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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장...

사진> 서울 불꽃축제... 0710

 

 

 

여의도 한강 불꽃축제...

 

 

 

 

1.

 

강일 - 한남 91분...

지금까지 88이나 강변북로를 들어서자마자 정체된 경우는 별로 없었다.

다행히 일요일 약속이 없다지만 늦다는 것은 미안한 마음에 뿌리는 소금 같은 것...

그 미안한 마음을 더 초조하게(?) 만드는 게 막히는 길이다.

남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불편한 일임이 분명하다...

 

 


 

서울의 간선도로를 탈 때 누적된 경험은

막히더라도 큰길이 최선이었음을 핸들은 강요한다.

꾸역꾸역 흩어짐 없이 모여만 드는 자동차들을 볼 때면

공간이동을 시간과 반비례 시키는 과학은 없나 물어본다...

아무튼 막히는 길의 유일한 위안은 라디오와 하늘과 한강물뿐이다...

 

 

 

 

한강대교를 넘어오는 길...

숱한 인파가 다리위에 카메라 삼각대를 설치하며 삼삼오오 모여 있다.

아~~~많다...! 이 사람들이 <불꽃축제>를 보러온 이들이구나 생각이 드는 순간...

늦었지만 햇살이 똘똘이와 불꽃축제를 보는 것도 재밌을거란 생각이...? 음~~~^^

 

 


 

 


 

 

 

2.

색시... 우리도 빨리 밥 먹고 불꽃놀이나 볼까?

어디로 갈 건데?

한강대교나 공원까지 걸어가기는 부담스럽고... 차는 안 될 거고...

동생네 집에서 차분히 보지???

처제는? 

가족들 데리고 모두 영월 갔으니까 빈집털이나 마찬가지지 뭐...

 

 

 

부산한 손놀림에 벌써 마이크 울림소리가 들리고 펑펑거리기 시작한다.

밥을 먹는둥 마는둥 아이들을 챙겨(?) 처제네 집으로 뛰어 올라간다.

여기저기 한강이 보이는 좁은 틈마다 사람들이 서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있다.

사진을 찍는 이, 연인에게 현장을 중계하는 이, 그 사람들을 구경하는 이...

이벤트란 사람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게 사실인가 보다...

 

 

 


 

발코니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필름을 넣으며 이렇게 저렇게 구도를 잡는데

색시는 처제네 설거지부터 시작한다.

색시... 차분히 앉아서 구경하자니까...

여자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돼요... 애들이 급하게 가느라 빨래도 안 개고 갔구만...

맞벌이 대부분의 서울 사람들이 생활하는 단면이 처제네 집에 고스라니 노출돼있다.

 

 

 



 

3.


환호성을 지르는 햇살이와

색시 등에 업혀 깔깔거리는 똘똘이...

그 와중에 설거지하면서 불꽃놀이 바라보는 색시...

하하... 간만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내게는 즐겁다...

 

 


처음 찍어보는 거라 노출이나 셔터속도가 맞는지 모르겠다...

결국 한통 두통... 벌써 대여섯통의 필름을 소비할 때쯤,

똘똘이 보겠다고 과일바구니 들고 오시던 손님들이 정체차량에 묶였다는 연락...

(결국 그분들은 2시간 동안 한강대교를 건너지 못하고 불꽃도 못보고 돌아가셨다)

 

 


통화내용을 통보하는 색시의 목소리가 퉁명스러워진다.

햇살이와 색시 모두 지쳤나보다...후후

발코니 찬바람에서도 카메라를 놓치 않는 나와

거실문을 꼭 닫고 궁시렁거리는 세모녀가 갈리는 순간이다.

 



 

4.


야, 저건 야자수 같네... 저건 대나무 같고...

또 저것은 내부에서 다른 색깔이 나오고

저것은 우주선 같고, 저것은 낙엽 같고...

미국, 일본, 한국의 조금씩은 다른 분위기 폭죽들이 가을밤을 수 놓는다...

형형색색, 기기묘묘한 폭죽들에 마음도 풀리고 하늘도 깊어간다.

 

 


 

 

그런데 그런 이유들 때문에 이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한 번의 이벤트란 이유로 우리들의 마음에 환호성이 울릴 수 있을까?

후후... 그넘의 <왜>라는 물음은 언제고 끊기지 않는 내 의식의 촉매제인가?

20분 터지고 10분 정도 쉬는 사이클이 체크되면서 색시와 이런저런 이야기...

 

 

 

 

 

우리가 지를 수 없는 커다란 소리에 우리의 마음이 동조될 수도 있을거고...

올라갈 수 없는 하늘을 향한 포효를 불꽃이 대신할 수도 있고...

한밤중... 태양이 숨어버린 암흑의 공간을 색으로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도구 때문?

아니면 연금술사들의 장난처럼 기묘한 행과 색이 그리다만 잔상에

우리가 그리고자 하는, 듣고자 하는, 칠하고자 하는

그 어떤 동화를 강제할지도 모른다...

 

 

 



 

5.


여의도와 마포 쪽을 잇는 원효대교에 설치된 분수 같은 불꽃이 점화되면서

서서히 서울의 불꽃축제가 사그러들고 있다...

꺼져가는 불꽃에 어두워져가는 서울의 가을하늘...

지쳐가는 똘똘이와 식상해진 표정의 색시와 햇살이 투정이

더 이상 카메라에 매달려 지체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색시 그만 돌아갈까?

그래도 간만에 가족들이 오붓하게 이벤트도 가졌네?

신랑은 같이 있다지만 카메라만 들고 있고, 그게 무슨 가족 이벤트야???

크흐~~~ 내 몸과 시간이 함께 있었음에도 미쳐 가족과 <동화>되지 못한 불꽃축제군...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항상 좋드만...

 

 


숙제는 다했냐? 일기는 다썼냐?

티브이 채널을 다투는 햇살이를 보며 색시의 공격이 시작되고,

운동하고 돌아와, 3시간 가까이 가다서다 운전하고 돌아와, 찬바람 맞으며 사진 찍고...

풀린 다리와 반쯤 감기는 눈을 비비며 그날 늦게까지 똘똘이 업고 돌아 다녔다...

 

 


 

아는 자장가도 하나뿐이고,

아는 이야기라고는 <호랑이와 꽂감>밖에 없는 빈약한 레파토리...

한 열 번씩은 궁시렁거렸는지 내 혀는 꼬여가고, 똘똘이는 쌕쌕 코를 골고

그렇게 가을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