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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답사> 당간지주 3 - 여러가지 모습들... 080117

 

 

 


당간지주 3 - 여러 가지 형태...


4. 내가 보았던 당간지주


사실 당간지주에 대한 메모는 부석사에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미술사적으로, 그리고 나의 미감에 맞추어 몇 개를 고르다가

지역적 차이와, 시대의 변화, 그리고 의미의 재해석이 보태졌고,

작년 굴산사지를 다시 찾으면서 한번은 정리해보고 싶었던 주제였다.

이제는 조금 가볍게 가볼까?

 

<06부석사...> 


당간지주와 당간, 그리고 당을 하나로 묶어서 부르면 法幢(혹은 寶幢)이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중시되었던 것은 깃발형태의 당이 아니라, 당간지주와 당간이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법당의 형태가 비교적 온전히 남아있는

청주 용두사지, 담양 읍내리, 나주 동문외, 부안 서외리, 공주 갑사, 춘천 칠장사 등을 빼면

 

<05갑사...> 

 

 

대부분 당간지주를 중심으로 구분하는데

상륜부 머리모형이나 석재와 철재의 구별,

혹은 간구와 간공의 위치와 개수, 외부형태, 기둥에 새겨진 장식으로 구분하게 된다.

물론 아마추어인 나는 이런 구분과 차이에서 자유롭다...^^

 

<평양 중흥사지... 고구려의 유형도 참고할 겸 인터넷에서 빌려온 사진임... 강원도에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1) 불국사처럼 중간에 굴곡이 있는 형태

2) 미륵사지처럼 선문이나 돌대가 있는 형태

3) 민무늬에 자연스럽게 조성된 형태,

4) 그리고 굴산사지, 보문사지, 만복사지처럼 특수한 형태로 구분한다.


미적으로 가장 멋진 모습을 보이는 첫번째 형태는

불국사, 삼랑사지, 숙수사지 등에서 볼 수 있는데

대체로 경주와 안동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기단부가 훼손되어 완벽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풍만함과 세련됨을 동시에 갖춘 이 당간지주들은 두고 볼수록 감탄할 만하다...

 

<03 불국사... 기단부가 묻혀있다...>

 

<02해인사... 유독 경주를 비롯한 옛 신라지역에는 중간에 굴곡을 둔 예쁜 조형성이 남아있다...>


 

옛 백제지역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외부 선문형(줄무늬가 있는) 당간지주로는

미륵사지를 비롯해, 보원사지, 금산사, 무량사, 담양 읍내리 등이 있는데

조금은 밋밋한 느낌이지만 늘씬한 느낌에 우아한 곡선이 잘 살려져 있다.

부석사 당간지주도 이러한 유형의 하나이며

이중 기단부가 완벽하게 남아있는 미륵사지 당간지주가 이 유형을 대표한다.

 

<00미륵사...> 

<96무량사... 작아서 단아한 느낌...> 

<97금산사...> 

<05보원사지... 미륵사지, 금산사, 보원사지 등 옛 백제지역은 유형도 비슷하지만, 대체로 기단부까지 원형이 잘 남아있다...>  

<07담양 읍내리... 조선시대의 유물이지만 여기 당간지주에도 돌출된 선문양이 분명히 남아있다...> 

 


무늬가 없이 투박하게 조성된 당간지주로는 경상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찾을 수 있는데

경주일대와 원주, 홍천, 춘천 등지의 당간지주가 그것으로

소박하고 간결하며, 때로는 왜소하게, 때로는 두툼하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 지역에서 만나는 이런 당간지주는 참 서민적이고 투박하다는 느낌이다...

 

<07홍천 희망리... 경주 지역에 남아있는 무늬없는 당간지주들과는 또다른 우직함과 소탈함이 비교된다...>

<07상주 복룡동...> 

<07영양 현일동...> 


마지막 특수한 유형으로는 연화문이 새겨진 보문사, 충주 미륵사지 등 3기가 있고

전주 만복사지처럼 인왕상형의 모습이나

굴산사지처럼 거대한 자연석을 거칠게 다듬어 놓은 형태도 구별할 수 있다.

 

<03경주 보문사지... 연화문이 장식된...> 

<07굴산사지...> 


아직 삼랑사지 당간지주를 보지 못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세련됨은 불국사에서 보았던 당간지주를 꼽고 싶고,

날씬한 맛은 숙수사지 당간지주를

그리고 우아한 곡선의 맛은 미륵사지에서 찾고 싶다.

덧붙여 인위적 가공이 최소화된 야성적 튼실함은 역시 굴산사지가 제일이고...

 

<07안동 숙수사지... 흐트러지 모습이 제대로 복원되었다면 늘씬한 미감은 훨씬 배가 되었을 것 같은데...> 




5. 정리하면서...


사진들을 정리하고 자료를 찾다보니

<한국의 당간과 당간지주>란 책이 있는 모양이다.

크흐~~~ 아직 이 책을 보지 못하고 이것저것 주워서 정리한 거라 문제가 많을 듯...^^

그렇지만 아마추어의 자유란 이런게 아닐지 모르겠다.

(굴산사지를 다녀와 정리하겠다고 마음먹은지 2개월인데, 책까지 읽으려면 언제될지도 모르고...ㅠㅠ)

 

<07굴산산지...> 


소도와 솟대 신앙을 모르고도

중국과 일본에 당간지주가 별반 없다는 것을 모르고도

불상과 탑과 비교하여 우열과 비중을 거론하지 않고서도

나는 세련과 우아함, 그리고 소박함을 거론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내가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고

애써 의미를 찾지도 않았지만

시대정신과 세월의 망각을 넘어서 현존하는 전통의 계승과 가치의 보존이란

또 다른 영역을 엿볼 수 있었던 즐거움이 있었다.


불상, 석탑, 석등과 더불어 당간지주는 우리 불교문화에 충분한 의미를 지닌 문화재다.

내가 보았든 알지 못했든, 하나하나가 모여 그렇게 문화를 만들고 정신을 채웠을 것들...

어쩌면 인지하지 못했던, 해석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내가 보고자 하는 것들의 깊이와 폭에 깊숙이 연결되었을지 모른다.

내가 알지 못한 더 많은 것들이 있어, 내가 아는 것들이 소중해질지 모르겠고...

 

<97봉암사 가는 길에... 소도와 신목사상에 대해 거론하려면 건들어야될 게 너무 많다...^^> 


그래도 다행히 당산나무와 장승과 솟대까지 나가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더 많은 무지를 들킬지도 모르기 때문에...^^

장승이 절집 문간까지 내려가고

아직도 당산나무와 많은 상징들이 우리 어릴적 놀이터였다.

우리의 원형과 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전히 호기심은 줄지 않는다.



부분이 모여 전체가 되고

전체가 아우르는 부분이 제각각 생기를 띠는 아름다운 조화...

전체가 부분을 규정하지 않고

부분이 전체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원융...


하나가 모여 열이 완성되고,

열이 되어 하나가 빛나는 그런...

그런 열림과 깊이와 아름다움...

나는 여전히 하나가 열을 만들고, 열이 하나를 감싸는 구조를 좋아하나 보다...

 

<00미륵사지...> 


지금의 나는,

내가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