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럽 여행...

유럽여행 3>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A)... 9302

 

 

 


   <2> 무엇이 다른가?


출발 전 나는, 나름대로의 유럽에 대한 상을 그려봤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와 베르사이유,

투우와 태양의 정열의 나라 스페인,

신사와 안개의 도시 런던,

거대하고 화려한 유적지 로마,

요들송이 들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나라 스위스,

현대와 과거, 자연과 문명이 잘 조화되었을 것 같은 독일을 연상했다.

 

<우리가 보는 노틀담 성당은 항상 정면에 고정되어 있다...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이 성당의 뒷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느끼지 못한 것은 앞뒤를 다 보지 않은 편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리에서 첫날,

딱 하루를 관광하고서 나의 선입감 및 모든 관점을 수정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꼈고,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졌었다.

그리고 도대체 무엇이 나의 생각과 다른가를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첫재, 유럽인들의 예술과 아름다움은 완전히 인위적이라는 점을 느꼈다.


우리는 여유가 생기거나 휴식기가 있으면

자연과 가까워지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산에 올라가든, 해수욕장에 가든, 배를 타든 자연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준비하고...  심지어 음식을 먹을 때도

자연을 배경으로 하기를 좋아하고,

자연을 벗 삼아 자신을 달래고 동료들과 어울린다.


즉 우리들의 쉬는 시간은 박물관에 간다든지,

인공적인 조각을 감상한다든지,

역사성을 탐구한다든지 하는 일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들은 자연 속에 있기 때문에 절에 가고,

어떤 조각도 자연 속에 배치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파리에 내린 첫날 나에게 파리시는 환상적이고 예술적인 도시로 보인 것이 아니라

완전히 [인공적]으로 인간의 손에 의해 계획되고 건설되고 보존되고 있는

삭막한 도시로 느껴졌다.


스페인의 어느 소나무도 사람의 손이 가지 않은 것이 없었고,

이태리의 <태양의 고속도로> 주변 풀들도 포크레인을 개조한 제초기로 벌초되고 있었고,

런던의 <하이드파크 호수>도 인공으로 물을 끌어들인 호수였고,

하이델베르크의 <철학의 산책길>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영국의 하이드파크... 이 호수도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라는데... >

  


백두산보다 더 높은 융프라우 요흐까지 3,545M를 올라 갈 때도

우리는 기차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두 발이 아닌),

심지어 스위스의 그림 같은 호수 60개중 30개는 인공 호수였다.


유럽에서의 자연적인 모습은 한마디로 완벽한 인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공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림과 음악과 노래와 조각들이 그들 나름의 예술적 감각으로 생활화됐으며

[(자연의) 신비감]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것은 결코 없었다고 생각된다.



   둘째, 참 귀족적이라고 생각됐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중세의 왕궁들과 성당들,

그리고 근대의 나폴레온과 현대의 뭇솔리니까지,

모든 인위적 예술품은 귀족적이었다.

권력의 표현이며, 권위의 상징이었다.

 

<로마의 임마뉴엘레 2세 기념관... 100여미터 높이다... 그 웅장함을 무엇으로 채우려 했을까...> 



거의 2,000여년 동안 건축되고 조각되고 그려진 모든 것들은,

철저히 귀족을 위한 것들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작품이 아니라면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그 당시의 노예였을 것이고,

농민이었을 것이고, 장인이었을 것이다.


고대 노예제 때는 황제와 귀족의 사치와 향락,

그리고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스핑크스도,

로마의 목욕탕, 콜롯세움, 대전차 경기장도,

대영 박물관에 있는 미이라, 신전,

스페인의 톨레도 성곽 등 모든 유적이 예외는 아니다.

 

<베르사이유 궁전... 건축에서부터 조경까지... 기하학적이면서 균형과 비례, 조합과 구획... 정교한 퍼즐처럼 자신들의 생각을 그렸다... 딱딱함을 넘어 삭막함까지 느껴지는... 화려함만으로 그 맛을 모두 가리지는 못한다... 오히려 비례를 강조했을 듯...>

  


중세암흑기(교황의 지배기)에는 교황의 권위와 종교의 권력을 위해서 만들어졌고,

중세 봉건제 때에는 지방제후 보다 더 큰 왕조의 권위를 위해서 만들어졌다.

파리의 노틀담 대성당도, 톨레도 대성당도, 성베드로 대성당, 시스틴 소성당,

엠마뉴엘레 2세 기념관, 라렌테의 성요한 대성당도 예외는 없다.


근대 자본주의가 태동하고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지던 제국주의의 시대에는

제국의 이익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파리시의 설계도, 개선문도 에펠탑도, 콜롬부스 광장도,

버킹검 궁전도, 웨스트 민스트 사원도, 넬슨 기념비도 역시 한가지다.

무역박람회 만국박람회 올림픽들을 계기로 만들어진 에펠탑,

고속도로 및 건축물 조각 등도 마찬가지다.

 

<콜롯세움 옆의 아우구스투스 개선문... 신과 인간, 황제와 권력, 그리고 상징과 권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유적...>

 


참으로 화려하고 아름답고 섬세한 작품들을 많이 보았지만,

나는 결코 대중적이라거나 편안함은 별로 느껴보지 못했다.

설사 인간의 미를 탐독한 예술작품도 권력과 권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