 수양, 경학...
잊어 먹기전에 사진 몇장으로 안동 스케치를 해보고...
아주 가볍게...
건축과 미학으로 갈까? 조선시대 유교로 갈까? 아니면 내게로 갈까?
그도 아니면 욕심을 내볼까?
용평가서 열심히 생각해 보련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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