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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세상보기...

잡생각> 축구와 세계화...0712

 

 

 

 

 

 

 

축구중계를 보면서... 0712



건축현장에 머물다보면 함바식당(현장식당이라 하자...)에서 식사할 때가 많다.

물론 회식자리도 많지만

아침, 점심, 저녁 현장직원들을 위해 만들어준 조그마한 방안에 앉아

요즘같이 차가운 날씨에도 따땃하게 엉덩이 지지며 텔레비전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식사시간이 되면 대부분 리모콘은 중간간부들이 차지할 때가 많고

이때 틀어지는 프로는 대부분 드라마, 개그프로, 오락프로, 뉴스 등에

가끔씩 무협지도 소개되지만 상당수는 스포츠 채널에 손이 많이 간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게 프리미어리그나 아메리칸 리그 등이다.


한국 축구는 재미없어, 한국 야구도...

체념 섞인 불만에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이는 변명이지만

축구, 배구, 농구의 주공격수 대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닌 외국용병들이다.

조금 더 화끈해지고 수준 높은 선수들이 영입되었는데 왜 재미가 없다지?


생각해보니 가끔 월드리그에 진출하던 한국 배구도 이젠 세계6강에 드는 경우가 드물다.

수십억대의 몸값이 흥정되는 한국 야구는 가끔씩 일본 아마추어에게도 지는 경우가 생기고,

게다가 꿈을 이룰 것 같던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을 정점으로 한없이 추락하고...

외국 메이저리그 등을 본따 각 분야마다 프로화를 추구하며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세계화를 지향했는데 한국의 스포츠는 점점 순위가 약해지고 있다.




살짝 이야기를 돌려 축구의 강국으로 떠오른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생각해 볼까?

전통의 분데스리가, 프리메라리가, 세리아A 등과 세계 축구4대 리그를 이루고 있지만,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 프리미어리그는 독보적으로 축구리그를 대표하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운영에 지치지 않는 체력과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

게다가 세계를 대표하는 각 대륙의 스타 선수들이 기량을 뽐내니 과연 돋보이기도 한다.


근데 영국,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잉글랜드 축구가 세계 축구 순위 1위의 국가일까?

가장 많은 스타급 선수들을 보유한 천문학적 시장규모와

그 규모에 걸 맞는 중계료 수입, 꽉 채운 관중석과 훌리건이라 불리는 열성까지

모든 것을 갖춘 잉글랜드 축구는 번번이 8강과 4강을 오락가락 할뿐이다.


프리미어리그은 세계최고 수준인데, 그 리그를 보유한 영국축구는 세계최고가 아니다.

한마디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세계최고이지만, 그들이 영국인은 아닌 것이다.

영국은 스타급 선수들의 영입을 통해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을 가졌을 뿐,

이를 구성하는 스타선수들은 영국이라는 명예나 국가경쟁력과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유연화 된 세계적 노동시장에 고부가가치의 세계화 시장이

국가경쟁력과는 따로 노는 착시를 잠깐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의 유연한 결합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던 때가 있었다.


70년대 분데스리가는 적절한 규모의 유연성으로 전차군단 독일을 축구강국으로 만들었다.

80년대 세리아A는 보다 적극적인 개방으로 이탈리아를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실제 수혜를 입은 곳은 대부분의 스타선수들을 보유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였다.

90년대는 세계4대 리그에 끼지 못한 르 상피오나의 프랑스가 급격히 부상하게 되었고

2000년대 세계축구는 국가와 시장이 분리되는 묘한 질서에 편입된다.


선수(노동력)가 국가경쟁력을 키우기도 하고

리그(시장)가 국가 순위를 끌어올리기도 하고

선수와 리그가 균형 발전된 국가가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기도 하고...

물론 변하지 않는 것은 선수나 리그, 혹은 양쪽의 관리체계 중

어느 하나는 독보적일 정도로 강해야 소위 세계화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열심히 선진시장과 문물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스포츠의 현실은

갈수록 참담할거란 생각이 많다.

농구전력의 60%를 두명의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고

공격 포인트의 40%를 한명의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배구도 그렇고

이제는 축구에서도 외국인 선수가 MVP에 등극하게 되었다.


체계도 세계화되고, 수준도 세계화되었는데 한국 스포츠는 점점 쇠락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한국인 선수와 한국적 스타일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특징과 발전전략을 갖추지 못한 따라잡기는 영원한 이류에 불과하지 않을까?


한 가지 사족...

대부분의 스포츠는 지구를 닮은 둥근 공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축구, 야구, 배구, 농구, 골프, 테니스...

공은 아니지만 여전히 원이 중심이 된 하키나 럭비, 배드민턴 등도...

이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공이 무엇일지 아는 사람???


가장 무겁고 큰 농구공이 가장 느리다.

손과 발로 던지고 차는 야구와 축구가 최고 시속 150km 정도이고

광속 서비스라는 테니스가 200km 전후인데 반해

가장 작고 단단한 골프공이 날아가는 속도는 290km(타이거 우즈)라고 한다.

그러나 가장 빠른 속도는 아이러니하게도 16개의 새털에 무게 5g에 불과한

배드민턴 셔틀콕으로 최고 320km가 넘는다고 한다...(기억에 의존했지만 맞을 듯...^^)




엉뚱한 공이야기와 축구가 세계화와 두루뭉실 이어졌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숨져진 허실이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생각...

우리가 선진적이라는 선입견으로 무작정 흉내 내는 시스템의 한계...


순위와 등수, 점수에 집착하며 사는 우리들이지만

자칫 세계화가 형식에 치우쳐 겉모습만 답습하거나 외국의 지표로 자질되고 있다.

정작 그들은 그들의 실속과 편의에 따라 서슴없이 이중잣대를 들이대는데

우리는 그들의 요구만이 아니라 한발 더 앞서서 새로운 지상명령을 설파하고 있다.


박태환, 김연아의 힘찬 자맥질과 우아한 연출을 생각하면서

이름모를 외국용병들이 중심이 된 한국의 축구, 농구, 배구 스포츠 중계를 본다.

스포츠의 프로화와 용병수입은 스포츠의 대중화나 축구순위를 올리는데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세계화의 허실이란 이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몇 자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