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유럽여행을 정리하면서 ... ...
왜냐하면 나는 유럽에 대해서 너무나 몰랐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더 공부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만 스스로에게 던졌었다.
그 문제제기에 대해 나는 먼저
<왜 모르는가?> <무엇이 다른가?>
<무엇을 몰랐는가?> <무엇을 느꼈는가?> 에 대해
성실히 대답해야만 한다.
<1> 왜 모르는가?
우리가 유럽에 대해 모른다 해도 백지 상태는 분명 아니다.
G7의 나라, 포도주와 프랑스 혁명,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예술이라는 프랑스 파리,
르네상스의 발생지이며 카톨릭 종주국인 이태리와 신화와 영원의 도시 로마,
해가 지지 않은 나라 영국,
<런던 대화재 기념탑... 템즈강, 세느강, 라인강이 유럽의 주요도시를 흐르지만, 한나라의 수도에 한강만큼 넓은 강은 세계 어느 도시에도 없다...>
무적함대로 식민지 개척의 선두에 섰던 스페인,
영세중립국이면서도 완벽한 민방위제도에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시계로 유명한 스위스,
맥주의 나라이며 미국 일본과 더불어 경제3강을 이루면서
경제력으로 동독을 흡수 통일한 독일.
그리고 선진국, 고대의 영광과 산업혁명이후 근대와 현 세기를 주도해온 나라와 민족 등
우리가 수식할 수 있는 단어와 개념들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럽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느낌을 줄곧 받았다.
왜 몰랐을까?
<자신이 보는 것만 인정하고, 빨리 습득하고 빨리 잊는 인간은 참 편리하게 진화되었다... 빛과 그림자를 같이 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한 이유...>
첫째, 우리는 흔히 서양이나 선진국 하면 미국을 떠올린다.
홍콩의 액션영화를 제외하면 우리들이 즐겨보는 외화의 대부분이 미국영화이며,
미국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들만 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가끔씩 소설책에서 유럽을 배경으로 한 내용을 접하지만,
셜록홈즈에서 나온 안개와 바바리 코드 외에
유럽사람/민족들의 문화와 풍습에 대해 별로 들을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8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야 유럽쪽 유학이 활성화되었고,
그 이전 대부분은 미국쪽 유학과 이민이었기 때문에
간접적이나마 유럽쪽의 정보는 차단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미국의 선입감이 너무 강했다는 생각이 든다.
선진문물 하면 미국을 연상하듯이
우리들의 문화사대주의는 미국적 관점과 문화에 너무 쏠려있었다.
<런던 알버트홀... 미국을 영국과 혹은 영국을 미국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두번째, 유럽과의 국가 정책적 교류가 별로 없었다.
2차대전 이후 이념대립은 외교상 보수우익의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설사 선진국이라고는 하지만 유럽제국들은 유러코뮤니즘의 대두로
사회주의당이 집권한 나라가 많았고, 노동당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철의 장막, 죽의 장막처럼 유럽도 하나의 장막에 가려 있었다고
(사회당, 노동당의 존재와 집권은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해야할 일들이므로) 생각된다.
<그들을 굳걷히 받치고 있는 기둥은 오랜 세월을 버티고 있는 돌기둥처럼 단단하고 위압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늘 그런 부분만을 찾아보았는지도 모르고...>
물론 6~70년대 간호사와 광부 등 산업인력의 수출(?)을 통한 부분적 교류가 없지 않지만,
이들의 송금과 귀환이 산업의 엘리트 코스도 아니고 정치적 파워를 가질 수 없었고,
독일을 배경으로 일어난 동백림 사건이나 유학생 간첩사건 등
북한과 관계에서 민감한 문제들이 그러한 장막을 더욱 두껍게 만들었다.
(지금도 스위스나 독일 등에서 본 현지 한국판 신문은
북한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다루고 있다고 느꼈다)
세번째, 예술적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우리민족의 특성을 말할 때 흔히 백의민족으로서의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고 있으며,
머리는 좋지만 단합이 안 되고 있는 민족,
저력 있고 장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라고 말한다.(학교교육에서 배운 내용의 요약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스스로의 채찍질은
앞으로 나가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는 몰라도,
개체 인간 능력의 위대함이나 인간관계의 깊이,
행복과 예술적 교양이나 감각을 위한 여유 있는 활동 등에 대해서는
영양가가 없거나 공동체적 의식으로 심화될 수 있는 이념적 카테고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하나의 상징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눈이 없어서, 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공유하는 바탕의 심연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물론 그걸 다 알아야 이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들이 말하는 인간미나 인간성, 인간적인 면에
예술과 인간능력의 위대함이 어떻게 관계되는 것인지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관점의 차이인지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가진 문명과 문화 관심들에 대해 결코 깊이 있는 고민의 시간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특히 나는) 유럽에 대해 잘 잘 몰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가장 커다란 이유는
유럽인들의 예술적인 감각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없이 유럽여행에 나섰다는 점이
나를 상당히 당황하게 만든 이유였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나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이 부분에 투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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