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 080127
길을 나선다.
늘 멀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마음뿐인데...
그럴 것이라는 심란함을 지우는 건
그리움, 기다림, 혹은 설레임?
오히려 다녀왔음의 확인과
편해지는 내 마음이다...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아~~~
전부를 담을 수 없는 한계란 늘 존재하는 법인데
나는 왜 조금씩 조금씩 나누는 지혜가 없을까?
경주라는 이름만으로도 벅차고 꽉 채워진 마음이 있는데
나는 늘 너무 멀다는 생각만 했나 보다.
하나를 보고 전체를 생각할 수 있다면,
혹은 충분치 못했던 것을 하나에서 찾을 수 있다면
여전히 유의미한 전체가 아닐까?
바람으로 만나고
햇빛으로 느낀다.
시간으로 기억하고
공간으로 그려본다...
<장항리 석불입상... 광배의 화불... 시멘트로 발라놓은 턱부분이랑 전면적으로 보수한다는데... 기대해도 될까?>
좋아하는 곳이란 그런 것인데
기다림의 회포란 이런 것인데
또 다른 그리움이 아쉬움이 아니고
다시 만날 수 있음만으로 충분한 것인데...
<금관...저 가지 모양의 유려한 곡선을 담고 싶었다... 나무형상을 관으로 만든 거의 유일한 형태를 신라금관은 갖추고 있다...>
욕심이 방해일 때가 많다.
전부가 간섭이 될 수도 있다.
조그마한 느낌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면
짧은 교감만으로도 내가 웃을 수 있다면 그건 좋은거다...
깨어지고 부서지고...
고선사탑은 늘 그렇게 기억되었다.
오늘 나는 날선 예리함을 보았다.
그 웅장하고 장엄한 거대함을 지켜낸 각진 정성...
흐트러지지 않은 완성태가 다시 그려지고
날카로운 모서리에 각진 땀방울이 느껴지고
벌어지고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포용도
결국은 미쳐 맞추지 못한 것들은 우리들의 느슨한 부덕...
<유려한 곡선과 손을 벨 것 같은 날선 예리함이 고선사탑에는 공존한다...>
<일층 탑신의 구멍들은 청동문이 달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라고...>
아는지 모르는지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늘에 맛서 있다.
장중하고 근엄하게
우리를 내려 본다.
그게 의미이고, 그게 가치일까?
<고선사지 귀부...>
화엄사 각황전 석등보다 작지 않고
선림원 석등만큼 정성스러운 석등...
용암사가 우아하다면
경주읍성 석등은 담백하다...
팔각 간주석 형태의 석등 중에 제일 잘 생기지 않았을까?
같은 유형중 부석사 석등이 색으로 기억되고
법주사 사천왕 석등이 힘으로 기억된다면
박물관 뜨락의 경주읍성 석등은 완벽한 조형미를 뽐낸다...
<앙화와 복련의 마감 문양이 다르다...>
너무 단순한 유형이어서 어렵다.
최소의 장식으로 균형을 놓치지 않고
최대의 절제로 담백함을 잃지 않았다.
기단부의 굵고 깊은 음각으로 정성을 대신했다.
균형과 비례
크기와 정성에서 여느 석등에 떨어지지 않는다.
단순함에 깃든 힘이 좋고
그 크기에서 놓치지 않은 정성이 좋다...
크면서 강하지 않고
담백하면서 건조하지 않는...
참 멋진 모습의
건장하면서도 조용한 석등이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에 왔는데 삼화령 애기부처를 빼놓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 불상중 이처럼 천진하고 자연스런 미소를 담은 돌조각이 있을까?
석굴암 본존불의 근엄함과
서산마애불의 투박한 웃음에
삼화령 애기부처들의 해맑은 미소를 더하면 한국인의 미소가 만들어질까?
<미륵삼존불중 중앙의 본존불... 받침석에 이런 야릇한 곡선이 살아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흐뭇하고
느끼는 것만으로 잔잔한 여운에 잠긴다.
불상들을 만들었던 석공에게는 어떤 웃음이 잠겼을까?
바라보고 지켜보던 시주는 어떤 마음으로 쓰다듬었을까?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그림자진 애기부처들의 눈웃음이 그대로 살아난다... 본존불의 표정은 개구장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런 자애로움... 그 자체다...^^>
웃음을 주고
미소를 남길 수 있다는 것...
정성만으로 채워졌을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은 어떤 마음이 만들었을까?
늘 반틈만 볼 수 있는 석굴암은 그림으로 기억한다.
제석, 범천, 문수, 보현보살의 우아한 자태는 몸으로 느껴보고
십일면관음의 조요한 미소는 마음으로 그려보고
본존불의 근엄함은 머리로 조각하고...
녹지 않은 눈 속에서 석굴암은 그렇게 남는다...
석가탑을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설레임이다.
오늘은 어떤 느낌일까?
어떤 자태로 나를 맞아줄까?
나의 마음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탑을 본다.
하늘을 보고.
또 신라를 보고,
경주를 본다...
ㅎㅎ 이러면 되는 것을...^^
<석가탑 균열 문제로 수직 수평 변이계가 설치 되었다... 금강좌까지가 석가탑의 기단부...>
겨울 해는 짧다.
삼랑사지 당간지주는 이번에 꼭 보고 싶었다.
경상도 지역에만 남아있는 독특한 선을 느끼고 싶었다.
경찰서, 관광 안내소...
지도 한 장을 얻었다...
보물지도처럼 왜 그리 좋은지.
이제 마동, 효현리, 남사리 석탑들도 찾을 수 있겠지?
다음에 오면 말이다...^^
버려진 공터에 덩그러니 서있다.
의연함? 우아함? 당당함? 글세~~~
주변 풍광이 주는 맛의 애처러움은 그렇게 각인된다.
낯선 연습장 그물막에 뚝뚝 떨어진 집들 사이에 그렇게 서 있다.
바로 옆 강변도로가 없었을 때 삼랑사는 하천을 의지했겠지?
시원한 바람이 불었을 거고,
또 그런만큼 시원한 풍광에 힘차고 높은 당간에
뭇 사람들의 소망과 의지를 담아 깃발을 휘날렸을 것이다.
삼랑사 당간지주는, 그것으로 부릴 수 있는 가장 많은 장치를 갖추고 있다.
단단한 석질에 듬직한 크기의 석재를 세우고,
부드러운 곡선에 예리한 선을 다듬고
방형의 정연한 기둥에 큰 각의 곡선을 깍으면서
마지막 끝자락에 한 번 더 굴곡을 만들었다.
밋밋해질 안쪽에는 다시 모서리만 남겨 양감을 주었다.
한가지 흠이라면 좌우 양쪽 곡선의 각이 차이가 난다는 점...
혹시 쌍으로 당간지주를 세우고 안쪽에만 완만한 곡선을 채용했다면
그것은 참 멋드러진 발상이 됐을 듯싶다.
안쪽에는 안정감을, 바깥쪽에는 늘씬함을...
조화롭지 않았을까?
급한 부고에 먼 길을 달려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앞당겨 내려오는 길이다.
명절 밑이라 바빠진 마음들이지만
어쩌면 국화꽃 향기에 내 마음이 편해질지 모른다.
지리산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본다...
짧게...
어머니의 오빠들...
작년에 이어 년 초에 큰외삼촌이 가셨다.
기도를 마치니 오빠가 손을 놓으시더구나.
작은 아들, 막내딸 내려오니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했는데 뭐가 급하셨는지...
숨소리, 늘어지는 손과 발, 창백해지는 얼굴...
그래도 편하게 가셨다...
오고 감...
삶과 죽음을 어머니는 그렇게 표현하신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시는 건지...
어머니 마음에 별이 하나 더 생겼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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